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50)
마존현세강림기-1151화(1149/2125)
마존현세강림기 47권 (7화)
2장 촉박하다 ⑵
김명찬은 침중한 눈으로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보고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럼 이제 다른 문제는 다 해결 된 겁니까?”
“해결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문제 삼고자 한다면 언제든 문제 삼을 수 있습니 다. 여야의 공감대가 있으니 큰 문 제는 아니겠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협의를 깨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니 까요.”
석동수가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쓱 밀어 올렸다. 그 광경을 보며 김명 찬이 눈을 찌푸렸다.
‘볼 때마다 소름 돋는군.’
기재부 장관 석동수.
강진호와 총회에 가장 적대적이던 그는 이제 완전히 강진호의 앞잡이 로 변해 버렸다. 앞잡이라는 말이
상스럽다 할 수 있겠지만, 김명찬은 그보다 적당한 표현을 찾아내지 못 했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달라진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이란 이득을 위해서라면 언제 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나 이 판 에서는 말이다. 어제는 자유를 위해 피맺힌 투쟁을 하던 이가 하루아침 에 시민들에게 자유가 과중하다고 소리치는 경우야 너무 흔해서 굳이 예를 들 것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 대부분의 변화와 대부 분의 전향은 ‘이득’이라는 하나의
요소로 해석해 낼 수 있다.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한다면 사상 같은 건 작은 것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석동수는 아니다.
그는 이미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로 확정이 된 이였다. 중국의 힘을 감안한다면, 그를 최고의 자리 로 올려주는 건 불가능해도 당대표 정도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정치 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했겠지.
하지만 석동수는 그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신실한 강진호교의 신자 가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무섭지.’
대체 강진호는 무슨 조화를 부려 석동수를 자신의 신자로 만들어버린 것일까?
그것도 저토록 신실한 신자로
“총리님.”
석동수의 다그침에 김명찬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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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일단 은 대충 맞춰두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모조리 분실될 테니까 요.”
“발견 시점은?”
“오 년이 넘으면 별문제가 없습니 다. 오 년 내로 자료가 사라졌다는 게 밝혀진다면 실무자 두엇이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긴 하겠 지만, 이미 그들과도 입을 맞추어둔 상황입니다. 충분한 보상이 있을 테 니, 문제는 없겠죠.”
“오 년이라……
미묘하다.
그가 가진 힘이라면 임기 내에 문제가 생기는 건 막아줄 수 있다. 아니, 그의 임기가 지나더라도 이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는 문제가 없
을 것이다. 애초에 이것은 그의 뜻 이 아니라 위쪽의 뜻이니까.
하지만 오 년은 길다.
그사이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총회 쪽은? 그쪽도 생각이 있을 텐데?”
“건너편에도 약을 풀어두었으니 괜찮다고 하더군요. 이쪽의 생리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 만……
‘이쪽의 생리라……
김명찬이 턱을 주물렀다.
정치란 애초에 그런 것이다. 상대
를 밀어내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다.
과거처럼 유력 정치인을 납치해다 기계로 갈아버리고 바다에 뿌려 버 리는 짓은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 지만, 그 이상의 마타도어가 난무한 다.
정권이 바뀐다면 반드시 이 떡밥 을 물려고 하는 이가 나타날 것이 다. 전임 정권의 책임자가 유력 기 업과 결탁하여 회계를 조작했다는 건 정권의 평가를 지옥 끝까지 처박 아 버릴 건수가 될 테니까.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겪어본 바에 따르면, 총회의 일처 리는 생각 이상으로 꼼꼼하다. 특히 나 사람에 관련된 건 말이다. 석동 수를 하루아침에 전향시키고 자신들 의 꼭두각시로 만든 이들이, 그 정 도도 관리 못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래도 총리 님께서 그쪽을 한 번 다독여 둘 필 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명찬이 가만히 석동수를 바라보 았다. 석동수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 는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광신도가 무섭다는 게 이런 뜻이
로군.’
맹목적이다.
지금 석동수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 이다. 한 점의 의심도 보이지 않는 다.
“내가 말인가?”
“예, 총리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그쪽에서 알아서 할 텐데 말 이야.”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총리님 께서 나서주시면 더욱 확실하겠죠. 그들이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정치
인은 아니잖습니까? 이쪽의 생리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렇게 말하는 석동수 역시 정치 인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사람이다.
겉에서 보기에야 다들 비슷해 보 이지만, 이 판에도 나름의 순혈이 있는 법이다. 당에 소속되어 활동하 지 않고, 외부 영입으로 들어온 이 는 결국 바깥을 겉돌 수밖에 없다.
석동수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도 그 한계를 알기에 중국의 손 을 잡았던 거겠지.
그런 석동수가 저런 말을 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뭐, 따지자면 김명찬 역시 순혈이 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국가를 위한 일입니다.”
“국가라……
김명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한 번 자리를 마련해 봄세.”
“현명한 결정이십니다.”
“그래. 더 이야기할 게 없으면 여 기까지 하세.”
“한 가지만……
“ 뭔가?”
석동수가 다시 안경을 살짝 치켜 올렸다.
“친중계 정치인들을 배제하는 일
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명단 은 이미 확보해 드렸습니다만.”
“자네도 알다시피, 쉬운 일은 아 니야.”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 만 그러니 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 까?”
김명찬이 석동수를 가만히 노려보 았다.
