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1)
마존현세강림기-1132화(1130/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13화)
3장 증명하다 (3)
“뭘 취재하려는 겁니까, 선배님?”
박규연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얼굴로 옆쪽을 힐끔힐끔 바라보 았다.
그러자 박규연의 선배인 하광식이 두말없이 박규연의 뒷목을 잡고 꾹 꾹 눌렀다.
“규연아.”
“예, 선배님.”
“너도 기자 아니냐.”
“그거야 당연하죠.”
“그럼 우리가 명색이 기잔데, 매 번 기업에서 주는 보도자료나 배포 하고 있어야겠냐? 구린 구석이 있으 면 파고 핥아서 기삿거리로 만드는 게 우리 할 일 아니냐?”
“그야 그렇죠.”
“그래서 온 거다, 그래서.”
“여길요?”
박규연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고 개를 앞으로 돌렸다.
물론 좀 뭐랄까…….
‘특이한 상황이긴 하지.’
이제는 땅값 때문에 새 건물이 거의 올라가지 않는 강남 땅 한 복 판에 10층짜리 커다란 건물이 신축 된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고, 그만한 건물이 한 회사의 사옥으로 활용된 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기한 건 그 건물을 사옥으로 쓰겠다고 밝힌 회 사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회사라는 점이다.
“구린내가 풀풀 나지 않냐?”
“구린내요?”
박규연이 피식 웃었다.
“선배님, 사모펀드 투자받은 벤처 놈들이 돈지랄하다가 엎어지는 거 한두 번 본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 거 하나하나 기사화하다가는 하루하 루 책 한 권씩 내야 할걸요?”
“그런 게 아니라 인마.”
“그럼요?”
“니 말대로 외국에서 투자받은 놈 들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 대다가 말아먹는 일이야 혼하지. 그 런데 이놈들은 스케일이 좀 다르단 말이야.”
“••••••예?”
“여하튼 구린내가 난다. 그러니까 잘 찍어둬.”
“••••••예예.”
박규연이 슬쩍 하광식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상할 것도 많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이상한 일이겠지만, 이 업계에서는 이런 일 이 꽤나 혼하다.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기업이 생겨나고, 그 기업에 대기업들이 일감을 몰아준다 싶더 니, 알고 보니 재벌의 후계자가 대 표더라 하는 일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다.
지분 구조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 어지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새 사업체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고, 쪼 잔하게는 하청에 일감을 물어주기 싫어서 자비로 사업체를 설립하고 하청에 주는 일을 넘겨주는 경우도 있다.
평범한 이들의 상식으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애초에 재벌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돈에 대한 욕심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만한 사업체를 운영할 수 없다.
이상하다?
물론 이상하지.
하지만 이 업계는 정상적인 일보 다 이상한 일이 더 자주 벌어지는 동네다. 그런데 이런 게 무슨 기삿 거리가 된다고 시간 낭비를 한단 말 인가.
입을 삐죽이는 박규연을 보며 하 광식이 혀를 찼다.
‘기자라는 놈이……
하지만 박규연이 저리 입을 삐죽 이는 이유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하광식은 박규연이게 결정적인 정보 는 주지 않았으니까.
‘총리가 얽혀 있다는 소문이 있단 말이지.’
그리고 하광식이 따로 조사한 바 에 따르면, 기재부 장관도 이쪽에 관심이 지대한 것 같았다.
기재부 장관은 친중파로 분류되던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람 이 바뀐 것처럼 중국에 적대적인 감 정을 드러냈다. 하광식이 아는 바대 로라면 기재부 장관이 중국에 적대 적인 감정을 드러낸 시기와 그가 이 기업에 관심을 보이던 시기가 일치 한다.
‘정확하게 무슨 일을 노리는 건지 는 모르겠지만.’
가설이야 여러 가지를 세워볼 수
있겠지.
우선 이 기업 자체가 정부의 지 원을 받고 있다는 것.
공식적으로?
설마.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진 정 치인들이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 타인 명의의 회사를 만들고, 은연중 에 지원을 하는 건 흔한 일이다.
