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
마존현세강림기-113화(113/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13화)
4장 – 정립하다 (1)
“딱히 갈데가 없어서 온 건 아니다.”
“그런 것 같은데?”
“ 진짜다.”
“그래. 형이 그렇다고 생각해 줄게.”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따라와.”
“응?”
박유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강진호를데리고 옆쪽으로 갔다.
“진호 왔다. 인사해야지.”
“어? 형!”
“오빠, 오셨어요?”
이제는 머리가 굵은 아이들이 강진호에게 우르르 달려왔다.
‘토요일이었지.’
그동안은 평일 낮 동안만 방문하 다 보니 어린애들밖에 볼 수 없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머리가 굵은 녀석들도 다들 보육원을 지키고 있
었다.
“와! 형, 머리 깎으니까 이상해요.”
“비켜! 오빠, 머리 깎으니까 더 멋져요!”
극명하게 나뉘는 남성과 여성의 반응을 본 강진호는 뭔가 뿌듯함을 느꼈다.
꼬마들에게는 NPC 취급을 받았 지만, 아직 그를 환영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말이 조금은 어눌한 녀석들도 방 긋 짓는 미소로 그를 환영했다.
대충 인사가 끝나자 박유민이 그
를 잡아끌었다.
“잘됐다. 안 그래도 이제 밥 준비 하려고 했는데, 와서 좀도와라.”
“밥? 왜 이리 늦어?”
“주말이잖아. 애들도 좀 재워야지. 아침을 늦게 먹었거든. 이제 점심 먹을 시간 되어가.”
“뭐할 건데?”
“……카레?”
카레라는 소리가 나오자 애들이 오만상을 쓰는 것이 느껴진다. 하기야 박유민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남자가 혼자 한 밥이다. 제대 로 된 요리를 배운 적도 없는 박유
민이 한 밥이 뭐가 맛있겠는가.
“다른 요리 할 줄 아는 거 있냐?”
“라면? 김치볶음밥?”
아동 학대로 고소를 당해도 할 말 이 없는 수준이다.
강진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고생하는 줄 알았는데, 애 들이 고생하는구나.”
“저희는 괜찮아요. 학교에서 급식 먹잖아요. 꼬맹이들이 진짜 고생이 죠.”
“애들이 밥 먹기 싫어해요.”
박유민이 부들거렸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강진호가 빤히 박유민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한창 크는 애들한테 그런 거만 먹였냐?”
“……반성합니다.”
“흠.”
강진호는 결국 특단의 대책을 내 놓았다.
“종호.”
“예, 형.”
“애들 불러서……
“ 예.”
“먹고 싶은 거 다 부르라고 해.”
“오늘 점심은 시켜 먹는다.”
“오!”
종호의 눈에 광채가 일었다.
“형, 저 족발 먹어도 돼요?”
“나는 짜장면!”
“난 치킨!”
“ 어우으으.”
“뭐? 피자?”
“ 어우.”
박유민이 강진호의 어깨를 꽉 잡았다.
“야, 지금 운영비가!”
뭔가 말을 하려던 박유민은 강진호가 어깨 위로 슬며시 들어 올린
물건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반짝이는 카드.
햇살을 받아 더없이 반짝거리는 카드를 본 박유민이 꿀꺽 침을 삼키 더니 입을 열었다.
“회도 배달되냐?”
“……”
그것은 잔치라기에는 너무 기이했다.
나르는 이와 먹는 이가 조화가 되 어 폭발한 그 광경은 말 그대로 아 비 규환이 었다.
“족발! 현관에 족발과 보쌈이도
착했습니다.”
“옮겨!”
“라저!”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가더니 현관 에서 포장된 족발을 들어 날랐다.
“시, 식탁에 올릴 곳이 모자랍니다.”
“먹어 치워!”
“예!”
서른 명이 넘는 아이들의 식욕은 강진호조차도 오싹하게 만들 정도였다. 묵묵히 카드를 긁은 강진호가 보쌈 한 점 먹어볼까 하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거 이쪽으로 밀어봐!”
“나도 먹을 거 없거든?”
“……얘들아, 나눠 먹어야지.”
박유민은 반쯤 포기한 상태가 되 어 허탈해하고 있었다.
나쁜 놈들.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줬구만.
“간만에 음식 같은 음식을 먹으니 까 살 것 같다.”
“원장님이 그리도 음식을 잘하시는 것이었을 줄이야.”
