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6)
마존현세강림기-1137화(1135/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18화)
4장 개업하다 (3)
‘생각하던 이미지랑은 전혀 다른 데……
이현주가 새삼스러운 얼굴로 앞쪽 을 바라보았다. 테이블에는 테이크 아웃한 커피 잔이 놓여 있고, 그 뒤 로 보이는 의자는 비어 있었다.
휴게실로 온 최연하는 잠시 화장
실을 갔다. 덕분에 이현주 홀로 이 리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라는 배려일지도 모르겠네.’
배려든 배려가 아니든, 덕분에 최 연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할 시간 을 얻기는 했다.
직접 만나본 최연하는 뭐라고 할 까…….
그녀가 알고 있던 거랑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그녀는 강진호를 보좌하는 사람이 다.
실제 그녀가 맡고 있는 업무는
총회 전반의 재정에 관련된 업무이 기는 하지만, 그녀가 총회의 재정을 맡고 있는 이유는 총회를 발전시키 기 위해서다.
그리고 총회의 발전을 이끄는 이 는 강진호다.
결국 총회의 모든 것은 강진호로 회귀한다. 총회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이라면 강진호의 주변에 대해 이해하는 건 필수적인 일이었다.
이현수는 오히려 이런 쪽으로는 조금 안일한 편이었고, 덕분에 이현 주가 바쁜 시간을 쪼개 강진호의 주 변 상황을 모두 조사했다.
강진호로서는 기분이 나쁠지 모르 겠지만, 이건 총회의 입장에서는 너 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 조사를 바탕으로 본 최연하는 네 글자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었 다.
안하무인.
‘당연한 거지.’
예쁘다.
시대착오적인 말일지 모르지 만…… 아니, 아니지. 이런 시대니까 더 그렇겠지. 현대를 살아가는 여자 에게 아름답다는 것은 커다란 무기 다. 그리고 최연하급의 아름다움을
갖춘 여자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 다.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돈과 명 예가 굴러 들어온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쓴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다른 이들의 기분을 맞춰주고 겸손 을 떨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고?
이건 정말 멍청한 소리다.
아름다워서 가시가 있는 게 아니 다. 애초에 모든 사람은 가시를 가 지고 있다. 다만, 세상을 살아가며
그 가시를 내세우는 게 자신에게 손 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갈 뿐이다.
때로는 기분이 나빠도 다른 이에 게 맞춰야 하고, 때로는 상대의 공 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겨야 한다. 그래야 성격이 좋다는 말을 들으며 이득을 얻어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깎여 나가는 것을 둥글어 진다고 한다.
좋은 말이지.
그래, 둥글어진다는 건 좋은 말이 다.
하지만 그 안에는 둥글어지면 살 아갈 수 없는 사회의 냉혹함이 담겨
있다.
하지만 최연하는?
그럴 필요가 없다. 가시를 세워도 그 가시에 찔리는 것을 다른 이들이 감수해 주니까. 모두가 좋다고 하는 데 굳이 자신을 바꿀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그러니 최연하가 안하무인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정도야 익스큐즈 해 줄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뭐랄까…….
‘단순히 그런 건 아닌 모양이네.’ 직접 본 최연하는 조금 달랐다.
그저 안하무인이 아니다. 계산이
빠르고, 머리가 좋다. 그리고 자신의 포지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어찌 보면 월권에 가까운 일이지 만,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게 밀고 들어올 줄 안다.
생각보다 영리한 사람이다.
하기야.
그 강진호의 여자 친군데 얼굴만 믿고 날뛰는 사람은 아니겠지. 강진 호가 그런 걸 용납할 사람이 아니니 까.
그보다…….
자, 저 최연하가 과연 그녀에게 무엇을 원할까.
문이 열리고 최연하가 안으로 들 어온다. 가볍게 손을 털어낸 최연하 가 환히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 미안해요. 아까부터 화장실을 못 가서.”
“아닙니다, 이사님.”
최연하와 이현주가 마주 웃었다.
