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41)
마존현세강림기-1142화(1140/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23화)
5장 권유하다 (3)
‘진짜 모르겠네.’
하광식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의 손에는 그가 조사한 강진호 의 자료가 들려 있었다. 조사가 잘 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꼼꼼하게 조사했음에도 걸리는 건 없었다.
아니.
‘걸리는 게 너무 많아서 문제지.’ 걸리는 게 많으면 좋은 거 아니 냐고?
평소라면 그렇다.
하지만 강진호의 입장과 그의 주 변을 감안한다면, 이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만약 저들이 강진호를 앞세워 뭔 가를 할 생각이었다면, 강진호의 신 변을 이리 허술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뭡니까, 선배?”
“ 뭐?”
박규연이 씩씩거리며 하광식에게 다가왔다.
“부장님한테 무슨 말씀 하신 겁니 까? 왜 부장님이 저한테 선배 일에 붙으라고 하는 건데요?”
“나야 모르지.”
“선배, 진짜 이러실 겁니까? 저는 끼기 싫다니까요. 저는 오래 살고 싶다고 했잖습니까.”
“그럼 부장님한테 따지든가.”
한참을 씩씩거리던 박규연이 한숨 을 쉬며 입을 열었다.
“선배.”
“왜?”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시죠. 황 정후 회장이 붙었을 때, 이미 끝난 겁니다.”
“그 양반이 어떤 양반입니까? 이 제 와서 돈 몇 푼 벌겠다고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아니잖습니까. 마음 에 안 든다고 제 자식들도 숙청해 버리는 양반인데.”
“ 알아.”
“아시는데 왜 그러세요? 선배가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기자가 기삿 거리 찾는다고 아무거나 들쑤시고 다니면 개집까지 대가리 들이밀고
뼈다귀 찾게 된다구요. 확실한 근거 와 정황이 있을 때 대가리 밀라고 하셨잖아요.”
하광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확실한 근거와 정 황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냥 선배 감이잖아요. 그리고 선배도 지금 이 걸 뒤졌을 때, 뭐가 나오는지 모르 는 거 아닙니까?”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전 이거 안 합니다. 부장님이 뭐 라고 하셔도 안 할 거예요. 이거 조 사하다 아무것도 안 나오면, 그거 누가 책임집니까?”
“내가 책임진다.”
단호한 하광식의 말에 박규연이 눈을 찌푸렸다.
“선배가 어떻게 책임을 지는데 요?”
“걱정하지 마, 책임 질 거니까. 벌써 이야기 끝났어.”
“ 아니••••••
뭔가 말을 하려던 박규연이 입을 다물었다.
대충 감이 온 것이다.
“선배, 이거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입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감이
오는 거지. 너도 그럴 때가 있잖아. 남들은 다 별거 아니라는 거에 확 꽂히는 순간.”
“••••••있죠.”
“그게 온 것뿐이야. 그리고 나는 그 감을 놓치지 싫은 거고.”
“기자 생명까지 걸구요?”
하광식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기자 생명은 뭐가 기자야, 인마. 내가 여기 아니면 일할 데 없냐?”
“없죠. 선배를 어디서 써줘요. 세 상에 그렇게 착한 사람만 있는 거 아닙니다. 제가 사장이면 선배는 벌 써 잘렸어요.”
“야, 가! 가, 새끼야! 너랑 안 해 내가 부장님한테 말씀드릴 테니까, 그냥 너 가.”
“가긴 뭘 갑니까? 벌써 지시 떨 어졌는데.”
“내가 취소해 준다고!”
“그럼 선배가 사주한 거 맞네요.”
하광식이 입을 다물었다.
혀를 찬 박규연이 고개를 내저었 다.
“그냥 꼭 같이 일해 달라고 사정 했으면 못해줄 것도 없는데, 남자답 지 못하고 윗선으로 들어옵니까? 꼭
제가 필요했다고 말씀하시면……
“안 해, 새끼야!”
“소주 한잔 사 줘야 합니다. 그거 아니면 안 할 거예요. 오늘 저녁에 근사한 데서.”
