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06)
마존현세강림기-1107화(1105/2125)
마존현세강림기 45권 (13화)
3장 겁박하다 (3)
“나이트.”
나이트 벨링거는 귀를 파고드는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그의 앞에 여러 나이트들이 모여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재미난 일이다.
나이트란 각국을 대표하는 존재들 이다. 그만큼 뛰어나고 위대하다. 하 지만 지금 그의 말을 기다리는 이들 의 모습에서는 그 뛰어남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 으려니, 경멸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어쩔 수 없겠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유치원생이 보는 중학생은 어른이 지만, 어른이 보는 중학생은 아이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의 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을 맡겨야 한다.
하지만 나이트들은 지금까지 자신 들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들이 워낙 뛰어난 인재들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원탁이라는 거 대한 힘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 다.
각국의 가장 우수한 인재가 원탁 을 등에 업고 활동한다. 그 상황에 서 어려움을 겪을 일이 뭐가 있겠는 가.
다시 말하자면, 강진호는 나이트 들의 앞에 둥장한 최초이자 최악의
장애물이다. 그러니 이들이 울 것 같은 아이의 얼굴을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머리로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분노가 치밀 어 오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이대로라면 저희는 모든 것을 빼 앗기게 됩니다.”
아니지.
말은 바로 해야지.
이미 뺏겼다.
원탁의 회의까지 소집해 놓고는 마스터를 추궁하지 못하고 물러선 순간, 그들은 모든 권리와 자격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그저 마스터가 제안하는 의견을 받아들이는 거수기 의 역할밖에는 할 수 없다.
조국 내에서는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뿐.
그렇다면 원탁이라는 이름하에 머 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의미가 없다.
“차라리 이럴 거면……
“거기까지.”
나이트 벨링거가 손을 들어 나이 트들의 입을 막았다.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건 마스터 요.”
정확하게는 강진호지.
하지만 나이트 벨링거는 굳이 그 말을 해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강진호를 상대한다는 말을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마스터를 상대한다고 인식하게 하는 쪽이 나으니까.
“마스터는 지금 사냥을 하는 거 요. 덫을 깔아놓고 몰아가지. 우리가 반발하려 무력행사에 나선다면, 가 장 좋아할 사람이 마스터일 것이오. 눈치 보지 않고 자신도 무력을 쓸 수 있으니까.”
“마스터 혼자서 저희를 어떻게 감 당한단 말입니까?”
“마스터는 혼자가 아니지. 총회가 있으니까.”
“으..”
총회. 그래, 총회와 강진호다.
‘처음 그 동맹부터 막았어야 했 어.’
반란에 휘말리고 엘더 나이트를 잃었다. 원탁의 전력이 급전직하했 다.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 른 곳과 동맹을 맺는 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리 생각했다.
‘그때부터 이걸 생각하고 있었다 는 건가?’
이가 절로 맞물린다.
그들이 마스터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을 때, 마스터는 그들을 집어삼킬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실감하자, 적대감이 마구 샘 솟는다.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빌어먹을.”
나이트 벨링거의 입에서 처음으로 상소리가 홀러나왔다.
“생각을 하시오, 생각을! 어미 새 찾는 아기 새처럼 주둥아리를 처 벌 려 뭔가를 집어넣어 주길 기다리지 말고! 그대들도 마스터가 아니오!”
나이트 벨링거의 거친 욕설에 다 들 입을 다물었다.
나이트 벨링가가 손을 들어 얼굴 을 감싼다.
‘제길.’
흥분했다.
결코 이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 침착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나이트 벨링거. 저희가 과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사과드 립니다.”
나이트 벨링거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다들 코너에 몰려 있다.
마스터와 강진호는 너무도 강대한 적이다. 그 강대한 적이 시커먼 아 가리를 벌린 채 그들을 집어삼키려 고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 가 침착할 수 있겠는가.
“잊지 마십시오.”
그러니 일단은 모두를 다잡을 필 요가 있다.
“우리는 나이트입니다.”
이 말이 지금 이들에게 얼마만 한 의미가 될 수 있을지는 나이트
벨링거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그 말뿐이었다.
“흔들리지 마십시오. 자부심을 잊 지 마십시오. 그리고 책임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의 욕심을 채우자고 하는 짓이 아닙니다. 원탁을 바로 세우기 위함입니다. 마스터의 전횡 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잖습니까.”
“그렇습니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나이트 벨링거가 표정을 감추었 다.
속내야 어떻든 간에 말은 이렇게 해야 한다.
“기탄없이 의견을 내보십시다. 좋 은 생각 있으신 분 없습니까?”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 다. 금세 나이트 크라머르가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이트 크라머르, 좋은 의견이 있으십니까?”
“나이트 벨링거, 이런 말씀을 드 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일 의 핵심이 강진호 회주라고 생각합 니다.”
“……그렇지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그들이 손도 발도 움직일 수 없는 이유가 강진호였다. 마스터 는 별문제가 아니다. 나이트들이 연 합하여 움직인다면, 마스터 정도는 언제든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강진호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파격성.’
강진호가 그저 강하기만 했다면 이리 고민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강진호가 정말 곤란한 이유는…… 체면도, 예의도 따지지 않는 그 과 감함에 있었다.
강진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서 나이트들을
겁박해야 한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를 데려다 놓는다 해 도 원탁에서 나이트의 목을 쳐버린 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강진호는 속박할 수 없는 자다.
