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01)
마존현세강림기-1102화(1100/2125)
마존현세강림기 45권 (8화)
2장 짓누르다 (3)
나이트 벨링거가 말없이 베슬리를 바라보았다.
‘나이트 베슬리.’
그는 현명한 자다.
그리고 누구보다 용맹한 자다.
지와 용을 동시에 갖춘 맹장.
굳이 평가하자면 그리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이다.
그렇기에 존경을 받고, 많은 이들 의 지지를 받았다.
‘그랬던 이가……
대체 무슨 일을 겪으면 저리 냉 소적으로 바뀐단 말인가.
“나이트 베슬리.”
“더 할 말 없소.”
“아니요. 저는 해야겠습니다.”
나이트 베슬리의 눈썹이 살짝 꿈 틀했다.
“이건 감정적인 일이 아닙니다. 무슨 일을 겪으셨는지는 모르겠지 만, 이건 모든 나이트의 권리와 원
탁의 방향에 대한 문제입니다. 반론 하는 것은 좋습니다. 저를 욕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대화를 하지 않는다 는 건 원탁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나이트 베슬리쯤 되는 분이 그걸 모 르지는 않으시겠지요.”
나이트 베슬리가 묘한 눈으로 나 이트 벨링거를 바라보았다.
“원칙이라 했소?”
“그렇습니다.”
“좋은 말이지요, 원칙.”
나이트 베슬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그 말을 잊지 마시오.”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요. 나는 나이트 벨링 거께서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실 거라 믿소. 그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나이트 벨링거가 아무 말 없이 베슬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이 트 베슬리는 그걸로 더 할 말이 없 다는 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여 버렸다.
‘내 원칙이 뒤흔들리기라도 한다 는 건가?’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말투였다.
그리고 베슬리가 말한 ‘그 어떤
문제’라는 말이 거슬렸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마치 그에게 닥칠 문제를 베슬리는 이미 알고 있다는 투였다.
‘ 강진호인가.’
그리고 베슬리가 말할 만한 문제 는 너무도 빤했다.
‘이해할 수가 없군.’
강진호, 그리고 총회는 원탁과 동 맹을 맺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 로 동맹일 뿐이다. 동맹을 맺음으로 써 강진호가 그들의 머리 위에 들어 앉은 게 아니다. 그는 그저 동맹의
수장으로서 움직일 수 있을 뿐이지, 원탁의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과거, 나이트 르보가 원탁을 집어 삼키려 했을 때 총회가 그것을 막아 주기는 했지만, 마스터가 그들을 인 정하지 않았다면 원탁은 절대 그들 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하나가 남을 때까지 싸웠 겠지.
‘원탁이 이미 강진호의 것이 되기 라도 했다는 건가?’
불쾌함이 밀려온다.
확실한 것은 하나.
그가 알던 나이트 베슬리는 이미 없다. 지금 이곳에 앉아 있는 자는 과거 나이트 베슬리의 껍데기를 뒤 집어쓰고 있는 자일 뿐이다.
“일단 알겠습니다.”
나이트 벨링거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 앉아버렸다.
나이트 베슬리를 회유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 미 나이트 베슬리 일파가 합류하지 않더라도 괜찮을 정도의 세력을 확 보했으니까.
나이트 벨링거는 머릿속에서 나이 트 베슬리를 지워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마스터께서 오십니다!”
홀의 문을 지키던 이들이 크게 소리쳤다.
꿈틀.
그 순간, 나이트들의 얼굴이 일제 히 일그러졌다.
‘마치 왕이 입장하는 것 같군.’
마스터와 나이트는 애초에 동등한 존재. 원탁에 앉는 이들은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동등하다. 그게 원 탁의 법칙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마스터가 들 어온다고 해서 저런 허례를 취하지
는 않았다.
명백한 역행.
그 역행이 거슬렸다.
어두운 복도를 통해 마스터가 안 으로 들어온다. 그의 뒤를 위긴스와 처음 보는 동양인 남자가 호위하듯 따르고 있었다.
나이트 베슬리 일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조금 전 나이트 벨링거가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다 른 나이트들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았다.
마스터를 지지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나뉘
는 순간이었다.
