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28)
마존현세강림기-1129화(1127/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10화)
2장 쉬어 가다 (5)
“이겼군.”
강진호가 흐뭇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승리라는 두 글자가 감명 깊다.
이기고 지고 하는 게 게임이라지 만 언제나 승리는 기쁜 법이다.
하지만 흐뭇하게 웃고 있는 강진
호와는 다르게 박유민은 안절부절못 하고 있었다.
얼굴에 홍조가 가득하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배어있다.
“지, 진호야.”
“왜‘?”
“저 사람들 괜찮아?”
“옹?”
강진호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끄으으응.”
“으으으으 ”
“ 아혹.”
강진호의 미간이 좁아진다.
“소리가 나오네?”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강진호의 뒤쪽으로 세 사람이 바 닥에 머리를 박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원산폭격.
딱히 대단할 것 없는 체벌이다. 한 다리가 허공으로 들려 있는 것만 아니라면.
“지, 진호야. 그만하라고 하자. 응? 게임하는 내내 저러고 있었잖 아.”
“ 괜찮아.”
“사장님이 사색이 되셨어!”
“괜찮아. 전세 내드리면 돼.”
“그, 그렇게 잘못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
강진호가 박유민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 얘들아.”
“예!”
“예! 회주님!”
“예! 하느님.”
마지막은 좀 이상하지만 여하튼
대답이 즉각 나왔다.
“잘못한 게 없냐?”
“아닙니다!”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머리 처박고 있겠 습니다. 집에도 머리 처박고 가겠습 니다.”
강진호가 다시 박유민을 바라보았 다.
“그렇다는데?”
박유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니, 게임하다 시비가 벌어졌다 고 사람을 한 시간 동안이나 원산폭
격을 시켜놓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저 사람들도 좀 이상하다.
‘어떻게 저걸 하지?’
저건 십분도 버티기 힘든 자세다. 그런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세를 유지하며 한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한 판 더?”
“지, 진호야. 내가 불편해서 안 되겠어.”
“괜찮다니까.”
“아니, 내가! 내가 불편하다고. 신 경 쓰여서 게임을 못하겠어.”
“홈.”
강진호가 마뜩찮다는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기상.”
세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그 모습을 보고 박유민이 움찔했 다.
그럴 만도 하다.
이명환이야 그래도 사람같이 생겼 지만, 이명환의 옆에 있는 공영길은 그 바토르가 인정한 떡대다. 웬만한 사람은 눈도 마주치기 힘들다.
“눈깔아.”
“예!”
박유민의 기색을 눈치 챈 강진호 가 말하자 공영길이 순박한 곰 같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강진호가 셋을 보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와 동시에 세 사람이 은근슬쩍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담배 한 대 피고 올 테니, 반성 하고 있어.”
“예!”
“제대로 반성하고 있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주님!”
강진호는 혀를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홉연실로 향했다. 박유민과
주영기가 그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이 흡연실 안으로 들어가 자 눈치를 보던 공영길이 이를 갈았 다.
“너는 있다 보자, 이 개새끼야.”
조익수도 이명환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손가락 다 자른다. 내가 네 손가 락 다 짤라서 변기통에 넣고 내려버 릴 거야, 이 개새끼야!”
이명환이 의기소침해졌다.
“아니, 내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새끼야?” 이명환이 참담한 얼굴로 눈을 감 았다.
‘내가 알았냐고. 내가!’
그 이상하게 게임하는 놈이 강진 호인줄 알았으면 채팅이나 쳤겠는 가?
아니, 쳤겠지.
강진호가 뭔가 하나 할 때마다 손가락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을 뿜 어냈을 것이다. 아주 그냥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칭찬을 다 퍼부었 겠지.
그런데 어쩌겠는가?
몰랐는데.
이명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상에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저 양반이 랑 매칭을 해준다는 말인가! 이건 신이 자신을 엿 먹이려고 일부러 만 든 상황이 분명하다.
