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96)
마존현세강림기-1097화(1095/2125)
마존현세강림기 45권 (3화)
1장 대치하다 (3)
“도둑고양이 같은 년…… 우적우적.
피자가 입으로 밀려 들어간다.
조미혜가 그 광경을 보며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았다.
“어, 언니.”
“왜?”
“그렇게 먹어도 괜찮아요? 한 판 다 드실 것 같은데?”
“미 혜야.”
“예, 언니.”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 어야 한다. 먹는 낙도 없으면 뭘로 살겠니.”
“그래도 좀 과하신 것 같은데
“괜찮아. 체중 좀 많이 빠져서 다 시 찌우려고 하는 중이었어.”
“……소속사도 그렇게 생각할까 요‘?”
“그건 모르겠네.”
조미혜가 가만히 최연하를 바라보 았다.
추리닝을 입고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채 방에 드러누워 팔베개를 한 최연하의 앞에 커다란 피자 박스가 놓여 있다. 지금 최연하는 드러누워 피자 한 판을 순삭하는 중이었다.
‘저 배에 저게 들어가네.’
저 홀쭉한 배에 피자 한 판이 다 들어간다는 게 더 신기하다. 평범한 성인 남자도 피자 한 판을 다 먹기 버거워하는데, 최연하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하, 여기가 제일 편하다.”
“헤헤, 그렇죠?”
바닥에 드러누운 최연하를 보면서 조미혜가 환희 웃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최연하는 정말 보육원을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장소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들이닥치자마자 샤 워실로 가서 씻고, 조미혜의 옷을 뺏어 입은 채 저리 드러누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 얘들아.”
“네, 언니.”
“그년이 좋아, 내가 좋아?”
“당연히 언니가 좋죠!”
“그 언니 그냥 그랬어요. 진호 오 빠 군대 가고부터는 잘 오지도 않 고.”
“그래도 착하긴 했는데……
순간, 최연하의 눈이 날카로워졌 다.
“마지막 누구야? 자수해.”
“어, 언니, 제가 말실수를……
“내가 좋아, 그년이 좋아?”
“당연히 언니가 좋죠!”
“거짓말 아니고?”
“진짜예요!”
“흠.”
최연하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
다.
봤냐, 이년아? 보육원도 내 거다.
“어디, 메주 같은 게 나타나서는.”
“그렇게 못생기지는……
“뭐?”
“못생겼죠. 진짜 못생겼죠.”
“그래, 그래야지.”
최연하가 조미혜를 끌어당겨 머리 를 두드려 주었다. 조미혜가 식은땀 을 삐질 홀리면서도 웃었다.
“그런데 그 언니는 갑자기 왜 나 타난 거래요?”
“유학 갔다가 돌아왔대.”
“그런데 진호 오빠는 그 연락 받
고 덜컥 나간 거고?”
“아니.”
최연하가 피자를 이로 끊었다.
“유민 씨가 자리 만들어줬다는 데‘?”
“헐……
“유민이 오빠 안 되겠네?”
“야, 오면 밥 주지 마. 이건 밥 먹을 자격이 없어.”
“혼나야 돼, 혼!”
분노가 이어졌다.
“미 혜야.”
“네, 언니.”
“인생이 덧없다.”
“어, 언니, 왜 그러세요?”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렇게 사람 등에 비수를 꽂네. 내가 유민 씨한테 얼마나 잘해줬니?”
“그렇죠, 그렇죠.”
잘 모르겠고, 들은 바도 없지 만…… 그렇죠. 언니가 그렇다면 그 런 거죠.
“그런데 세상에 어떻게 나한테 이 러지? 최소한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이거, 진호 씨 바람피우라 고 옆에서 바람 넣는 거 아닌가?”
“죽여야 돼요.”
“죄송해요, 언니. 유민이 오빠가
철이 없어서……
“바보거든요. 죄송해요.”
최연하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다. 니들이 무슨 죄가 있겠 니. 그런 자리 덜컥 만드는 사람을 믿은 내가 잘못이고, 그런 사람을 친구라고 알뜰히 챙기는 남자 친구 둔 게 잘못이지.”
“아니에요, 언니. 언니 잘못이 아 니죠. 그 두 인간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거지.”
“미 혜야.”
“네, 언니!”
“이런 말 들어봤니?”
“……무슨 말이요?”
“내 남자는 까도 내가 깐다.”
“조심해.”
“네, 언니.”
확실히 최연하의 장단을 맞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 이 이리 굴었다면 벌써 쌍욕을 16 비트로 쏟아부었을 조미혜지만, 최 연하에게만큼은 그럴 수가 없다.