조금은 쪼잔해 보이는 모습이지 만, 어쩔 수 없다.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자리에서는 이쪽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압박을 느낄 테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스터”
하지만 인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나이트 벨링거가 입을 떼자 여기저기서 난잡하게 인사가 이어졌 다.
마스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그들의 인사를 받고는 중앙의 자리 로 이동해 앉았다.
“다들 오느라 고생하셨소.”
운을 뗀 마스터가 눈두덩이를 꾹 꾹 누르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래, 오늘의……
“그전에 잠시.”
나이트 벨링거가 말을 가로막자 마스터가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서로 맞닿 았다.
“마스터.”
“말하시게나.”
“뒤의 둘은 누구입니까?”
“음? 아, 이쪽은 모르겠군. 소개 하지. 이 사람은……
“그런 게 아닙니다, 마스터.” 나이트 벨링거가 다시 한 번 마 스터의 말을 잘랐다.
“이곳은 원탁입니다. 원탁에 소속 되지 않은 이가 왜 이곳에 있는 겁 니까?”
“그러면 안 되는가?”
“몰라서 물으시는 건 아니시겠지 요?”
“몰라서 묻는 걸세. 그러면 안 되 는가?”
“당연히……
나이트 벨링거가 말을 끝까지 잇 지 못했다.
그러면 안 되는가?
아니,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원탁에 앉을 수 있는 이는 마스 터와 나이트뿐이다. 하지만 원탁의 회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에 다른 이 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규칙은 없 었다.
허점이라면 허점이지만…….
‘누가 그런 걸 생각이나 했겠는 가.’
이곳에 나이트들만 들어올 수 있 다는 법칙은 만들 수가 없다. 나이 트들은 무력을 대변하는 존재. 하지 만 원탁의 회의는 군사적인 행위만
을 논하지 않는다. 유럽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결정해야 하는 곳이 원탁이다.
당연히 회의에는 참고인들이 동반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이트가 아닌 이들의 참여를 막지 않는다.
문제는 규칙을 제정하는 이나 규 칙을 지키는 이 모두 원탁의 심처에 원탁 소속이 아닌 이가 뻔뻔히 걸어 들어올 수 있다는 상황을 생각해 보 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탁에 그런 규칙은 없겠지. 그 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제 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 두 사람 이 필요하네. 문제가 있다면 지금 말하게나.”
나이트 벨링거가 살짝 이를 갈았 다.
‘마스터.’
한때는 다른 감정을 싣지 않고 그저 존경만으로 마스터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고맙군.”
마스터가 간결하게 정리하고는 말 을 이었다.
“글쎄, 이 회의를 어떻게 진행해 야 할지 잘 모르겠소. 내가 주최한 회의가 아니다 보니 말이오. 나이트 벨링거.”
“예, 마스터.”
“회의를 소집했으니, 어디 한 번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지 않겠소?”
“……그럴 생각입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하는 마스터의 얼굴이 가증스러웠다.
“마스터.”
“말하시오.”
나이트 벨링거가 품속에서 서류를 꺼냈다. 마스터의 직인이 찍힌 명령 서다.
“이런 게 왔더군요.”
“새삼스럽군.”
“앞으로 각국의 기사단을 움직이 는 데 있어 마스터의 허가가 필요하 다. 맞습니까?”
“그렇소.”
“마스터께 이런 명령을 내릴 권한 이 있습니까?”
“없다고 생각하시오?”
“이곳은 원탁입니다.”
나이트 벨링거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원탁의 모든 법도는 원탁의 투표 를 통해 바꾸게 되어 있습니다. 그 런데 그걸 어찌 마스터께서 마음대 로 바꾸신단 말입니까. 이건 월권입 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소.”
마스터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월권은 아니지.”
“그건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마스터의 뒤를 지키고 있던 동양 인이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나이트 벨링거의 얼굴에 불쾌함이 차올랐
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감히?”
이현수가 싸늘하게 웃었다.
“저는 지금 이곳에 총회의 대표로 나와 있습니다. 언행을 주의하십시 오. 그대가 아무리 나이트라고 한들 원탁의 동맹인 총회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
“한 번만 더 적절하지 않은 언행 이 나올 경우, 저는 정식으로 원탁 에 항의하겠습니다.”