“내가 너 인성질 할 때부터 알아 봤다. 아니, 이 미친 새끼야. 왜 가 만히 있는 사람한테 패드립을 쳐.”
“주둥아리 찢어버려야 돼. 주둥아
리를.”
공영길과 조익수의 입장에서는 빡 칠 수밖에 없다. 같이 게임을 한 것 도 아니고 그냥 옆자리에서 따로 놀 고 있었을 뿐인데, 함께 휘말리지 않았는가?
“회, 회주님이 날 죽이실까?”
“회주님이 널 죽이시기야 하겠 냐?”
“그렇지?”
“이 실장님이 널 죽이시겠지.”
“네가 게임하다 회주님한테 욕했 다는 걸 이 실장님이나 바토르 이사 님이 알아봐라. 사지를 찢어서 총회
옥상에서 말려버릴걸?”
이명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 다.
이현수나 바토르면 그러고도 남는 다. 특히나 이현수는 칼을 들고 쫓 아올 것이다.
“어, 어떻게 하지?”
“일단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새 끼야! 바닥이 반질반질 해질 때까지 구르라고!”
“하, 씨바. 친구 한 놈 잘못 둔 덕분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
“우리도 뒤졌다. 아… 미치겠네 진짜.”
공영길이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최근 총회는 외출과 외박이 크게 단속되었다. 특히나 마공을 익히는 이들은 모두 총회 안의 기숙사로 들 어와 살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황이 다.
반발?
당연히 있다. 반발이야 넘쳐난다.
하지만 반발이라는 건 입 밖으로 나와야 반발이다.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반발은 반발이 아니라 불만일 뿐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총회는 회원들의 불만 같은 것은 깔끔하게 무시하는
곳이다.
그래서 지침이 시행되기 전에 어 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놀아보겠다고 피시방에 온 것뿐인데.
“내가 그래서 동네 피시방이나 가 자고 했잖아, 이 새끼야!”
“……사양이 안 좋다고. 쾌적하지 가 않잖아.”
“아, 진짜 답도 없는 새끼.”
이명환이 한숨을 푹푹 내쉬고는 얼굴을 감쌌다.
“이 실장님을 어떻게 감당하 지……
“네가 그걸 왜 신경 써?”
“응?”
공영길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이명환을 노려보았다.
“여기서 나가면 우리한테 죽을 텐 데.”
“네가 살아서 총회에 돌아가는 꼴 을 우리가 볼 거 같냐? 찢어 죽일 거다.”
이명환이 서글픈 눈으로 천정을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오, 오신다.”
홉연실 문이 열리고 강진호가 밖 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 가 앉았다.
문제는 의자의 방향이 반대라는 것이다.
의자에 앉아 세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던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명환.”
“예, 회주님!”
“스트레스가 많은 모양이지?”
“……아닙니다.”
“스트레스 좀 풀게 해줘?”
이명환의 이마로 식은땀이 주룩주 룩 홀러내렸다. 머리 위에다 수도꼭
지를 틀어놓은 것 같다.
“죄송합니다!”
할 말이야 이것밖에 더 있겠는 가?
“죄송하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있 고, 그걸로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있 지.”
죄송하다고 하면 군생활… 아니 총회생활 끝나냐?
이명환은 자신이 군대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흐음.”
강진호가 피식 피식 웃으며 이명
환을 바라보았다.
딱히 갈구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건 아니다. 상대가 이명환이라는 걸 안 순간, 어이가 없어서 짜증이 식 어 버렸다.
“놀러 나왔어?”
“……예.”
“사고치지 말라고 전달해 뒀을 텐 데?”
“네, 다음 주부터 다들 기숙사로 들어갑니다. 그 전에 잠깐 놀려 고……
“아, 그래? 사고치지 말라가 다음 주부턴가?”
“아닙니다!”
“그런데?”
“••••••예?”
강진호가 이명환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간 사람이 내가 아니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패려고?”
이명환의 상의가 전부 땀으로 젖 어들었다.
“이 명환.”
“예! 회주님.”
