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29)
마존현세강림기-1130화(1128/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11화)
3장 증명하다 (1)
“안녕하십니까.”
오진형은 연습실 안으로 돌아오는 박유민을 보며 눈가를 찌푸렸다.
“야 임마, 오늘 자정까지 복귀하 라 그랬잖아. 아직 점심도 안 됐는 데 왜 벌써와?”
“이제 괜찮을 것 같아서요.”
“어?”
박유민이 가볍게 웃는다.
“슬럼프 탈출 했다고 확신하지는 못하겠는데, 대충은 잡은 거 같아요. 그래서 괜히 시간 끄느니 빨리 복귀 해서 호흡 좀 맞춰보려구요.”
“그래?”
오진형은 신중한 눈으로 박유민을 탐색했다.
‘웃는 낯이……
박유민이 저런 미소를 짓는 건 몇 번 본적이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거의 우숭했지.’
박유민은 스스로를 믿지 않는 사 람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괜찮다를 넘어 훌륭하다의 선에 도달해도 계 속해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그 지독한 연습 끝에 스스로 이 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만 저 런 얼굴을 보여주었다.
‘아니, 이제 겨우 하루 반 지났는 데?’
슬럼프라는 건 쉽게 탈출할 수 없으니 슬럼프라 부르는 것이다. 하 루 반나절 고민한다고 해결이 된다 면 아무도 그걸 슬럼프라고 하지 않
는다. 그냥 잠깐 컨디션이 떨어진 거지.
오진형이 보기에 박유민은 진짜 제대로 슬럼프가 왔다.
그런데 그걸 이 짧은 시간 만에 극복했다고?
“야. 스크림 언제지?”
“30분 뒤에 하는데요.”
“현태 빠지고 유민이 들어가 봐.
확인해보자.”
“예.”
곽현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유민 을 바라보았다.
“형, 진짜 괜찮겠어요? 이번 스크
림 중요한데.”
“응. 미안하다, 현태야. 이번에는 내가 한 번 하게 해주라.”
“아뇨. 뭐 그건 상관없는데.”
박유민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곽현 태가 주전이었다. 그리고 시즌이 시 작되면서 후보로 밀렸는데, 박유민 이 부진하면서 겨우 기회를 잡은 것 이다.
그런데 박유민이 이틀 만에 복귀 해버렸다.
‘나라도 기분이 안 좋지.’
박유민은 살짝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는
없다. 프로의 세계는 원래 그렇다. 포지션 경쟁에는 봐주고 말고가 없 다. 오로지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하 는 세계다.
“부담 갖지 말고 하세요, 형. 정 안되면 제가 하면 되니까요.”
“그래, 고맙다.”
은근슬쩍 어필을 하는 곽현태다.
실력도 나쁘지 않고, 이제는 건방 진 모습도 많이 줄었으니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 이 팀에서라면 곽현태에게 자리를 내어줄 생각은 없다.
“준비할게요.”
스크림을 준비하는 박유민을 보던 오진형의 마음속에는 기대감과 불안 감이 공존했다.
‘유민이가 해주긴 해야 하는데.’ 오진형이 슬쩍 시선을 곽현태에게 돌린다.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는 곽현태 를 보니 마음이 좀 더 심란해진다.
좋은 선수다.
가진 바 재능은 충분하고, 이제는 노력하는 자세까지 잡혔다. 조금만 더 완숙해진다면 스타가 될 수 있
다. 아, 물론 지금도 떨어지는 선수 는 아니다. 원래 주전은 곽현태였으 니까.
흐}지만 그 뿐이다.
좋은 선수가 추가되는 정도로는 결승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더 큰 게 필요하다. 변수, 그리고…….
‘슈퍼스타.’
우승하는 팀에는 반드시 슈퍼스타 가 있다.
아니, 거꾸로지.
슈퍼스타가 있어서 우승하는 게 아니다. 팀을 우승시키니까 슈퍼스
타다. 오진형이 평가하기에는 그의 팀원들 중에서는 스타가 될 수 있는 이는 있어도 슈퍼스타가 되어줄 이 는 없다.
그러니 박유민이 해줘야 한다.
박유민은 긴장을 즐길 줄 알고, 스스로 정점에 서 본 사람이니까.
