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8)
마존현세강림기-1139화(1137/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20화)
4장 개업하다 (5)
“아니!”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이게!”
“그러니까, 바로 위에 옥상이 있 는데! 왜 거기서!”
강진호는 옆을 돌아보지 않고 액 셀을 밟아 댔다.
‘내가 뭐 그럴 줄 알았나.’
퇴근은 예상보다 늦어졌다.
딱히 업무가 늘어나서는 아니다.
“소방관들 얼굴 보셨습니까? 예? 보셨냐구요!”
강진호가 입을 꾹 다물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21세기에! 예? 뭔 쌍팔년대도 아니고, 21세기에 실내에서 흡연해 서 소화전이 울리고! 소방차가 출동 하는 사태를 눈으로 봐야 합니까!
얼굴이 화끈거려서 말도 못했습니 다, 말도!”
절대 시선을 돌리면 안 된다.
지금 강진호는 이현수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새 건물이라 센서가 민감했던 모 양이지.”
“새 건물이고 헌 건물이고, 실내 홉연은 원래 금지라구요!”
“……너도 총회에서는 피웠잖아.”
“거기랑 여기랑 같습니까!”
내로남불이다.
이건 진짜 내로남불이었다.
하지만 저지른 죄가 있다 보니
뭐라고 딱히 반론을 하기가 힘들다.
“그놈의 담배. 몸에 좋지도 않은 거, 좀 끊으십쇼. 열심히 피워 대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닙니 까!”
“……나는 괜찮잖아.”
“남들은요? 간접 흡연은 흡연도 아닙니까?”
무인의 몸은 무척이나 편리하다.
무인들이 익힌 심공은 몸을 최상 의 상태로 유지한다. 몸 안에 들어 온 독소는 알아서 배출하고, 상처를 입으면 저 스스로 치유한다.
덕분에 강진호는 아무리 담배를
피워 대도 홉연의 폐해에 시달리지 않았다.
‘물론 담배야 끊는 게 좋지.’
그건 세 살짜리 어린이도 안다.
하지만 여자 친구나 가족도 아닌, 이현수에게 담배로 잔소리를 듣는 강진호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었 다.
“주의할게.”
“사무실 내에서 흡연은 이제 안 됩니다. 저는 그 소방관이 짓던 표 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안 그래 도 바쁘신 양반들이 쓰잘데기 없는 일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데 도움
은 못 줄망정!”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소방차가 몰려왔을 때, 강진호 역 시 제대로 당황했다. 상황이 파악이 되고 나서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 었다.
“그런데 보통 소방차라는 건 신고 해야 오는 거 아닌가?”
“소화전이 울리면 자동으로 연락 이 가게 해뒀습니다. 야간에 건물을 통째로 비우는 일이 흔하잖습니까. 아직 경비도 제대로 안 세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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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바꿀 생각입니다만, 여 하튼 이제는 안 됩니다.”
“그거 말인데……
“예.”
“회장실에서 화재경보기를 떼어내 면 되지 않을……
“아, 회주님! 제발 좀!”
강진호가 아무 말 없이 액셀을 밟았다.
뭔가 안 풀리는 하루였다.
“비싼 거 먹는다더니……
“이 시간에 비싼 거 파는 데가 어 딨습니까! 다 문 닫았지!”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냄비를 바라보았다.
감자탕이 천천히 끓어오르고 있 다. 하지만 강진호의 얼굴은 그보다 더 빠르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현수가 입을 삐죽이며 궁시렁댄 다.
“밥 사 준다더니, 소방차를 부르 시네요. 이게 뭔 엿 먹이는 것도 아 니고……
뭐가 잘 풀린다 했다.
그럴 리가 없지. 하, 인생 참. 부글부글 끓어 대는 감자탕을 보
며 강진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침에는 아버지와 진지하게 이야 기를 나누고, 점심에는 개업식을 했 다. 그리고 저녁에는 사고를 치고, 밤이 되어서는 이현수와 이렇게 마 주 앉아 있다.
참 버라이어티한 하루다.
