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3)
마존현세강림기-1134화(1132/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15화)
3장 증명하다 (5)
“선배 말대로라면, 이 회사 고위 직 중 하나가 뒷돈 빼먹으려고 만든 회사 아닙니까?”
“근데 직접 온다구요? 그 고위직 이?”
“선배?”
“아, 닥쳐 봐! 인마!”
박규연이 ‘괜히 성질이야’라고 중 얼거리면서 몸을 슬그머니 돌렸다. 열불이 터졌지만, 그럼에도 할 말이 없다.
‘아니, 뭐가 좀 상식적으로 처 돌 아가야 할 거 아냐.’
총리가 왜 와, 총리가!
아니, 물론 이상한 건 아니다.
개업식에 유력 정치인을 초대하여 기업의 세를 과시하는 것은 능력 있 는 이들이 종종 사용하는 수였으니 까. 총리면 그 급이 높기는 하지만
일반 기업의 창업식에 참여가 불가 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광식이 MK를 총리와 코드원의 비자금 조성 창구라 생각하지 않았 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다.
“저기, 저 양반. 기재부 장관 아 닙니까?”
하광식의 눈에 석동식이 똑똑히 들어온다.
“얼씨구? 국회의원들까지? 여기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요? 누가 보면 국가 주도로 공기업 하나 생긴 줄
알겠습니다.”
하광식이 한숨을 쉬었다.
아직 여기에 구린 구석이 있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 어도 하광식이 지금까지 한 예측은 모두 틀린 게 분명하다.
하광식의 눈에 강진호와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처음 뵙는다는 말을 하는 게 무 척 어색합니다, 강진호 회장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와주 실 줄은 몰랐습니다.”
“와야지요. 어렵게 성사된 자린데, 제가 안 와볼 수 있겠습니까? 게다
가 강 회장님도 제가 한 번 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강진호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귀찮게.’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강진호의 속내는 그리 편하지 않았다. 될 수 있으면 거창하지 않게 빨리 끝내 버 리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불청객들 이 자꾸 꼬여들면서 일이 커지고 늦 어진다.
그래도 강진호는 스스로가 많이 발전했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연속으로 상대하고 있지만, 입가에
미소를 띠울 수 있으니까.
‘가면 갈수록 청마를 닮아가는 것 같다니까.’
그놈이 예전에 이런 일을 도맡았 다고 생각하니 영 걸쩍지근하다. 저 승에서 만나게 되면 미안하다고 해 야겠다.
“딱히 준비한 게 없어서 어떻게 대접을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 다.”
“아닙니다. 대접이라니요. 저는 이 렇게 회장님의 얼굴을 마주한 것만 으로도 충분합니다.”
총리가 부드럽게 웃었다.
노회한 정치인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멍청한 짓이지만, 겉으로만 보기에 는 꽤나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렇겠지.
MK를 출범시키는 것은 총회 쪽 에서도 골치 아픈 일이지만, 총리 입장에서도 위장 안에 들어앉은 돌 덩이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빨리 좀 정리되면 좋을 텐데 계 속 시간이 끌리는, 그렇다고 신경을 꺼버릴 수도 없는 일.
그 모든 일이 오늘 마무리가 된 다고 생각하면 속이 시원하겠지. 뒤
처리가 조금 남기야 하겠지만.
“다시 뵙습니다!”
그때, 기재부장관 석동수가 강진 호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강진호가 눈을 끔뻑였다.
“장관님.”
석동수가 화들짝 놀라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인사가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 다.”
강진호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석동수가 하얗게 질린 얼굴 로 그 손을 마주 잡았다.
“제, 제가 실수를……
“격무에 지치면 그러실 수도 있 죠. 그렇지 않습니까, 총리님?”
“하하, 그럼요. 사람이 실수도 하 고, 그런 법이죠.”
“인사드리겠습니다, 장관님. 강진 호입니다.”
“예! 석동수입니다!”
