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45)
마존현세강림기-1146화(1144/2125)
마존현세강림기 47권 (2화)
1장 약진하다 (2)
“언니, 저 왔어요.”
“왔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은영을 보 며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참 특이한 캐릭터라니까.’
아마 강은영도 최연하를 보며 같 은 생각을 하겠지만, 최연하가 보기
에도 강은영은 참 이상한 사람이었 다.
특히나 그녀의 오빠가 강진호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상했다.
‘닮은 점이 하나도 없어.’
강진호가 살짝 내성적인 성격이라 면, 강은영의 무척이나 외향적인 성 격이었다.
강진호가 카메라 등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인 반면, 강은영은 화면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연예인이 되었다.
그리고 어투나 행동거지 같은 여 러 가지 면에서도 딱히 비슷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남매가 반드시 닮아야 하는 법은 아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절 대 남매라는 말을 떠올리지 못할 정 도로 둘은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름 사이가 좋다는 게 특이하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일반 적인 남매들에 비하면, 둘의 사이는 꽤나 좋았다. 좋다고 해봐야 강은영 이 일방적으로 강진호를 물고 늘어 지는 느낌이지만.
“인사해. 구면이지? 여기는 은솔 씨. 앞으로 전반적인 업무 볼 분이
라 자주 마주칠 거야.”
“안녕하세요!”
“다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강 은영 씨!”
한은솔이 허리를 구십 도로 숙였 다.
가벼운 인사가 오가고 최연하가 강은영에게 자리를 권했다.
“개업식엔 왜 안 나왔어?”
강은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오빠가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
“아, 그래?”
강진호의 생각도 이해는 간다.
강은영은 불만이 많은 모양이지
만, 사건을 피하기 위해선 그게 옳 다.
“그런데 여기…… 건물 엄청 좋네 요?”
“그렇지?”
“오빠가 어디서 돈 잘 벌고 있다 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좀 놀랐어요. 언니는 알고 계셨어요?”
“……나도 몰랐지.”
강은영이 놀란 만큼, 아니, 그 이 상으로 최연하도 놀랐다.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입주할 건물이 이렇게 크고, 이렇게 직원이 많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하는 말
을 들어보면, 여기에 있는 사람이 전부도 아니었다.
‘삼백 명이 넘는 것 같은데 일부 라니……
이 정도면 가히 중견 기업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최연하의 표정이 살짝 새초롬해졌 다.
생각해 보면 그녀는 강진호에게 거의 모든 것을 오픈했지만, 강진호 는 여전히 그녀에게 숨기는 것이 많 은 느낌이었다. 약간 섭섭하기도 하 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뭐.’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언니랑 같이하는 것만으로도 좋 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이게 엄 청 큰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이상해 요.”
“그렇지.”
최연하도 같은 마음이었다.
‘쫄려 죽을 뻔했지.’
“여기 맞아요?”
“여기 아닌 것 같은데?”
“누나, 여기 지금 벌써 세 번 돌 았어요. 주소도 여기가 맞는 것 같 은데?”
“건물이 이상한데? 뭐가 저리 커?”
“저 앞에 사람 몰려 있는데요? 엄청 많은데? 여기 맞는 것 같아요. 저 앞에 댈까요?”
“자, 잠깐만! 약국! 약국!”
“약국은 왜요?”
“처, 청심환 하나만 사 먹고 가 자.”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차에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남 들이 보기에는 어떻게 보였을지 모
르겠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를 들키 지 않기 위해서 악을, 악을 썼다.
게다가 모여 있는 사람 중에서 총리와 황정후를 발견했을 때는 심 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아니, 강진호와 총리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조합인가.
“이제 와 이런 걸 묻는 게 좀 이 상하기는 한데……
“네, 언니?”
“은영 씨 오빠, 대체 뭐 하는 사 람이 에요?”
강은영이 어색한 얼굴을 했다.
“저한테 물으셔도……
“ 하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매번 주변인들을 놀라게 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좀 심했다.
“근데 언니.”
“ 응?”
“생각보다 오빠가 대단한 사람인 거예요?”
“……그런 거 같지?”
