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9)
마존현세강림기-1140화(1138/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21화)
5장 권유하다 (1)
“회주님이 의도하셨든 의도하지 않으셨든, 회주님은 이 땅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게 하셨습니다. 이건 생각보다 더 큰 일입니다. 회주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쯤 총회의 한국인 중 반쯤은 죽어 나갔을 겁니다.”
“그만큼 큰 전쟁이고, 그만큼 큰 분쟁이으니까요.”
이중걸과 김석일이 그대로 끝까지 싸웠다면, 한국의 무인계는 반쯤은 박살이 났을 것이다.
영남회가 총회의 비해 우위를 점 한 건 사실이지만, 압도적으로 항복 을 받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나 타협을 모르는 이중걸의 성향을 감 안한다면, 피는 끝도 없이 흘렀을 것이다.
강진호는 딱히 그럴 의도가 없었 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가 영남회와 총회의 분쟁에 개입한 덕분에 많은
피가 흐르는 것을 막아냈다.
“대신 더 큰 전쟁을 앞두고 있 지.”
“그건 늦든 빠르든 어차피 닥쳐올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싸 워볼 만해졌잖습니까.”
오 Q.99
M..•
확실히.
홍왕계와 전면적이 붙는다면 모르 겠지만, 일본 정도는 이제 그리 겁 이 나지 않는다. 전면전이 붙는다고 해도 해볼 만한 정도까지는 성장했 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지
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일도 총회의 회원들 에게는 큰 사건입니다.”
“응?”
“무인이라는 건 원래 반쯤은 사회 에 섞여들지 못하는 이들이니까요.”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무인은 스스로와 사회를 격리한 다.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확고한 세계 가 있다는 말로도 들리지만, 다르게 보자면 드러난 세상에 적웅하지 못
한다는 말과도 같았다.
“무인은 돈을 많이 법니다. 남부 럽지 않게 살 수 있죠. 하지만 그건 드러난 세상에서 돈을 버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불법으로 유흥 시설 을 운영하는 이들이 돈을 많이 번다 고 해서 그들이 사회적으로 부러움 을 받거나 떳떳할 수 있는 건 아니 죠.”
“……그렇지.”
“지금까지 총회가 해오던 일들은 그리 떳떳한 일들이 아니었습니다. 기껏 무학을 익혀놓고 이런 더러운 일이나 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괴감
을 느끼던 이들도 많았습니다. 평범 한 이와 가정을 꾸린 이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가족에게도 말하 지 못했습니다. 그거, 꽤나 힘든 일 입니다.”
알고 있다.
강진호도 겪었으니까.
물론 강진호는 가족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 상 대적으로 느끼는 자괴감은 크지 않 았다.
그러나 총회의 주도로 더러운 일 을 해야만 했던 이들은 강진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자괴감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MK가 생기면서 다들 희 망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대기업 소 속으로 남들에게 떳떳하게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시대가 될 거라고 희 희낙락하는 중입니다.”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을 했다.
“그게 내 공은 아니지. 주도한 건 이 실장하고 이 부장이잖아.”
“회주님이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던 일입니다.”
“나도 두 사람이 없었으면 꿈도 못 꿨을 거야.”
“아닙니다. 저나 이 부장은 대체
가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회 주님은 대체가 불가능하죠. 제가 이 곳에 없었더라도 언젠가는 MK가 세워졌을 겁니다. 하지만 회주님이 없었다면 절대 그렇지 않았겠죠.”
강진호는 칭찬이나 공치사에 익숙 하지 못하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불편했다.
“한 번은 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주님은 자신이 한 일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 는 경향이 있으시거든요. 지금까지 불과 일 년입니다. 그사이 회주님은 정말 많은 것을 바꾸셨습니다. 모두
를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이현수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 였다.
그리고 그 인사를 받는 강진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많은 게 바뀌기는 했다.
정말 많은 게 바뀌기는 했다.
다짜고짜 그를 찾아온 이현주와 대면한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될 거 라고는 강진호도 상상하지 못했으니 까.
총회와의 만남은 강진호의 운명을 크게 뒤틀어놓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시작이지.”
“예.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헤 쳐 나가야 할 일은 끝도 없죠.”
이제 일본을 정리해야 하고, 미뤄 둔 홍왕계와의 관계도 정리해야 한 다.
특히 홍왕계는 지금까지 총회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단번에 무너뜨 릴 수 있는 존재다. 위협적이기 그 지 없다.
“모든 게 잘될 거라는 낙관은 하 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보다 몇 배는 더 힘들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그래도 잘될 거라고 믿어야죠.”
강진호도 피식 웃었다.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
자리를 만들기를 잘한 것 같았다.
사실 영남회와 총회가 통합된 이 후로 가장 고생을 한 사람은 이현수 다. 그건 누구도 감히 부정할 수 없 는 사실이다.
다른 이사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총회에 기여했다면, 이 현수는 아무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일들을 도맡으며 총회를 발전시켜 왔다.
강진호를 제외한다면, 이현수의 공이 가장 높다. 이건 모두가 인정 하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이현수와 진지하게 말을 나눠본 적이 없다. 회의를 통해 대 화하거나 잠깐잠깐 말을 나눈 적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진지하게 얼굴을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다.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데……
사람을 다룬다는 건 그래서 힘든 일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쉬울지 모 르지만, 강진호에게는 언제나 어렵 기만 했다.
“이 실장은 문제없나?”
“예?”
“총회 말고 이 실장 말이야. 불만 이라든가.”