석동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삐질 삐질 흘러나왔다. 그 광경을 보며 강진호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이지를 제압하는 건 이게 문제다.
석동수 역시 여기에서는 기업가와 장관의 관계대로 자연스레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
만 아무리 머리로 알고 있어도 영혼 에 새겨진 본능적인 공포감을 극복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알고도 남들 앞에서 머리 를 숙여 버리는 것이다.
‘골치 아프군.’
일단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야 할 텐데…….
‘그럴 리가 없지.’
강진호의 시선이 먼 곳에서 이쪽 을 지켜보고 있는 기자들에게로 향 했다.
“지금 뭔가 좀 이상한 광경을 본
것 같은데요, 선배?”
“……나도 봤다.”
“그리고 가면 갈수록 목에 칼이 들어오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까? 지 금 단두대가 피부 정도는 벤 것 같 은 느낌인데요?”
“엄살 떨지 마.”
“선배.”
“왜?”
“저, 지금 진짜 오금이 좀 저리거 든요?”
“저는 참 기자 되고 싶은 생각 없 습니다. 그냥 기자로 밥이나 먹고살
면 그만이에요. 참 기자 되어서 인 천 앞바다에서 물고기 밥 되느니, 기레기로 떵떵거리면서 먹고살고 싶 은 게 제 꿈이거든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 이제 가도 됩니까?”
“어딜 가, 새끼야! 맡은 일은 해 야지!”
“아니, 씨발! 장관이 사색이 돼서 인사하는 애를 취재하자구요? 정체 도 모르는 놈을?”
“회사 직원이라는 놈들은 하나같 이 웬만한 조직폭력배는 손가락으로 때려잡게 생겼고, 그런 놈들을 수백
단위로 끌고 다니는 놈 아닙니까. 그런데 회사 개업식에 총리랑 장관 이 와요.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세 요? 여기 지뢰밭이라구요, 지뢰밭!”
박규연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 다.
조금 전까지는 엄살 어린 반항이 었지만, 지금 박규연은 정말 흥분하 고 있었다.
‘대체 저 새끼, 뭐 하는 새끼야?’ 강진호가 국회의원들과 하나하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직원들이 현관에 도열한 다.
평범한 개업식의 광경이지만, 하 광식의 눈에는 더 이상 평범해 보이 지 않았다.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마친 강진호 가 웃는 낯으로 살짝 뒤로 물러났 다. 그의 눈짓에 이현수가 따라붙었 다.
“네가 불렀어?”
“아닙니다. 저는 부르지 않았습니 다. 그냥 ‘개업식이 언제다’라고 말 한 것뿐인데, 알아서 온 것 같은데 요.”
“개업식 일자를 말했어?”
“……예의상 이야기는 해야죠.”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강진호의 옆쪽에서 이현수가 비릿하게 웃었다.
‘세상이 다 그런 겁니다, 회주님.’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개업식의 날짜와 장소를 말해주었을 뿐이다. ‘참가해 주면 좋겠다’거나 ‘시간을 내달라’는 말은 단 한마디 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과 장소를 이야기하면 저들이 알아서 참석할 것이라는 사 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뭐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소문이 가장 빠른 곳이 연예계라고 알려져 있지 만, 그건 틀린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소문이 가장 빠르게 도는 곳은 정계 다.
연예계의 소문이 가십이 되는 반 면, 정계의 소문은 미래를 결정짓는 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가 어떻게 움직였는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아마 지금쯤이면 총리와 장관이 MK의 개업식에 참가했다는 소문이 정계를 빠르게 질타하고 있을 것이 다.
인맥이 있으면 써먹어야 한다. 딱 히 실질적인 도움은 아니더라도 새 로 생기는 기업의 개업식에 총리가 참가했다는 말이 커지면 무형적인 이득이 적지 않을 테니까.
“흐음.”
강진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얼굴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네놈이 뭘 생각했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얼굴이다.
“하하,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총 리님을 쫓아낼 수도 없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지.”
“예. 나중에.”
