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5)
마존현세강림기-115화(115/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15화)
4장 一 정립하다 (3)
“위암?”
“예, 그렇습니다.”
강진호에 대한 사안을 황정후에게 보고하는 것은 조규민의 임무 중 하 나였다.
“위암에 걸린 사람을 VIP실로 옮 겼다라……. 본인이 금액을 지불하
고?”
“그렇습니다.”
“ 흐음.”
황정후는 골치가 아프게 되었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 별것 아닌 보고 라고 생각했는데 황정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듯하자 조규민도 절로 긴장이 되어 몸을 움츠렸다.
“환자의 상태는 어떤가?”
“……어렵습니다.”
“ 흐음.”
황정후는 연신 침음성을 냈다.
“잘 주시하고 있게. 환자의 상태가 급변하면 나에게도 알려주게나.”
“예.”
조규민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밖으로 나가려던 조규민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고 말았다.
“그런데 회장님.”
“ 음?”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으음…..”
황정후가 대답을 하지 않자 조규민이 자신의 생각을 먼저 말했다.
“입원한 수녀는 강진호씨의 친구인 박유민 씨를 돌보던 사람입니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VIP실 이 싼건 아니지만, 강진호씨도 이제 그 정도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재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회장님께서 상황을 좋지 않게 보시는 것 같아 궁금합니다.”
예전이었다면 조규민이 감히 황정후에게 이런 것을 물어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간이나 황정후의 수 족이 되어 일을 하며 많이가까워진 둘이기에 이제 이 정도 질문은 스스 럼없이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문제라는 거네.”
“……예?”
“자네는 진호가 누군가에게 친근 감을 느끼거나 하는 걸 본 적이 있 나‘?”
“ 그야……
“박유민을 제외한다면, 강진호는 자신의가족이 아닌 대상에게 철저 히 무심한 사람이네.”
조규민은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를 보아온 것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강진호가 먼저 조규민을 찾은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 였다.
그 몇 년간 강진호가 관심을 보인 대상은 박유민과 한세연, 그리고 최 영수 정도가 다였다.
최영수에게는 좋은 감정으로 찾아 간 것은 아니니, 그가 관심을 두는 사람은 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황정후가 어찌 지내고 있는 지에도 관심을 두지 않던 강진호가 아닌가.
“그럼 좋은 일 아닙니까?”
“나쁜 일은 아니지. 그렇지만 문 제는 그분에게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거야.”
조규민은 황정후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건 강진호도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자네는 진호를 어떻게 생각하 나‘?”
“ 예?”
뜬금없는 말에 조규민은 선뜻 대 답을 하지 못했다.
“피상적인 인상을 제외하면 나는 진호가 마치 외계인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
“아..”
“뭐라고 해야 할까? 외계에서 온 사람이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그렇게 굴 것 같단 말일세. 하나하나 세상을 알아가고, 그와 동 시에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정립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관심을가진 대상 이 죽음을 맞는 것을 보게 되면 어 찌 될 것 같은가?”
조규민이 그제야 황정후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는 무겁게 고개를 끄 덕였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을 테지 만, 죽음이라는 것은 그만큼이나 무 거운 걸세. 그러니 진호가 어찌 변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
“이해했습니다.”
“진호에게 무슨 수가 있다면 좋겠 지만, 그게 아니라면……
황정후는 말끝을 흐렸다.
‘수가 있을 리 없지.’
말기 암 환자를 살릴 방법이 있다 면 당장 노벨의학상감이다. 그뿐 아니라 떼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의학자들이 연구 하고도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난치 병을 무슨 수로 해결한단 말인가.
“일단은 주시하게.”
“지원할 수 있는 건 뭐든 지원해 줘. 그렇게라도 해야 진호가 마음이 편하겠지.”
“……예.”
“음, 그리고……
“네?”
“재경병원 VIP 실 주변에 있는 CCTV 전부 회수해.”
뜬금없는 지시에 조규민이 눈만 꿈뻑꿈뻑 떴다.
“회수하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예, 알겠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황정
후가 시킨 일인 이상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럼 보중하십시오.”
조규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깊이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황정후는 홀로 남은 회장실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별일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사실을 강진호가 알 때가 되었다 고 생각하니 괜스레 기분이 씁쓸해 지는 황정후였다.
* * *
술은 시름을 달래주는 효과가 있 다고 한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사실을 부정 했다. 술이 시름을 달래주는 이유는 취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 만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다면 술은 결코 시름을 달래지 못하는 것이다.
쪼르륵.
잔에 다시 술이 채워졌다.
“진호야, 그만 마셔라.”
“딱히 뭔가 괴롭다거나 그래서 마
시는 건 아니라는게 문제군.”
“몇 병짼지 아냐?”
“취하지는 않고, 배만 부른 것도 문제다.”
“그러니까 그만 마셔.”
“음……”
강진호는 술병을 내려놓았다. 확 실히 이 방법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그만큼을 먹었으면 취한 기색이 라도 조금 보여야 내가 별일 아니라 고 말해주는 시나리오가 잡힐 것 아 냐. 평소랑 다름없는 얼굴로 열 병 째 마시지 말라고.”
“……불편하군.”
