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1)
마존현세강림기-111화(111/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11화)
3장 – 치료하다 (1)
원장 수녀님의 육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간 질 발작이라도 일으키는게 아닌가 착각할 만큼 커다란 들썩임이었다.
강진호의 손은 원장 수녀님의 배 에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가만히 들썩이는 원장 수녀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강진호지만, 그의 속은 초조하기 이를데 없었다.
‘위험하다.’
원장 수녀님의 내부는 독기로가 득했다.
의학적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판 단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학적인 관점으로 볼 때는 살아 있는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흥분하지 마.’
강진호는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하아아아……
수혈을 짚어 깊은 잠에 빠진 상태 일텐데도 원장님의 입에서 깊은 한 숨이 새어 나왔다.
‘생각보다 더하군.’
쉬울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수녀님의 육체를 들여다보자 정신이 아연해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의학과 무학에 동시에 통달한 약 선급의 무인이 오지 않는다면 손을 댈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약선도 없고, 그를
대신해서 원장님을 치료해 줄 사람도 없다.
‘약선이 온다고 해도 현대의학마 저 포기한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까?’
증명할 수 없는 명제였다.
그리고 지금은 없는 사람을 찾을 때가 아니다. 강진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고, 강진호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강진호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경지가 조금 더 높았어야 해.’
현대에서는 무학이 그리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본래의 무위를 되찾
는 일을게을리했다는 것이 새삼 후 회가 된다. 큰 차이야 있겠냐마는 그래도 지금보다야 나았을 것이 분 명하다.
그러한 잡생각이 나는 것을 두려 움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치료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 움.
본인의 무력함을 느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강진호의 인생은 언제나 두려움과의 싸움이었다. 익숙하지만 익숙해 지지 않는 두려움을 물리치며 강진호는 원장님의 배에 손을가져다 댔
다.
손끝이 시큰시큰하다.
나쁜 기를 감지한 육체가 어서 손을 떼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를 질끈 깨물고 천천히 기를 홀려 넣었다.
다시금 원장님의 육체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기 와 내부의 독기가 충돌하면서 커다 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견뎌주세요.’
그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원장님의 싸움이기도 하다.
강진호는 눈앞의 모습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는 기운에 집중 했다.
그가 홀려 넣은 기운이 뭉쳐 있는 거대한 독기에 접근한다.
중앙에 꽉 뭉쳐 있는 음울한 독기 와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독기 들이 느껴진다. 전이가 되었다고 하 더니,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주변부터……
중앙에 뭉쳐져 있는 독기는 강진호가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화가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원장님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암을 제거하기 위해 피시술자의 목숨을
빼앗는 멍청한 짓거리다.
그가 집중한 것은 중앙에 뭉쳐 있는 독기가 아니라 주변에 퍼져 있는 독기였다. 현대의학으로 저 독기들을 하나하나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 능하겠지만, 강진호는가능하다.
손에서 뻗어 나간 기운이 기경팔 맥을 타고 중앙으로 몰려간다.
투둑, 투둑.
강진호에 귀에 길이 뚫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침내 중앙으로 접근한 기운을 조심스럽게 컨 트롤해 주변에 퍼져 있는 독기들을 하나하나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물리적으로 본다면 직경 0.01㎜도 되지 않을 만큼 작은 독기들이다. 하지만 그 하나의 독기를 제거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우선 육 체의 안에서는 기운들이 빠져나갈 곳이 없다.
육체는 거대한 기운의 항아리와 같다. 밀어낸다면 독기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뿐이다. 강진호는 미세한 독기 하나하나를 찾아서 화기를 통 해 태워 버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중화는 할 수도 없고, 할 줄도 몰 랐다.
‘신중하자.’
화기를 운용하는 부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화기는 독기를 태우기도 하지만, 육체를 태우기도 한다. 육체가 손상되는 범위를 최대한 줄 여야 반동으로 몸이 약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주르륵.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턱을 타 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런 미세한 기의 운용은 절정에 올라야만 시도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전 생에서 화경에 올랐던 경험 이 없었다면 강진호도 시도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막혀 있는 것을 뚫는 것으로 효과를 볼 수 있던 황정후의 경우와는 달랐다.
강진호의 기는 현대의학의 내시 경이나 카테터가 들어갈 수 없는 곳 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뇌출혈이나 뇌경색에 관련된 질병에는 강하지만, 개복이가능한 시술에 서는 별다른 장점을 보일 수 없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극한에 다른 기의 운용과 집중력뿐이다.
‘서두르지 마라.’
기를 계속해서 운용한다는 것은
극도의 체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서 둘러서는 안 된다. 단 한번의 성급 함이 천추의 한을 부를지도 몰랐다.
강진호는 조심스럽게 기로 독기를 감싸고 화기를 불어넣었다.
치이이익.
화기가 독기가 있는 부위 자체를 태워 없앤다. 독기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 자체를 소멸시키는 방법이었다. 경지가 조금 더 높았다 면 독기만을 제거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 이었다.
강진호는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
하게 독기를 하나하나 제거해 나갔다.