회주라는 자리에 올라 있는 이에 게 요구되는 것들은 강진호를 전혀 옭아매지 못했다. 한없이 자유롭다. 그렇기에 무슨 일을 벌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 강진호 회주를 옭아매지 않는 다면, 저희에게 승산은 없습니다.”
누가 그걸 모르나?
그 방법이 없으니 이러고 있는 것 아닌가.
강진호는 엘더 나이트를 단신으로 몰살시킨 자다. 나이트들이 전부 몰 려간다고 해도 단 한 사람조차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기사단을 다 집결시킬 수도 없다. 영국이 절대 그걸 좌시하지 않을 테 니까.
게다가 집결이 가능하다고 해도, 기사단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강진호 를 막아낼 수 있을까?
그건 도박일 뿐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나이트 벨링거, 생각을 달리해 보시지요.”
“무슨 뜻이오?”
나이트 크라머르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강진호를 해결한다는 건, 꼭 강 진호를 죽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 니다. 그저 그가 원탁에서 손을 떼 게 만들면 됩니다. 어차피 그는 동 맹이 아닙니까?”
“……그렇지요.”
“동맹이라는 건 결국 이득을 좇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에게 더 큰 이 득을 줄 수 있거나, 강진호가 생각
하기에 마스터와 손을 잡는 게 이득 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물러나겠지 요.”
맞는 말이다.
그 강진호가 원탁에 대단한 애정 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다. 그저 원 탁과 동맹을 맺고 마스터를 지원하 는 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니까 원탁 에 관여하는 것이다.
이득이 없다면 굳이 이 먼 유럽 에서까지 움직이려 들지 않을 것이 다.
“하면 어쩌자는 것이오?”
“저희가 그자에게 줄 이득이 있겠
습니까?”
“ 없소.”
나이트 벨링거가 단호하게 말했 다.
이득이야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들이 줄 수 있는 이득은 마스터도 줄 수 있다. 그러니 굳이 배를 바꿔 탈 필요가 없다. 그 이상을 주기 위 해서는 마스터에게 권한을 내주는 것 이상의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 건 주객전도다.
“그렇습니다. 저도 없다고 생각합 니다. 그럼 방향은 정해진 것 아니 겠습니까? 강진호가 원탁에 손을 대
는 게 손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말 그대로입니다.”
나이트 크라머르가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원래라면 여유를 보여야 할 상황이지만, 지금 그에게 여유까지 부리라는 건 너무 과도한 요구였다.
“총회가 원탁과 동맹을 맺은 순간 부터, 강진호에 대한 개인적인 조사 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엘더 나이트를 몰살시킨 이에 대 한 조사를 하지 않는 건 직무 유기
지요.”
순간, 몇몇 나이트들의 얼굴이 붉 어졌다.
‘다들 너무 원탁의 방식에 젖어 있었어.’
필요하다면 원탁에서 지시가 내려 올 것이다. 그러니 지시가 없는 이 상 굳이 개인적으로 조사를 할 필요 가 없다.
아마도 다들 그런 생각이었을 것 이다. 나이트 벨링거도 그리 다르지 않았으니까.
“여튼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진호는 주변인들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무슨 뜻이오?”
“기본적으로 그는 자신의 주변인 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총회 조차 부차적인 요소로 생각하는 모 양이더군요.”
“그래서?”
“집착한다는 건 소중하다는 것. 이곳에서 얻는 이득보다 오히려 더 중요히 여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 까?”
나이트 벨링거의 얼굴이 일그러졌 다.
“ 설마?”
“네, 그겁니다.”
“이보시오, 나이트 크라머르.”
나이트 벨링거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저들이 정도에서 벗어났다고 해 서 우리가 같은 짓을 하자는 말이 오? 가족을 노린다거나, 그런 짓을 하고도 스스로 나이트라 자부할 수 있겠소?”
“오해십니다.”
“……오해라니?”
나이트 크라머르가 고개를 내저었 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강진호의 가족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그 순간, 강진호와 우리 사이에 전 쟁이 시작될 겁니다. 항복도 인정되 지 않고, 휴전도 없는 전쟁,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전쟁이 말입니다.” 오싹한 말이었다.
그 강진호와 한쪽이 파멸하기 전 에는 끝나지 않는 전쟁을 한다?
그런 상황만은 절대 겪고 싶지 않다.
“다른 나이트들께서도 반드시 명 심해 주십시오. 강진호의 가족은 절 대 건드리지 않습니다.”
“으음, 그럼 어쩌자는 거요?”
“가족이 아니라 다른 이를 건드리 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나이트 크라머르가 단호하게 말했 다.
“강진호가 원탁에서 얻어낼 이득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 그런 이를 잡아낼 수 있 다면 강진호가 물러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나이트 벨링거가 얼굴을 굳혔다.
“하나 그건……
“예, 위험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이트 크라
머르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몰려 있습니 다. 위험한 다리를 건너지 않고는 해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나이트 벨 링거, 결단을!”
나이트 벨링거가 눈을 질끈 감았 다.
나이트 크라머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제는 위험한 다리를 건너 지 않고 좋게 해결할 방법 따위는 없다.
“계획을 짜보시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하나……
벨링거가 씹어뱉듯 말했다.
“한 번 시작했다면, 확실하게 해 야 하오.”
“명심하겠습니다.”
나이트 벨링거가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끝까지 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