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25)
마존현세강림기-1126화(1124/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7화)
2장 쉬어 가다 (2)
“ 여보세요?”
강진호가 의아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이 시간에 웬일이지?’
하루하루가 쓸데없이 바쁘기는 하 지만, 강진호는 박유민의 경기만은 될 수 있으면 챙기는 편이었다. 직
접 보지는 못하더라도 경기 결과만 이라도 그날, 그날 확인했다.
오늘은 플레이오프 5전제가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 경기가 늦게 끝났 을 테고, 방금 경기가 끝났으니까 이제 겨우 숙소에 도착했을 시간이 다. 그런데 전화가 걸려온다는 건 무슨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진호야!]거 봐라. 목소리도 다급하지.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자 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진호야! 내가!]박유민이 살짝 뜸을 들인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 보면 최근에는 박유민에게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런저런 일로 바쁜 건 사실이지만, 그건 변 명이 되지 못한다.
덜 중요한 것을 위해 더 중요한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건 누구 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일 테니까.
“천천히 침착하게 말해봐. 무슨 일 있어?”
[진호야! 내가 부탁 하나만 하자.]“무슨 부탁?”
[꼭 들어줘야 해!]“일단 말해봐.”
보육원에 무슨 일이 생겼나?
그런 상황이 아니면 박유민이 자 신에게 이런 말을 할 리가 없는데?
최근에 보육원에 들르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해 낸 강진호가 얼굴을 굳 혔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제 강진호는 과거처럼 사회적으로 무능력하지 않다.
굳이 스스로 힘을 쓰지 않더라도 웬만한 일 정도는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다.
지인을 위해서 권력과 재력을 사 용하는 것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강진호였다.
“뭐든 해결해 줄 테니까.”
[진호야. 미안한데…….]“그래.”
뭐든 말만…….
[나랑 게임 좀 해주라.]“그래, 게…… 어?”
[이틀만!] [게임! 이틀만!]“•…”어, 어?”
오랜만에 할 말을 잃은 강진호였 다.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정말 죄송합니다.”
박유민이 현관에서부터 허리를 구 십 도로 꺾었다.
“오, 유민이 왔니?”
“유민아, 정말 오랜만이야! 와, 우 리 유민이 멋있어진 것 봐!”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런 박유민을 진심으로 환영해 주었다.
진심으로 환영해 주는 것처럼 구 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환영 하고 있었다.
특히나 어머니는…….
“유민아, 너 요즘 왜 우리 진호랑
안 놀아주니?”
“••••••예‘?”
박유민의 손을 꼭 붙들고 한탄을 시작하셨다.
“요즘 옛날 친구들이 안 놀아주니 까 우리 진호가 자꾸 이상한 애들이 랑 어울리고 밤에 늦게 들어온다. 예전에 너희랑 놀 때는 건전했는 데……. 그러지 말고 우리 진호랑 자주 좀 놀아주면 안 될까? 진호가 친구가 없거든.”
강진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머니, 무슨 말씀을……
“ 있어?”
없지.
“유, 유민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하는 말 아냐. 친구라 고는 하나밖에 없는데, 그 친구가 안 놀아주니까 만날 이상한 것만 하 고 다니잖아!”
왜지?
왜 부정할 수가 없지?
강진호가 필사적으로 변명을 짜내 려는 순간, 터덜터덜 걸어 나온 강 은영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유민이 오빠, 오랜만!”
“아, 은영이, 오랜만이야.”
박유민이 조금 멍청해 보이는 얼 굴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엄마, 유민이 오빠는 바쁘다니까. 우리 오라비보다 배는 더 바쁘시네 요. 바쁜 사람한테 놀아달라니, 그거 민폐야.”
“그렇게 바쁘지는 않아.”
“안 바쁘긴.”
강은영이 피식 웃었다.
“그래, 유민이가 바쁘면 어쩔 수 없지. 그래, 유민이, 밥은 먹었니? 아줌마가 밥 차려줄까?”
