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24)
마존현세강림기-1125화(1123/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6화)
2장 쉬어 가다 (1)
“형.”
박유민이 한숨을 내쉬고를 고개를 돌렸다.
«으 99
“무슨 일 있어요?”
“아니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아니야.”
최정우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박 유민을 바라보았다.
‘이 형이 왜 이러지?’
경기는 방금 전에 끝났다.
결과?
결과는 좋다. 어떻게든 승리하기 는 했으니까. 덕분에 팀 창단 이후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 루어냈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 분위기는 결코 이긴 이들의 분위기 가 아니었다.
오늘 박유민의 플레이는 최악이라
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규 시 즌 당시 팀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가 던 그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최 악의 플레이가 연달아 나왔다.
그 중간중간 번뜩이는 플레이가 조금씩 나와 그나마 패배하지 않을 수는 있었지만, 그 사실로 안도하기 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들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던 이유는 대진운이 좋 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승에서 버 티고 있는 상대는 이런 플레이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이들이었다.
이대로라면 결숭은 해보나마나였
다.
최정우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최악의 플레이를 펼치는 이가 다름 아닌 박유민이라는 점이다.
생 신인이라면 그럴 수 있다.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은 그 중압감이 다르니까. 무대울렁증이 있는 사람이면 자기가 뭘 하고 있는 지도 잘 모른다. 게임이 끝나고도 게임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 는 경우도 혼하다.
긴장감이란 그만큼 무서운 법이 다.
하지만 박유민이 아닌가.
박유민은 이보다 더 큰 무대에 혼자 올라서 우승하는 걸 밥 먹듯이 한 사람이다. 그런 박유민이 제 플 레이를 펼치지 못한다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피지컬이 떨어지면 이해 를 하지.’
프로게이머도 결국 운동선수처럼 피지컬의 영향을 받는 직업이다. 나 이가 들면 반응속도가 떨어지고, 예 전 같은 정확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 는다.
그때가 되면 슬슬 경험으로 반응 속도를 커버하거나, 그게 아니면 은
퇴각을 잡아야 하는 법이다.
박유민이 노화로 피지컬이 떨어지 는 상황이면 다들 그러려니 할 것이 다. 하지만 최정우가 보기에 지금 박유민이 겪고 있는 문제는 피지컬 에 관한 게 아니었다.
순간순간 판단력이 너무 흐려지 고,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문 제였다.
다시 뭔가를 물으려 하던 최정우 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말하지 말자.’
이 사람은 박유민이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최진우가 박유민에게 조언을 하는 건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최진우가 슬쩍 고개를 들어 룸미 러를 바라보았다. 앞자리에 탄 감독 님의 얼굴이 더없이 굳어 있다. 원 래 승리한 날에는 숙소로 바로 돌아 가기보다는 회식을 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지체 없이 숙소로 향하고 있 었다.
“도착했다. 내려라.”
“예.”
차가 숙소 앞에 서자 팀원들이 차에서 내려 숙소로 올라갔다.
“유민아.”
“예, 감독님.”
“감독실로 와.”
“예.”
박유민이 장비를 들고 대충 던져 놓고는 감독실로 바로 들어갔다.
꺼진 불을 캬고 냉장고에서 음료 수를 꺼낸 감독, 오진형이 앞쪽을 가리켰다.
“ 앉아.”
“예.”
박유민이 두말없이 자리에 앉았 다.
손에 든 음료를 박유민의 앞에
내려놓은 오진형이 가볍게 웃으며 건너편에 앉았다.
“식겁했다. 그렇지?”
“까딱했으면 질 뻔했다. 위험했 어.”
박유민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저 때문에.”
“아니지, 아니야.”
오진형이 고개를 젓는다.
“물론 오늘 네가 정상적으로 게임 을 못한 건 사실이다. 너도 프로고, 나도 프로 감독이다. 그건 서로 부 정할 수 없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
도 나는 너한테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 왜인 줄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네가 아니었으면 플레이 오프도 못 왔어.”
오진형이 빙그레 웃었다.
“네가 제대로 연습도 안 하고, 게 으름을 부리거나, 상대 선수 분석도 안 하고 오만에 빠져 있거나 하면 나도 지금쯤 널 못 잡아먹어서 안달 이겠지.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니잖 아.”
오진형이 보기에 박유민은 노력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노력하지 않는
이에게 더 노력하라는 조언은 필요 하겠지만, 노력하는 이에게 더 노력 하라는 조언은 학대나 다름없다.
자신의 한계까지 노력하고 있는 이에게 어떻게 더 노력하라는 말을 한단 말인가.
“어차피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 그렇지?”
“예.”
“슬럼프라는 게 그런 거야. 대체 왜 오는지도 모르고, 대체 왜 안 되 는지도 모르지. 게다가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모르는 게 슬럼프 지.”
박유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슬럼프 는 몇 번이나 겪어봤다. 하지만 지 금처럼 깊은 슬럼프에 빠진 적은 처 음이다.
“기분 전환하고 와라.”
“감독님?”
“가서 좀 쉬고 와. 아직 결승까지 일주일이나 남아 있으니까. 이틀 줄 테니까, 가서 환기하고 와.”
“하지만……
“연습에 매달린다고 해서 해결 안 된다는 건 너도 알지?”
박유민이 입을 닫았다.
슬럼프를 해결하는 방법은 연습밖 에 없다. 하지만 그건 장기적인 해 결책이다. 연습에 매달린다고 해서 일주일 안에 슬럼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가서 영화도 보고, 데이트라도 좀 하고…… 기분 전환하고 와. 그 러면 좀 나을 거다. 너도 알잖아, 이럴 때는 게임에서 손을 떼는 것도 필요하다는 거.”
