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10)
마존현세강림기-1111화(1109/2125)
마존현세강림기 45권 (17화)
4장 대응하다 (2)
“ 흐음.”
이현수가 인상을 썼다.
“커피가 영……
그런 이현수를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저 미친놈이!”
저놈은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
니었다.
인질로 끌려온 놈이 태연하게 커 피를 요구하는 것까지는 어떻게 이 해해 볼 수 있다. 나이트 벨링거드 될 수 있으면 저자를 건드리지 말라 고 했으니까.
그 정도 편의까지야 어떻게 맞춰 줄 수 있다 치자.
하지만 이 상황에서 커피 맛을 투정하다니.
신경이 고래 심줄로 되어 있지 않고서야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이건 못 먹겠군요. 혹시 콜라 있
습니까?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은 데.”
“여기가 호텔인 줄 아나 보군, 빌 어먹을 놈이.”
“그렇게 비싸게 굴 건 없잖습니 까. 콜라 하나 정도는 있을 것 같은 데.”
앞에서 이현수를 바라보던 이가 한숨을 내쉬더니 냉장고로 가 콜라 캔을 하나 꺼내 왔다. 그러고는 이 현수에게 콜라 캔을 던졌다.
“처 먹어라.”
“감사합니다.”
이현수가 콜라 캔의 위쪽을 통통,
두드린다. 그러고는 마개를 땄다.
치이익!
캔의 뚜껑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이현수가 두말없이 콜라를 쭉 들 이켰다.
“아, 좀 살겠네요.”
“하……
한스 빌헬름이 일그러진 얼굴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도 명예를 아는 자.
인질을 잡고 상대를 겁박하는 것 이 떳떳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 다. 인질로 잡혀온 이에게도 최소한
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도 당연 히 알고 있다.
상황이 몰려 추잡한 짓을 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그는 명예로운 튜튼 기사단의 일원. 포로로 잡은 자를 고문하고 괴롭히는 취미 따위는 없 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좀 다르다.
이건 떳떳하다기보다는 그들을 무 시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동양 놈들이 이리 건방지다는 말 은 들어본 적 없는데……
“쯧쯧,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욕 을 먹고도 인종적인 발언을 하는군
요. 동양인이 어쩌고, 서양인이 어쩌 고 하는 것도 다 멍청한 소리입니 다. 사람마다 다 다른 법이죠. 당신 네 나라에서는 그걸 제대로 가르칠 것 같은데, 아닙니까?”
“그리고 동양인이라는 넓은 카테 고리로 묶지 말고, 이왕이면 한국인 이라 불러주면 좋겠군요.”
“꽤나 건방지군.”
“뭐, 자주 듣던 소리죠.”
빌헬름이 차가운 눈으로 이현수를 노려보았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
나?”
“글쎄요. 확률은 반반 정도?”
“태도와 다른 말이군.”
“아, 태도. 그렇죠, 태도 말이죠.” 이현수가 쓰게 웃었다.
“확실히 반성하게 됩니다. 평소와 딱히 다르게 군 것 같지도 않은데 자꾸 건방지다는 소리가 나오네요. 제 평소 태도가 좀 건방진 편인 것 같다는 걸 새삼 알게 됐습니다.”
“이••••••
이현수가 콜라로 목을 축였다.
‘떠버리가 됐군.’
저들은 그가 매우 태연하게 군다
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실제로 지 금 이현수는 목이 바짝바짝 마를 정 도로 긴장해 있었다. 입만 열면 말 이 길게 나오는 것이 그 증거였다.
‘탈출은 불가능.’
이건 좀 과보호다.
그가 있는 곳은 평범한 호텔 방 이다. 기절한 채로 이동했기에 호텔 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딱히 감금을 위한 대단한 장치가 없다는 건 분명 하다.
하지만 문제는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이다.
기사단의 단원으로 보이는 무인
셋이 그를 감시하고 있다. 그것도 같은 방 안에서.
저 중 하나만 옆에 들러붙어 있 어도 이현수에게 도주가 불가능하 다. 그런데 무려 셋이라니. 저들이 이현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도주는 완전히 불가능 하다는 뜻이다.