박유민이 기겁하며 양손을 내저었 다.
“먹고 왔어요. 이 밤에 집에 들른 것도 죄송한데, 그런 폐까지 끼칠 수는 없죠.”
“폐라니. 유민이가 우리 집에 오 는 게 왜 폐야? 그런 생각 하면 아 줌마 섭섭하다.”
“그래, 유민아. 자주 좀 들러라. 얼굴 까먹겠다.”
박유민이 고개를 푹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진짜 먹고 왔어요.”
“그래. 그럼 과일 좀 깎아줄 테니 먹어. 그 정도는 먹을 수 있지?”
더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고 생각한 박유민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강유환도 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 지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아저씨가 커피 한 잔 끝내주게 내려주마.”
“아, 정말 괜찮은데……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아저씨가 커피는 정말 끝내주게 타거든, 전에 도 커피 내린 거 너희 연습실에 가 져다주라고 진호 몇 번 시켰는데, 저놈■이 머리가 굵어서 이제 심부름 을 안 하려고 한다니까.”
“그게 아니라 방해될까 봐……
“저 봐, 저 봐. 이제 입만 열면 말대꾸라니까. 에잉, 내 자식이 유민 이 너였으면 내가 업고 다닐 텐데.”
강진호가 서글픈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집에 강진호의 편은 없다.
대신에 박유민이 강진호의 실드를 쳐주었다.
“진호도 바쁘니까요.”
하지만 강유환의 공격력은 박유민 이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았다.
“바쁜 건 좋은 거지. 암, 좋은 일
이야.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면, 그건 더 이상 좋은 일이 아니게 되는 법이지. 유 민이, 너도 명심하거라. 일에는 선후 가 있는 거야. 지금 당장 눈앞에 있 는 일에 매달리다가 더 큰 걸 놓쳐 서는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으음, 그……
강유환이 뭔가를 더 말하려 하자, 강은영이 손뼉을 마주쳤다
짜악!
“자자, 설교는 거기까지. 유민이 오빠가 오빠 만나러 왔는데, 둘이
이야기하게 보내주자구요.”
“아, 그렇지. 이 밤에 온 걸 보면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어서 들어 가 보거라.”
“예,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앞장서 방 안으로 들어 갔고, 박유민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게 밖에서 보자니까.”
“간만에 부모님도 좀 뵈려고. 인 사드린 지 좀 됐잖아. 이제는 일을 하다 보니까 낮에 들르기도 애매하 고, 그렇다고 일부러 시간 잡아 찾 아오는 것도 어색하고 해서.”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보통 그런 경우에 처한 사람은 그냥 발길을 끊는다. 그렇기에 나이 가 들고도 친구의 부모님과 교분을 나누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박유민은 이런 사람이다.
그 어색함을 이겨내고 찾아오는 이.
“그래, 잘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좋아하는 게 확연했다. 심지어 강은영마저도 은 근히 좋아하는 눈치다. 티는 내지 않지만.
“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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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민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래서 아까 한 말이?”
“아, 진호야. 내가……
“아, 잠시만.”
강진호가 손을 들어 박유민의 말 을 끊고는 벌떡 일어나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응‘?”
그러고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재빨리 열린 방문 뒤에 과일을 든 어머니와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든 아버지가 고개를 쭉 뺀 채 귀를 기 울이고 있었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아니, 과일 주려고.”
“나는 커피 주려고. 무슨 말 하는 지 궁금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자꾸 이러시면 밖으로 나갈 겁니 다.”
“아니다, 아니다. 우린 TV 보러 갈 거다. 자, 이 커피 받아라.”
“과일도.”
“……네.”
커피와 과일을 받아 든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조용히 닫힌다.
박유민이 그 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여전하시네.”
“예전보다 좀 더하시지.”
“좋은 거야.”
“•…”그래?”
