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08)
마존현세강림기-1109화(1107/2125)
마존현세강림기 45권 (15화)
3장 겁박하다 (5)
“워워, 진정하시지요.”
이현수가 양손을 들어 올리고는 너스레를 떨었다.
“반항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호오?”
예상 밖의 반응이라는 듯이 나이 트 크라머르가 콧소리를 냈다.
“덤비지 않는 건가?”
“ 제가요?”
에이, 뭔 말도 안 되는 말씀을.
“그럴 생각 없습니다만.”
“흠, 상황 파악이 안 된 건가? 나 는 지금 자네를 잡으러 왔네.”
“그야 뭐,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설마 농담 따먹기나 하자고 여기까 지 오시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나이트 크라머르가 눈을 찌푸렸 다.
확실히 이놈은 좀 이상하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무인이란 기본적으로 명예를 목숨처
럼 여기는 족속들이다. 타인의 힘에 억눌린다는 건 무인에게 있어서 가 장 큰 치욕이나 다름없다.
강진호에게 굴복한 그들이 얼마만 큼 큰 굴욕감을 느꼈는지를 감안한 다면, 지금 이놈도 분노로 떨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이현수에게서 분노는 조금 도 보이지 않았다.
“장난으로 아는 건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뭐……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 심각할 필요도 없을 것 같 군요.”
“내가 당장 네 목을 꺾어버릴 수 도 있는데? 내가 자네를 죽이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1초 이상은 걸리지 않겠죠. 하지 만……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명예를 아시는 나이트께서 설마 일반인을 죽이기야 하시겠습니까?”
“……일반인?”
“네, 일반인.”
“아무리 봐도 자네는 일반인 같지 는 않은데?”
“그건 기준에 따라 다른 법이죠. 이렇게 묻죠. 무학을 처음 익힌 다
섯 살짜리 꼬마와 이종격투기 헤비 급 챔피언 중 누구와 싸우는 게 더 불명예입니까?”
뭐라는 거야?
나이트 크라머르의 눈이 황당함으 로 물들었다.
“말씀하시는 무인과 일반인의 경 계라는 게 그리 간단하게 결정 나는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 니다. 사실 그건 정확하게 말하자면, 약자를 괴롭히지 말라 아닙니까.”
“그렇겠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당신께
나는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약자죠. 저를 힘으로 겁박한다면 일반인을 괴롭히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허.”
나이트 크라머르가 피식 웃고 말 았다.
“입은 살았군.”
“또 이러면 어떨까요?”
이현수가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 다.
“반항하지 않습니다.”
“잡아가시든 포대에 넣어 가시든 마음대로 하시지요. 원탁을 빠져나
가는 그 순간까지 숨소리도 내지 않 겠습니다. 절대 저항하지 않죠. 설마 무저항인 자를 겁박하시진 않겠죠?”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이놈은 제정신이 아니다.
당황한 것은 나이트 크라머르만이 아니었다. 미첼 역시 황당하다는 눈 으로 이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당신을 죽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시는 건가요?”
“빤한 소리를 하시네요. 죽일 거 라면 이런 귀찮은 과정을 거칠 필요 가 없죠. 그냥 집무실에서 죽여 버 리면 끝 아닙니까? 나를 죽이는 건
당신에게도 간단한 일이니까.”
“어차피 죽이든 납치하든 원탁 안 의 모든 CCTV를 무력화하지 못했 다면 당신이 여기서 달아나야 하는 건 같은데, 굳이 이런 귀찮은 방법 을 써서 날 죽일 필요가 없죠. 당신 들의 목적은 저를 생포하는 거 아닙 니까?”
미첼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 덕였다.
사실이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이현수를 생 포하는 것이다. 지금 이현수를 죽이
는 건 그냥 전쟁을 하자는 말과 다 를 게 없었다. 그건 나이트들이 절 대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였다.
물론 조그만 생각을 해보면 누구 나 알 수 있는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평소에 할 수 있는 추론을 이런 상황에 아무런 흔들림 없이 해낸다 는 게 대단한 거다. 나이트 크라머 르는 이현수의 입장에서는 절대의 강자.