“유민이 형이 못하는 것 아닐까?” 강진호는 말없이 박유민의 어깨를 두드렸고, 박유민은 얼굴을 감쌌다.
“치킨! 치킨이도착했습니다!”
“날라라!”
강진호는 비장한 얼굴로 카드를 긁으러 갔다.
피자에 치킨, 족발에 보쌈, 그리 고 박유민이 신청한 회에 탕류까지.
먹고 싶다는 것은 족족 다시키다 보니 너무 과한 양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귀처럼 음식을 먹 어 치우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진 짜 탕수육에 짜장면을 추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
“굶겼니?”
“……하지 마라.”
박유민은 크나큰 배신감을 느끼는 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잘 먹는 아이 들을 보고 흐뭇해하고 있었다.
“많이 나왔지?”
“신경 쓰지 마라.”
“대충 봐도 백만원은 나오겠는데?”
“그 정도는 아냐. 그리고 그 정도 나온다고 해도 상관없다.”
돈이야 썩어 나갈 정도로 많다. 황정후가 지급하고 있는 돈은 지금도 그의 계좌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 었다.
“근데 이런 거 자꾸 먹이면 애들 이 밥을 안 먹는단 말이야. 영양적으로도 별로고.”
“영양 따질 거면 영양제를 먹지!”
“맞아!”
고등학생들의 반항에 박유민이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소리쳤다.
“이놈 시키들이, 내가 얼마나 고 심해서 메뉴를 짰는데!”
“식단이 문제냐! 맛이 문제지!”
“맞아!”
처참하게 격침된 박유민을 보고 강진호는 전화기를 들었다.
– 네, 강진호씨.
“저번에 말씀드린 보육 교사 말입니다.”
— 예. 지금 거의 다 구했습니다.
“주방 아주머니부터 최대한 빠르게 구해주세요.”
— ……예?
“서둘러서.”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진호가 고개를 굳게 끄덕이고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 해결했다.”
“와아아아아아!”
“오빠, 최고!”
멘탈이 나가버린 박유민이 구석에
서 벽을 긁었다.
“더는 못 먹어.”
“으, 삼 일은 안 먹어도 될 것 같 아.”
식충이들을 배부르게 먹이는 것에 성공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힘든 미션이었지만, 현질로 안 되는 것은 없는 법이다.
“너희, 이러고 저녁 안 먹으려고 그러지?”
“먹을 건데?”
“더 먹을 수 있어.”
“……”
박유민은 배가 빵빵해서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막내를 안아들고는 한숨을 쉬었다.
“형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감사합니다!”
“형, 진짜 잘 먹었어요.”
“오빠, 최고!”
강진호는 굳은 얼굴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사방에서 박수가 터 져 나왔다.
“훗.”
그 꼴이 눈꼴 시린 박유민이 심술을 부렸다.
“얼른 먹은 거 치워야지!”
“잔소리꾼!”
아이들에게 정리를 맡기고 박유민 과 강진호는 밖으로 나왔다.
“애들 두고 나와도 돼?”
“보모들 있잖아. 평소 같으면 놀 러 갈 놈들인데, 나 좀 쉬라고 나가 지도 않고 저기서 애들 봐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주말인데 왜 중고등 학생 애들이 다들 보육원에 그대로 있는가 싶었더니, 그런의도가 있는
모양이었다.
“착하네.”
“천사들이지.”
박유민이 흐뭇하게 웃었다.
“주말에는 밥을 늦게 먹는 편인가?”
“원래는 그러면 안 되는데, 아침은 조금 늦게 먹기는 하지. 애들도 휴일인데 조금 더 자고 싶을 거 아 냐.”
“평소에는 일찍 일어나나?”
“학교도가고 해야 하니 보통은 일곱 시에 일어나서 밥 먹지. 그리 고 학교 갈 애들은 학교가고, 남은 애들은 보육 교사분들이랑 놀고 하는데…… 원장님이 입원하시고는 보
육 교사분들이 다들 그만두셔서……”
“음…..”
그럼 지금 박유민이 두가지 일을 다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청소나 그런 건 힘들지 않아?”
“그건 애들이 다 해. 고등학생쯤 되는 애들은 좀 빼주기도 하지. 자 기들도 자기 공부하기 바쁘잖아.”