무수하게 퍼져 있는 독기들이다 보니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진도가 전혀 나가 지 않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서두르지 않았다.
‘목숨이 걸린 일이야.’
그의 몸이라면 좀 더 과격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극도로 약해져있는 원장 수녀님의 몸은 여파를 버티지 못 할 것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일일이 하나하나 퍼져 있는 작은 독기들을 모조리 찾아내, 하나하나 일일이 제거한다.
현대의학으로도가능한 방법이지 만, 개복 수술 시 환자의 육체가 부 담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리고의사의 집중 력과 체력도 버텨내지 못한다.
시술이 끝나고 다시 배를 열고 닫 지 않아도 되는 강진호이기에 시도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집중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을 날려
버린다. 지금은 그저 눈앞에 있는 독기들을 제거하는 것에 모든 정신을 쏟아야 할 시점이었다. 강진호는 무아지경에 빠져 퍼져 있는 독기들을 제거하는 것에만 몰입했다.
찾아내 제거하고, 다시 찾아내 제 거하고.
거창하지 않은 일이다. 그저 단순 한 반복. 하지만 극도의 집중력과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나 홀렀을까.
뚜욱.
얼굴 전체가 세수라도 한 것처럼 땀으로 젖어들었다. 땀이 홀러 방울
방울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 로 덜 잠긴 수도꼭지처럼 주룩주룩 홀러내리고 있었다.
“크윽.”
강진호가 기운을 회수했다. 기운의 회수를 마친 강진호가 원장 수녀 님의 배에서 손을 떼고 그녀의 옷을 덮어주었다.
뒤로 한 발짝 물러선다.
일단은 끝이 났다는 안도감이 찾 아오기 무섭게 어질함을 느낀 강진호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후우우욱.”
거친 숨소리가 병실로 퍼져 나갔
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 지만, 오늘은 더 이상 무리였다. 단 전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기운의 손실 이상으로 정신력의 손 실이 컸다.
홀러내린 땀은 이미 옷을 다 적셔 놓고 있었다.
완전히 탈진해서 그 자리에 드러 누워 버리고 싶은 충동이 강진호의 몸을 지배했다. 손이 벌벌 떨려오는 것을 보니, 그저 기분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후우, 후우……
심호흡을 통해 호흡을 안정시킨 강진호가 얼굴로 홀러내린 땀들을 소매로 홈치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 켜 세웠다.
‘단시간에 끝날 일이 아니야.’
상부의 독기는 거의 제거했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독기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된다!’
강진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효과가 있 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모든 독기를 강진호가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 능하겠지만, 위가 아니라 다른 부분
으로 전이된 암세포들만 제거해 낼 수 있다면 남은 것은 현대의학이 해결해 줄 것이다.
퍼져 나간 암세포를 태워 없앨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이것은 시 간과의 싸움일 뿐이다.
처음 떠올렸던 난공불락의 이미지가 걷히는 것을 느낀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원장 수녀님의 안색이 조금 창백 해지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들썩이던 기운들도 한결 안정이 됐다. 피로함을 느 낄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삑. 삑. 삑.
그 순간,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 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진호는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문이 열리고 회진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오자은밀히 몸을 숨겼던 강진호가 문이 닫히기 전에 교차하듯 병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기 전, 안에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바이탈이 왜 이렇지? 환자 분?”
일시적으로 상승한 혈압에 당황하
는 간호사를 두고 문이 천천히 닫힌다.
“휴우우.”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온다.
이 세계에 와서 이만큼이나 힘겨 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기력을 소진했다. 강진호는 비척이는 걸음으로 몸을 옮겨 계단으로 향 했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계단에 숨어 든 강진호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서늘한 밤공기가 몸에 닿자 그나 마 정신이 좀 깨는 느낌이었다. 주 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
인다. 폐 속으로 텁텁한 담배 연기가 한번 들어갔다 나오자 머리가 핑도는 느낌이 난다.
적당히 걸터앉을 곳을 찾아 앉은 강진호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담 배 연기를 뿜어냈다.
“안심할 단계는 아냐.”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치료가 끝 난 것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끈기와 노력이다. 휴가를 복귀하기 전까지 최대한 주변의 암세포들을 걷어내고 현대의학의 힘을 빌린다면 충분히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이가 되지 않은 위암이라면 위를 절제해 내는 것으로 치료가가능 할 테니까. 정상인의 체력까지 회복 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남겨진 천수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희망을 찾아낸 강진호의 입가로 자꾸만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밀려왔다.
‘헛된 시간은 아니었어.’
무학을 배우고 살아남았던 시간들 이 지금의 강진호에게 무슨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해보았다. 하지만 그가 배워온 것들이 결
코 이 세상에서도 쓸모없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니 후련한 마음이 든다.
그는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다른 이들에게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분명 그는 치료를 한 입장이고, 치료를 받은 것은 원장님인데, 치료를 통해 그의 마음이 편안해지다니.
‘상생이 라……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생각하던 것들이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튕겨 끈 담배꽁초를 주
머니에 쑤셔 박고는 계단을 내려가 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피곤하고, 또 무척이나 따뜻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