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43)
마존현세강림기-1144화(1142/2125)
마존현세강림기 46권 (25화)
5장 권유하다 (5)
“보육원을 나가?”
« o ” “〒
강진호의 물음에 한진성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왜‘?”
“왜긴 왜야. 나이가 찼으면 나가
야지.”
“학교 다닐 동안은 괜찮은 거 아 냐?”
“음, 그렇긴 한데……
대한민국의 법이라는 건 그렇게 매정하지 않았다.
반드시 해줘야 할 부분은 깔끔하 게 외면하고 지나가가기도 하지만, 의외로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 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 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보육원은 아이들이 성 인이 될 때까지 보호와 교육을 담당 하는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 인이 되는 순간 무작정 사회로 내보
내 버리지는 않는다.
직업을 구하는 아이들에게는 직업 과 생활이 가능한 곳을 알선해 주 고,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에게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보육원에 머무 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좀 껄끄러워서.”
“ 뭐가?”
“그런 게 있어. 현실적으로도 좀 그렇고.”
문제는 보육원에 머무른다는 건, 보육원에서 통학이 가능한 학교에 갔을 때나 의미가 있다는 점이었다.
강진호가 재경을 통해 지원한 덕
분에 보육원은 서울 한복판에 자리 하고 있었고, 한진성의 성적으로는 근처에 갈 수 있는 대학이 그리 많 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별로 도움도 안 되면서 그냥 방 이나 축내고 싶지는 않아. 나도 이 제 성인인데, 내 돈은 내가 벌어 쓰 고,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지.”
조미혜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예예, 참 대단한 성인 나셨네요.” “저게.”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형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지? 남
자가……
“아니.”
강진호가 단호하게 한진성의 말을 잘랐다.
“응?”
“아니라고.”
“••••••왜?”
한진성의 의외라는 얼굴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박유민이면 몰라도 강진호라면 한 진성이 보육원을 나가 제 삶을 스스 로 지탱하는 걸 웅원해 줄 줄 알았 다. 강진호의 성향이 그러니까.
“일단 첫 번째로……
강진호가 한진성을 보며 말했다.
“너는 성인이 아냐.”
“에。], 내 나이가 몇인데.”
“밥은 해먹을 줄 알아?”
한진성이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대답은 조미혜가 대신 해주었다.
“라면도 잘 못 끓여.”
“너 가만히 좀! 제발 가만히 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성인은 나이로 구분하는 게 아 냐. 저 혼자 자기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성인이지. 그런 의미로 봤을 때, 너는 아직 성인이 아냐.”
“그런데 그렇다고 그냥 여기서 죽 치고 있으면 달라질 게 없잖아.”
“아무것도 안 하니 그렇겠지.”
“수능 끝나면 준비해. 혼자 살 수 있도록.”
“ 아니••••••
“그리고……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네가 준비를 마치고 결심을 해서 혼자 살기로 한다면 반대 안 해. 그 건 네가 할 선택이지. 그런데 너는 지금 그냥 무작정 나가려는 거야. 아냐?”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이제 갓 스물이 된 이가 쉽게 헤 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부 드럽지 않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그나마 세상을 조금 더 겪은 축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의 각 박함을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더 좋은 환경이 있는데, 다른 환 경을 택하는 건 그냥 자존심일 뿐이 야. 현명한 사람은 자존심이 아니라 이득을 택하지.”
“……아니, 형 생각처럼 보육원에 있는 게 그리 좋은 게 아니라니까.”
“네 생각보다는 좋아.”
“생활비 문제도 있고……
“그건 내가 해결해 준다.”
강진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뒀 어. 그동안은 대학을 가는 애가 거 의 없거나 대충 다니다가 그만둬서 딱히 실행하지 않았을 뿐이야. 네가 대학 다닐 동안 학비나 생활비는 내 쪽에서 해결할 거야.”
“형.”
한진성이 살짝 인상을 썼다.
“그게 싫은 거라고.”
“응?”
한진성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형 아들도 아니고……
“끔찍한 소리.”
“아니, 여기서 끊지 말고.”
한진성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건데, 어쩌겠 는가.
“내가 형 아들도 아니고, 친동생 도 아닌데, 당연하다는 듯이 형이 해주는 걸 받고 싶지는 않아. 호의 도 좋고, 다 좋지. 그런데……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받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호의?”
“웅, 호의.”
강진호가 뚱한 얼굴을 했다.
“오해하는 모양인데, 공짜로 준다 고 한 적 없어.”
“응?”
“갚아.”
“이자 쳐서.”
한진성이 멍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대학 나와서 취업하고 돈 벌게 되면, 그때부터 갚아.”
“그게 학자금 대출이랑 뭐가 달 라‘?”
“십 년이 아니라 이십 년이 걸려 도 상관없어.”
“갚아. 그러고 나서 남는 돈 있으 면 보육원에도 지원해. 그렇게 한 명, 두 명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너희가 보내는 돈만으로도 보육원이 돌아갈 거야. 그리고 더 많은 애들 이 취업하게 되면, 보육원은 더 좋 아지겠지.”
한진성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형,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
게…… 애들이 형이 생각하는 것처 럼 다 착하고 능력 있지는 않아. 누 군가는 떼먹으려 할 거고, 누구는 그 돈도 못 벌 수 있잖아.”
“ 알아.”
“근데 손해 보는 장사를 왜 해?”
“있어야 하니까.”
강진호가 가볍게 옷었다.
모른다.
한진성은 아무리 들어도 모를 것 이다.
