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40)
마존현세강림기-1141화(1139/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22화)
5장 권유하다 ⑵
“뭐 하는 새끼지, 진짜?”
“거참
머리를 벅벅 긁는 하광식을 보며 박규연이 혀를 찼다.
“아직 그러고 계십니까?”
“뭐, 인마.”
“적당히 좀 하십시오, 적당히 좀.”
“너, 대가리 많이 굵었다? 선배한 테 그런 말 할 줄도 알고?”
“아, 십 년 차나 십이 년 차나 뭐 그렇게 차이 난다고 아직까지 선뱁 니까, 선배는.”
“한 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야, 새 끼야.”
“ 어휴.”
박규연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MK의 개업식에서 돌아온 이후로 며칠이 지났건만, 하광식은 아직 저 러고 있었다.
자신의 조사가 잘못됐으니 새로 정보를 얻어봐야 한다며, 하루 종일
강진호에 대해 조사를 하고 다녔다.
“선배.”
“왜?”
“뭐가 나오기는 합니까?”
하광식은 대답하지 못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뭐가 나왔다면 저런 똥 씹은 얼 굴을 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거 아무리 판다고 뭐가 나오겠 냐구요?”
“왜 안 나와?”
“그렇게 허술하게 일처리를 할 사 람들이 아니라니까요. 보셨잖아요.
만약 선배가 생각하는 대로 거기에 정계고 재계고 다 물려 있으면, 그 양반들이 선배가 파서 나올 정도로 허술하게 일을 하겠어요?”
하광식이 짜증 섞인 눈으로 박규 연을 노려보았다.
“이 새끼야, 그 철벽을 뚫고 들어 가는 게 기자가 할 일 아냐? 너처 럼 생각할 거면 기자는 왜 해?”
“왜 하긴 왜 합니까? 먹고살려고 하지.”
“아니, 이 새끼가 진짜?”
그 순간, 다른 곳에서 대답이 들 려왔다.
“왜? 뭐, 틀린 말이라도 했나?” 고개를 돌린 하광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장님 오셨습니까?”
배우현 부장이 그를 보며 혀를 찼다.
“그럼? 기자는 풀만 뜯어 먹고사 나? 돈을 벌어야 먹고살 거 아냐, 돈을 벌어야!”
“……아뇨. 뭐, 틀린 말이라고는 안 했습니다.”
“아는 놈이 그래, 아는 놈이? 야, 너 요즘에 뭐 하냐? 회사에서 월급 받아서 놀러 다니냐?”
하광식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아니라…… 최근에 추적하 고 있는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거, 잘만 하면 큰 거 하나 나올 거 같습니다.”
“큰 거?”
“예. 커다란 거. 어쩌면 대한민국 이들썩……
“이보세요, 하광식 씨.”
“ 예?”
“언제 회사가 당신한테 큰 거 물 어오라고 했어?”
배우현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광식아, 광식아. 정신 좀 차려라, 인마. 니가 무슨 열정 가득한 새내 기도 아니고, 이 바닥에서 십 년이 넘게 굴러먹은 놈이 아직까지 그런 말을 하고 있냐?”
“아니, 이번에는 정말……
“그래, 큰 거. 큰 거 좋지. 그런데 그 큰 거 하나 물어온다고 네가 도 둑질해 간 월급 값이 되냐?”
하광식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큰 거 하나 찾아서 내보내면 뭐 할 건데? 5분도 안 돼서 카피 기사 쏟아지고, 대형 언론사에서 분석이 니 뭐니 하고 개소리 붙여서 내면
걔들이 1위 다 먹는데. 시대가 어느 시댄데 큰 거 찾고 있어?”
“그래도 처음 기삿거리를 찾아내 는 사람이 있으니까 카피 기사라도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걸 왜 우리가 해? 돈 더 받고, 돈 더 잘 버는 기자님들이 대한민국 에 넘쳐 나시는데. 무슨 자체 열정 페이도 아니고, 큰돈 받는 기자님들 도 안 하시는 걸 왜 우리가 하냐 고? 어?”
배우현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인마, 너 다른 후배들 보기에 민
망하지도 않냐? 너는 쟤들이 벌어오 는 돈으로 월급 받고 사는 거야. 니 가 그놈의 기자 정신이 어쩌고 하면 서 시간 낭비하고 놀러 다닐 동안, 쟤들은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기사 만들고 워드 쳐서 돈 벌어온다고. 무슨 말인지 몰라?”