“애들을 빼주는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습관을 들여놔야 돼. 사회에 나가면 누가 돌봐주지 않는 애들이 잖아.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에는 자
기 일이랑 자기 청소는 자기가 하도 록 교육을 하는 편이야. 몸이 안 좋은 애들이라도 그런 부분은 지키려 고 노력해.”
“초등학교 때부터?”
“응. 그래서 오히려 어린애들은 말을 잘 듣는데, 머리 굵은 애들이 자꾸 청소도망가고 짱 박히고 해서 문제라니까.”
강진호는 격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군대인가?’
듣자하니 뭔가 군대스러운 느낌이 난다.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니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느낌은 영…….
“복귀 이야기는 해놨어?”
“일단 이야기는 했는데, 날짜가 확정이 안 되니까. 그냥 운만 떼놓은 정도지 뭐.”
“뭐라든?”
“빨리 오라시지. 감 떨어진다고, 하루라도 빨리 와야 빨리 감 찾고 트렌드 따라간다고.”
강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짧은 직업 이다. 취업만 하면 어떻게든 그 업
종에서 살아갈 수 있는 다른 직업과는 다르게 프로게이머는 전성기를 2년 이상 유지하기가 힘든 직업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박유민의 전 성기는 홀러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네 인생도 생각해야지.”
“말은 쉽지.”
박유민이 툴툴댔다.
“자.”
“응?”
강진호가 카드를 내밀자 박유민이 정색을 했다.
“야, 너, 내가 돈이 없어서 애들 못 먹였다고 생각했냐? 나도 돈 있
어, 인마.”
“아니, 애들 저녁 먹이라고.”
“……”
“회수할 거야.”
“……응”
강진호는 피식 웃었다. 박유민이 돈을 벌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프로게이머가 된 지 얼마 안 됐다. 올해 들어 연봉을 재협상하기는 했겠지 만, 활동을 못하고 있으니 지급은 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작년에 받았을 돈이야 빤하다. 우 승 상금이 있다고 해도 생각 없이 쓰다가는 금방 날아간다.
다시 말하지만, 프로게이머는 수 명이 짧은 직업이다. 벌 수 있을 때 벌어놓은 돈으로 착실하게 미래에 대비하지 않으면 실력이 떨어지고 나서는 무직자가 될 뿐이다.
박유민의 말주변으로 해설자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박유민의 성격으로 감독을 할 수 있을 것 같 지도 않으니까.
“그럼 슬슬 일어나 볼까?”
“어디가?”
“세연이 만나러.”
박유민이 조금 굳은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나올래?”
“아니, 내가 나갈 자리는 아닌 것 같고……. 세연이한테 전화했어?”
“응.”
“ 언제?”
“아침에.”
박유민이 깊이 한숨을 쉬었다.
“ 진호야.”
“응?”
“가서 세연이한테 잘해줘라.”
“별소릴 다 하네.”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금동이를 끌어내 위에 올라탔다.
“보육 교사하고는 금방 구해진다
니까 조금만 참아. 곧 정상화될 거니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야, 진 호야.”
“그에 대해서는 내가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 나중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박유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혼란스러운 마음은 있지만, 그가 아는 강진호는 언제나 일을 해 결해 내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그가 나선 이상 어떻게 든 무슨 일이든 해결이 될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박유민에게 있었다.
“……근데 저녁도 시켜 먹으면 애 들 안 좋은데. 시켜 먹는 음식 자꾸 먹으면 애들 살쪄.”
“고기 사라.”
“응?”
“정육점가서 고기나 엄청 사서 구워 먹여. 음식 솜씨가 아무리 안 좋아도 고기에 소금 치는 거야 하겠 지.”
“나, 나를 너무 쓰레기로 몰아가
는 거 아냐?”
“네가 만든 카레는 카레라고 부르 기에도 너무 심했다. 어떻게 군대 밥보다 맛이 없냐? 간다.”
자전거를 타고 멀어지는 강진호를 보며 박유민은 씁쓸하게 입맛을 다 셨다.
“잘 알아서 하겠지.”
한세연과 강진호의 일은 둘이 해 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 들이 될 수 있으면 좀 더 같이 지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게 박유민의
솔직한 바람이었다.
“ 모르겠다.”
박유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보육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진짜 제대로 된 카레를 보여주 지.”
재료를 고급으로 때려 넣으면 맛 있어질 거라는 박유민의 무시무시한 생각에 그날 저녁도 보육원생들은 고통을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