박유민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 다.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기다. 하지만 박유민도 알
고, 감독도 알고 있었다. 결승을 준 비하는 일주일의 시간은 굉장히 중 요하다.
그 일주일 동안 얼마나 호흡을 맞추느냐에 따라 우승하느냐, 아니 면 준우승으로 끝나느냐가 달려 있 다.
그 일주일 중 이틀이라는 시간을 허비한다는 건 치명적이다.
그만한 리스크를 짊어졌음에도 박 유민의 폼이 올라오지 못한다면?
‘결숭에는 못 나가는 거지.’
아마 그가 없는 이틀 동안은 후 보로 있는 곽현태가 연습을 대신하
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돌아온 박유 민의 폼이 곽현태에게 미치지 못한 다면, 결승에는 곽현태가 나간다.
박유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는 성적이 전부다.
게임이란 건 애초에 생산성이 없 는 분야다.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십 원 땡전 한 푼 떨어지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종이 존 재할 수 있는 이유는 경기를 봐주는 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팬의 애정은 결국 성적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프로는 성적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감 독님.”
“너무 섭섭하게 듣지 마라. 이건 너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 다는 걸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겠지.
처음으로 진출한 결승에서 제 플 레이를 못해 패배의 원인이 된다면 어마어마한 비난이 쏟아질 테니까.
박유민은 아직 자신의 입지가 단 단하지 못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 다.
예전부터 그를 좋아해서 지금까지
따라와 준 팬들이야 그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도 응원하고 지지해 주 겠지만, 과거의 그를 모르거나 과거 그를 좋아하지 않던 이들은 그렇지 않다.
되레 박유민이 팀에 들어오면서 다른 쪽에 가야 할 관심까지 끌고 간다는 걸 불만스레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유민이 패배 의 원인이 된다면, 팬덤은 분열하고 대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유민아. 기다릴 것 없으니 까, 바로 쉬러 가면 된다. 이틀 뒤
자정까지 복귀해.”
“예, 감독님.”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 감독이 그에게 하는 지시는 박유민은 내치 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마지막 희망 을 걸어보는 것에 가깝다.
알고 있기에 더욱 아쉬울 뿐.
“아, 그리고……
“예?”
오진형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쉬러 가라고 해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이상하기는 한데……
“생각나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
세요. 전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니까요.”
요 Q..W
M…•
오진형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네 슬럼프, 그거 말이 다.”
“예.”
“처음에는 나도 심리적인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
“그게 아닐 수도 있겠더라.”
“예?”
심리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부상
이라도?
‘하지만 피지컬적인 문제는 없었 는데?’
혹시 박유민이 느끼지도 못할 정 도로 미세하게 반응이 늦어지기라도 했나? 경기를 복습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아, 그런 얼굴 하지 마라. 부상 이나 반응속도 저하 같은 건 아니니 까. 그런 것보다…… 나는 차라리 플레이의 문제 같다.”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잠깐 봐봐.”
오진형이 휴대폰을 꺼내서 무언가
를 클릭했다. 그러고는 박유민의 앞 으로 내밀었다.
“네가 처음 주전으로 나왔을 때의 경기다. 완전 처음은 아니고, 한 세 경기쯤 뒤.”
이걸 왜?
박유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대 폰에 뜬 경기 영상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화면을 바라보던 박유민이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어?”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분명 박유민의 캐릭터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캐릭
터 같지가 않다. 마치 다른 사람이 대신 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경기를 얼마 보지도 않았는데 오 진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 았다.
“이거?”
“다르지?”
“……예.”
박유민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다르다.
불과 세 달 전의 경기인 데도 불 구하고 박유민의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알았으면 됐다.”
오진형이 화면을 껐다.
“조금만 더……
“이런 식으로 볼 게 아니야. 자리 잡고 제대로 분석해라.”
“아, 알겠습니다.”
낮게 한숨을 쉰 오진형이 박유민 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유민아.”
“예, 감독님.”
“너는 진짜 신중한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우유부단해. 예전의 게임 스타일도 그랬지. 너는 모든 것이 확실해지기 전에는 승부를 걸 지 않아. 갤럭시를 할 때는 그게 정 도야. 왜냐면 승부에 들어가기 전까 지 네가 할 게 있으니까. 하지만 이 게임은 아니야. 지금 너한테 부족한 게 뭔지 알겠니?”
“……공격성이요.”
시즌 초의 경기를 보니 확실하게 알겠다. 그때의 박유민은 지금의 박 유민이 보자면 미친개처럼 날뛰었 다. 대체 뭘 믿고 저리 날뛰는지 모 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게 옳다. 변수를 만들지 못하는 이는 안정 성과 함께 죽는다.
“시즌 초의 네 공격성이 왜 이렇 게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어떻……
“감독님, 저 알 것 같아요.”
“응?”
“저, 저 지금 바로 좀 나가볼게 요.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이해했어 요! 그럼 이틀 뒤에 뵐게요!”
“어……. 어어, 그래. 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박유민이 밖으로 튀어나갔다.
오진형이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
보다가 씨익 웃었다.
‘잘해주겠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박유민 없이 는 우승도 없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는 그의 팀이 뒤지는 게 사실이니 까.
하지만 오진형은 박유민이 반드시 컨디션을 되찾아 돌아올 거라 믿었 다. 과거에도 박유민은 항상 그랬으 니까.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스타일을 그렇게 단기간에 바꿀 수 있나?’
보통은 무리일 텐데?
대체 무슨 수를 쓰려는 거지?
오진형이 고민하는 그 순간, 박유 민은 이미 숙소 밖으로 뛰쳐나가 그 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