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21)
마존현세강림기-1122화(1120/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3화)
1장 다가오다 (3)
“자네가 내 상황이라면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궤멸하는 쪽인가, 아니면 자존심을 버리고 개가 되는 대신에 원탁을 지 키겠는가?”
“말하지 않았나. 우리는 벌일세.
그것도 말벌이지. 강진호에게는 위 협이 되지 않겠지만, 그의 주변 사 람에게는 위협적이지. 강진호의 눈 에 우리는 자신의 소중한 딸을 노리 는 말벌처럼 보일 거야.”
그 비유에 나이트 벨링거가 피식 웃고 말았다.
딸 주위를 앵앵대는 말벌이라
원탁이 겨우 그런 정도에 비유될 수 있다는 게 어이없다.
“사육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걸 이해하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테고.”
“그런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어쨌 든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겠지.”
나이트 벨링거는 대답을 하지 않 았다.
마스터의 말이 틀리지 않다. 이해 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이 상황에 대한 불 만이 차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개나 벌과 다른 점이 뭔 지 아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안다는 게지.”
“자신들이 사육되고 있다는 걸.” 마스터의 눈이 가라앉는다.
그 모습에서 나이트 벨링거는 지 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의 편린을 엿 볼 수 있었다.
과거의 마스터는 온화하고 부드러 웠다.
하지만 지금의 마스터에게는 과거 의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기 와 섬뜩함이 느껴진다. 가만히 허공 을 웅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다.
‘정말 많이 변하셨군.’
굳이 과거와 지금 중 하나를 택 하라면, 과거의 마스터 쪽이 좋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더 믿고 따를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지금의 마스터일 수밖에 없다. 온화함은 치세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난세에서는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나는 사육을 거부하지 않네. 필 요하다면 강진호의 발이라도 핥을 수 있지. 내가 그들을 배신하지 않 는 이상, 그리고 내가 적당한 이득 을 제공하는 이상 그들은 우리에게 동력을 줄 것일세. 지금은 아니더라
도 언젠가는 그들을 능가할 수 있도 록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을 말이야.”
“그들 역시 발전합니다.”
“암, 그렇지. 하지만…… 마스터가 빙그레 웃었다.
“강진호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 잖은가?”
그야 그렇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 수명 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으니까.
“나는 강진호를 이기고 싶은 게 아니야. 원탁을 다시 세상의 중심으 로 만들고 싶은 거지. 새로 생겨난 세력이 일시적으로 원탁보다 강했던
적은 수도 없이 많네. 하지만 그들 은 사라졌고, 원탁은 남아 있지. 백 년을 보는 게 아니네. 천 년을 보아 야지. 천 년 뒤에 과연 총회가 남아 있겠는가?”
나이트 벨링거가 고개를 끄덕였 다.
마스터의 말이 맞다.
“천 년의 영화를 위해 잠시의 굴 욕쯤은 접어두세. 원한다면 충직한 개가 되어주어야겠지. 언젠가는 들 개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마스터의 말씀이 옳습니다. 다 만…… 총회에는 강진호만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열심히 해야지. 지금쯤 아마 그들도 치열하게 스스로와 총 회를 발전시키고 있을 테니까. 자네 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 겠습니다.”
“고맙네.”
꽤나 부드러운 대화와는 다르게 마스터의 속내는 깊이 가라앉고 있 었다.
‘치열하게라……
그들이 원탁에 요구한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숨겨진 속내가 있는 법.
‘시작은 간단하게. 그리고 점점 더 어려운 일로.’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지게 만들 생각이겠지.
마스터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후계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 위긴스가 이제는 완벽한 총회의 소 속이 되어 그의 목을 졸라오고 있었 다. 불과 일 년 사이에 벌어진 이 말도 안 되는 급변화가 당황스럽기 도 하지만, 현실은 현실. 인정해야 한다.
위긴스는 최선을 다해 원탁을 집
어삼켜 올 것이다.
그만큼 원탁을 잘 아는 이도 흔 치 않고, 그만큼 원탁의 약점을 이 해하고 있는 이도 흔치 않다. 그런 위긴스가 전력을 다해 온다는 건 확 실히 위협적이다.
어쩌면 강진호 이상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해보게.’ 숙여준다. 얼마든지.
하지만 원탁의 모든 것을 가져가 더라도 원탁의 역사와 영혼만은 빼 앗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은 질 수 없네, 위긴스. 나에 게도 아직 열정이란 게 남아 있으니
까.’
먼 곳에서 치열하게 원탁을 노려 올 위긴스를 생각하며 마스터가 다 시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죽일까?
위긴스는 진지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누구인가.
나이트 위긴스다.
이제는 나이트는 아니기는 하지 만, 그래도 그가 가장 촉망받는 나 이트였다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 다. 나이 지긋한 이들이 올라서는 나이트라는 직위에 ‘촉망받는’이라는 수식어가 기묘하긴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원래 나이트라는 건 나이가 지긋 한 이들이 오르는 자리다. 최소 노 년이라 불릴 정도의 경륜은 있어야 나이트라는 중책을 소화할 수 있다. 중년의 나이에 나이트에 오르면 희 대의 천재라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런 나이트들 중에서도 천재 중
의 천재라 불리던 사람이 바로 위긴 스다.
그런데…….
“아니! 이 간단한 걸 왜 이해를 못하십니까! 더 이상 어떻게 쉽게 설명을 드려야 하는 겁니까! 노량진 1타 강사도 저보다 쉽게 설명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걸 이해 못하신다고 하면, 이건 근본적으로……
“끄으으으.”
위긴스의 몸이 파들파들 떨렸다.