지금은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이 다.
“회주님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 다.”
“정말요?”
“……네, 그럼요.”
“이상하다. 우리 진호 씨가 남 앞
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닐 타입은 아닐 것 같은데. 이쁜 여자 친구 자 랑 못해서 안달인 팔불출이면 나름 귀엽기는 하겠지만, 사람이 또 안 그렇잖아요. 그죠?”
“아••••••
최연하가 싱긋 웃는다.
“겉치레는 됐어요. 귀찮다는 게 아니라, 나는 이 부장님하고 그런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좋을 사이가 되고 싶거든요. 서로 편하고, 서로 즐거운, 그런 관계. 오케이?”
이현주가 대답 없이 미소 지었다.
‘만만치가 않네.’
웃기는 일이기는 하지만, 어쨌거 나 지금 윗사람은 최연하다. 이현주 가 총회에서 해온 일을 따진다면, 외부인인 최연하가 이사가 되고 그 녀가 부장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말 도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이현주는 그런 것에는 딱 히 불만이 없었다.
실권 없고 명분 없는 이사라는 직위에 질투를 느낄 만큼 어리석지 는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실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 MK에서 정한 직책을 바탕으로 한 다면, 최연하는 이현주의 윗사람이
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대외적 지위와 실질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이현주를 찍어 눌러보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그게 먹히든 먹히지 않 든 해볼 만한 시도니까.
하지만 최연하는 찍어 누를 생각 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자세를 낮 추며 이현주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 다.
이현주가 최연하를 가만히 보다가 미소 지었다.
“이사님.”
“네.”
“제게 이러시는 이유를 물어도 괜 찮을까요?”
“무슨 말씀이시죠?”
“이사님이 저 같은 사람에게 잘해 주시는 이유가 납득이 안 가서요. 어차피 이사님은 마음만 먹으면 회 주님께 직접 의견 제기가 가능하실 텐데요.”
“아…… 그 사람요?”
최연하가 미묘한 얼굴을 했다.
그 뚱한 표정을 보니 이상하게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저기…… 이 부장님.”
“네, 이사님.”
“저 마음에 안 드시죠?”
“••••••네?”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굴러온 돌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죠. 특히나 굴러온 돌이 머리 위로 온다면 짜증 내지 않는 사람이 없을걸요?”
“아, 그건 좀 다릅니다.”
이현주가 손을 내저었다. 이건 확 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다른 곳에서라면 몰라도, MK는 굴러온 돌에 대해 딱히 편견을 가지 지 않습니다.”
“에이, 사람이 그럴 수가 있나.”
“정말입니다. MK의 전신에 대해 서 얼마나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 만, 지금 이사진들은 제 입장에서는 전부 다 굴러온 돌입니다. 심지어 그렇게 따지면 회주님도 굴러온 돌 이죠.”
“에? 그래요?”
“네.”
이현주가 빙그레 웃었다.
“굴러온 돌이 기분 나쁘다면 이 일 못합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뀐 거죠.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리 를 차지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굴 러온 돌이 기분 나쁘다고 굴러온 돌
을 탓할 게 아니라 누구도 제 위로 굴러오지 못하게 실력을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음, 굉장히 이상적이네요.”
“그래요?”
“네. 그런데 사람은 이상적일 수 없죠. 기분 나쁘시죠?”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버리니 이 현주도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최연하가 씨익 웃었다.
“거 봐요. 사람은 다 그런 거죠.”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현주의 가면이 살짝 깨졌다.
기분 나쁘냐고?
당연히 기분 나쁘지.
이런 상황에서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무리 실권 없는 이사 자리라고 해도 비슷한 나이의 업적 없는 사람 을 윗사람으로 모셔야 하는 걸 누가 반기겠는가.
“다른 사람도 비슷할 거예요. 딱 히 한 것도 없는 사람이 이사 자리 를 떡하니 차지하고 들어왔잖아요.”