“소주 먹는데 근사한 데가 어딨 어‘?”
“그건 선배가 알아서 찾아야죠. 고민해 보십쇼.”
박규연이 휘파람을 불며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하 광식이 피식 웃고 말았다.
‘여하튼, 새끼.’
기자 생명 걸었다는 말이 나오자
마자 얼굴이 달라진다. 입으로는 투 덜거려도 하광식이 회사를 그만두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쩌나……
그만두게 될 확률이 훨씬 높은 거 같은데.
하광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는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정황은 의심만 갈 뿐이지, 증거라 고 할 만한 게 없다.
아무리 옆에서 깔짝대 봐야 나오 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할까?
‘정해져 있지.’
기자란 그런 것이다. 옆에서 대충 훑어보는 걸로 모든 걸 알 수 있다 면 기자라는 직업은 필요 없다. 평 범한 사람들도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는 걸로 무슨 기사를 만든단 말인가.
그렇기에 기자는 발로 뛰고 취재 를 해야 하는 법이다.
“자, 그럼 어디부터 파볼까?”
하광식이 입술을 핥았다.
보통 사람들은 기자를 들개라고 칭한다. 한 번 물면 놓치 않는다거 나 집요하다거나.
하지만 하광식은 기자는 들개라기
보다는 하이에나에 가깝다고 생각했 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썩었 다고 생각되는 부분까지 물고 늘어 져야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오는 법이 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강진호는 탐욕 스럽게 제 영역을 넓혀가고 있겠 지.’
개업을 했으니, 아마 지금까지 참 아오던 것을 마음껏 해 대려 할 것 이다.
“어디 보자고. 내가 맞는지, 틀린 건지.”
하광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강진호가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그는 강진호의 주변을 파고들 것이다.
그의 시선이 MK의 빌딩이 있는 쪽을 향했다.
뚱한 눈빛이 쏘아진다.
강진호는 그 미묘한 시선을 받으 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 다.
저 눈빛.
무심한 듯, 허무한 둣 무감정한 저 눈빛이 강진호를 날카롭게 꿰뚫 고 있었다.
세상에 눈빛 하나로 강진호를 움 츠리게 만들 만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일을 해낸 사람은 세상을 떨어 울리는 강자도, 막대한 권력을 가진 권력자도, 무시 무시한 재력을 움켜쥔 재력가도 아 니었다.
그냥 평범한 여자 고둥학생이다.
“흐으으응?”
조미혜가 콧소리를 냈다.
강진호의 등골에 땀이 배어났다.
“••••••왜?”
“아니, 뭐.”
조미혜가 빙그레 웃는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 다.
“공사가 다망하신 분께서 웬일로 이 누추한 곳을 다 들르셨나 하고 말이야.”
최근 바쁜 일이 연속으로 벌어지 면서 보육원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 했다.
사람이 언제나 초심을 유지할 수
는 없다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나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에,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보육원으 로 온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 는 이현수의 말이 큰 영향을 주었지 만.
나름 쾌활한 마음으로 찾은 보육 원이건만, 현관에서부터 커다란 난 적을 만나게 되었다.
팔짱을 낀 조미혜가 강진호를 위 아래로 훑어본다.
“••••••왜?”
“아니, 뭐, 워낙 오랜만이라서 그
동안 어디 팔다리는 떨어지지 않았 나 싶어서.”
“그런데 어쩐 일이야?”
“딱히 이유는 없는데……
“와, 일도 없는데 이런 곳을 다 찾아주시다니. 소녀, 무척이나 황공 스럽습니다.”
“자, 잘못했다.”
야단을 맞는 기분이다.
무척이나 생소하고 이상한 기분이 었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그 저 감내할 수밖에.
“흐으응.”
조미혜가 두어 걸음 걸어 현관의 강진호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손 을 쭉 뻗어 강진호의 손을 잡았다.
“오빠.”
“응?”
조미혜가 흔들림 없는 눈으로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오빠 바쁜 거 알고, 이거 내 투 정이라는 것도 알아.”
