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0)
마존현세강림기-1131화(1129/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12화)
3장 증명하다 (2)
“오늘 뭔 날인데?”
아침부터 정장을 차려입는 강진호 를 보며 강은영이 눈을 가늘게 떴 다.
“수상한데?”
너는 좀 수상할 필요가 있다.
강진호가 강은영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뭐야, 그 한숨은?”
어느 날부터 집에 돌아오면 강은 영이 있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
마치 집 안에 살아가는 요정…… 아니, 요정이라는 표현은 조금 거슬 리니까 지박령 정도로 하자.
“그러는 너야말로 어디 안 나가?”
“오라비.”
“왜?”
“나는 집이 너무 좋다.”
강진호가 조금 멍한 얼굴로 강은
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은영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얼굴로 배 를 쭉 내민다.
“뭐?”
“••••••아냐.”
강은영이 피식 웃는다.
“너, 한때 가수가 되어보겠다고 내 말이나 부모님 말도 무시하던 시 절이 있지 않았나?”
“그게 언제 적 이야긴데. 무슨 5 년 전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렇지.
시간이 많이 지나기는 했지.
“원래 업계를 동경하는 것과 그
업계에 뛰어드는 건 별개의 문제야. 그리고……
강은영이 어색한 얼굴을 했다.
“나도 적당히 놀다 보면 다시 일 하고 싶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라비, 노는 건 끝이 없드라. 매일 매일이 새로워! 이대로 십 년도 더 놀 수 있을 것 같아.”
“……지겹지도 않냐?”
“일도 지겹고, 노는 것도 지겨우 면, 노는 게 낫지 않아?”
뭔가 이론으로 밀린다.
강은영이 데헷, 하고 웃으며 손가
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게다가 벌 만큼 벌었으니까.”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평생 놀고먹을 돈은 벌었거든.”
“네가 얼마나 번다고.”
“후후후. 걱정 마, 오라비. 이래 봬도 내가 가성비가 쩌는 여자거든. 집에서 뒹굴거리고 살다 보면 휴대 폰 요금이랑 과자 값 말고는 돈이 안 들어.”
글러 먹었다.
‘총회가 어쩌고 할 때가 아니었
어.’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 이 꼴로 살고 있는데, 어떻게든 이 녀석부 터…….
“그러다 노처녀로 늙어 죽어.”
“왜? 그게 뭐 나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을 빨리 팔아넘기지 못해서 안달이라 니! 오라비, 실망이야.”
“팔리지도 않을 것 같은데.”
“이래 봬도 인기가 많네요. 아직 은 쓸 만하네요. 그러니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오라비 할 일이나 잘하
시죠.”
강진호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런 강진호의 눈치를 슬쩍 본 강은 영이 피식 웃는다.
“걱정하지 마. 안 그래도 내일부 터 곡 선정 들어가기로 했으니까. 지금 소속사 옮기는 문제 때문에 아 무것도 시작을 못해서 그러는 거야. 소속이 옮겨져야 앨범 작업 들어가 거든. 지금은 행사를 뛰기도 애매 해.”
“동생아.”
“넵, 오라비.”
“일을 하라는 게 아니다. 제발 아
침에는 좀 씻고, 밖에라도 나가보 렴.”
“이불 밖은 위험해.”
“••••••그래.”
알아서 하겠지, 알아서.
어련히 알아서 하겠는가.
“그래서 오라비는 어디 가는데?”
“개업식.”
“응? 무슨 개업식?”
“회사 만든다고 했잖아. 오늘이 개업식이야.”
“어? 진짜?”
강은영의 동공이 혼들린다.
“왜?”
“개업식 같은 것도 해? 어디서 하는데?”
“회사 건물에서.”
“어?”
강은영이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화들짝 놀라 물었다.
“아니, 그게 개업식까지 할 정도 로 큰 회사야? 직원이 몇 명인데?”
“일단은 한 이백……
“어어어어어어?”
강진호가 강은영의 반응에 움찔했 다.
뭐지, 이 이상한 반응은?
