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51)
마존현세강림기-1152화(1150/2125)
마존현세강림기 47권 (8화)
2장 촉박하다 (3)
“완성이 어렵다고?”
“왜?”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진호를 보며 위긴스는 순간 살의를 느꼈다.
저건 위긴스를 놀리려는 동작이
아니다. 정말 위긴스가 ‘양의심공’을 체득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 해 무의식중에 나오는 동작이었다.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른다.
하지만 그 불꽃은 금세 식어버렸 다.
“그게 어렵나?”
순간, 위긴스의 뇌리에 데자뷰가 스쳐 지나갔다.
이 상황, 어디선가 많이 겪어본 느낌이…….
“그게 어렵나?”
“이해하기 어렵지가 않을 텐데?”
“풀어서 설명하라고? 이 이상 뭘 풀어야 한단 말이지? 단어 하나하나 를 다시 설명해 줘야 하나? 차라리 사전을 펼쳐 보는 게 나을 것 같은 데?”
위긴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물론 위긴스는 다른 이들에게 저런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다만…….
‘내가 했지.’
위긴스 역시 때때로 그의 가르침 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도대체 어떻
게 이런 해석이 가능했냐고 물어오 는 이들에게 저 말을 그대로 했으니 까.
그때의 위긴스는 정말 그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일 더하기 일이 왜 이가 되냐고 묻는 이를 보 면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그리고 그걸 최대한 쉽게 풀어주어도 이해 하지 못한다면?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다.
“이걸 왜 못하지?”
그리고 위긴스는 그 말을 그냥
해버리는 편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의 표정이 지금도 그의 뇌리에 생생하다. 아마 지금 위긴스의 표정 도 그들과 같겠지.
그렇기에 지금 강진호가 어떤 심 정인지 알 것 같았다.
거의 반쯤은 원숭이를 보는 심정 일 것이다. 낫을 앞에 놨는데 기역 자를 모르는 사람을 보는 기분일 게 빤하다.
“ 로드.”
위긴스가 이를 갈 듯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영역이 있 고, 못하는 영역이 있는 법입니다.
물론 로드께서 보시기에는 이만한 일에 골머리를 썩는다는 걸 이해하 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위긴스는 새삼스럽게 한 가지를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이 양반도 천재과 지.’
총회 내에서는 위긴스와 이현수가 두뇌파로 분류되고, 바토르나 장민 은 머리는 조금 딸리는 대신에 무력 이 뛰어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냉 정하게 보자면 그건 틀린 말이었다.
바토르나 장민 정도로 무학을 익 히기 위해서는 일반인을 훨씬 초월
하는 두뇌가 필요하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특출 난 성과를 내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다 머리가 좋다.
우둔하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천재를 앞지른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천재가 재능만으로 천재라고 불릴 수 있는 시기는 어린 시절뿐이다. 성인이 된 천재는 더 이상 그 재능 만으로는 빛을 발하지 못한다.
왜?
이미 그 이전에 태어나 살아간 천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 는 순간, 재능만으로 앞서 갈 수 있
던 이들은 이전에 태어난 이들이 쌓 아놓은 업적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업적을 쌓은 천재들은 당 연히도 노력을 겸비한 이들이다. 아 무리 타고난 천재라고 한들 끊임없 는 노력을 동반하지 않으면 천재로 남을 수 없는 법이다.
결국 둔재들이 노력으로 따라잡아 야 할 천재들은 대다수가 지금도 죽 을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 같은 노 력을 한다면 둔재가 천재를 따라잡 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간단하게 말해서…….
노력을 통해서 천재를 따라잡으라
는 말은 무척 쉽게 할 수 있다. 그 말을 듣는 이들도 그게 어렵다는 건 알지만, 어휘의 모호성 덕분에 그럴 싸하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이걸 조금도 명확히 하 면?
물리학도가 꿈인 이에게 노력을 통해 아인슈타인을 뛰어넘을 업적을 쌓으라고 한다면, 과연 그 말이 현 실적으로 들리겠는가?
무학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수준 이상의 무학을 익히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난 두뇌와 이해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강진호도 티가 나 지 않을 뿐, 말도 안 되는 천재라는 뜻이다.
철이 든 이래로 줄곧 천재라고 불려온 위긴스지만, 이곳은 위긴스 조차 평범한 둔재가 되어버리는 곳 이다. 덕분에 위긴스는 그동안 자신 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말 못할 상처를 주고 살았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하나하나 찾아가 서 일일이 사과하고 싶은 심정이었 다. 물론 받아주지 않겠지만.
“심공이라는 걸 이해하는 게 조
그..”
T그
•
“어려워?”
위긴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자 강진호가 살짝 눈을 찌푸 렸다.
‘아, 이게 그 기분이구나.’
예전 동료들이 교관이나 선생들이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을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다는 말을 하기에 괜히 오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이 나이에 다른 이들이 이미 몇
십 년 전에 알던 사실을 하나하나 새로이 배워가는 위긴스였다.
“애초에 심공이니 명상이니 하는 것은 동양의 개념입니다. 동양인들 은 이해하기 쉬울지 모르지만, 서양 인인 저로서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마인드 컨트롤이라든가 심리학은 되레 서양에서 발달하지 않았나? 서 양이라고 해서 내면을 완전히 무시 한 건 아닐 텐데?”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개념이 조금……
“게다가 너희는 명상에 가장 가까 운 것을 수시로 하고 있지 않나?”
“예?”
“기도.”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찌 푸렸다.
강진호가 하는 말이 뭔지는 알 것 같다. 기도라는 것은 홀로 절대 자와 대면하는 시간이다. 그 기도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측면에서 는 분명 명상과 일맥상통하는 측면 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대화가 아닙니까?”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해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리 다를 건 없어.”