자신이 소유주로 있는 회사에게 지원을 주는 건 불법이기에 바지사 장을 내세우고 관련이 없는 척한다. 그래놓고 임기가 끝나면 은연중에 회사에서 돈을 끌어다 쓰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아니라고 쳐도……
지금 대통령의 성향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구린 일을 벌이지는 않 을 것이다. 전임이 그러다가 박살이 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리 극단 적인 일은 아니라 쳐도 은연중에 지 원이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단 이거.’
하광식이 메모를 바라보았다.
‘강진호.’
들은 적이 없는 이름이다. 게다가 조사해 본 바대로라면, 나이도 이제 겨우 이십 대 중반이다.
이런 어린놈이 이만한 회사의 오 너가 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배 속에서부터 강남 아파트를 선 물 받고, 생일 선물로 백억대의 주 식을 선물받으며 자라는 재벌가의 후계자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이었다.
문제는 하광식이 아는 어떤 재벌 가에도 이런 사람은 없다는 거겠지.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사주로 있 는 회사. 그런데 돈이 넘쳐 나서 강 남대로에 새 건물을 지어 대고, 신 고는 부동산업으로 되어 있다, 이
말이지.”
웃기지도 않는다.
하광식이 아는 바대로라면 이런 형식으로 만들어진 회사는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
“페이퍼 컴퍼니라는 겁니까?”
“페이퍼는 뭔 페이퍼야, 눈앞에 떡하니 건물이 있는데. 형식은 좀 다르겠지. 목적은 같아도.”
“흐으음.”
박규연이 볼을 긁었다.
“선배님.”
“왜?”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적당히
하시죠. 그러다가 또 불벼락 떨어집 니다.”
“뭐, 인마?”
“사실은 사실 아닙니다. 선배님이 뭐 정치부 기자도 아니고, 왜 매번 이런 거에만 관심 가지시는 건데요? 높은 양반들이 돈놀이 하는 데 끼어 들었다간 우리 같은 기자 놈들은 짜 부돼서 죽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나 름 유명해서 지켜봐 주는 눈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다가 저는 몰 라도 선배님은……
박규연이 엄지를 펴서 자신의 목 을 쭉 긋는 시늉을 했다.
“서해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확인 하실 생각 아니시면 적당히 하십시 다, 적당히.”
“이 새끼, 기자라는 새끼가 말본 새 보소? 우리는 원래 그런 거 하 라고 있는 사람들이야.”
“그렇죠. 그런 거 하라고 있는 사 람들이죠. 그러니까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없어지잖아요.”
“지금이 무슨 쌍팔년대냐, 비리 조사 좀 한다고 인천 앞바다에 수장 되게?”
“세상 무서운 줄 모르시네.”
“됐어, 인마. 저기 누구 온다.”
하광식의 말에 박규연의 시선이 홱 돌아갔다.
그러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핀트를 잘못 찾은 거 아닙니까? 정치권이 아니라 조폭들이 회사 차 린 거 같은데요. 쟤들 떡대가 웬만 한 체대 애들은 찜 쪄 먹고도 남을 것 같은데요.”
하광식도 조금 당황하는 중이었 다.
검은 슈트를 쫙 빼입은 사내들이 몇 백 단위로 도로를 채우며 걸어오 고 있었다.
‘영화 찍나?’
친한 영화감독이 있어서 느와르를 찍고 싶다고 하면, 이 장면을 참고 하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덩치 좋 은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모습 이 사람을 기죽이게 만드는 포스가 있었다.
“부동산이 아니라 사채업 아닙니 까? 여기 이름이 뭐라고 했죠?”
“MI〈라던데.”
“딱 사채하는 애들 이름이구만. MK머니라든가, MK캐시라든가.”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광식이 턱짓을 했다.
“찍어, 저거.”
“저건 뭐 하게요?”
“쓸데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찍어 둬.”
“플래시 켜도 됩니까?”
“……플래시는 켜지 말고.”
약한 발언이 나왔지만, 박규연은 하광식을 비난하지 않았다. 생존 본 능이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니까. 사실 카메라를 들이대 는 박규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 다.
찰칵! 찰칵!
셔터를 들이대고 두어 장의 사진
을 찍는 순간이었다.
카메라 앵글 안에 보이는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돌아온다.
‘뭐, 뭐야?’
그가 지금 사용하는 카메라는 취 재용으로 망원렌즈를 장착한 물건이 다. 거리가 최소한 300미터는 될 텐 데, 사진 찍는 걸 알아챘다고? 그것 도 저만한 이들이 한번에?
