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53)
마존현세강림기-1154화(1152/2125)
마존현세강림기 47권 (10화)
2장 촉박하다 (5)
“푸훕
어디선가 웃음이 터졌다.
강진호가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웃음을 터뜨린 바토르가 슬 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재밌나?”
“미안하군. 하지만 주인, 내가 저
영감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 말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강진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솔직히 시대가 어느 시댄가. 무 인이 꾸미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것 도 흉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사람들 과 어울려 생활한다면 기본적으로 깔끔하게는 입어야지.”
“내가 어때서?”
“그래서 지금 뭘 입고 있지?”
강진호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
다.
그의 눈에 목 늘어난 트레이닝복 이 들어온다. 색도 이제는 꽤나 바 래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유니크하지. 아주 유니크하지.”
바토르가 혀를 끌끌대며 말을 이 었다.
“초원에도 가끔씩 있다. 사람들이 없는 외지에 틀어박혀 자신들만의 무학에 전념하는 이들. 그런 이들의 복장은 한없이 자유롭지.”
한국에도 있다.
산골에 박혀 무학만 닦는 이들이.
“하지만 주인은 사람들과 얽혀 사 는 이 아닌가. 최소한의 신경은 써 야지. 총회의 회주라는 사람이 낡은 운동복이나 입고 다니면 다른 이들 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너, 너는?”
“흐 하
바토르가 말없이 어깨를 으쓱했 다. 할 말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 라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러고 보니 처음 바토르 와 마주쳤을 때, 그가 맞춤 정장을
입고 있던 기억이 난다. 꽤나 고급 졌는데….
괜히 패션 이야기를 했다가 본전 도 못 찾은 강진호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이건 넘어가지.”
위긴스가 강진호의 편을 들었다.
“하하, 사실 장민 장로님의 복장 이 요란스러운 것도 사실이지요.”
“얼굴로 커버하는 인간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다. 네놈이 패션을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나. 거적때 기만 둘러도 패션으로 보일 텐데.”
위긴스가 조용히 입을 닫았다.
장민이 살짝 울분어린 눈으로 강진호와 위긴스를 번갈아 바라본 다.
“가진 자(?)는 가지지 못한 자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저 나 바토르를 보십시오. 그래도 어떻 게든……
“나는 왜 끼고 들어가, 영감!”
“부정하지 마라. 너도 이쪽이다.”
“빌어먹을.”
바토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이 지긋한 이사들이 얼굴로 싸 우고 있는 꼴이 뭔가 좀 서글프다.
“여하튼, 그래서 마공의 전수는 잘되고 있는가?”
“마존이시여, 교도들은 오늘도 마 존의 충실한 손발이 되기 위해서 뼈 를 깎는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마 존께서 베풀어주신 은혜가 결코 헛 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 다.”
u 으 n
M三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뭐랄까…….
장민도 확연한 변화가 느껴진다. 바토르가 마공을 받아들이며 조금 더 혈기 가득하게 변화했다면, 장민
은 강진호의 마공을 받아들이며 좀 더 깊어졌다.
그의 눈에서 확고한 자신감을 느 낀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익힌 마공을 구결로 기억하고 있 었다면 이리 번거롭지는 않았을 텐 데 말이야.”
“꼭 기억을 못한다기보다는 제가 익힌 마공들은 부작용이 너무 심한 것들이라……. 기초가 닦이지 않은 이들에게는 전수할 수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쯤 마교는 흔적도 남 아 있지 않았을 겁니다.”
“그도 그렇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대단하다.
장민은 마교가 망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마공을 전수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전할 수 있 는 마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몰리면 사람이 란 다들 극약 처방을 생각하게 된 다. 하지만 장민은 언젠가는 마존이 돌아온다는 전설을 믿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런 장민의 헌신과 결단이 있었 기에 마교가 부활의 기회를 잡은 것 이다.
마교도들에게 제대로 된 마공이
전수되고, 그들의 무력이 나날이 강 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민의 감 회는 이곳의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강진호가 슬쩍 바토르에게 시선을 준다.
바토르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굳이 말로 할 필요도 없이 착실 하게 준비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대화를 듣고 있기만 하던 방진훈이 입을 열었다.
“뭐, 그렇게 걱정하실 것 없습니 다.”
강진호의 시선이 방진훈에게로 향 했다.
방진훈이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었다.
“빤한 것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싶 으신 심정도 이해합니다. 지금까지 는 당연히 그랬어야 하니까요. 사실 회주님이 총회에 온 이후로 회주님 의 손을 거치지 않고 제대로 굴러간 일이 없었다는 것도 사실이고.”
강진호가 말없이 방진훈을 바라보 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그래서 회주님이 총회를 조금 짐
덩이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 고 있습니다. 젖먹이 키우는 심정이 겠죠. 밥 먹여줘야 하고, 똥 치워줘 야 하고. 적당히 놀아주기도 해야 하고, 말도 가르쳐야 하고.”