그와 지근거리에서 조우한다는 걸 평범한 이들의 상황으로 비교하면, 평소에 원한이 있는 자가 기관총을
겨누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냉정하게 상 대방의 움직임과 자신의 대처를 확 정한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
원탁에서 수많은 이들을 봐온 미 첼조차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보다 왜 마스터를 배신하시는 겁니까?”
되레 질문까지?
이제는 화를 낼 기분도 들지 않 는다.
“딱히 배신했다고 생각하지는 않 아요. 제가 마스터의 비서이기는 하
지만, 제가 지키는 것은 마스터가 아니라 원탁이니까요. 원탁이 잘못 된 방향으로 간다면 옳게 바꾸는 게 원탁에 소속된 이가 해야 할 일 아 니겠어요?”
“그건 그렇죠. 하지만 잘못된 방 향?”
“옆에서 보면 알게 되죠. 어느 순 간부터 마스터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요. 당신들이 결정을 내리고 마 스터는 그저 따를 뿐이죠. 저는 원 탁이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흐음, 확실히 그렇겠네요. 인정합
니다.”
미첼이 본다면 그럴 수 있다.
마스터의 비서라고 해서 너무 믿 은 것이 실수였다.
마스터가 원탁을 장악했다는 것이 원탁에 소속된 이의 절대적인 충성 을 얻어냈다는 뜻은 아니다. 이곳은 총회가 아니라 원탁이니까. 그가 지 금 하는 것은 권력을 바탕으로 상대 를 굴종시키는 일이었다.
‘꼭 나이트만 튀는 건 아니었을 텐데 말이지.’
나이트라는 존재감에 눈을 빼앗겼 다. 평소라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실수였다. 놓쳤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으니까. 하지만 백 번 그 냥 넘어갈 수 있는 실수도 한 번 문제가 되면 커지기 마련이다.
“희한한 놈이군.”
나이트 크라머르가 피식 웃었다.
“꽤나 사내답다는 건 인정해 주 지. 하지만 너는 곧 후회하게 될 거 다. 네 목숨은 살려둘 수 있지. 하 지만 그게 네놈을 그저 내버려 둔다 는 말은 아니다.”
우드득.
나이트 크라머르가 주먹을 움켜쥐 었다.
“알고 있는 것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뱉어내게 해주지.”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이해를 못하는 건 그쪽 같은데 요.”
“뭐?”
“말합니다.”
나이트 크라머르의 눈이 살짝 커 졌다.
“굳이 힘을 뺄 필요 없습니다. 물 어보는 건 모두 대답할 테니까요. 말씀만 하시죠. 총회가 어떤 곳인지, 우리가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강진 호 씨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마스터의 약점 은 무엇인지.”
“그저 사실에 멈추지 않고, 개인 적인의견과 컨설팅까지 포함해서 무엇이든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원 하신다면 저희 집 옷장에 제 팬티가 몇 장 있는지까지 대답을 해드리죠. 다만, 개인적인 흑역사에 대한 질문 은 사양하겠습니다. 제가 갈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도 이 불이 있다면 걷어차고 싶지는 않으 니까요.”
“……미친놈.”
“아, 네. 물리적인 폭행이 없다면 모욕이나 정신적인 괴롭힘은 적당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 의 조건은 당신들이 제 몸을 혹사시 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뤄집니 다. 어설프게 제게 폭행을 가하는 순간, 저는 목이 떨어져도 입을 열 지 않을 겁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 리지만, 저는 제가 한 말은 꼭 지킵 니다.”
물론 이건 거짓말이지.
니들이 알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이현수가 눈에 힘을 줬다. 어쨌든 이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리도록 만들
어야 한다.
솔직히 지금 좀 위기니까.
“이해할 수가 없군.”
나이트 크라머르는 조금 질린 얼 굴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자네를 잡은 것이 함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군.”