강은영이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가 보는 강진호는 집에서 엄마
한테 구박받고, 강은영에게 치이고, 아버지에게 알바로 부림당하는, 평 범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시절 보여주던 포스에 비해 요즘 너무 평범해져서 되레 이 상한 사람이었는데, 뒤에서 이런 일 을 하고 있었다니.
“뭔가 의욕이 생기는 것도 같고, 싱숭생숭한 것 같기도 하고……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호사에 겨운 소리다.
남들이야 누리지 못해서 안달인 것들인데, 갑자기 주어지다 보니 어 리둥절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밖에서 한다면 욕 들어먹기 딱 좋있다.
“안 그래도 그래서 말인데……
“네.”
“계획을 좀 수정해야겠어. 생각보 다 지원이 빠방한 모양이야.”
“지원이요‘?”
“응. 지원.”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돈이야 내가 내면 어디에도 안 꿀리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인 식과 인력의 문제가 있거든. 그래서 전 방위적인 공세는 좀 어렵다고 봤 는데, 여기서 지원해 주면 상황이
달라지지.”
최연하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일단은 협의를 해봐야겠지만, 현 주 씨가 말하는 걸로 봐서는 꽤나 지원이 되는 모양이야. 기본적으로.”
“현주 씨요?”
“응, 현주 씨. 나중에 소개해 줄 게. 그리고 내가 들었는데…… 은영 씨, 재경 쪽에서 지원받았었다며?”
“네. 오빠가 재경이랑 알아서.”
“그것도 끌어 쓸 수 있는 모양이 더라고. 사업적으로 봤을 때는 재미 있는 게 많아.”
강은영이 묘한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 또 다르네.’
그냥 성질 더러운 여배우라고 생 각했다. 강진호와 얽히는 것도 딱히 좋게 생각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럼에도 강은영이 크게 반대하지 않은 이유는 최연하의 다른 점을 발 견했기 때문이 아니라, 강진호라면 여자에게 휘둘리지 않을 거라 믿었 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본 최연하는 조금 달랐다.
얇은 테의 안경을 쓰고 있는 모 습에서 젊고 당당한 사업가의 이미
지가 미묘하게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은영 씨가 조금 더 신경 을 써줘야 할 것 같아. MK 엔터테 인먼트의 포문은 은영 씨가 열어줘 야 하거든.”
“지금 소속이 저뿐인 거 아니에 요?”
“배우는 몇 더 들어올 거야.”
“오 ?”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뭘 놀라고 그래? 그래도 내가 이 바닥에 굴러먹은 게 얼만데, 당 연히 따라오고 싶어 하는 애들 있 지.”
“네. 그래서 놀랐는데요?”
‘저거, 강진호 여동생만 아니면’이 라는 눈으로 강은영을 바라보던 최 연하가 헛기침을 했다.
한은솔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덜 오기도 했습 니다.”
“뭐, 인마?”
“사실이잖아요.”
최연하의 눈 밑이 경련을 일으켰 다.
“망할 년들, 내가 얼마나 잘해줬
는데.”
잘해줬지.
정말 잘해줬지.
다만, 조금의 문제가 있다면, 최 연하 기준에서 잘해준다는 것과 다 른 사람의 기준에서 잘해준다는 것 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뿐이지.
후배가 건방지고 연기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휴게실에 쳐들어가 테이블 을 걷어차고 쌍욕을 퍼부으면 어떻 게 되겠는가.
잔뜩 쫄아버린 후배가 벌벌 떨면 서 혼신의 연기를 펼쳐 평이 좋아진 다면?
결과적으로는 도움을 준 거다.
최연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쌍욕을 퍼먹고 벌벌 떤 후배의 입장에서는?
미친년도 그런 미친년이 없다.
한은솔 같았으면 절대 상종하지 않을 것이다. 100미터 전방에서 최 연하의 그림자만 보여도 몸을 돌려 버렸겠지.
‘그런데 참 알 수 없는 게 사람이 라니까.’
그게 상식이고, 그게 당연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식을 유 지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상식을 비 껴 나가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었다.
최연하식(?)의 호의에 피습당한 이들 중에서 대배우가 자신에게 호 의를 베풀었다는 사실에 감동하는 이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머리가 어떻게 되어 있으 면 그런 말도 안 되는 결론이 나오 는지 모르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이 백 명 있으면 백 명이 다 다른 법인데.