“그런 건 없습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일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건 총회의 문제라기보다는 제 성향입니 다. 사실 제가 그런 타입이거든요. 남이 한 일을 못 믿고 어떻게든 제 가 제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하는 타 입이요.”
조별 과제 조장 전담.
굉장히 슬픈 성향이었다.
“혼자 산 게 오래돼서 요즘 좀 쓸 쓸한 감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뭐……
“ 결혼은?”
“……아직은 그런 걸 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
“두 가지 면 다요. 관계적인 측면 에서도 아직은 결혼을 논할 때가 아 니고, 업무적인 면에서도 그렇습니 다. 서로 이번 일에 사활을 걸고 있 는 건 마찬가지라……
“그게 전부인가?”
이현수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완전히 신경을 쓰지 않고 있 다고는 말씀드리기 힘들겠습니다. 어쨌든 간에 제가 이중걸의 죽음에 일조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니까요. 서로 그런 측면을 언급하 지는 않고 있지만, 아직은 좀 부담 스럽습니다.”
“글쎄, 그걸 그리 신경 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
강진호가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이중걸이 살아 있었다고 해도 이 런 상황이면 반대하지 않았을 거야.
그 사람도 걸물이라 불릴 만한 사람 이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 지만 죽은 사람이 말을 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당사자는 쿨하 게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 변인의 입장은 또 조금 다른 거 아 니겠습니까?”
어려운 문제였다.
‘여기까지겠지.’
여기서 더 언급하는 건 결례다. 이현수도, 이현주도 똑똑한 사람들 이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자기들끼 리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노파심에 한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네,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회주 님은 노인이기도 하니까요.”
명치에 뭔가가 틀어박힌 기분이 다.
“그보다, 이제 회주님도 말씀하셔 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음, 뭘?”
“나이 말입니다, 나이. 이제 그만 최연하 씨…… 아니, 이사님에게 이 야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관계가
더 깊어지고 나서 이야기하면 배신 감 클 거 같은데.”
강진호는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야 할까?”
“해야죠. 예전처럼 어설픈 관계면 모를까, 사업까지 같이하는 마당에 비밀이 있는 건 그리 좋지 않습니 다. 개인적으로도 사업 잘 굴러가는 와중에 그런 문제로 트러블이 생기 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 흐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딱 히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사업이 더 진행되기 전에 벌어지는 게 나았다.
“……말할게.”
“꼭 해주십시오.”
서로 아픈 곳을 한 번씩 찌른 두 사람은 정(?)이 조금 더 깊어진 얼 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셔.”
“네.”
그 외에는 그냥 시시껄렁한 이야
기였다.
본격적인 자리를 마련한다는 건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사실 워낙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딱히 새롭게 할 말이 없었다. 그저 홀러 가는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 뿐 이다.
한참 동안 주거니 받거니 하던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회주님.”
“웅?”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음, 말해.”
“지금까지 보류되어 있던 일 하나
를 언제 추진할지가 궁금해서 말입 니다.”
“……무슨 일?”
“재단이요. 복지 재단.”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재단은 출범 준비가 거의 끝났다. 지금은 시기만 보고 있다. 아무래도 MK와 함께 추진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이 이현수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빨리 추진했으면 하는 눈치군?”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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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가 씁쓸한 얼굴로 소주잔을 툭툭, 쳤다.
“전 그거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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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좋은 건 알겠습니다. 그런 데 사실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니 까요. 일단 다른 건 다 접어두고, 회주님이 다른 곳에 시간을 빼앗기 는 게 제일 문제입니다. 회주님 스 타일상 대충 남에게 맡겨 내버려 두 지도 않을 것 같구요. 그래서 그동 안은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 만약 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2년쯤 뒤에 시작했으면 하는 게 실장으로서의
제 의견입니다.”
“실장으로서?”
그 마지막 말이 도드라졌다.
강진호가 빤히 바라보•자, 이현수 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총회의 실장으로서 드릴 말씀은 그게 맞습니다. 하지만 인간 이현수 로서는 의견이 좀 다릅니다. 회주님 의 지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 서의 저는 빨리 추진했으면 좋겠습 니다.”
“왜?”
“그야••••••
이현수가 살짝 어색한 얼굴로 고
개를 숙였다.
“그리 대단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뭐랄까, 제가 회주님의 강함과 리더십에 운명을 걸었다면, 회주님 의 그런 면 때문에 안정을 얻었기 때문이죠. 사실 그동안 제 위에 있 던 이들은 다들 이득과 세력 싸움밖 에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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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에 회주님이 보육원 을 들락거리는 걸 보면서 생각했죠. 아, 이 사람은 좀 다르구나! 입으로 꺼내기에는 좀 부끄러운 이야깁니다 만.”
“그런 거 아냐.”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지인이 있고, 아는 애들이 있어 서 그런 것뿐이야. 툭하면 사람 죽 여 대는 내가 무슨 대단한 봉사심이 있겠어.”
“결국 우리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족속들입니다. 오히려…… 그 렇기에 그런 마음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현수가 낮게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조금 더 각박해지고, 조금 더 이 득에 민감해질 겁니다. 그렇다고 해
도 회주님이 그런 면을 잃지 않으셨 으면 좋겠습니다. 실장으로서는 해 서는 안 되는 말이지만 말입니다.”
“괜찮아.”
강진호가 가볍게 웃었다.
“여긴 사적인 자리니까.”
“그러네요. 사적인 자리에 공적인 걸 끌고 왔네요. 사과드립니다.”
“한잔하지.”
“네.”
이현수가 강진호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강진호도 이현수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마주 웃은 두 사람의 술잔이 허 공에서 부딪친다.
좋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