“저 새끼들, 뭐야?”
“잡아!”
그러고는 떡대들이 이쪽으로 우르 르 달려온다.
박규연이 사색이 되어 하광식을
돌아보았다.
“서, 선배님, 쟤들 진짜 조폭 같 은데요?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닙니 까?”
“……도망쳐지 겠냐?”
“안 되겠죠.”
운동능력이 한없이 좋아 보인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달아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광식과 박규연이 마른 침을 삼키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동 안, 그들의 주변을 건은 슈트를 입 은 이들이 둘러쌌다.
“야, 너희, 누구 허락 맡고 사진 찍어?”
“뭐 하는 놈들이야?”
“확 조사 버릴까 보다.”
하광식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이것도 영화에서 본 장면 같은 데.’
다행히 물리적으로 폭력이 날아온 다든가 카메라를 뺏으려 드는 행위 는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이만한 덩치들이 주변을 둘 러싸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이상 위 기감이 든다. 다리가 후들거려 정신 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다.
“거기 뭐야?”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 다. 그 목소리에 움찔한 것은 하광 식들이 아니라 그들의 주위를 둘러 싼 떡대들이었다.
“실장님, 이 새끼들이 허락도 없 이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둘러싼 이들이 좌우로 물러나며 길이 만들어졌다. 그 길로 남색의 슈트를 차려입은 사내가 저벅저벅 걸어왔다.
‘어려 보이는데?’
물론 한 30대는 되어 보인다. 하 지만 30대의 남자가 이만한 이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
은가.
“그런데?”
“예‘?”
“사진 찍는데 뭐?”
“……아, 그……
사내가 인상을 찌푸린다.
“너희, 누가 선글라스 쓰고 오라 고 했어?”
“아, 아니……
“야, 이 새끼들아.”
남색 슈트의 남자, 이현수가 입에 서 불을 뿜었다.
“안 그래도 칙칙하게 생긴 놈들이 검은색으로 쫙 빼입고 선글라스까지
끼고 다니면 누가 봐도 조폭인 줄 알지. 지금 니들 뭐, 어디 싸움질하 러 가냐?”
“……죄송합니다.”
“선글라스 다 안 벗어? 그리고 선글라스로 얼굴까지 가렸으면 그만 이지. 사진이 뭐?”
“그래도 저희도 초상권이 있는 데……
“어디서 주워듣고 개소리야. 이 새끼들아, 빨리 길 안 터드려?”
“야야, 비켜비켜. 빨리 가서 집합 해.”
이현수의 옆에서 잔소리를 듣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는 이들이 다 들 달아나듯 자리를 떴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하광식에게 이현수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기자님이십니까?”
“아? 예! 제일경제의 하광식입니 다.”
하광식이 명함을 거내 이현수에게 내밀었다. 이현수도 명함을 꺼내 하 광식에게 내밀었다.
“취재 오신 모양이네요. 잘 찍어 주십시오.”
“아••••••
“애들…… 아니, 직원들이 이런 경우에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 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피해본 것도 없고. 그런데 찍어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기사라는 게 나쁘게 만 나가지 않으면 무료로 광고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환영이죠. 다만, 딱히 기사로 쓸 게 있을지 모 르겠습니다. 하하.”
이현수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런 이현수를 지켜보는 하광식의
속내가 조금 복잡해졌다.
‘뭐지, 이놈?’
처음 보는 얼굴인데, 하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이 바닥에서 수도 없 이 굴러먹은 노련함이 느껴진다.
“아직 딱히 뭔가를 한 적도 없고, 보도자료도 배포한 적도 없는 것 같 은데,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저희야 그런 것 찾는 게 일이니 까요.”
“아, 그렇군요. 오실 줄 알면 선 물이라도 좀 준비해 둘 것을.”
“그거…… 이제 불법입니다.”
“아, 그랬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은 개업식을 준비해야 하니, 딱히 해드릴 게 없네요. 궁금한 게 있으시면 개업식 끝나는 대로 연락 주십시오. 다 답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아, 그럼 저는 저기 회장님 이 오셔서……
“ 네?”
하광식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시선을 잡아끄는 스포 츠카가 낮은 배기음과 함께 달려오 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