“압니다.”
“아는 놈이 왜 그래?”
하광식이 마른 입술을 축였다.
이런 대화를 할 때마다 답답하다. 더 짜증 나는 것은 그는 중분히 배 우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이다. 배우현이 틀렸고, 그가 옳은
길을 간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는 않 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하광식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큰 거 하나 터뜨리면 회 사 인식도 달라지지 않습니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하나 잡아서……
“광식아.”
“예.”
“따라 나와.”
“……예.”
배우현이 앞장 서 걸어가자 하광 식이 한숨을 쉬며 그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규연이 고 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광식아.”
“예, 부장님.”
“너 언제까지 이럴 거야?”
커피에서 뿜어져 나온 김이 눈앞 을 살짝 가렸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두 남자 가 커피를 앞에 두고 대화하는 일이 그리 흔한 건 아니지만, 하광식은 눈앞에 보이는 게 술이 아니라 커피 임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이게 술이었으면 좀 더 험한 말 이 나왔을 것이다.
“커버 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너 이러고 다니는 거 다른 데스크는 모를 것 같냐? 국장님은 모르고? 야, 하루 종일 기사 승인하는 게 그 양반 일이다. 니 이름으로 나가는 기사가 안 보인다는 걸 왜 모르겠 냐.”
하광식은 아무 말 없이 커피를 입에 머금었다.
뜨겁다.
하지만 하광식의 속처럼 들끓지는 않았다.
“위에서 무슨 말 나오는지 몰라?”
“……압니다.”
“아는 놈•이 왜 그래, 아는 놈이.
마, 우리 나이 대는 승진 못하면 밀 려나는 거야. 그런데 니가 이제 더 올라갈 데가 어딨어? 너, 이번에 승 진하면 데스크 맡아야 하는 거 몰 라?”
“그런데 너처럼 일하는 놈한테 데 스크를 맡기겠냐고. 평생 현장직? 야, 이 새끼야.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나이는 먹어가지, 체력은 줄어들지, 감은 떨어지지……. 나 같 아도 같은 돈 주고 나이 든 애들 현장 안 돌려. 그런데 너는 애초에 받는 돈도 젊은 애들보다 많잖아.”
하광식이 슬쩍 시선을 돌려 창밖 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마주하기가 껄끄럽다.
하광식 같은 사람이 고통스러울 때는 타인의 경멸을 마주할 때가 아 니다. 호의와 우려가 섞인 시선이 자신에게 와닿을 때다.
“광식아.”
“예, 부장님.”
“사람은 꿈을 꾸면서 살지. 그래, 나도 안다. 너나 나나 처음 이 바닥 에 들어올 때야 당연히 열정 넘치는 사람 아니었냐. 그놈의 펜대 하나 들고 이 썩어 빠진 나라 바꿔보겠
다, 그런 열정으로 넘쳐 나지 않았
냐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게 아냐. 그 게 옳을 수도 있지. 아니, 그게 옳 겠지.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옳은 일만 하고 사냐? 당장 입에 풀칠은 해야 할 거 아냐. 내가 꿈 좇다가 망하면 나만 죽냐? 나도 내 한 몸 건사하는 입장이면 지금 여기 안 있 어. 저 새끼들 비리 캐고 있겠지.”
“예, 그러시겠죠. 그런 분이시죠, 부장님도.”
배우현이 답답하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런데 나나 너도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이 있잖아. 내가 실직하면 내 새끼들은 누가 먹여 살려? 내 마누라는? 우리 부모님은?”
“나만 그래? 너는? 너는 처자식 도 없고, 부모님도 없냐?”
“아니, 뭔 갑자기 패드립을.”
“장난이 나와, 새끼야?”
하광식이 입맛을 다셨다.
분위기가 풀리지가 않는다.
“그만해라, 이제. 충분히 할 만큼 했다. 그거 하고 싶으면 데스크에
올라와. 아니면 더 올라가든가. 네가 충분히 힘을 가지고 뭔가 할 수 있 을 때 해라. 아니면 너 짤려, 새끼 야.”
배우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아니, 부장님. 이러고……
“난 할말 끝났어.”