“엄마! 엄마! 잠깐 나와봐! 오라
비가 또 이상한 짓 해!”
뭔가 일이 커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강유환이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얼 굴로 강진호를 아래위로 훑고 있었 다. 강진호는 그 눈빛에 움찔했다.
“개업을 해‘?”
“……예.”
“뭐 하는 회산데?”
글쎄.
최근 들어서 가장 껄끄러운 질문 이 바로 이거다. 대체 MK는 뭐 하
는 회사일까?
MK의 설립 목적을 모르는 게 아 니다. MK는 총회의 사업체들을 양 지화해서 합법적으로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총 회의 사업이라는 것들이 애초에 중 구난방,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나마 가장 대표적인 거라면
“부, 부동산이요.”
강진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 다.
MK의 가장 큰 수입원은 대한민 국의 요지에 있는 건물들에서 나오
는 임대료다. 그리고 그 건물에서 나오는 시세 차익이었다. 그 외에 가장 중점이 되는 수입원은 여러 주 점과 클럽 등에서 나오는 이익이지 만, 합법화를 하면서 대부분 정리를 마친 상태였다.
“부동산?”
강유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사업을 한다기에 무슨 벤처 같은 거나 할 줄 알았더니, 부동산이라 고? 새로 뭐를 사겠다는 뜻이냐?”
“아니요. 있던 걸 관리할 겁니다.” “네가 부동산이 어디 있어서 있던 걸 관리해? 설마…… 너, 상의도 안
하고 건물 샀냐?”
어디부터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할까?
강진호는 정공법을 택했다.
“제가 만드는 회사라고 해서 제 개인 소유가 아닙니다. 제가 운영하 는 것뿐이죠.”
“네가?”
하지만 정공법이라고 항상 통하는 건 아니다.
강유환이 영 미덥지 않다는 얼굴 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직원이 많다며?”
“예.”
“그 직원들은 거기서 월급 받는 거 아니냐?”
“……그렇죠.”
“그런데 경영학 박사도 아니고, MBA를 취득하고 온 사람도 아니 고, 재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도 아닌 네가 운영을 한다고? 그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네가 책임지겠다는 뜻이냐?”
사실 이미 더 많은 사람들의 운 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만?
백현정이 강진호의 편을 들었다.
“에이, 여보. 그건 그렇게 말할
일이 아니죠. 진호보다 더 어린 애 들도 회사 운영하고 하잖아요. 자기 자식 못 믿으면 누굴 믿어요.”
“그건 그놈들이 재벌집 아들내미 거나 자수성가한 이들이니까 그렇 지.”
“진호도 자수성가 아니에요. 막말 로 우리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으음.”
강유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오늘이 개업식이라니까 괜한 말은 안 하는 게 낫겠구나. 진 호야.”
“예, 아버지.”
“내가 내 인생을 책임지는 것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는 건 다 르다. 네가 실수하고, 판단을 잘못하 면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꼬일 수가 있는 거야. 직장을 잃은 이들이 얼 마나 힘들어질 수 있는지는 잘 알고 있지?”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래, 잘 알고 생각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앞으로도 신중하고 또 신중하거라.”
“예.”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잔소리가 아니다.
보통 자식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돈을 날려 먹을까’, ‘자식의 인생 루트가 꼬이지 않을까’다. 하지만 지금 강 유환은 자식의 사업 때문에 다른 이 들의 인생에 피해가 갈까 봐 걱정하 고 있었다.
강진호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
이러한 점 때문에 강진호는 자신 이 더 많은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아 버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잔소리같이 들리겠지만, 사업을 한다는 건 그런 거야. 나도 카페에
장사가 잘 안 되면 돈을 못 번다는 것보다는 아르바이트 월급부터 걱정 한다. 무슨 소린지 알겠니?”
“예, 아버지.”
“그래. 그 마음만 잊지 않으면 된 다.”
강유환이 살짝 불안함과 기특함이 공존하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 다.
“황 회장님께 조언은 구해봤니?”