“MK와 MK 엔터테인먼트는 말 만 계열사지, 실질적으로는 별 관련
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거죠.”
이 여자, 진짜 사람 후벼 팔 줄 아네.
“그런데 그 기분 나쁜 년이 회장 님한테 직접 이야기를 해서 제 맘대 로 뭔가를 한다?”
최연하가 다리를 꼬고는 테이블에 양팔을 올렸다. 그러고는 몸을 앞으 로 쭉 내밀었다.
“어떨 거 같으세요?”
“재수 없는 년 취급받는 거야 순 식간 아니겠어요?”
이현주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 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확실히 똑똑해.’
최연하는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의외로 타인의 생각 에 민감하다.
하지만…… 굳이 그런 사실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은 그리 현명해 보이 지 않는다.
신선하기는 하다마는.
“이현주 씨가 보기에는 제가 아무 것도 모르고 자리나 차지한 사람으
로 보이겠죠.”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 보자면, 이 쪽 사람들이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 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적어도 연예 계라는 지독한 곳에서 십오 년을 굴 러먹었거든요.”
이현주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최연 하를 바라보았다. 그런 생각은 해보 지 못했다.
이현주의 시선을 받은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그래서 제작사의 누구와 의사소 통이 잘돼야 현장이 잘 굴러가는지
정도는 알아요. 회장? 네. 회장이 밀어주면 좋겠죠. 그런데 그 회장이 밀어준다는 건 돈을 더 퍼 준다거 나, 아니면 아랫사람을 쪼는 것에 불과하죠. 막상 얼굴을 맞대고 일해 야 하는 사람과는 관계가 벌어질 뿐 이에요. 저는 제가 얼굴을 맞대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이현주가 가만히 최연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하시고 있는 일은 사내 권 력이고 뭐고, 이런 게 아니라 정말 MK 엔터테인먼트를 제대로 굴려보
기 위한 사전 공작이다?”
“직설적이긴 하지만…… 음, 그런 느낌?”
최연하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이 현주를 똑바로 응시했다.
기 싸움은 이제 정리가 되어간다.
“윈윈하자는 거죠. 조그만 지원이 잘되면 저는 이 회사 제대로 만들어 볼 수 있어요. 그건 MK란 그룹에 대한 이미지 재고에도 확실히 도움 이 되겠죠.”
“도와주세요, 이 부장님. 그럼 저 도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
을 다해 드릴게요.”
이현주가 살짝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결국 이득과 손해가 무엇인가가 관건이다.
그리고 이현주의 계산으로는…….
“최 이사님.”
“네, 이 부장님.”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다만, 그런 식으로 움직이려면 벽이 있네요.”
“벽은 허물라고 있는 거 아니겠어 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러니……
이현주가 미소를 지었다.
“말만 그렇게 하실 게 아니라 근 사한 밥이라도 얻어먹으면서 본격적 으로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요.”
“말만 해요. 내가 밥 먹여주는 데 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니까. 아주 풀코스로 쏠 수 있어요.”
이현주가 환하게 웃었다.
‘나쁘지 않아.’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
그게 뭐가 나쁜가.
최악의 관계는 서로 이용하는 관 계가 아니라, 서로 이용하지 못하는
관계다. 서로에게 이득이 있는 이상 깨어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서로 이용하는 관계는 사회적으로는 최상 의 관계다.
물론 거기서 멈출 생각은 없지만. “할 말이 정말 많을 것 같네요.
최 이사님이 저를 필요로 하는 것만 큼, 저도 최 이사님께 받을 게 정말 많거든요.”
“그럼 다행이네요. 드릴 게 있다 는 건 좋은 거죠.”
최연하가 씨익 웃었다.
“그런 면에서 먼저 듣고 싶은 게 있는데요.”
“ 네?”
“진호 씨는 회사에서 평소 뭘 하 죠?”
“••••••네?”
“어설픈 데 한눈을 팔지는 않고?” 이현주의 이마에서 살짝 땀이 돋 아났다.
진짜 만만치 않은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