그가 어떻게 짐작하겠는가, 강진 호가 한때는 지금의 한진성과는 비 교도 되지 않는 고달픈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살을 에는 겨울. 쓰레기를 뒤지다 가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봐도 누구 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세상천지를 다 뒤져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줄 사 람이 없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건 지, 강진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 다.
그는 그나마 운 좋게 스승을 만 날 수 있었고, 그의 온정으로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적천마존?
마교의 교주?
웃기는 소리.
그것도 결국 살아남았기에 오를 수 있던 자리다.
만일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강 진호는 그날 얼어 죽었을 것이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된 이후 로 겪은 고난은 고난이라고도 할 수 없다. 강진호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 한 기억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 린아이의 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추 위와 허기짐이었으니까.
스스로의 삶을 지탱한다?
홀로 자신을 떠받치고 살아간다?
좋은 말이지.
하지만 그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면 선택하지 않는 게 좋은 일이 다. 기댈 곳이 있다면 사람은 기대 고 싶어 한다. 기대고자 하는 이를 나약하다고 욕하는 것은 기대지 않 는다는 게 유일한 자부심일 뿐인 이 의 투정에 불과하다.
“무시하는 게 아냐. 네가 지금부 터 혼자 살아간다고 해서 크게 잘못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 내가 아는 너라면 잘해내겠지.”
강진호가 한진성을 똑바로 쳐다보 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살아갈 수 있 다는 것뿐이야. 누군가의 도움을 받
고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잃어버 리는 거지. 당장은 네가 혼자 살아 간다는 거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몇 년이 지나면 후회 하게 돼.”
강진호 역시 마찬가지다.
두 번째 삶과 지금의 삶이 그에 게 알려준 것은 관계에 대한 소중함 이다.
강진호는 타인을 긍정한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되 어야 한다. 그래야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
“도움을 받아. 그러고 나서 더 나 은 사람이 되고, 더 능력 있는 사람 이 돼. 그렇게 되고 나서 갚아도 안 늦어.”
“하지만……
한진성은 여전히 고민하는 눈치였 다.
강진호가 가만히 한진성을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원장 수녀님이라면 이럴 때 뭐라 고 말씀하셨을까?”
원장 수녀님이라는 말이 나오자 한진성이 움찔했다.
이미 돌아가신 지 시간이 꽤 지 났지만, 그분의 가르침과 그분의 손 길은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화인처럼 남아 있다.
“빤하지, 뭐.”
한진성이 고개를 떨어뜨린다.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강진호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다만, 네가 말한 대로 네가 내 친동생은 아니지만, 동생이기는 하 지. 형한테는 자존심 부리는 게 아 냐.”
강진호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 다.
“어디 가려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좀 끊어!”
“오빠, 좀 끊어!”
강진호가 우울한 얼굴을 했다.
이 잔소리는 여기서도 사라지지 않는구나.
어떻게 보면 강진호의 건강을 생 각해 주는 일이니 고마워해야 할 일 이기는 한데…….
강진호가 아무 말 없이 달아나듯
방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한진성이 한 숨을 푹 내쉬었다.
“거 봐, 내가 욕먹을 거라고 했 지‘?”
“욕은 안 먹었어.”
“대신 욕보다 더 얻어맞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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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나름 어디 가면 어른스럽다 는 말 많이 듣는데.”
“결국은 그게 애 같다는 말이지. 어른한테 어른스럽다는 말은 안 하 잖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고……
한진성이 가만히 강진호가 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따라가려고 해도 너무 멀 다. 강진호의 대화를 하고, 강진호의 말을 듣다 보면, 스스로가 애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너무 멀다니까, 진짜.”
한진성이 피식 웃고 말았다.
찰칵.
보육원을 빠져나온 강진호가 담배 에 불을 붙였다.
‘잘난 듯이 말했군.’
보육원에 소홀했던 주제에 굉장히 생각을 해주고 있다는 투로 말을 했 다. 생각해 보면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한 말이 강진호의 진심이기도 했다.
강진호는 이 아이들이 잘되길 바 라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이 들의 미래가 아니었다.
바로 지금이다.
아이들이 미래에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강진호는 그저 지금 저 아이들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한때 그가 그토록 바라던 것처럼.
절망의 끝에 내몰렸을 때, 그가 기대한 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그저 손길.
자신을 향해 뻗어지는, 온정을 담 은 손길이었다.
세상이라는 절벽을 오르다 떨어진 다고 해도 그 아래에서 받아줄 사람 이 있다는 그 믿음, 그 믿음 하나.
그게 강진호가 저 아이들에게 진 정 주고 싶은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후우우우우.”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 어냈다.
이곳에 있다.
그의 삶을 바꾼 것, 그의 생각을 바꾼 모든 것들이 바로 이곳에 있었 다.
그렇기에 강진호는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현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그가 다른 지배자들과 다를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이곳 때문인지 도 모른다. 이곳을 겪고, 이곳에서 느끼지 못했다면, 강진호는 결국 과 거의 적천마존과 같은 사람이 되어 버렸을 테니까.
이곳은 가족과 함께 강진호가 강 진호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니?”
별 하나 없는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가만히 눈을 감 았다.
‘아니요.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 으 ’
그는 아직 누군가가 쉽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지만, 잊지 않고 있습니다.’
길을 잃을 때마다 생각한다.
원장 수녀님이 그에게 해준 말, 그에게 보여준 표정.
일생을 통틀어 유일하게 닮고 싶 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그 사람을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언젠가는 저 물음에 그렇다고 대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더없이 환희 웃으며 말이다.
어두운 밤하늘이 강진호를 쓰다듬 듯 천천히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