“그런데 애들이 좀 그래. 그렇잖 아. 자주 오던 사람이 발 끊으면 당 장 어쩔 줄 몰라 하는 애들이잖아. 자기가 뭘 잘못했나 싶고, 이렇게
또 한 사람 없어지나 싶고.”
“ o ”
“오빠한테 부담 주기는 싫은데, 오빠는 여기서는 좀 특별한 사람이 잖아. 알아, 오빠. 오빠가 오기 싫어 서 자주 안 오는 게 아니라는 거. 오빠도 바쁘고 할 일이 많다는 거.”
강진호가 입을 닫았다.
바빴던가?
물론 바쁘기는 했다.
하지만 이곳에 얼굴도 들이밀지 못할 만큼 바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조미혜가 하는 말이 조 금 아프다.
“애들이 엄청 불안해해. 그러니까 오빠, 진짜 미안한데…… 조금만 자 주 얼굴 보여주면 좋겠어. 진짜 미 안한데.”
“미안한 거 아냐.”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사과는 내가 해야지. 미안하다. 내가 신경을 못 썼다.”
“아냐, 오빠.”
조미혜도 단호했다.
“오빠가 여기에 빚진 것도 아니 고, 오빠가 굳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없어. 그건 당연한 거지. 이 건 그냥 내가 억지 부리는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자주 와줘. 부 탁할게.”
“그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성하게 된다.
조미혜가 그를 나무라거나 화를 냈다면, 이런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 다. 어쩌면 강진호도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이곳에 오는 건 강진호가 베푸는 거지, 의무가 아니니까.
“애들이 많이 실망했어?”
“불안해하기는 하는데, 그렇게 심
하지는 않아. 대신 연하 언니가 자 주 왔거든.”
“ 누구?”
“오빠 여자 친구. 요즘 여기에서 아주 사시네요.”
“왜?”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 오빠 여자 친구 아냐?”
강진호의 얼굴이 멍해졌다.
그가 없을 때도 보육원에 한 번 씩 들른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설마 조미혜의 입에서 여기서 산다 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주 올 거라 고는 생각 못했다.
“애들이 불편해하지는 않고?”
조미혜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도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걸 눈치챘는지 입 을 다문다.
“호오, 그거 아주 의미심장한 발 언이시네요. 언니가 들으면 좋아하 실 것 같은데?”
“이러지 말자.”
“흥. 옛정을 생각해서 입을 다물 어주겠어. 아무리 언니가 신흥 강자 라지만, 오빠랑은 전우애가 있으니
까.”
“……고맙다.”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조미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봐! 진호 오빠 왔어!”
문이 벌컥벌컥 열린다.
그러고는 작은 아이들부터 쪼르르 달려와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형!”
“형!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와!”
“오빠! 오빠!”
달려드는 아이들을 안아주면서 강 진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
아…….
이런 기분이었구나.
강진호는 이 아이들에게 딱히 동 정심을 가지지 않는다. 아무리 이 아이들이 평범하지 않게 살아간다고 해도 강진호가 살아온 삶과는 비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강진호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이곳을 드나들었다.
오랜만에 보육원을 다시 와보니, 왜 자신이 이곳에 발을 끊지 못했는 지 알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강진호가 손 을 뻗어 아이들을 쓰다듬어 준다.
머리가 굵은 녀석들은 쉽사리 다
가오지 못하고 살짝 멀찍이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다들 잘 지냈어?”
“예, 형.”
“잘 지냈어요, 오빠.”
강진호가 가볍게 옷어주었다.
이유 없이 사람을 반겨주고, 이유 없이 안겨든다.
그저 서로를 좋아하니까. 이 가식 이 섞이지 않은 따뜻함이 강진호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거겠지.
그래, 순수한…….
“근데 형, 손이 비었다?”
“••••••웅?”
“함흥차사도 아니고, 소식이 끊겼 다가 다시 오는 사람이 빈손으로 오 네? 뭐 들고 온 거 없어? 과자라든 가?”
“얘는!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이 야.”
그래, 혜미야. 너라도 있어 다 행…….
“차에 있겠지!”
“설마 빈손으로 왔겠어? 사람인 데?”
아니, 뭐…….
꼭 순수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