‘언니 진짜 좋아.’
이런 사람에게 어떻게 화를 내겠 는가.
중국에서 돌아온 최연하는 스케줄
이 없으면 제멋대로 보육원에 쳐들 어왔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 지만, 날이 갈수록 그게 자연스러워 졌다.
최연하는 적당히 찾아와 얼굴만 내비치다 발을 끊는 사람들과는 달 랐다.
약속을 하고 찾아오지도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치킨을 몇 십 마리 싣고 나타나지를 않나, 오늘처럼 피자를 서른 판 들고 쳐들 어와 자기 집처럼 굴러다니며 먹고 놀다 간다.
안하무인, 그 자체.
어설프게 얼굴을 들이미는 사람이 이런 일을 한다면 민폐 소리가 나오 겠지만, 최연하는 예외였다.
겪어본 이들은 안다, 최연하가 이 보육원을 얼마나 아끼는지.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 본 아이들 일수록 그런 것에 더욱 민감했다.
“콜라!”
“여기요, 여기.”
“크으, 이런 날은 맥주를 조져야 하는데.”
“가져다 드려요?”
“됐다. 보육원에서 맥주는 무슨 맥주야.”
“ 있는데?”
“조미혜, 좀 까졌는데?”
“아니에요. 오빠들이 먹고 남긴 거예요.”
“됐어. 오늘은 맥주 기분 아냐. 너도 콜라 한잔해.”
“전 괜찮아요, 언니.”
“어른이 주면 고맙다 하고 받는 거야.”
콜라도? 콜라는 좀 다른 거 아닌 가?
다소곳이 콜라를 받은 조미혜가 미묘한 시선으로 컵에 찬 콜라를 바
라보았다.
“원샷?”
“……벌칙 게임이에요?”
“농담이야.”
최연하가 손을 뻗어 바닥을 짚더 니 몸을 일으켰다.
“끄으응, 비가 오려나? 허리 가……
조미혜가 아무 말 없이 손에 든 콜라 잔dmf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래도 되나?’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광경이지 만, 아직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최연하라면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
이면 다 아는 톱스타가 아닌가. 그 런 사람이 자기 집도 아니고, 남의 집에서 저런 몰골로 있어도 되는 걸 까?
물론 트레이닝복 바람에 쌩얼, 그 리고 대충 묶은 머리로도 예뻐 보인 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언니, 그래도 최소한의 비주얼은 챙겨야죠.”
어깨를 툭툭 두드리던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냅 둬라. 언니는 슈퍼 갈 때도 풀 메이크업 하고 나가야 되는 사람 이야. 아니면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나가거나. 남 눈치 안 봐도 되는 집 안에서라도 편히 살란다. 내가 여기 서 누구 꼬실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죠.”
여기가 최연하의 집이 아니란 점 만 빼면 말이다.
뭐, 집처럼 편하다는 소리니까 나 쁜 말은 아니다. 오히려 듣는 아이 들은 즐거워한다.
조미혜와 최연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오수린이 슬쩍 끼어들었다.
“언니, 언니. 그래서 어떻게 됐어 요‘?”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팍
쏘아붙여 줬지.”
“그럼 이제 다시는 안 나타나겠네 요‘?”
“글쎄?”
최연하가 벽에 등을 기대고는 기 지개를 켰다.
“그런 애들은 욕 좀 얻어먹는다고 쉽게 포기 안 해. 보나마나 다른 짓 할 생각 하겠지.”
“헐, 강호의 도리는 어디에 가 고……
“그러게 말이야.”
최연하가 코웃음을 쳤다.
‘건방지게 사람을 똑바로 봐?’
입술을 달달 떨면서도 그녀의 눈 을 피하지 않던 한세연의 얼굴이 떠 올랐다.
‘하기야. 그래, 너도 강진호 씨 여 자 친구였다, 이거지?’
결국 깨지기는 했지만, 강진호의 여자 친구 자리는 보통 멘탈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둔감한 인 간과 관계를 진전시키고 마침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뜻 아닌가.
‘만만한 년은 아냐.’
더구나 과거의 강진호였으면 지금 보다 더 심했을 것이다. 그 자리를 기어코 꿰찬 여자다. 대학 초기 때
의 강진호를 미리 알아보고 선점했 다는 뜻 아닌가.
“하, 진짜.”
“왜 그래요, 언니?”
“남자 친구가 너무 잘난 것도 죄 야. 어디서 자꾸 파리가 꼬이네.”