덕분에 최연하가 회사를 만든다고 하자 계약이 끝나는 대로, 혹은 남 아 있는 계약을 파기하고 이쪽으로
이적하겠다는 후배들이 몇몇 있었 다.
한은솔의 입장에서는 감동에 겨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최 연하는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따라 붙는다는 게 불만인 모양이었다.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니까.”
“……거두신 적 없잖아요.”
“은솔아.”
“예?”
“세상에 바른말하는 사람들이 많 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알아?”
“그, 글쎄요?”
“싹 다 죽었거든.”
한은솔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직은 그 ‘싹 다’에 포함되고 싶 지 않다.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여하튼 그래서 여배우들은 좀 더 들어올 거야. 이상한 애도 하나 들 어올 모양이더라.”
“이상한 애요?”
“웅.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저번 에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길래 뭐라 고 좀 했거든. 근데 이번에 연락이 와서 이쪽으로 옮기고 싶다는데?”
“왜요? 욕먹는 취미가 있나?”
“그러게.”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나름 이름은 있는 모양이 니, 나쁠 건 없다. 한 번만 더 그런 데서 담배 피우다 걸리면 콧구멍에 담배를 쑤셔 박아버리면 될 거고.
“여하튼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 시 친분 있는 가수 중에 옮겨올 만 한 애 없을까?”
“저 친구 없는데요?”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강진호 동생 맞네. 확실하네.
“여하튼 그런 사람 있으면 연결해
줘. 최대한 실속부터 다지고 싶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될 일도 안 되니 까.”
“네, 그래볼게요. 그런데 너무 기 대하지 마세요. 저 친구 없으니까.”
“……참고할게.”
한숨을 내쉰 최연하가 어깨를 쭉 폈다.
“활동에 필요한 모든 건 회사에서 지원할 거야. 일단 매니저부터 붙여 야겠지. 그전에 회사에서 같이하던 매니저는 어때?”
“나쁘지는 않은데, 뭐, 굳이 데려 올 필요까지는 없다는 느낌?”
“그럼 이쪽에서 새로 붙일게.”
최연하가 살짝 몸을 앞쪽으로 내 밀었다.
“은영 씨, 아니, 세아 씨.”
“네, 이사님.”
활동명이 나오자 강은영도 직함을 불렀다. 공식적인 이야기라는 뜻이 다.
“회사에서는 할 수 있는 걸 다 할 거예요. 최고의 작곡가, 최고의 안무 가, 최고의 시설과 최고의 지원. 그 러니까 세아 씨도 이번 앨범 준비에 최선을 다해주세요. 저희 쪽이 가수 전문은 아니라서 분명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어떻게든 빨리 정상화시 킬 거라 약속할게요.”
“이사님 믿어요. 그러니 여기로 왔죠.”
“제대로 한 번 돈 벌어서 세아 씨 오빠 입 찢어지는 거 한 번 보자구 요.”
“네. 저도 제2의 전성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나이가 몇인데 제2의 전성기야?”
“……요즘 좀 시들하긴 하거든 요.”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이쪽도 이제 시작이네.’
예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던 일이 다. 하지만 강진호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시작하게 됐다. 예상보다 규모 도 커지고, 생각 이상으로 판이 커 졌지만…… 나쁘지 않다.
‘최고로 만들어야지.’
설사 최고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강진호가 사심으로 MK 엔터테인먼 트를 만들었다는 소리를 나오지 않 게 할 것이다.
일단은 그게 최연하의 최대 목표 였다.
“그리고 은솔아.”
“예, 이사님!”
“사내에 내가 진호 씨랑 관계있다 는 소문은 다 퍼졌어?”
한은솔이 떨떠름한 시선으로 최연 하를 바라보았다.
“그거 꼭 해야 합니까?”
“……야, 지금 여기 시커먼 남자 밖에 없지?”
“예.”
“곧 여직원도 뽑을 거 아냐. 문제 생기기 전에 해결해 둬야지.”
“아니, 그러면 스캔들이……
“좋네, 홍보도 되고. 그냥 차라리 기자들한테 뿌려 버릴까?”
한은솔이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이 회사, 망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