첩보 영화처럼 기지를 발휘해 탈 출한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안 타갑게도 탈출한다고 끝이 아니다. 애초에 저들의 기동력은 차보다 뛰
어나고, 감각은 초정밀 센서 수준이 다. 이 방을 탈출한다고 해도 불과 100여 미터를 벗어나기 전에 잡혀 돌아올 것이다.
현실적으로 저들의 손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 하아••••••
낮게 한숨을 쉰 이현수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가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건 그저 침대가 방의 가장 안쪽에 있기 때문이다. 편의를 봐준 게 아니라 감시를 편하게 만들 속셈에 불과하 다.
하지만 저들은 그의 태도가 마음 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 일어서라.”
“ 네네.”
이현수가 양손을 살짝 들어 올린 채 허리를 세웠다. 그러고는 심드렁 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 TV라도 좀 봐도 됩니까?”
“안 된다.”
“아니면 책이라도 주시죠. 휴대폰 은 돌려주지 않을 거 아닙니까.”
“안 된다.”
“……그럼 앞으로 계속 이렇게 남 자 넷이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시간을 때워야 한다는 소립니까?”
“별다르지 않겠군.”
“기절할 노릇이네.”
이현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예전 슈발리에들에게서도 느낀 것 이지만, 이 기사단이라는 놈들은 하 나같이 융통성을 어디다가 팔아먹고 온 놈들 같다.
한국의 나이 든 무인들을 꼰대라 고 불렀던 게 죄송스러울 정도다. 진짜 꼰대는 유럽에 있었다.
“네네, 알겠습니다.”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괜히 심력을 낭
비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명령을 받으면 그 명령을 따른다. 명령이 옳은가 아닌가, 오류는 없는 가 따위를 검증하려 들지 않는다. 애초에 그런 놈들인지, 그게 아니면 철저한 교육으로 그렇게 변해 버렸 는지는 알아낼 도리는 없지만, 어느 쪽이라 해도 다를 건 없다.
‘문제는 복면을 하지 않았다는 건 데……
그를 감시하고 있는 이들은 얼굴 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건 그리 좋 은 징조가 아니다.
인질을 돌려줄 생각이 있는 이들 은 신분의 노출을 막기 위해서 자신 의 얼굴을 감춘다. 하지만 이들은 떳떳하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차피 인질을 돌려줄 때가 되면 정체를 알아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 하거나…….
‘죽여 없애면 그만이라고 생각하 거나.’
그리 좋은 해석은 아니다.
지금 이현수에게는 더더욱.
적당히 대화로 뒤흔들어 보려고도 했지만, 묻지 않은 말이 나오는 것
을 극도로 경계한다. 아마도 이미 언질을 받은 거겠지. 이현수는 말로 사람을 홀리니 그와 대화하지 말라 든가.
‘지겹군.’
차라리 결론이 빨리 났으면 좋을 텐데.
그때 였다.
“두렵지 않나?”
“ 네?”
“못 들은 건 아닐 텐데?”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감정 없는 기계들은 아닌 모양이 다.
“무섭죠.”
“그런 태도로?”
이현수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는 걸 본 빌헬름이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태도를 유지 할 수 있지?”
“흐 w
이현수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런 상황이니까 태연한 겁니 다.”
“의미를 모르겠군.”
이현수가 손을 뻗었다. 검지와 엄
지를 펴고 다른 손가락을 접어 총 모양을 만들어낸 이현수가 한스 빌 헬름의 머리를 겨눈다.
“당신들은 어차피 날 못 죽이니 까.”
“빵!”
이현수가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살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짓은 다 할 겁니다. 바닥을 개처럼 기면 서 짖으라고 해도 짖죠. 하지만 그 건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한테 해 야 하는 행동이죠. 어차피 당신들은 나를 감시할 뿐이지, 죽일 수 없으
니까. 그럴 권리가 없죠.”
“내가 화가 나서 너를 죽인다면?”