조미혜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그 얼굴 뭐야?”
“아뇨, 언니. 이건 좀 민감한 문 젠데……
“뭐?”
“그…… 진호 오빠가 참 괜찮은 사람인 건 맞죠. 착하고, 잘생겼
고
“근데 뭐?”
“그런데 남자로서 좋다기에는
“왜? 진호 씨가 어때서?”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성토가 쏟아졌다.
“좀 답답하잖아요.”
“말 안 통하고.”
“말하는 게 영감님 같아.”
“지루해.”
최연하가 눈에 불을 켰다.
“뭐, 이것들아?”
“사실이잖아요, 언니.”
“솔직히 얼굴 빼면 볼 게 없긴 하
죠.”
“진호 오빠가 그 얼굴 가지고 있 는 게 다행이지, 얼굴이 못생겼으면 진짜 사람 취급 못 받아요.”
최연하가 어이없다는 듯이 아이들 을 돌아봤다.
“너희 진호 씨랑 그렇게 오래 봤 는데 그게 할 말이냐? 원래 니들 나이에는 잘생긴 오빠가 찾아와서 놀아주고 그러면 마음이 싱숭생숭하 고 그런 거 아냐?”
“에이, 오빠잖아요.”
“응응. 그렇지. 좋은 오빠지. 남자
는 아냐.”
조미혜가 뚱한 눈으로 최연하를 보면서 말했다.
“사실 언니가 남자 보는 눈이 좀 많이 낮기는 해요. 제가 언니였으면 진호 오빠 안 만날 거예요.”
“그래? 너는 그렇게 눈이 높아서 진성이가 좋은가 보네?”
“제, 제가 언제요! 이상한 말 하 지 마세요!”
조미혜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논다, 놀아. 아이고.
최연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니들이 뭘 알겠니. 꼬맹이
들이 남자를 알면 얼마나 알겠어. 니들, 나중에 두고 봐라.”
“그럴 일 없어요, 언니.”
“솔직히 언니가 좀 이상한 거예 요. 그리고 그때 그 언니도 좀 이상 해요. 왜 이제 와 그런데요?”
최연하가 발끈하며 말했다.
“내 말이!”
최연하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짜증 난다. 어디 상도의도 없이 남의 남자 친구 에게 침을 바르려 든단 말인가.
생각 같아서는 정말 머리채를 다 뜯어버리고 싶었다.
“여하튼! 그러니까 니들은 절대 그 여자 보육원에 들이지 마라. 알 았어?”
“네! 철통 수비하겠습니다!”
“그럴 일 없으니 걱정 마세요, 언 니.”
“그리고 유민 씨 교육 좀 하고.”
“……그건 정말 걱정 마세요.”
“제대로 정신교육해 둘 테니까요. 아무리 유민이 오빠라지만 이번에는 좀 심했어.”
“푼수도 그런 푼수가 없어. 그러 니까 아직 여자 친구도 못 사귀고 그러고 있지. 이건 유민이 오빠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해야 돼.”
“동감.”
사기를 불태우는 여자아이들을 보 며 최연하가 흐뭇하게 웃었다.
‘귀여운 것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보육원의 아이들은 이제 강진호보다 오히려 최연하를 더 따르고 있었다. 남자아 이들은 몰라도 여자아이들은 확실하 게 최연하의 편이다.
“아, 기분도 꿀꿀한데 쇼핑이나 해야겠다. 이번 주말에 애들 다 준 비시 켜.”
“헐, 또요?”
“저번에도 갔잖아요.”
“그래? 그럼 안 갈래?”
“몇 시에 준비하면 되나요?”
“24시간 대기하고 있을게요, 언 니.”
최연하가 피식 웃고는 다시 방에 드러누웠다.
‘절대 그대로는 안 물러나겠지.’
뭐, 상관없다. 어차피 강진호는 한세연에게 신경도 쓰지 않을 테니 까.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짜증 나 는 거지, 걱정이 되는 건 아니다.
“ 흐음••••••
최연하가 미간을 좁혔다.
“수를 좀 써야겠네.”
“어, 언니, 그렇게 웃지 마세요. 무서워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 피자나 먹 어.”
“……배 터지겠는데.”
“먹어. 니들은 먹어야 되는 나이 야.”
피자 한 조각을 철근같이 씹어 먹으며 최연하가 투지를 불태웠다.
“아주 찍소리도 못하게 해주겠 어!”
그런 최연하를 보며 조미혜가 고 개를 절레절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