나중에.
아주 나중에.
기왕이면 잊어버릴 만큼 나중에.
“이제 오실 분들은 다 온 것 같은 데, 시작하시죠.”
“어……. 음, 그래야지.”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귀찮은 일을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 어울리지 않는 정 장도 불편하고, 포마드로 넘긴 머리 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또 올 사람은 없겠지?”
“저는 정말 부른 사람이 없습니 다. 회주님은 따로 부르신 분 없습
니까?”
“내가?”
강진호의 짧은 인맥을 알고 있는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그렇지. 강진호가 부르면 누굴 부 르겠는가.
“동생분은요?”
“오지 말라고 했어.”
“에이, 그래도 와주시면 좋은데.”
“왜?”
“개업식에 연예인이 참가해 주면 분위기도 밝아지고 좋죠. 기왕이면 축하 공연도 해주면 최곤데.”
그럼 은영이가 한 말이 맞은 건 가?
개업식과 축하 공연이라는 말이 도무지 머리에서 맞아떨어지지를 않 는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진짜 안 부르셨어요?”
« o ”
“ 진짜요?”
“그렇다니까. 왜?”
“그럼 저거 뭔데요?”
“웅?”
강진호가 이현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검은색 밴 한 대가 건 물 앞쪽에 멈춰 서는 모습이 보였 다.
드르르륵.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내린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강진 호의 이마에 땀방울이 돋아났다.
“아, 맞네. 아니네. 안 부르셨구 나.”
이현수가 이죽이며 웃었다.
“하기야…… 참가를 한다면 동생 분보다 사모님이 참가하는 게 맞기
는 하죠. 그런데 이렇게 파격적으로 발표하실 줄은 몰랐는데…… 괜찮으 십니까?”
또각또각.
밴에서 내린 여자가 일직선으로 강진호를 향해 걸어왔다.
“오늘 스타일 좀 사네요, 강진호 씨? 아니, 회장님?”
“오셨습니까?”
강진호가 얼어서 대답을 못할 때, 이현수가 얼른 인사를 한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 다, 사모님!”
“에이, 사모님이라고 하지 말아
요.”
“ 네?”
최연하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 다.
“여기는 공적인 자리니까. 그런 말 말고 이사라고 불러주세요.”
“이, 이사요?”
“네.”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셨어요? 저도 MIC# 소속될 거예요. MK 엔터테인먼트 쪽을 제 가 맡기로 했거든요. 그렇죠, 회장 님‘?”
이현수의 고개가 삐딱하게 옆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땀을 삐질거리는 강진호 의 모습이 있었다.
“거참…… 흥미로운 일이네요.”
이현수가 열심히 눈빛으로 강진호 를 추궁했지만, 강진호는 절대 이현 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숨겨놓 은 과자를 홈쳐 먹은 아이처럼 최선 을 다해 딴청을 부린다.
“어머? 회장님, 더우신가 보다.”
최연하가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 내더니, 손수 강진호의 이마에 흐르 는 땀을 닦아주었다.
“안 입던 옷을 입어서 그런가 보
네.”
“ O 으 조…..”
– 丁그 9 T그
•
“그래도 확실히 차려입으니 인물 이 사네요. 지나가는 사람들 반하겠 어.”
최연하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저기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얼른 가요. 면면을 보니 바 쁘신 분들인 것 같은데, 이렇게 시 간 끌면 안 되잖아요. 그렇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수가 새초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개업식 끝나고 하자구요. 오늘 시간은 많으니까.”
“사모님…… 아니, 이사님께서 자 리를 밝혀주셔서 더 좋은 개업식이 될 것 같습니다!”
“에이, 너무 대놓고 그러신다. 민 망하게. 호호호호!”
허리를 젖히며 옷는 최연하를 보 며 강진호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자, 가자구요.”
앞서가는 최연하를 일별한 이현수 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 라본다.
“좋은 시절 다 가셨네요.”
그러지 마라. 사람 서글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