“응. 좋은 거야.”
강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은 거다.
부모님과 이런 장난을 칠 수 있 다는 건 정말 좋은 거다. 부모님이 없는 박유민은 알 것이다. 강진호 역시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때로는 귀찮고 어색한 이런 일들 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래, 좋은 거지. 잠깐 잊었다.”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박유민이 좋다. 그가 잊어 버리는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 니까.
“그래서 무슨 일이라고?”
“아, 그게……
박유민이 머리를 긁었다.
“말한 대로야. 이틀만 나랑 게임 하자.”
“……뜬금없이.”
“바쁘면 안 해도 돼. 그냥 시간이 나서 할 수 있으면 좋아. 그렇게 중 요한 일은 아니거든.”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그럴 리가 있나.
박유민이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이리 호들갑을 떨 리가 없다.
정리하자면 그렇다.
이유를 설명해 버리면 강진호는 반드시 하려고 한다.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하려고 들 거다. 그러니까 이유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간단한 마음으로도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강진호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새 멀어졌구나.’
친분의 정도는 서로에게 어느 선 까지를 부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 다.
박유민은 모르겠지만, 지금 박유 민은 강진호가 자신보다 일을 중요 하게 생각한다고 은연중에 판단하고 있다. 그러니 강진호가 시간이 나는 지를 먼저 확인하려는 거다.
뭔가 살짝 열이 받는 느낌이었다.
박유민에게?
아니, 자신에게.
그가 최근 얼마나 박유민에게 무 심했으면 박유민이 저런 생각까지 하겠는가.
아버지의 말이 맞다.
일에는 선후가 있는 법이다.
주변을 잃고 큰 것을 얻는다?
웃기는 소리.
그는 이미 예전에 커다란 것을 손에 넣었다.
그래서 행복했던가? 즐거웠던가?
즐거움은 얻은 것의 크기에서 오 는 게 아니다. 얻은 것의 소중함에 서 오는 것이다.
“이틀이라고?”
요 O ”
흐.
이틀, 이틀이라…….
개업식에는 참여를 해야겠지만, 다행히 이틀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파견이 끝 난 기념으로 이틀 휴가를 준 이현수 를 복귀시키면 대체할 수 있다.
“ 가자.”
“응? 지금 바로?”
“그래. 이틀 시간을 달라는 걸로 봐서는 바쁜 모양인데, 시간 낭비할 거 없잖아. 바로 가자.”
“아••••••
박유민이 뭔가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박유민의 말을 끊 었다.
“그전에 잠시.”
“응?”
“그래도 이틀 외박하는 건데, 허 락을 받아야지. 어머니가 내가 외박 하는 걸 질색하시거든.”
“아…… 내가 대신 말씀드릴게.”
“일단 가자.”
강진호가 굳은 얼굴로 안방으로 향했다.
“다녀와.”
백현정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TV를 보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래도 돼요?”
“응.”
반응이 뭔가 예상이랑 좀 다른 데?
외박을 이틀이나 한다는데.
“어머니, 제가 설명을……
“됐어. 됐어. 귀찮게 뭔 설명이 야.”
백현정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 다.
“외박하지 말라는 건 나가서 헛짓
할까 봐 그러는 거지. 그리고 말도 안 하고 자꾸 외박하니까 그러는 거 아냐. 유민이랑 같이 나가는 거면 이틀이 아니라 두 달 다녀와도 괜찮 아. 유민이가 같이 있는데 별일이야 있겠니?”
어머니.
자식보다 자식 친구를 더 믿으시 는 것 같습니다만?
“다녀와. 대신에 중간중간 집에 들어와서 옷은 갈아입고 나가. 나는 내 아들이 냄새 풍기면서 다니는 꼴 은 못 봐. 유민이, 너도!”
“네!”
“그래, 가봐.”
강진호와 박유민이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간단한데?”
강진호가 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 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자식으로서의 신뢰부터 회복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