“자네는 누굴 위해 일하는 사람인 가‘?”
“물론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입 니다.”
“과연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군.
대놓고 친중계를 제거하면 중국에서 어찌 나올지를 모르는 건 아닐 텐 데‘?”
“그걸 중재하는 게 정치인이 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김명찬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말은 맞는 말이다, 말은.
“……빠른 시일 내에 결과가 있을 걸세.”
석동수가 대답 없이 빙그레 웃었 다.
김명찬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석동수가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
가자 김명찬이 깊게 한숨을 쉬고는 책상 위에 놓인 담배를 꺼내 물었 다.
찰칵.
천천히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 김 명찬이 신경질적으로 연기를 뿜어냈 다.
‘감시받는 기분이군.’
그것도 장관에게 말이다.
최근 총회는 대화 창구로 석동수 를 활용하고 있었다. 그들이 직접 연락을 해오기보다는 석동수를 통해 말을 전해온다. 그리고 석동수는 한 국가의 장관이라는 인간이 그걸 또
받아 들고 쪼르르 총리실로 쳐들어 오는 것을 반복했다.
덕분에 적당히 총회의 연락을 피 하며 상황을 조절하는 게 불가능해 졌다.
어쩌면 총회 측에서는 별생각 없 이 석동수를 이용하는 건지도 모른 다. 아무래도 총리와 직접적으로 연 락을 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니 까.
다만, 그 일을 받아들이는 김명찬 의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는 게 문제였다. 그의 주변의 총회 의 눈이 항시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랄까.
“ 후우••••••
김명찬이 고개를 내저었다. 지나 친 생각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가 파악한 대 로라면, 총회는 정계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들이 정계를 주무를 생각이 었다면 좀 더 명확한 움직임이 있었 을 것이다.
다른 건 다 접어두고라도 임기가 끝나며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그 보다는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이들을 파트너로 골랐겠지.
“국가를 위해서라……
석동수의 그 말이 뇌리에서 떠나 지 않는다.
이제는 김명찬도 확신할 수가 없 었다.
과연 총회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국가를 위한 일일까?
아니면 저들의 이득만을 보전해 주는 결과를 낳을까?
그 처치 곤란한 무인계라는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했다.
나라가 조직폭력배들을 모조리 조 지지 않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인력의 한계? 정보의 한계?
그런 건 변명에 불과하다. 대한민
국은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조직폭력배 따위는 한 달이면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차피 조직폭력배도 인간이다. 누군가 채우고 있던 자리가 비워지 면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운 다.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면 새로운 조직폭력배가 생길 뿐이다.
조직폭력배가 생기는 이유는 그들 이 폭력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불법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이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권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조직폭력배는 영원히 다 시 생겨난다.
그럼 어쩌겠는가.
생기는 족족 다시 잡아넣는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교도소는 포화 상태다.
그렇기에 국가는 조직폭력배의 존 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대신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룰을 강요하고 지킬 것을 요 구한다.
룰을 아는, 닳고 닳은 조직폭력배 가 아무것도 모르고 혈기만 가득한 신생 폭력단보다 백배는 더 다루기
편하니까.
무인계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에 그 무인이라는 놈들을 모 조리 박멸하지 않는 이상, 총회를 해산시킨다고 해도 새로운 단체가 생겨난다. 대한민국의 모든 무인을 잡아 격리한다면, 해외의 어중이떠 중이들이 밀고 들어오는 법이다.
그러니 관리해야 한다.
김명찬이 총회의 뒤를 봐주는 이 유는 단순히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 라거나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아닌 누가 이 자리에 있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비겁하다고?
천만에.
그게 비겁하다면 중국이나 미국, 유럽이 무인계를 인정하는 이유는 어찌 설명하겠는가. 이건 한두 사람 의 의지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 니었다.
차라리 지금처럼 그나마 말이 통 하는 이가 회주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정리를 하는 게 옳다.
“강진호……
김명찬의 입에서 강진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직접 본 강진호는…… 뭐랄까.
평범해 보였다. 한없이 평범해 보 이는 젊은 청년이었다. 차라리 그의 옆에 서 있는 이현수가 좀 더 날카 롭고 무서운 인상이었다.
그 살짝 무표정한 얼굴만 아니라 면 누구에게라도 호감을 살 만큼 좋 은 인상의 사내였다.
하지만 김명찬은 알고 있다.
진짜 괴물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정계에서도 진짜 거물이라 불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좋은 인상을 가진 호남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안에는 평범한 이들은 감히 짐작도 하지 못
할 시커먼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평범하게 웃고 있는 강진호의 얼 굴을 보는 순간, 김명찬은 말로 하 지 못할 오싹함을 느꼈다. 어쩌면 자신이 지금 괴물의 아가리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김명찬이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 어냈다.
‘기호지세야.’
호랑이에 등에 탄 이상, 내린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죽든 살 든 끝까지 가야 한다. 올라탄 것이
호랑이가 아니라 괴물이라면 더더
욱.
무엇보다…….
‘어차피 내 의지는 상관없지.’
김명찬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몸을 일으켰다.
이 모든 일을 어찌 처리할지 결 정할 사람은 그가 아니다. 이제는 그분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김명찬이 나간 자리에 미처 다 꺼지지 못한 담배가 새하얀 담배 연 기를 가만히 홀려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