“아, 그건 오해입니다. 대충 노려 질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원탁 안에서 납치를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넓은 곳이다 보니 마스터의 손이 미 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감안했어야
하는데……. 하기야 그걸 다 알 수 있으면 사람이 아니겠죠. 그리고 일 단 저는 기본적으로 제 목숨을 걸지 는 않습니다. 그건 도박일 분이죠.”
“그럼 뭐지?”
나이트 크라머르가 이현수에게 다 가가 그의 목을 움켜잡아 벽으로 들 이 받았다.
쿵!
뒷머리가 벽에 부딪친 이현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걸로 다음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 하?”
나이트 크라머르가 이현수의 아래 턱을 잡아 조이며 물었다.
“너에게는 충성심이라는 게 없나? 이렇게 손쉽게 아군을 배신해도 되 는 건가? 인간적인 경멸까지 생길 정도군.”
“……멍청한 소리를 태연하게 지 껄이시네요.”
“ 뭐?”
“듣고 싶으면 이 손 놓으시죠.”
이현수의 눈이 칼날 같은 살기를 머금고 나이트 크라머르를 노려보았 다.
그 기세에 살짝 눌린 나이트 크
라머르가 이현수의 턱을 잡은 손을 놓았다. 이현수가 옷매무새를 가다 듬고는 입을 열었다.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나는 지금 배신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 다. 완벽하게 충성하고 있는 거죠.”
“……무슨 개소리냐?”
“총회와 회주님이 이런 상황에서 제게 뭘 바랄 것 같습니까?”
이현수가 으르렁대듯 소리쳤다.
“마지막까지 입을 다물고 충성하 며 죽는 것? 옛날이야기 속의 충신 들이 그러는 것처럼 적과는 말도 섞 지 않겠다며 호통을 치다가 목이 날
아가는 것? 천만에!”
이현수가 이를 갈았다.
“내가 해야 할 것은 상처 하나 없 이 돌아가는 겁니다. 필요하다면 거 름을 씹고, 오줌을 마셔서라도 반드 시 멀쩡한 상태로 돌아간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 합니 다. 할 수 있다면 회주를 팔아넘겨 서라도!”
이현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
“나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갑니다. 그게 진짜 충성이니까.”
“그러니 나를 이용하시죠. 저는 좋은 정보처가 될 테니까요. 아, 제 공하는 음식이 좋고, 대우가 올라갈 수록 제가 제공하는 정보의 질도 올 라갈 겁니다. 원탁에 와보니 대접받 는 것만큼 좋은 게 없더라구요. 그 럼 너무 지체한 것 같은데, 이만 가 실까요? 시간을 더 끌면 누군가 알 아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
가만히 이현수를 노려보던 나이트 크라머르가 순간적으로 이현수의 목 을 잡고 조였다.
“끅 ”
경동맥을 조인지 몇 초 만에 이 현수의 의식이 날아갔다.
털썩.
기절해 바닥에 쓰러진 이현수를 보며 나이트 크라머르가 혀를 내둘 렀다.
“뭐, 이런 인간이……
평범한 놈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 다. 그 위긴스를 한발 물러서게 만 드는 남자니까. 마스터의 뒷자리에 서 그를 보좌하여 의견을 말하던 게 위긴스가 아니라 이 사내라는 것만 으로 이 사내의 대단함은 증명된 거 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건 대단함의 종류가 너 무 다르지 않은가.
“총회 놈들은 다들 이런가?” 팔뚝에 소름이 돋아나 있다.
이현수는 강하지 않다.
나이트 크라머르가 마음만 먹는다 면, 그의 목을 분질러 버리는 건 일 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나이트 크라머르는 손가락 하나로 죽일 수 있는 상대에 게 공포를 느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섬뜩함이 밀려왔지만, 이미 내친
걸음이다. 여기서 되돌릴 수는 없다. 여기서 멈추는 건 시작하지 않은 것 만 못하다.
“원탁을 빠져나간다.”
“예, 나이트 크라머르.”
미첼이 준비된 커다란 가방에 이 현수를 구겨 넣는 모습을 보며, 나 이트 크라머르가 무거운 한숨을 내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