죽이고 싶다.
죽이진 않더라도 저 재수 없는 면상에 죽빵을 처 갈겨 버리고 싶
다.
인생에 있어서 그다지 흔들린 적 이 없던 그의 평정심이 지금 규모 9.0의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과 격하게 뒤흔들리고 있었다.
“사부님?”
“•…”으응?”
“듣고 계십니까?”
당연히 듣고 있지, 인마!
바로 눈앞에서 사람을 그렇게 힐 난하는데, 그걸 안 들을 사람이 어 디 있어!
“그, 그럼.”
“후우.”
이현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이 위긴스의 가슴에 아프게 틀어박힌다.
“이해가 많이 어려우십니까?”
“아,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위긴스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체계가 다르다 보니 말 일세. 전혀 다른 것을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사부님.”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제가 마법을 익힐 때 했던 변명 같군요.”
“그때 사부님께서 제게 뭐라고 하 셨습니까!”
이현수가 신명 나게 입을 털었다.
“체계가 다르다고는 하나,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의 흐름을 따르는 법. 체계가 다르다고 이해하지 못하 는 것은 스스로의 무능함을 인정하 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습니까?”
왜 그랬을까?
왜! 대체 왜!
할 수만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고는 이현수를 갈구던 자 신을 붙들고 이야기하고 싶다.
‘ 인과응보.’
동양의 격언이라지.
이보게, 모든 것은 자네에게 돌아 오네. 그러니 정도껏 하게. 나중에 피 본다네.
물론 그 말을 들었다고 자신이 멈췄을 것 같지는 않지만.
여하튼 덕분에 지금 위긴스는 이 현수에게 피눈물을 흘리도록 털리는 중이었다.
‘쪼잔한 새끼.’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네.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는지 토씨 하나 틀리 지 않는 모양이다. 이현수가 과거
그의 발언을 끄집어낼 때마다 머릿 속에서 자신이 한 말이 그대로 생생 하게 재현된다.
“후,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그냥 다른 분에게 배우시는 게……
“지, 진정하고, 이 실장.”
위긴스가 다급하게 이현수를 말렸 다.
이현수에게 배운다는 건 치욕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현수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건 그 이상으로 고 통스러운 일이 될 게 빤했다.
이현수가 아니면 누구에게 배워야 하는가.
바토르? 장민? 아니면 그 방진 훈?
그것도 아니면 강진호?
아서라.
그가 배움에 있어 가장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은 무조건 강진호다. 하지만 강진호는 좋은 무인일지는 몰라도 절대 좋은 선생은 될 수 없 다는 걸 위긴스는 잘 알고 있다.
–
이걸 왜 이해 못하지?
–
이해가 안 되면 몸으로 굴러 야지.
빤하다.
이미 강진호가 마염들을 쥐 잡듯 이 잡는 꼴을 보지 않았던가. 물론 그 쥐 잡듯이 잡는 수련법이 효율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마염들 이 단기간에 얼마나 강해졌는가를 감안한다면, 그 효율에 있어서는 고 금을 통틀어 제일이라 인정해야 한 다.
하지만 그걸 직접 겪어보고 싶은 가는 별개의 문제다. 이 나이에 바 닥을 굴러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닌 가!
그럼 바토르는?
의외로 바토르는 꽤나 정상적인 선생이다. 그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이론과 실전에 모두 통달해 있고, 제자들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드높은 벽이 나타났을 때, 강진호 는 근성과 노력만 있으면 넘지 못할 벽이 없다고 제자들을 벽에 달라붙 게 만들고 바닥에 칼을 박아 넣는 선생이지만, 바토르는 제자들의 한 계를 감안하여 적당한 수련을 통해 벽을 넘을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키 는 타입이다.
다만, 그럼에도 바토르에게 배울
수 없는 이유?
‘내가 제자가 아니라는 거지.’
바토르가 친절한 건 오로지 ‘제 자’들에게만이다.
위긴스가 바토르에게 무학을 배운 다?
이현수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결 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방진훈은 말할 것도 없다.
이현수가 아니라면 그는 이사가 아닌 이들에게 무학을 배워야 한다.
상상만 해도 공포스럽다.
“내, 내가 다시 한 번 잘해볼게.”
“하아•…”
이현수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얼굴로 위긴스를 바라본다.
“사부님.”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대부분의 일은 근성으로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체계가 다르다고 는 하나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닙니 까! 노력하면!”
이 새끼, 노력이 무슨 만능인 줄 아나.
여하튼 이 총회 놈들은 노력이니 근성이니를 너무 입에 달고 산다.
이게 무슨 소년 만화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그러겠네.”
위긴스가 이를 갈았다.
‘이거만 다 익히고 나면 보자.’
뼈를 갈아버리겠다.
“아, 그리고…… 앞으로 수련을 더 진행하기 위해 해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으옹?”
이현수가 다짜고짜 서류 하나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 이게 뭔가?”
이현수가 빙글빙글 웃는다.
“앞으로 수련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보복하지 않겠 다는 각서입니다.”
“이 정도 안전장치는 있어야 저도 최선을 다해 교육을 할 수 있지 않 겠습니까?”
“서명하시죠.”
가만히 각서를 바라보던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창밖 먼 곳을 바라보았 다.
‘보고 싶습니다, 마스터.’
원탁이 좋았지.
원탁이.
“안 하실 겁니까?”
“하, 하겠네. 하면 될 거 아닌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십니까!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끄으으응.”
치열하긴 치열했다.
하지만 총회의 치열함은 마스터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지금 위긴스의 모습을 본다면, 그 마스터조차도 조금의 위안을 느끼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