이럴 때는 무공을 익혔다는 것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딱히 기운을 통해서 알코올을 몰아내지 않아도 극도로 높아진 육체의 기능은 알코 올이 몸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자체 적으로 분해를 해버린다.
드럼통째로 쏟아부으면 어떻게 취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전 에 배가 터져 죽을 것이다.
“그러게 평소에 잘 좀 하지!”
“……딱히 못한게 있다고는 생각 하지 않았다.”
“그도 그렇긴 한데……
박유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강진호와 한세연의 문제는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둘이 서로 잘 맞지 않은 것뿐.
한세연은 강진호가 다른 남자들처 럼 그녀를 위해주기를 바랐고, 강진호는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 이다. 한세연의 일방적인 기다림은 상대의 변화를 전제한 것이지만, 강진호는 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시작부터가지고 있던 이 불화의 씨앗이 드러난 것일 뿐이다.
의외인 것은 강진호의 반응이었다.
“너, 진짜 슬프긴 한 거냐?”
“슬퍼?”
“그래.”
강진호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이건 슬프다기보다는 안타까움이 라는 감정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겠지.”
박유민이 혀를 찼다.
전에 한세연과 대화를 했을 때도 느낀 거지만, 강진호라는 사람은 기 본적으로는 무심한 사람이다. 상대 에게 정을 주지 않고, 상대가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주기를 바라지 않
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하지만 보통의 연애라는 것은 상 대가 자신에 맞추어 변화하기를 바 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못 버티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즉에 막 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에이, 그건 아니지.’
사실 당사자들이 좋다는데 너희는 안 맞다며 그걸 막는 것도 웃긴 일 이다. 빠르든 느리든 이리될 일이었 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걸까?”
“으음…..”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다른 사람이 같은 일을 했다면 네 놈의 잘못이라고 당당하게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강진호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강진호는 원래 그런 사람이고, 한 세연도 강진호가 원래 그런 사람이 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사람이 지쳐 떨어졌다고 해서 움직 이지 않은 사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냥 안 맞았던 거야.”
“추상적인 말이군.”
강진호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볼 때, 한세 연에게 그가 특별한 감정을가지고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명확히 할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특별한 여자는가족을 제외하면 한세연이 유일하겠지 만, 그 특별함이 연애 감정이냐고 묻는다면?
‘ 미묘하군.’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데, 꼭 그 렇다고도 할 수 없다.
그저 좋은 사람이고 좋은 관계이 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특별한 집착을 느꼈다거나 소유욕을 느낀 것은 아니니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면가족이상으로 마음을 쓴다던데, 그는 언제나 한세연보다는가족이 우 선이었다.
그렇다면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 진호야.”
“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잘 안 맞았던 거다.”
“음.”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뭔가 납득이 안 되는 기분 이었다. 그는 알고 있는 여자 중에 서는 한세연과가장 친했다. 그런데 그런 둘이 서로 맞지 않았다는 것은 강진호와 맞을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솔직하게 말해봐.”
“응?”
“내가 잘못한 건가?”
박유민이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 다 입을 열었다.
“보육원에 새로 아이가 들어오
면……
강진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보육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단 말인가.
“처음에는 아이들이 다 불편해하 기 마련이야. 한방을 쓰는 애들이라 면 더하지.”
“그렇겠지.”
“그런데 조금 있다 보면 다들 친 해져. 왜 그런지 알아?”
“아니.”
“맞춰 나가니까.”
“……”
박유민이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 었다.
“사람은 사람과 서로 맞춰 나가는 거야.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와 장 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를 한방에 두 면 처음에는 장난감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면 서 로 나눠 쓸 줄을 알게 되지. 그런 식으로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 자신을 조금은 내어놓고 남에게 맞춰 나가지.”
“으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는 그런 부
분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 네가 한 세연을 위해서 자신의 무언가를 포 기하고 배려해 준 적이 있었을까?”
“없던 것 같다.”
몇 번 집에데려다 준 적은 있지 만, 그 외에 그가 한세연에게 해준 것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잘 맞지 않았다는 말도 맞아. 그런데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톱니바 퀴처럼 맞물리는 사람도 없다는 것도 사실이야. 세연이는 너에게 자신 에게 맞출 수 있는 부분을 보여준 거고, 너는 그곳에 자신을 맞추지 않았을 뿐이지. 그래서 세연이가 일
방적으로 너에게 맞추다가 더 이상은 맞출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을 뿐이야.”
“……변하지 않은게 잘못이라는 건가?”
“잘못이라는 건 아니지만……
박유민은 눈앞에 보이는 소주잔을 들어 들이켰다.
“크으……”
잔을 내려놓은 박유민이 빤히 강진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너는 그게 좋을지도 몰 라.가만히 그곳에 있으면서 네게 맞춰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
지 않아. 내가 아는 강진호는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네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네게 올 수 없는 사람도 있는 법이야.”
“……어렵구나.”
“어렵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게 새삼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 강진호가가 만히 소주 한 잔을 입가로가져갔다.
투명한 물이 오늘따라 처연하게 보이는 것은 강진호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어려워.’
치이고, 깎이고, 고생하고, 고뇌하 면서…… 오늘도 강진호는 세상을 배워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