“그럼 당신 주인은 병신이 되는 거지. 제 감정 하나 통제하지 못하 는 사람에게 나를 맡겨서 일을 망친 거니까.”
“이놈••••••
“걱정할 것 없어. 네 목줄을 쥐고 있는 주인이 오면 배를 까뒤집고 헥 헥댈 테니까. 아니면 구두를 핥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는 아니야. 나는 도구에게 고개를 숙일 정도로 미련하지 않거든.”
“홈.”
빌헬름이 살짝 들썩이던 엉덩이를 소파에 다시 붙였다.
‘안 흔들리네.’
그럴 거라 생각했다.
이현수의 입장에서는 이런 놈들이 상대하기 더 어렵다. 감정적으로 동 요하지 않고 원칙을 우직하게 지킨 다. 그러니 이런 놈들더러 그를 감 시하라고 시켰겠지.
“그분께서 허락한다면, 너는 내가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주겠다.”
“뭐, 그러시든가.”
이현수가 살짝 입술을 핥았다.
“하지만 지금 나를 협박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네 주인을 걱정해 야 할 때가 아닌가?”
“그분은 내 걱정을 받을 만큼 하 찮은 분이 아니시다.”
굳은 신뢰다.
하지만 글쎄…….
이현수가 침대에 다시 벌렁 드러 누웠다. 이번에는 빌헬름도 그를 건 드리지 않았다.
‘한 단계는 넘었군.’
아까부터 이현수는 지속적으로 저 들에게 ‘너희가 받은 명령대로라면, 너희는 나를 건드릴 수 없다’라는 말을 심어놓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제 슬슬 그 말을 저들 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논쟁을 했다면 반발했겠지만, 다 른 것에 관심을 가지는 와중에 슬그 머니 파고드는 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에 심어지기 마련이니 까.
‘어느 정도의 안전은 확보했군.’ 그럼 이제는 기다리면 된다.
확률은 여전히 반반.
죽거나, 아니면 살거나.
다만…….
“네 꼴도 우습게 됐군.”
“ 홈?”
이번에는 먼저 도발인가?
“한국에 얌전히 있었다면 편히 살 았을 것을, 겁도 없이 원탁에 발을 들였다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 아닌가. 그러게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지. 그렇게 죽으면 그보다 더 한 개죽음이 없을 텐데?”
“개죽음은 아니죠.”
“음?”
이현수가 드러누운 채 싱긋 웃었 다.
“개죽음이라는 건 의미 없이 죽었 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죽음에 가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하지
만 내가 죽는다면 가치가 없지는 않 을 겁니다.”
“ 어째서?”
이현수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당신들 모두 죽을 테니까.”
“여기에 있는 당신들뿐 아니라 기 사단도, 나이트도, 심지어는 마스터 까지도 죽을지 모르죠. 그만한 이들 을 데리고 죽는데, 개죽음이라기는 좀……
“그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 각하나?”
“사람에게는 말입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는 게 있는 겁니
다.”
“글쎄요, 이게 저한테는 나쁜 일 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한테 나쁜 일이라는 게 당신들에게 좋은 일이 라는 뜻은 아닙니다. 당신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어요. 아마 지금쯤 원탁으로 불려 나간 당신들 의 주인은 지옥을 보고 있을 겁니 다.”
“그게 뭔 소리지?”
“곧 알게 될 겁니다.”
이현수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아버렸다.
‘미쳐 날뛰고 있겠지.’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강진호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그동안 질릴 만 큼 봐왔다. 강진호가 이현수를 자신 의 것으로 인식한다면, 아마 지금 쯤…….
이현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뭐, 그게 나한테 꼭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이성적으로 본다면 결과가 어느 정도 보이기는 하지만, 세상은 이성 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극단에 몰린 인간은 광기에 휩쓸리고, 파멸
의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들어 가는 법이니까.
아마도 하루.
하루 정도 내에 이현수의 운명이 결정 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원탁의 운명도 결정이 나겠지.’
빌헬름이 괴이한 미소를 입가에 품는 이현수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 렸다.
‘미쳤어.’
더는 저자와 말을 섞고 싶지 않 아진 빌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