게임이 시작되는 걸 보며 오진형 이 눈을 가늘게 뜬다.
‘뭔가 달라졌겠지, 분명.’
보여줘봐라. 대체 뭘 하고 왔
“야 임마! 거기서 왜 갑자기 달려 들어!”
오진형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오진형은 복잡한 눈으로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박유민은 당당 히 배를 내밀고 앉아 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얼굴 이다.
“……유민아.”
“예, 감독님.”
“엄청 뿌듯해 보이는데?”
“예, 생각한대로 됐어요.”
그게?
임 마?
“약이라도 빨았어?”
“약을 빤 건 아니고, 적당히 몸을 담그고 왔죠.”
“……그러니?”
오진형이 이마를 잡았다.
‘아니, 나쁜 건 아닌데.’
성적은 2승 1패.
세 판 붙어서 두 판을 이겼다. 오 늘 연습상대가 되어준 이들이 정규 시즌에서 2위를 한 팀이라는 걸 감 안한다면 무척이나 좋은 성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평소에도 승률이 5할을 잘 넘지
못했으니까.
결과만 놓고 보면 최상이다. 결과 만 놓고 보면.
‘문제는 과정이지.’
오늘 박유민은 말 그대로 미쳐 날뛰었다.
팀원들과의 호흡을 무시하고 갑자 기 혼자 달려들지를 않나, 빼라는 콜이 떨어지는데 되레 공격해 들어 가서 죽지를 않나.
‘그런데 왜 이기냐고.’
그게 딜레마다.
프로로서 생각도 못할 플레이를 연신 해댄다. 아마추어라면 몰라도
승부에 목숨을 거는 프로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플레이들이다.
프로의 경기는 예리하게 날을 세 운 도검 위를 걷는 것과 같다. 한 번 실수를 하면 그 실수를 승냥이처 럼 물어뜯는다.
그런데 오늘 박유민은 실수투성이 였다. 플레이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져야 한다.
그런데 이겼다.
그것도 두 판이나.
한 판만 이겨도 이상한데 두 판 을 이긴다.
“이건 네 플레이가 아닌 것 같은
데?”
“네.”
“이걸 유지할 수 있겠어?”
“결승까지는 문제없을 것 같아요. 호흡만 조금 더 맞춰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으음.”
오진형이 턱을 주물렀다.
‘난감하네.’
공격성을 갖춰 오라는 건 그의 지시다. 하지만 그는 박유민이 원래 의 스타일에서 조금 더 공격적이 되 어 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결과는 그게 아니다.
박유민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변해왔다. 대체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벌 어졌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프로 감독으로서 그의 상식으로는 이걸 인정할 수가 없다. 게임의 정 도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실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게임을 할 수는 없 다.
하지만 프로는 성적이 전부이기도 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가 있는 데,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배척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너는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 지?”
“예.”
박유민이 고개를 끄덕인다.
“뻔한 플레이를 뻰하게 잘한다고 우승할 수 없다는 건 아시잖아요.”
“그렇지.”
그건 갤럭시에서도 똑같았다.
프로리그나 팀전에서는 압도적인 포스를 보이던 이가 토너먼트만 올 라가면 고꾸라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정석적인 게임에서는 무난한 실력 싸움이 되지만, 일회성 토너먼트에
서는 누가 더 상대의 허를 찌르는가 의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맞긴 맞아, 확실히. 우리 팀은 밋 밋해.’
세계를 제패하는 팀은 반드시 그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정석적으로 무난하게 잘하는 팀은 잘해봐야 4강 이 한계다.
하지만 이건 너무 나갔는데…….
“알았다. 그럼 너 잠깐 여기 있어 봐.”
“예?”
“애들하고 상의를 좀 해봐야겠다. 여기 있어.”
오진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어떻게 생각하냐?”
“ 뭘요?”
“유민이.”
박유민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살짝 복잡한 눈빛들이 오고간다.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나쁘긴 나빴지.”
“음, 맞아. 나쁘기는 나빴는데, 그 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할까?”
최진우가 어깨를 으쓱한다.
“게임하기 편했어요. 지금이야 호 흡이 영 들어맞지 않아서 그런데, 호흡만 맞추면 더 좋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리 날뛰는데 게임이 되겠어?”