“예.”
“뭐라고 하시더냐?”
“빨리 시작하라고……
강진호를 멍하니 바라보던 강유환 어 어색하게 헛기침을 한다.
“크흐흠, 그래?”
사업에 관해서라면 강유환 따위는 감히 입도 열 수 없는 사람이 황정 후 회장이다. 대한민국에서 황정후 회장 앞에서 사업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 양반 이 권하는 일이라면, 강유환이 감히 첨언할 수 없는 일이다.
“회장님에게는 내가 못 보는 것도 보이시겠지. 그래서 회사 이름이 뭐 라고?”
“MK 입니다.”
“직원 수가 많은 것치고는 뭐가 빨리 시작됐구나. 절차가 복잡했을 텐데.”
“총리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누구?”
강진호가 아차하고 입을 닫았다. 이건 하면 안 되는 말이구나.
강유환의 눈이 이곳저곳을 훑는 다. 뭔가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들놈이 워낙에 말수가 적어서 사태를 파악할 수가 없다.
“……괜찮은 거지?”
“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 도 제 한계는 잘 알고 있어요. 경영 이나 세부적인 문제 같은 건 전문가 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그냥 얼굴이 나 내비치는 거죠.”
“그럼 다행이다만.”
강유환이 머리를 살짝 긁었다.
‘휴우.’
어느 순간부터 아들놈이 그의 손 을 떠났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 만, 이제는 그가 감당하기에는 스케 일이 너무 커졌다.
자식의 성장을 바라는 것은 모든 어버이의 마음이지만, 자식이 너무
과하게 성장해도 속이 편치 않은 게 부모다. 살아 있는 동안은 자식의 든든한 그늘이 되어주고 싶은 게 부 모의 마음이 아니던가.
“어쨌거나 네가 잘할 거라고 믿는 다.”
“예, 아버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현정이 미소를 지었다.
“진호가 원래 그렇잖아요. 갑지가 말도 안 되는 걸 한다고 해서 걱정 시키고, 알아서 잘해서 안심시키고.”
“그렇지.”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구
요.”
“으음, 그래.”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강은영 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준비 다 했어?”
세 가족이 멍한 시선으로 강은영 을 바라보았다.
“무슨 준비?”
“에이, 아빠. 가야지!”
“어딜?”
“오빠가 개업한다는데, 당연히 우 리가 가야지! 가족이잖아!”
강유환의 눈이 꿈틀했다.
“그래서 네가 가겠다고?”
“응!”
그러고 보니 강은영은 그새 풀메 이크업을 마치고, 옷도 다 챙겨 입 은 상태였다.
진심인 모양이다.
“은영이, 여기 앉아봐라.”
“••••••웅?”
아버지가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챈 강은영이 살짝 톤을 낮췄 다.
“네가 회사 차리니?”
“……아니. 아빠,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내가 명색이 연예인인데, 오
빠가 개업한다고 하면 축하 공연이 라도……
“개업식에 무슨 축하 공연이야.”
“요즘은 해, 아빠.”
“여하튼 안 된다. 생각도 하지 마.”
강유환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 다.
“회사에 가족이 끼어들기 시작하 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거야. 너 도 회사 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마 라.”
“나는 소속 가순데?”
“그럼 업무적으로만 얽혀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강은영이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강유환도 물러서지 않았다.
예전 택시 기사를 할 때, 그가 가 장 꼴불견으로 생각하던 게 회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장 아들이 마치 임원인 것처럼 구는 모습이었 다.
절대 자기 자식들이 그런 추태를 부리게 만들 수는 없다.
“늦기 전에 어서 가보거라.”
“예, 아버지. 그럼.”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였다.
“ 진호야.”
“예.”
“잘해.”
백현정이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강진호가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러 고는 밖으로 나갔다.
“ 잘하겠죠?”
“잘하겠지. 우리 자식이니까.”
“당신 닮았으면 별로 신뢰가 안 가는데.”
훈훈하게만은 끝나지 않는 게 강
가의 특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