“감자탕이 뭡니까, 감자탕이! 이 부장은 호텔 가서 코스 요리 먹었다 는데, 우리는 감자탕이라니!”
그리고 이현수도 무척이나 버라이 어티했다.
그 불만이야 십분 이해한다지만, 그래도 강진호가 회주고 회장인데,
어찌 저렇게 사람을 구박할 수가 있 나.
왠지 서글프다.
“감자탕 싫어하나?”
“아, 뭐, 좋아하기는 합니다. 예전 에 자주 먹었죠.”
이현수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등 뼈 한 조각을 접시에 옮겨 담았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호도 피식 웃었 다.
돌이켜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이 세상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만난 적이 바로 이현수였다. 그전에 도 나름 이것저것 트러블은 있었지
만, 강진호를 죽이겠답시고 작정하 며 달려든 이는 이현수가 처음이었 다.
그리고 실제로 강진호는 이현수 덕분에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강진호의 행동방식대로라면 이현 수는 죽어야 했다. 하지만 이현수는 살아서 지금 강진호의 앞에서 불만 을 털어놓고 있다. 그것도 어떤 사 람도 하지 못하는 형태로 말이다.
이 이상한 관계를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홀러나왔다.
“고생 많았다.”
“고생은요. 대부분은 이 부장이
한 거죠.”
“뒤에서 이 실장이 고생한 거 알 고 있어.”
“뭐, 알아주신다면 겸양은 떨지 않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월급이 나 올려주시죠.”
“……그게 부족해?”
“회주님.”
이현수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돈은 얼마가 되도 부족한 법입니 다.”
“재산이 수십조가 넘는 재벌들도 한 푼 아끼겠다고 직원들 월급 깎아
제끼는 세상 아닙니까. 돈이란 건 충분이란 게 없습니다. 언제나 부족 하고, 언제나 더 벌고 싶죠. 회주님 도 돈 많은데 지금 돈 더 벌려고 하잖습니까?”
“딱히 돈을 더 벌려고 시작한 일 은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그렇죠.”
* 으 99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역시 사실이다.
이중걸이 만들어놓은 막대한 재산 은 총회에 완벽하게 편입되었다. 이 현주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모든 흔
적을 지워 버리겠다는 둣 그 모든 것들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총회의 통장에 밀어 넣었다.
덕분에 총회는 현금 보유량만 따 진다면 재벌의 귀싸대기를 날려 버 릴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법인화를 추진하며 그 절반에 가까운 재산들이 MK의 자산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MK의 소유주가 강진 호다.
물론 여러 가지 규제와 세금 문 제를 피하기 위해서 형태를 꼬아놨 기에 그 전체가 강진호의 재산으로
잡히지는 않겠지만, 그렇다 해도 어 마어마한 양의 돈이 한 번에 강진호 의 소유가 된 건 사실이다.
주식의 형태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돈이야 많지 않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저번에 한 번 올려줬던 거 같은 데?”
“회주님.”
“웅‘?”
“총회가 동아시아를 먹고, 원탁을 정리하고, 세상을 평정하면 좋은 날 이 올까요?”
“……좋은 날은 모르겠지만, 안전
한 날은 오겠지.”
“안전한 날이라……. 그렇죠. 맞는 말이죠. 그런데요……
이현수가 쓴옷음을 지었다.
“회주님이 생각하시는 것과 아랫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좀 다를 겁니 다. 회주님의 입장에서는 그게 궁극 적인 목적이 되겠지만, 아랫사람들 은 그냥 오늘 한 푼 더 버는 것과 오늘 하루 더 행복한 게 중요합니 다.”
“저열하다고 하지 마십시오. 그게 당연한 겁니다. 아랫사람들이 위기
의식을 가진다고 해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잖습니까. 쓸데없는 걱정 이 될 뿐이죠. 일반 사원더러 회사 의 미래를 걱정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평사원에게 그런 일 을 떠넘길 거면, 이사진이나 사장단 은 왜 비싼 연봉 받아 처먹습니까? 그런 일 하라고 돈 주는 건데.”
