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48)
마존현세강림기-1149화(1147/2125)
마존현세강림기 47권 (5화)
1장 약진하다 (5)
사람이 하늘 위로 튕겨 나간다.
이제는 총회의 명물이 된 광경이 지만, 볼 때마다 영 현실이라고 믿 기지가 않았다.
이명환이 하늘 높이 솟아오른 이 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영길이 같은데?’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이의 실루엣이 아무래도 그의 친구인 공영길을 연상시켰다.
‘ 맞나?’
확신할 수가 없다.
예전이라면 구분이 좀 갔을 테지 만, 바토르의 수련이 계속되면서 일 명 ‘바토르파’들은 체형이 다들 비 슷비슷해져 가고 있었다.
통나무처럼 굵은 팔다리와 사람 셋은 들어갈 것처럼 두꺼운 몸통.
그리고 인체 비례를 전혀 고려하 지 않은 머리.
다른 모든 부분은 크고 두꺼워져
가는데 머리 크기는 그대로이다 보 니, 보고 있으면 절로 고개를 갸웃 거리게 만드는 기이한 인체 비례가 완성되는 중이었다.
일반인들 사이에 끼워 넣으면 미 국 만화에 나오는 히어로 캐릭터처 럼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놈 들이 바토르 옆에 있으면 미니 사이 즈가 되어버린다는 것도 개그는 개 그였다.
다만 한 가지.
‘힘은 개그가 아니지.’
최근 이명환은 바토르파에 미묘한 위협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총회를 대표하는 무력 집단은 누가 뭐라고 해도 마염이었 다.
강진호에게 직접 사사했다는 상징 성과 유일하게 마공을 익혔다는 특 이성, 그리고 가진바 실력의 우월성.
그 세 가지를 바탕으로 마염은 총회를 대표하는 무인이 될 수 있었 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인식이 좀 변하고 있었다.
일단 다른 것보다 마공이 총회 내에 크게 풀려 버렸다는 점이 크 다.
예전에는 마염들만 익히던 마공이 이제는 총회의 공공재처럼 되어버렸 다. 바토르파뿐만 아니라 마교도들 도 마공을 익히고 있다.
마교도들 중에서도 선별된 인원이 우선적으로 마공을 익히고 있기는 하지만, 인원이 일만이나 되다 보니 선별된 인원도 천 명이 넘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총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마공을 익히는 이들의 수가 천이백 명을 넘겼다는 뜻이다.
‘단군 이래 최대지.’
역사를 다 뒤져 봐도 한반도에서 이만한 인원이 마공을 익힌 적은 없
었을 것이다. 마공의 마 자만 들어 도 경기를 일으키던 전 세대가 보았 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일 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공을 익히는 놈들을 때려잡겠답 시고 무덤에서 뛰쳐나온 양반들도 강진호를 마주하면 마공의 효용성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야 뼈 만 남은 육신이나마 보존할 판일 텐 데.
각설하고, 그렇게 마공을 익히는 이들이 많아지다 보니 마염들의 특 이성이 사라져 버렸다. 강진호가 따
로 전수를 한다는 점도 이제는 그다 지 도드라지는 부분이 아니었다.
강진호가 총회에서 비교할 자가 없을 만큼 강한 건 사실이지만, 무 인계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훌륭한 무인이 꼭 훌륭한 스승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 다.
–
왜 이걸 못해?
—
이렇게 하면 된다니까? 이렇
게?
‘그 ‘이렇게’가 안 되는 걸 이해 못하지.’
톱 스포츠 선수가 자신보다 재능 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이해하지 못 해서 감독으로 실패하는 것과 비슷 한 이치였다.
뛰어난 무인은 제자에게도 뛰어난 이해력을 바라기 마련이고, 그렇지 못한 제자들에게 자신의 기준을 뛰 어넘는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강진호가 그런 타입은 아니지만, 여하튼 바토르나 장민도 강진호에 비해 모자란 스숭은 아니다.
그럼 남은 것은 지금 가진 힘밖 에는 없다.