“다른 사람이 저러면 게임 못하 죠. 계산이 안 되는데. 근데 유민이 형이잖아요. 저 형이 저러는 건 뭔 가 이유가 있다는 베이스가 깔리니 까 우왕좌왕 안 할 수 있어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또 살짝 복잡해진다.
그는 감독이지만 게임을 하는 이
들은 여기 있는 팀원들이다. 그가 어떻게 느끼는가도 중요하지만, 이 들이 어떻게 느끼는가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팀원들은 박유민에게 합격점을 주고 있었다.
‘나라면 절대 반대했을 텐데.’
아마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 다.
“너는?”
곽현태가 오진형의 질문에 눈살을 찌푸린다.
“옛날에 비슷하게 게임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있지.
두 번째로 테스트 왔을 때.
“그 때는 좀 납득이 안 가는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뒤에서 보고 있으 니까 알겠더라구요. 이거 활용만 잘 할 수 있으면……
곽현태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 잘 될 것 같아요. 결승전 무 대면 다들 긴장해서 오줌 쌀 지경일 텐데, 갑자기 유민이 형이 저렇게 게임하면 정신 못 차릴 걸요?”
“으음, 너는 괜찮고?”
“다른 사람이면 짜증이 좀 나겠지 만.”
곽현태가 피식 웃었다.
“아시다시피 짜증은 나도 진지하 게 싫어할 수는 없는 형이잖아요. 저는 불만 없어요.”
“그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대신 두 번 연속 이기면 저도 한 번 나가……
“그건 상황 봐서.”
“와, 매정하다.”
오진형은 쓴웃음을 짓고는 감독실 로 들어갔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박유민이 기대에 찬 눈으로 오진형 을 바라본다.
‘뭔 말이 나올지 알고 있다는 뜻
이겠지.’
이럴 때는 한 번씩 짜증이 난다.
그도 게이머 출신이기는 하지만, 게이머로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 했다. 그렇기에 탑급의 게이머들이 보는 세상과 그들이 느끼는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보기에는 엉망진창이었건만, 박유민도 그렇고 팀원들도 그렇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듯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가.
‘마음대로 해봐라, 이놈들아.’
이럴 때 믿어주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겠지.
“연습 참가해.”
“예, 감독님.”
“근데 내가 보다가 진짜 아니다 싶으면 너 뺄 거야 현태가 이를 갈 고 있다.”
“그럴 일 없어요.”
“ 어휴.”
오진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그런데 너 대체 무슨 짓을 했길 래 하루 만에 사람이 바뀌어 온 거 냐? 도라도 닦았어?”
“도를 닦은 게 아니에요. 호랑이 랑 토끼를 같이 키우면 토끼도 사나
워지는 법이잖아요.”
“엉‘?”
“세상에서 제일 대책 없이 게임하 는 애랑 하루 종일 같이 게임을 했 죠.”
“그게 누군데?”
“있어요. 제 친구.”
박유민이 환하게 웃는다.
“제가 힘들 때마다 도움이 되는 친구죠.”
“그 친구가 그렇게 게임을 잘해? 그럼 연습실에 한 번……
“걔 게임하는 거 감독님이 보시면 혈압 올라서 실려 가실 수도 있어
요.”
“그리고 게임 같은 거 할 애는 아 니에요.”
“야, 임마. 네가 게이먼데 게임 같은 거라니.”
“아, 말이 좀 잘못 나왔네요. 여 하튼.”
박유민이 가볍게 웃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게임 같은 거 할 친구는 아니지.’ 강진호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 다.
그리고 더 많은 곳에서 앞서나갈
것이다. 그러니 나도 열심히 해야지. 적어도 한 분야에서만큼은 강진호보 다 뛰어나고 싶으니까.
“연습하러 갈게요. 우승해야 하니 까.”
“너 잠도 안 잔 거 같은데 괜찮겠 어?”
“네, 괜찮아요. 아직 집중력 있어 요.”
“그래, 이제 겨우 일주일이다. 일 주일만 죽었다고 생각하자.”
“예, 감독님. 이번에 우승컵 들게 해드릴게요.”
“말로만 하지 말고 임마.”
박유민은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진형은 자 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여하튼 넉살은.”
허세라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기 대하게 되는 오진형이었다.
박유민은 약속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