“부장님.”
하광식이 일어나 자리를 뜨려는 배우현의 소매를 잡았다.
“안 놔?”
“……얼마 남았습니까?”
“ 뭐?”
“저 얼마 남았냐구요.”
배우현이 눈을 크게 뜨고 하광식 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하광식은 배 우현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미친 또라이 같은 새끼.”
“아시잖습니까, 저 또라인 거.” 소매를 놓은 하광식이 피식 웃었 다.
“부장님이 하신 말씀이 옳다는 거 압니다. 그렇게 살아야 대한민국에 서 그래도 사람 구실이나마 하고 산 다는 소리 듣는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하광식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천성이 이런 걸 어쩌겠습니까?”
“그게 천성이야, 천성? 책임감이 없는 거지, 새끼야. 니가 무책임한 걸 천성 탓으로 돌리지 마. 남들은 태어날 때부터 돈에 미쳐 사냐?”
“에이, 그런 의미는 아니구요.” 하광식이 너스레를 떨었다.
“여하튼 대답이나 해주십쇼. 저 얼마 남았습니까?”
“하, 진짜……
배우현이 말도 없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하광식도 어슬렁거리며 그 의 뒤를 따랐다. 카페에서 나와 한 적한 구석으로 들어간 배우현이 담
배를 꺼내 물었다.
하광식이 말없이 그의 담배에 불 을 붙여주었다.
“길어야 두 달.”
“두 달이요? 너무 짧은 거 아닙 니까? 그래도 제가 해온 게 있는 데……
“뭘 했는데?”
“……뭐 있겠죠, 뭐든.”
배우현이 정신 나간 놈 바라보는 시선으로 노려보자, 하광식이 휘파 람을 불며 딴청을 피웠다.
“두 달은 고사하고, 한 달도 애매 하다. 두 달까지 가려면 나도 자리
걸어야 돼.”
“거기까지는 오번데.”
“그럼 한 달.”
“한 달이라……
하광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한 달 동안 프리로 놔주십쇼. 규연이 붙여 주시구요.”
“……너, 제정신이야?”
“뭐, 여기 짤리면 갈 데 없겠습니 까? 정 안 되면 포장마차라도 하죠. 그 정도는 모아뒀으니까.”
하광식이 담배를 물고 씨익 웃었 다.
그 대책 없는 모습에 배우현도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애초에 이놈 은 말이 통하지는 않는 놈이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냐?”
“모릅니다.”
“••••••뭐?”
하광식이 어깨를 으쓱한다.
“보물 상자 같은 거죠. 안에 뭐가 들었다는 건 확실한데, 깠을 때 보 물이 나올지, 도깨비가 나올지는 아 무도 모릅니다.”
“너, 그런 거에 직장 거는 거야?”
“기자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닙 니까.”
“야, 인마.”
“압니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거. 그런데 부장님, 저는 기자가 아닌 직업으로 먹고살면 모를까, 기자라 는 이름 달고 돈 좇고 싶지는 않습 니다. 그리고 뭐 얼마나 준다구요. 어차피 월급도 쥐꼬린데.”
“뭐, 이 새끼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둬 주십시오. 제 가 한 거 생각하면 그 정도는 해주 실 수 있잖습니까.”
한참을 말없이 하광식을 바라보던
배우현이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니 마음대로 해, 人fl꺄. 그리고 제대로 된 거 못 물어오면 한 달 시간 맞춰서 사직서 들고 와.”
“열흘 더 주십시오.”
“니 맘대로 해, 인마.”
배우현이 혀를 차며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하광식 이 깊게 담배를 빨았다.
세상 어디도 도와주지 않는 느낌 이다. 그리고 그가 상대하는 이들은 한없이 깊고, 한없이 어둡다.
하지만 뭐.
그게 기자 아닌가.
엄살 피울 생각은 없다. 과거, 군 사정권 당시에 그의 선배들은 목숨 의 위협을 받고 가족의 위협을 받으 면서도 진실을 향해 눈을 감고 뛰어 들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엄살을 피운다 면, 그건 기자도 아니다.
“니미, 씨발. 좆 나게 외롭네.”
담배를 튕겨낸 하광식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사무실로 걸어갔 다.
쌀쌀해진 바람이 그의 품을 파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