최근까지 이명환은 자신들이 저들 에 비하여 확실한 힘의 우위를 지니 고 있다고 믿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하며 강해지고 있다고 확신했 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확신마저도 조금 흐려지고 있었다.
보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귀를 찢는 비명이 들려온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이! 수련을 게 을리해?”
“사, 살려! 살려주십시오! 잘못했 습니다! 바토르 니이이이임! 히이이 이이이이익!”
바토르가 떨어지는 이를 받아 다 시 허공으로 던져 올렸다.
안 죽겠지.
일반인이면 저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구급차보다는 장의사를 부르는 게 빠르겠지만, 지금 허공을 날고 있는 공영길은 무인이다. 그것도 바 토르의 제자가 되어 외공을 집중적 으로 단련한 무인이다.
강철보다 단단해진 피부와 고무보 다 쫄깃해진 근육을 감안한다면, 저
높이에서 떨어진다 해도 목숨은 부 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 공포 심이 가시겠는가.
“무인이!”
바토르가 떨어지는 공영길을 낚아 채서 바닥에 내팽개쳤다.
흙먼지가 포탄이라도 떨어진 듯 사방으로 비산했다.
“수련을!”
다시 한 번 쿵!
“게을리해?”
저러다 죽지, 저러다 죽어.
공영길이 꺽꺽거리는 모습을 보
니, 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뭐라고 할까…….
당사자는 죽을 맛이겠지만, 옆에 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생각도 들었다.
‘스승은 저래야 하는 것 아닐까?’
바토르는 천상 무인이다.
그는 오로지 자신이 강해지는 것 과 제자들을 강하게 키우는 것 말고 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총회에서 맡을 수 있는 수많은 일들 을 다 거부하면서 수련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토르가 총회를 떠나지
않고 수련을 하다 보니 그와 함께 수련을 해야 하는 제자들도 다들 급 속도로 강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하지. 강해지지 않으면 맞아 죽을 판인데.
저 모습이 때로는 과하게 느껴지 지만, 때로는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 다.
바토르뿐만이 아니다.
마교도들은 최근 언제 자신들이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녔냐는 듯 미친 듯이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기숙사에서 기존 총회인들과 트러 블이 생겨도 과거에는 칼을 들고 쫓
아올 기세였다면, 지금은 그냥 한숨 을 쉬고 가버린다.
성격이 변했냐고?
아니.
남는 힘이 없는 것뿐이다.
장민과 장로들은 마공의 수련이 대충 끝나자마자 정말 말 그대로 무 자비한 기세로 마교도들을 몰아붙였 다. 테스트에 합격해서 마공을 전수 받는 이들은 물론이고, 탈락해서 마 공을 전수받지 못하게 된 이들도 몸 을 만든다는 구실로 굴려 대고 있 다.
그 수련에 비한다면, 바토르의 수
련이 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인권에 대한 인식 차라고 해야 하나?’
총회의 수련이 ‘죽을 각오로 해야 강해진다’라는 수준이라면, 장민이 마교도들을 몰아붙이는 방식은 ‘그 러다 몇 명 죽어 나가도 상관없다’ 에 가까웠다.
당장 불만이 터지고 폭동이 일어 나도 이상하지 않아 보이건만, 그 수련을 강요당하는 마교도들도 별 불만 없이 수련을 받아들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또 이 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나만 해도……
처음 이명환이 강진호의 바짓가랑 이를 잡고 늘어진 이유가 무엇이었 던가.
강해지고 싶어서?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정확하게 말하면, 강해지지 못하 고 삼류로 남아야 하는 상황을 어떻 게든 극복하고 싶어서였다.
평범한 사회에서는 앞서 나가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해서 불행해지지 않는다. 드러난 세상은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평범한 이들도 쓰일 곳 이 넘쳐 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
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무인은 아니다.
이곳은 오로지 강한가, 강하지 않 은가로 가치가 결정 나고, 강한 이 들이 모든 권한과 힘을 독점하는 세 상이다. 약한 무인은 약하다는 것만 으로 죄가 된다.
강진호가 오면서 많은 것이 바뀌 기는 했지만, 아직 이 특성만은 완 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명환도 어떻게든 강해 지려고 악을 쓰지 않았던가.
