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05)
마존현세강림기-1106화(1104/2125)
마존현세강림기 45권 (12화)
3장 겁박하다 (2)
“흐음.”
강진호가 커피를 머금고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어으 ”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래도 원두가 다르니까요.”
“영국은 커피가 맛있을 줄 알았는 데.”
“그건 오해 중 하나입니다. 지금 의 한국은 커피가 가장 발전한 나라 중 하나거든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처럼 커피숍이 넘쳐 나는 곳은 없죠.”
“그런가?”
“게다가 회주님의 기준이 너무 높 은 겁니다. 아버님 가게에서 가져온 원두가 아니면 잘 안 드시니까요. 이건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 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는 조금 멍한 시선으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기절하겠군.’
강진호와 이현수가 태연하게 커피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상할 건 없다. 대화 주제 자체 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문제가 되는 것은 강진호의 변화 다.
‘저 사람이 과연 조금 전 나이트 들을 눈빛만으로 굴복하게 만든 사 람이라는 건가?’
마스터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
다.
그럴 수 있다.
그런 사람이야 흔하지 않은가. 회 사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다른 사람. 남자를 대할 때와 여자 를 대할 때의 모습이 다른 사람.
굳이 이상하다고 말할 일은 아니 다. 인간이란 결국 여러 가지 모습 을 가지고 사는 존재니까. 필요에 따라 적절한 모습을 꺼내는 것쯤은 누구나 한다.
문제는 그 변화의 폭이 너무 극 단적이라는 점이다.
귀기까지 느껴지던 조금 전의 강
진호와 조금 맹해 보이기까지 하는 지금의 강진호는 아예 다른 사람으 로 보일 정도였다.
“마스터.”
자신을 부르는 위긴스의 목소리에 마스터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한잔하시겠습니까?”
“……부탁하지.”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이자, 위긴 스가 가볍게 웃고는 잔에 홍차를 따 라 주었다.
흥차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서야 겨우 마음이 진정된다.
“자네는 이런 일을 항상 겪는 건
가?”
“흔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때때로 겪는 일입니다.”
“이해할 수가 없군.”
마스터가 다시 한 번 깊게 한숨 을 내쉬었다.
“하지만 잘 풀리지 않았습니까?”
잘 풀렸다라…….
뭐라 말해야 할까.
결과만 놓고 보면 확실히 최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그가 원하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이 문제겠지.’
여전히 강진호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없다.
그를 볼 때마다 나이트 얀코바의 얼굴이 떠오른다.
원탁의 홀에서 극도로 흥분했을 때는 몰랐다. 하지만 회의장을 빠져 나오며 피가 식기 시작하자 죽은 이 의 얼굴이 자꾸만 아른 거렸다.
‘그는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이였어.’
나이트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무인이다.
그가 가진 가치와 그가 나이트에
오르기까지 해온 노력.
그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그리 죽어서는 안 된다.
결코.
“생각이 많은 모양이군.”
강진호가 커피 잔을 내려놓고 마 스터를 바라보았다. 마스터가 한숨 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꼭 죽여야만 했습니까?”
“아니. 안 그래도 됐지.”
“하면 어째서……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을 뿐 이야.”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 다. 이현수가 강진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후우.”
짧게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가 소 파에 등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방법은 항상 여러 가지가 있지.”
“희생을 피할 방법이 있었음에 도……
“ 왜?”
강진호가 태연하게 되물었다.
“왜 피해야 하지?”
“이건 네가 원한 것 아니었나?”
마스터가 입술을 깨물었다.
알고 있다.
결국 누군가는 죽게 될 거라 생 각했다. 저들을 조이면서 대책을 세 우지 않은 건 마스터 본인이다. 결 국 저들 중 누군가는 나서야 했으니 까. 튀어 올라 꺾여야 했으니까.
다만, 그 짓누름이 이런 방식일 줄은 몰랐다.
“아니면……
강진호가 마스터를 빤히 보며 말 했다.
“좀 더 기다려 줄 걸 그랬나? 저
들이 칼을 들고 달려들기를? 그러면 조금 편한 마음으로 죽일 수 있으니 까?”
말이 비수가 되어 심장을 찌른다.
마스터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 하고 그저 몸을 떨었다.
“내가 아는 바대로라면……
강진호의 목소리가 마스터를 옴짝 달싹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권한만 가지는 법 같은 건 없어. 과도한 힘은 반드시 반발을 낳지. 그 반발을 처리하는 방법은 둘뿐이 야.”
강진호의 손가락이 가만히 테이블
을 눌렀다.
“힘으로 부숴 버리거나, 공포로 지배하거나.”
마스터가 눈을 감았다.
알고 있다. 사실 그 방법이 최선 이라는 것을.
최선의 방법을 알고도 행하지 못 하는 건 마스터가 겁쟁이이기 때문 이다.
“죄송합니다.”
마스터가 고개를 숙였다.
“원래는 제가 했어야 하는 일이라 는 걸 알고 있습니다. 힘이 부족하 여 하지 못했고, 자신의 일을 미루
고도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원망했 습니다. 부디 용서를.”
“사과할 것 없어.”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이니 까 말이야.”
짜악!
크게 박수를 쳐 자신에게 시선을 돌린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는 이쯤 해두 시고, 다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 습니다.”
상황을 수습하는 이현수였다.
“다음 이야기?”
“네. 이제 대처를 해야죠.”
“대처?”
마스터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처라니, 여기서 무슨 대처를 더 한다는 말인가. 이미 다 끝났는데.