나이트 벨링거가 이를 갈았다.
“인정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 의 발언이 허락되는 건 아니오.”
“원탁에서 발언에 허가가 필요하 다는 말은 처음 듣는군요. 제가 알 기로는 그런 법도는 없을 텐데요?”
“월권을 하는 건 마스터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나이트 벨링거.”
나이트 벨링거가 심호흡을 했다.
순간적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 랐다. 몇 마디 섞지도 않았는데 저 동양인은 그의 이성을 완전히 뭉개 버리고 있었다.
여기서 더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나이트 벨링거는 필사적으로 심호 흡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위긴스가 그 광경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여하튼 깐죽거리는 것 하나는.’
상대방이 가장 싫어하는 말을 어 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아군이라 망정이지, 위긴스도 적으 로 이현수를 만나 이런 상황에 처했 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현수는 태연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원탁의 모든 법도는 원탁의 회의
를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맞는 말 입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죠.”
“예외?”
“예. 엘더 나이트가 등장한 상황 입니다.”
“••••••어?”
나이트 벨링거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뭔?
이현수가 싱긋 웃고는 설명을 이 어 나갔다.
“엘더 나이트의 봉인이 풀린 순간 부터 엘더 나이트가 다시 봉인되는 순간까지 나이트의 의결권은 엘더 나이트들에게로 이관됩니다. ”
그야 당연히 그렇지.
엘더 나이트는 원탁의 위기를 해 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이들이니 까. 그들은 단순히 검이 아니다. 가 장 현명하고 가장 위대했던 나이트 들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들이 부활한 동안에는 그들이 원탁을 지배해야 한다. 심지어 마스터에 대한 처결권 도 가지고 있는 엘더 나이트들이 아 닌가.
“엘더 나이트가 다시 봉인되기 전 까지 나이트들의 의결권은 정지됩니 다. 아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의결권
을 가지는 건 단 한 명.”
나이트 벨링거의 입에서 신음이 홀러나왔다.
“……마스터.”
“네, 그렇습니다. 엘더 나이트와 마스터. 그들만이 의결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엘더 나이트 들은 다시 봉인되지 않았습니다. 그 리고 그들의 의결권은 나이트들에게 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야 당연하지.
죽었으니까!
“무슨 억지를!”
“ 억지라니요?”
이현수가 빙그레 웃는다.
“원탁의 법도로 정해진 일을 억지 라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나이트 벨 링거, 당신은 조금 전부터 계속 월 권을 저지르고 원탁의 법도를 어기 려 들고 있습니다. 주의해 주십시 오.”
“네 이놈!”
“감히 나이트도 아닌 자가 어디 원탁에서 망발을 하는가!”
“당장 이곳에서 꺼져라!”
나이트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 났다.
화가 나서?
아니다.
그들은 순간 자신들이 명분을 잃 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해 야 할 것은 오직 하나.
과시다.
이쪽의 힘이 강하다. 여차하면 그 명분과 법도마저 짓뭉개 버릴 수 있 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조용.”
마스터가 손을 들었다.
“하나 마스터! 저자는 너무도 건 방집니다 r
“저는 저자가 참여한 회의를 인정 할 수 없습니다.”
“마스터,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 니까!”
나이트들의 항의에 마스터가 고개 를 끄덕였다.
“여러분의 말씀 이해했소이다.”
“••••••그럼?”
마스터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격에 맞지 않는 자가 원탁에 참 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이트 벨링거의 눈이 흔들렸다.
뭘 하려는 거지?
마스터가 그런 나이트 벨링거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래서 격에 맞는 이를 모셨소이 다. 저기 오시는군. 다들 환영해 주 기시 바랍니다. 한국 무도 총회의 강진호 회주께서 회의를 참관하십니 다.”
움찔.
강진호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나 이트들의 몸이 살짝 경련했다. 그와 동시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나이트들의 고개가 한 쪽으로 돌아 갔다.
저벅.
저벅.
어두운 복도 사이로 낮은 발소리
가 울려 퍼진다.
장내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