아마 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명환이 아는 바대로라면, 중국
에서 마인들이 받은 취급은 한국에 서 이명환이 받은 취급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고달팠다. 그 하루하루 를 버티며 저들이 얼마나 강함을 동 경했겠는가.
그러니 참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저들에게는 저 끔찍한 수련 조차도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여행자가 발견한 오아시스처럼 느껴 질 테니까.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방진훈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이후로 총회 전체에 수련에 대한 열 풍이 일고 있다. 마염과 바토르파가
선택된 이들이라면, 방진훈이 가르 치는 이들은 총회의 대부분을 구성 하는, 일반적인 무인들이다.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상대적 인 박탈감을 느끼던 그들은 총회의 정규 커리큘럼이 생겨나면서 이를 악물었다. 덕분에 이제는 총회 어디 를 가더라도 예전처럼 놀아 제끼는 놈들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약진한다.
총회는 지금 이 순간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고, 체질 을 바꿔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화
의 물줄기는 멈출 줄을 몰랐다.
때로는 그 변화를 따라가는 것만 으로도 벅차게 느껴졌다.
‘외국 무학도 들어오고 말이야.’
그나마 마공은 총회의 회원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이해하던 무학이 지만, 지금 위긴스가 전파하고 있는 무학은 전혀 다르다.
위긴스에게 마법을 익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번 원탁과의 전투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한 슈발리에들 이 총회의 무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 이들을 뽑아 검과 기사단식 전투를 전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외부에 사업체를 세우고 총회를 반쯤 바깥세상과 이 어버리지 않았는가.
좋은 변화다.
정말 좋은 변화다.
다만…….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이명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회주님이 조금만 덜 바쁘시면 좋 을 텐데 말이야.’
강진호가 총회의 온갖 일을 다 도맡다 보니 최근 들어 마염들에 대 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다른 녀석들은 이사진들에게 가르 침을 받는데, 마염들은 강진호가 준 비급과 과거의 배움을 바탕으로 자 체적으로 수련할 수밖에 없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오는 기 부
그리고 그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 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머리를 드 는 초조함을 어찌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따로 한 번 말씀을 드 려야겠어.’
수련장으로 걸어간 이명환이 눈에 힘을 주었다. 분명 그와 같은 생각
을 하고 있는 놈들이 지금 반쯤 의 욕을 잃었을 테니, 어떻게든 그 의 욕을 다시 밀어 넣어줘야 한다.
조금 화를 내더라…….
“어?”
수련장에 도착한 이명환이 눈을 크게 떴다.
둥글게 모여 앉아 있는 마염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회, 회주님?”
강진호의 고개가 천천히 이명환 쪽으로 돌아간다.
무표정한 얼굴의 강진호를 보니 뭔가 흠칫하는 이명환이었다.
“언제 오셨……
“어디 갔다 오지?”
“아…아‘?”
강진호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수련 시간에 장소를 이탈해?”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이명환이 다급한 눈으로 모두를 돌아보았다.
얘들아, 변명 좀 같이…….
“자주 저럽니다.”
“뭔 고민을 하는 척하면서 나가서 놀다 옵니다. 하루에 한 번은 그러 는 것 같던데요.”
“대장 바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개새끼들.
그럼 그렇지, 저놈들이 도와줄 리 가 없지.
“회, 회주님, 그게 아니라!”
“ 박아.”
“예.”
이명환이 두말없이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이 명환.”
“예!”
“게임하고 오냐?”
이명환의 등골에 식은땀이 맺혔 다.
“요즘 내가 좀…… 좀 소홀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사람이 자리를 비우고 소홀해도 할 일은 해야 하는 법이지.”
“그렇습니다!”
“알고 있나?”
“예!”
“아는데 그래?”
이명환이 체념하듯 눈을 감았다. 이건 못 빠져나간다.
“준비해라.”
“예!”
“그동안 신경 못 써준 만큼 제대
로 상대해 주지.”
이명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다.
“아니. 너는 머리 박고 있어.”
“……예.”
강진호가 신경을 써주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 는 이명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