“저들이 이대로 물러날 것이라고 보십니까?”
“그럼 반항한다는 말인가?”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들은 이미 회주님께 저 항할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 천만에요.”
이현수가 고개를 젓는다.
“자신의 손에 든 것을 내놓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야 힘이 부족함을 알고 물러서겠 죠. 공포에 질렸을 테니까요. 하지만 공포라는 건 결국 시간이 지나면 희 석되기 마련입니다. 조금만 여유를 주면 공포가 아니라 이득이 머리에 남겠죠.”
“……저런 꼴을 당하고도? 옆에서 동료가 죽어 나가는 걸 지켜보고도 말인가?”
낮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이현수가 머리를 긁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말씀을 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한 번씩 보면 마스터께서 어떻게 원탁을 이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아니죠. 이건 어떻게 보면 마 스터가 대단한 걸지도 모르겠습니 다.”
“으음,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마스터는 사람을 너무 모릅니 다.”
단호한 목소리였다.
벙찐 듯한 얼굴로 마스터가 이현 수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애초에 사람이라는 건 본인을 기
준으로 다른 이들을 평가하고 예측 합니다. 그렇기에 돼지 눈에는 돼지 만 보인다는 말이 나온 거죠. 마스 터는 그런 유혹에 흔들린 적이 없을 겁니다. 다른 사람도 적어도 당신의 반 정도는 이성적일 거라고 생각하 시겠죠. 하지만 실제로 인간은 그리 이성적이지도, 깨끗하지도 않습니 다.”
“내가 순진하다는 소린가?”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슬쩍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순진?
내가?
살면서 수많은 말을 들어보았지 만, 순진하다는 말은 맹세코 처음 들어보았다. 애초에 원탁의 마스터 가 순진하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마스터께서는 인간의 욕심을 너 무 과소평가하십니다. 욕심이라는 건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정상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법이죠.”
“이보게, 그들은 나이트네.”
“그리고 인간이죠.”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면 지켜보시죠. 저 들은 절대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겁
니다.”
“회주님을 노리기라도 한다는 건 가?”
“……최소한의 뇌라는 게 있다면 그런 병신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도 회주님의 힘을 직접 느꼈을 테니까요.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처 음 보고 울어버린 아이도, 시간이 지나면 호랑이를 봤다는 사실을 자 랑스레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호 랑이와 싸울 생각은 하지 않는 법이 죠.”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상한 말이기도 했다.
저들이 반항하려면 강진호를 상대 해야 한다. 애초에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은 강진호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하면?”
“방법은 많습니다. 오히려 넘쳐 날 정도죠. 각국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나이트들인 만큼 바깥세계에서 외교적인 압박을 가해올 수도 있고, 명령을 거부하고 각국으로 돌아가 칩거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이현수가 빙그레 웃는다.
“원탁에서 탈퇴하는 거죠.”
“그건 불가능하네. 그들은 나이트 야. 나이트라는 직위는 원탁에서 내 려주는 걸세.”
“마스터, 모든 사람들이 마스터처 럼 원탁을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습 니다. 저들은 이미 각국을 장악한 이들입니다. 그들이 나이트라는 이 름에 집착하는 건 원탁의 나이트가 될 시에 받는 혜택이 크기 때문입니 다. 떨어지는 먹이가 없다면 굳이 나이트라는 자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법이죠.”
바짝 말라 버린 입술을 혀로 문
지른다. 마스터는 지금 기이한 기분 을 느끼고 있었다.
저 사내와 말을 하다 보면 자신 이 바보가 된 것 같다.
자랑할 생각은 없지만, 그는 현명 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단 한 번도 누군가보다 지식이 부족하 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사내는 뭐랄까…….
‘ 어둡군.’
그래, 지독하게 어둡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스터는 아직 들여 다보지 못한 깊은 곳까지 속속들이
보고 온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신사적이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 정도로만 나와주면 고맙겠지 만… 글쎄요. 아마 그 이상일 겁니 다.”
“그럼 어쩔 셈인가?”
“낚싯바늘은 던져 놨습니다. 미끼 도 적절하게 걸었구요. 그럼 이제 기다리면 됩니다. 미끼를 물 순간 을.”
“허……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시작이란 말인가.
마스터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위긴스가 마스터의 시선을 받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얼굴로 보지 마십시오.”
“자네 제자라고 하지 않았나?”
“그때까지는 좀 순진한 맛이 있었 습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저리되는 걸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위긴스가 처음 만났을 때의 이현수는 경험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건 이현수가 모자라다는 뜻이 아 니다. 총회처럼 단일 세력을 움직여
타국을 상대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을 뿐이다.
위긴스의 지식까지 남김없이 빨아 들인 이현수는 이제 능수능란하게 한국에서 사용하던 방법들을 다른 곳에도 적용해 나갔다.
‘이런 쪽으로는 정말 괴물 같은 놈이지.’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고, 반항할 방법도 주지 않고 두들겨 패는 것.
슬쩍 틈을 보여주고 달아나려 하 면 더 깊은 구덩이로 처박는 것.
그런 분야에서는 이현수를 따라올 이가 없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걱정 마십시오, 마스터.”
이현수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는 씨익 웃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곧 온 전한 원탁을 마스터께 바치겠습니 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현수가 싱긋 옷으며 담배에 불 을 붙이려 하자, 마스터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여기 금연일세.”
이현수의 눈이 슬쩍 옆으로 돌아 간다.
어? 회주님은 피우시는데?
“내려놓게.”
“……네.”
마스터의 소소한 복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