강진호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대화라고는 해도 어차피 대답이 들려오는 건 아니잖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기도라는 건 누군가에게 하는 말 이지만, 결국 자신에게 하는 말이지. 명상이나 심공도 그리 다르지 않아. 기도가 외부에 있는 절대자에게 하 는 말이라면, 명상이나 심공은 자신 의 내부를 관조하는 것뿐이야.”
이해가 갈 듯 말 듯했다.
강진호가 슬쩍 바토르를 가리켰 다.
“어렵게 생각하니 어려운 거다. 바토르도 하는 걸 네가 못할 리가 없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자신감이 좀 생기는 것도……
“뭐, 인마?”
가만히 있다 파편을 맞은 바토르 가 발끈했다.
“해석하려 하지 마.”
“••••••예?”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그거 같더 군. 너희는 모든 것을 해석하고 완
전히 그 뜻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성경을 익히는 것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읽고 해석하지. 그 해석에 따라 종파가 갈리기도 하고.”
“당연한 것 아닙니까?”
“동양의 무학은 그렇지 않다. 구 결이 있다 해서 그걸 완벽하게 해석 해야 익힐 수 있는 건 아냐. 그저 익히다 보면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 지. 완벽한 해석은 스스로 경지에 올랐을 때나 보이는 법이야.”
“ 도통••••••
위긴스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해가 갈 것도 같고, 가지 않을
것도 같다.
하지만 뭔가 조금 더 잡힌 것은 사실이다.
“나는 하나일 수도 있지만, 하나 가 아닐 수도 있다. 그것만 명심하 면 돼.”
“노력해 보겠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이 이상은 필요 없겠지.’
더 자세하게 풀어줄 수도 있겠지 만, 그건 위긴스에게도 좋지 않다. 똑같이 배우고 익히는 것이지만, 타 인이 알려주는 것을 바탕으로 도달
하는 것과 스스로 깨닫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더구나 위긴스는 앞으로도 동양의 무학을 더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 다. 그때마다 벽에 부딪히지 않으려 면, 이번 기회에 그가 가진 고정관 념을 완벽하게 깨뜨려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위긴스라면 할 수 있겠지.’
사실 위긴스의 능력을 감안한다 면, 이것도 오래 걸리는 편이었다. 그만큼이나 동양과 서양의 무학 사 이에 벽이 있다는 뜻이겠지. 강진호 의 생각 이상으로.
“다른 문제는?”
“마법 훈련을 받던 전원이 마나를 사용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기 초적인 마법사의 양산은 성공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M..•
강진호가 미묘한 음성을 홀리고는 물었다.
“축하할 소식인 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이해는 잘 안 되는군. 기초 적인 마법사라는 건 어느 수준을 의 미하는 거지?”
“아무짝에도 쓸모는 없습니다.”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단독으로는 말이죠.”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하지만 단체가 되면 의미가 다릅 니다. 마나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은 마법진에 마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 말은 전지 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니까요.”
“전지?”
“예. 제가 가지 않더라도 마법을 발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건
굉장한 도움이 될 겁니다.”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일인 것 같기는 한데, 뭐 가 대단한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강진호가 원탁을 상대했을 때도 마 법사들에게 발목을 잡힌 적은 없으 니까.
엘더 나이트에 속해 있던 고위 마법사의 화력에는 강진호조차 조금 놀란 면이 있지만, 그건 그 마법사 가 이레귤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었다. 위긴스조차도 마법으로 강 진호에게 타격을 주는 건 불가능하
지 않은가.
그렇다면 기초적인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해봐야…….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알겠습 니다. 하지만 마법사는 원래 그런 클래스입니다. 개인 대 개인의 전투 에는 별 쓸모가 없습니다. 기사를 이기기는 힘들죠. 마법사가 진가를 발휘하는 전장은 다수 대 다수.
위긴스가 살짝 사악하게 웃었다.
“전쟁터 입니다.”
“흐음……
“일단은 설명해 봐야 이해 못할
테니, 나중에 직접 보시면 됩니다. 상상 이상으로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다. 그런데 그중 싹수가 있 는 이들은 있나?”
“고위 마법사로 올라갈 수 있는 재능 말입니까?”
“아무래도 필요하겠지.”
“원래 무인이던 이들입니다. 마법 사로는 한계가 있죠. 이쪽으로 완벽 히 진로를 정한다면 이전의 방식으 로 모은 기운들을 모두 배출해 내고 마법사로 전직시키겠지만, 대부분은 꺼려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새로운 분야를 익히기 위해 자신 이 익혀오던 것을 모두 버린다는 게 쉬울 리가 없다. 더구나 단전에 쌓 은 기운을 모두 제거한다면 다시는 일반적인 무인으로 돌아올 수 없다 는 뜻이 아닌가.
함부로 강요할 수 있는 일이 아 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다들 자신의 길 을 선택하게 될 겁니다. 이미 싹수 를 보이는 이들 중에서는 완전한 마 법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들도 있 구요.”
“이 현수?”
“아니, 그놈은……
위긴스가 얼굴을 확 일그러뜨렸 다.
“그쪽으로는 재능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놈이 마법사로의 전직은 거부하더군요. 자신의 정체성은 무 인이라나?”
“……그거 안타까운 일이군.”
그 정체성, 를린 것 같은데 말이 지.
“여하튼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췄습니다. 제가 직접 지휘하는 마법 부대 300명이 라면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전략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수고했다.”
“예, 로드.”
“그런데……
“네.”
“이현수는 정말 생각 없대?”
강진호와 위긴스가 마주 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