“그건 그렇지.”
“그러니 그런 대비는 윗사람이 하 는 거고, 아랫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게 해주면 됩니다. 그리 고 사람이 삶에 충실하려면 돈이 필 요합니다.”
“……올려줄게.”
“감사합니다. 단, 제 월급만이 아 닙니다. 지금 총회의 회원들이 객관 적으로 보기에 충분한 월급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체계가 애매하긴 합 니다. 이번 기회에 애들 월급 문제 도 재정비하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마당에 인 건비가 올라간다는 건 조금 우려되 는 일이긴 하지만…….
‘그건 나보다 이현수가 더 잘 알 겠지.’
강진호가 뭐라고 돈 문제에 입을
떼겠는가.
강진호는 금전 감각에 관해서는 어린아이나 다름없다. 첫 번째 삶에 서도 돈에 쪼달리기는 했지만, 살아 가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 다.
마교에 투신했을 때는 돈에 신경 을 쓸 필요가 없었고, 지금 삶에서 도 초반을 제외하고는 돈 문제에 얽 힐 일 자체가 없었다.
경영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 긴 했지만, 그래봐야 실무를 맡아오 던 이현수나 이현주에 비하면 조족 지혈 수준이다. 두 사람이 알아서
잘 협의할 것이다.
“이 실장에게 맡기지.”
이현수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맨 정신으로 할 이야기는 끝났다 고 생각했는지 이현수가 소주를 시 켰다.
빈 잔에 소주를 받으며 강진호가 가볍게 웃었다.
“이 실장이랑 술 먹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저 술 별로 안 좋아합니다.”
“몸에 안 받나?”
“그렇다기보다는……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워낙에 원한을 많이 샀잖습니까. 지금이야 옛이야기가 됐지만, 이중 걸이랑 김석일이 싸워 대던 시절에 는 절 죽이려고 추적하던 이들이 백 단위는 넘었을 겁니다. 이중걸이 가 장 껄끄러워하던 게 저였으니까요.”
“음, 그렇지.”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의식이 좀 흐려진다 싶으면 덜컥 겁이 나더라 구요. 혹시 지금 암살자가 오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그럼 대처 못해
죽는 거 아닌가 싶고……. 생각해 보면 쓸데없는 고민이죠. 암살자가 주변에 접근할 정도라면 저는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진데, 제 실력으로 는 저항도 못할 텐데 말입니다.” 이현수가 피식 옷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꼭 그렇게 상식적이지는 않더라구요. 그 때 그 런 경험을 몇 번 한 이후로는 술을 가까이하는 게 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맥주나 한 캔씩 하는 걸로 만족하며 살고 있죠.”
강진호가 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 았다.
이상한 기분이다.
지금이야 다들 즐겁게 떠들고 있 지만, 이현수 역시 험난한 삶을 살 아왔다.
그걸 새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불안한가?”
“아닙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 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다 만, 트라우마라는 게 그리 쉽게 극 복은 안 되더라구요. 괜찮습니다. 술 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밤에 잘 때 발 뻗고 잘 수 있게 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제 적 어도 한국인이 저를 죽이려 들 거라 는 생각은 안 해도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현수가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회주님.”
“……왜 이래?”
“아뇨. 인사는 받으셔야 합니다. 이건 제가 대표로 드리는 인사니까 요.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회 주님에게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부담스럽다.
“총회의 회원들은 여러모로 회주 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회주님께서 나서주신 덕분에 더 강 해질 길이 열렸고, 외국 놈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게 되었다는 걸 감사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조금 다릅니 다.”
이현수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다들 알게 된 거죠. 안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 길에서 마주치는 누군가가 내 목을 노리러 온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게 어떤 건지 말입니다. 회주님이 전쟁을 종식시켜 주신 덕
분에 다들 제 삶을 되찾고 있습니 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억지로 공치사를 받는 것 같군. 내가 의도한 게 아니잖아.”
“의도는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결과죠.”
이현수가 조금 더 진지해진 얼굴 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