“내게 욕을 한 건 문제가 아니다. 살다보면 실수할 때도 있지. 하지
만……
강진호의 눈빛이 점점 가라앉았 다.
“민간인과 사고를 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숨이 턱턱 막힌다.
강진호가 딱히 기세를 내세워 압 박하는 게 아님에도, 이명환은 심장 이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 때는 가만두지 않는다.”
“저, 절대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좋아. 돌아가.”
“예!”
의외로 쉽게 끝났다.
이현수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총회가 뒤집히고 세 사람이 나란히 정문에 팬티만 입고 걸리게 되겠지 만, 강진호가 말하는 것을 보니 이 현수나 다른 이사들에게 말할 생각 은 없어 보인다.
살았다!
그리고 그 때였다.
“그런데 너 뭐 타고 나왔지?”
“아… 제 차 타고.”
“셋이 같이?”
“예. 같이 타고 나왔습니다.”
“키.”
“……예?”
“차키.”
눈을 끔뻑이던 이현수가 살짝 떨 리는 손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차 키를 뺐다. 그리고는 강진호에게 내 밀었다.
“가 봐.”
차키를 받아든 강진호가 웃으며 턱짓을 한다.
“네. 그, 그럼……
“아, 노파심에 말하는 건데.”
“예?”
“택시나 버스 탈 생각하지 마라.”
“제 시간까지 복귀해. 늦지 말고.” 이명환은 본능적으로 시계를 확인 했다.
새벽 2시.
복귀는 내일 아침 6시까지다.
4시간에 100km 라…….
‘어떻게 잘 뛰면 가능할지도.’
“사람 눈에 띄면 안 되니까, 산길 로 가.”
아냐. 이건 안 돼.
이건 죽어도 안 돼.
국도를 달려도 100km를 가야 하 는데, 산길로 이걸 네 시간 만에 주
파하라고? 이걸?
“왜?”
“아, 아닙니다! 제 시간에 도착하 겠습니다!”
“그리고.”
“예!”
“네 아이디 나랑 친구추가 해둬 라. 아이디도 바꾸고.”
“……예, 회주님.”
이명환이 고개를 푹 숙이고 밖으 로 걸어 나간다. 강진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공영길과 조익수도 재빨 리 이명환의 뒤를 따라가며 그의 어 깨에 손을 올렸다.
“같. 이. 가. 자. 친. 구. 야.”
“산길로 간다는데 아주 네 시간 동안 즐거운 대화를 나눠보자꾸나.”
이명환은 도살장에 끌려 나가는 소처럼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호가 피식 옷었다.
‘운도 없지.’
구박은 했지만, 정말 운이 없다.
하지만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문 제다. 만약 이명환과 시비가 벌어진 이가 강진호가 아니라 다른 이였다 면 이명환을 어찌하지 못했을 것이
다.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인간흉기나 다름없는 것들이 세상 을 돌아다닌다. 만약 오늘 이명환이 다른 이와 시비가 붙어서 사람을 패 고 CCTV에 걸리지 않은 채로 총회 로 복귀했다면?
강진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 다. 사회에 내보내는 이들을 감시할 방법이 필요하다.
“ 진호야.”
“웅‘?”
“저 사람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너랑 아는 사람들이잖아.”
“으음.”
강진호가 머리를 긁적였다.
“직장 부하직원이라고 해야 하 나.”
“그, 그래?”
주영기가 첨언했다.
“포스가 장난이 아니던데. 나도 어디 가서 꿀려본 적 없는 사람인 데, 길에서 마주치면 0.1 초 만에 대 가리 처박았다.”
“……아냐. 순브I해.”
“ 순박?”
“응. 순박해.”
“네 앞에서나 순박하겠지.”
아무래도 정말 대책이 있어야 할 모양이다.
“순박하지 않으면 순박하게 만들 어야지.”
우득. 우득.
강진호가 두어 번 머리를 꺾었다.
그리고 인적 드문 곳에서 친구들 에게 얻어맞고 있던 이명환은 그 와 중에도 정체모를 한기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