“그렇게까지는……
“말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방진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강진호에게 가지는 감정은 이곳의 누구와도 다르다. 다른 이들 은 강진호라는 인물 때문에 총회에 들어온 이들이다. 결국 그들에게 총 회는 그저 소속이고 수단이 될 수밖 에 없다.
하지만 방진훈은 그렇지 않다.
그는 강진호가 들어오기 전부터 총회의 사람이었고, 어찌 보면 강진 호가 총회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된 사람이다.
그의 시선으로는 외부인이나 다름 없던 강진호가 총회의 모든 것을 일 일이 챙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다른 이들처럼 편히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이다.
“애를 키운다는 건 그런 겁니다. 이놈이 제구실을 하기는 할까 싶죠. 나이가 들고 힘이 세져도 여전히 아 이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부모의
시선일 뿐입니다. 물과 비료를 챙겨 준 나무가 자라듯 아이도 자랍니다. 부모는 그 사실을 실감하기 어렵지 만요.”
방진훈이 진중한 눈으로 강진호와 시선을 마주쳤다.
“총회는 이제 회주님께서 일일이 챙기고 신경 써야 하는 아이가 아닙 니다. 제 발로 걷고, 제 발로 뛸 정 도는 됐습니다. 이제 회주님이 총회 를 지탱하는 게 아니라, 총회가 회 주님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런가?”
“아니, 좀 오버한 것 같기도 하
고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을 하자 방진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살짝 기 분에 취했다.
“여하튼 이제는 어느 정도는 총회 가 자생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는 뜻이지요. 그 예로 슈발리에들이나 일반 회원들은 회주님이 딱히 신경 을 써주지 않아도 강해지고 있잖습 니까? 바토르 님의 아이들 역시 마 찬가지구요. 물론 뭐, 마공을 전수하
기는 했지만.”
“그렇지.”
이 부분은 강진호도 인정했다.
그가 처음 총회와 영남회를 통합 하고 총회를 일원화했을 때만 해도 그가 신경 쓰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 가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이제 총회 는 자생력을 갖추고 스스로 움직이 기 시작했다.
이중걸의 유산은 총회를 세상으로 내보내려 하고 있고, 합류한 전력들 은 자체적으로 발전하려 애쓴다. 무 엇보다 그동안 타성에 젖어 있던 이 들이 그런 움직임에 자극받아 스스
로 강해지려 애쓰고 있다.
‘지금 내가 빠진다면?’
물론 지금과 같은 발전은 불가능 하다. 총회는 여전히 강진호에게 많 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으니까. 하지 만 그렇다고 해서 발전이 아예 멈추 거나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 다.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물은 인력 으로 멈추지 않는 법이니까. 지속적 으로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언젠가 는 말라 버리겠지만, 지금까지 강진 호가 준 것만으로도 십 년은 문제없 이 흐르게 될 것이다.
“결국 사람이란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죠. 회주님이 총회에 베푼 것만 큼 총회는 회주님께 보답하게 될 겁 니다.”
“딱히 그렇게 베푼 건 없는데.”
“농담도.”
방진훈이 쓰게 웃었다.
강진호가 총회에서 이룬 업적을 가장 평가절하하는 사람은 역설적으 로 강진호다.
“사실 저는 이번 일련의 흐름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총회는 결 국 총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 부에 기업을 만든다거나 정계와 얽
힌다거나, 뭐, 그런 게…… 솔직히 좀 띠껍습니다.”
“꼰대.”
“고인 물.”
“적폐.”
“이 양반들이……
날아오는 공격을 쳐내며 방진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압니다, 꼰대의 발상이라는 거. 그래서 아무 말 하지 않았잖습니 까.”
방진훈이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늙은 놈은 결국 젊은이들의 사고 방식을 따라갈 수 없는 법이죠. 그
러니 넘겨주고 저는 제 할 일을 할 생각입니다. 젊은 애들이 총회를 발 전시킨다면, 저는 그들과는 다른 방 식으로 제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결 국은 무학이겠죠.”
위긴스가 뚱한 얼굴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방 이사님, 방 이사님이 여기서 제일 어립니다.”
“젊은 꼰대라니. 세상에 이런 끔 찍한 혼종이……
“……거기까지만 하십시다.”
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변화를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것도 그리 좋 은 방향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무언가를 추진하고 나아갈 때 반 드시 필요한 것은 추진력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걸어줄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진훈의 포지션은 총회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현수는 언제 복귀합니 까?”
“왜‘?”
“애들이 죽어 나갑니다. 그 새끼
원래 MK 쪽은 이 부장에게 맡기기 로 해놓고 왜 거기 가서 죽치고 있 답니까?”
“초기니까 이리저리 신경 쓸 게 많겠지. 곧 복귀할 거야.”
“그럼 다행이지만……. 업무 공백 이 너무 심한데.”
“적당히 내가 도와주지.”
“……죄송합니다. 원래 그것도 우 리 이사진들이 해야 하는 일인데.”
“ 어흐흐흠.”
“크홈.”
이사진들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강진호가 그들을 하나하나 똑바로
보며 말했다.
“바라지도 않아.”
살짝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여하튼 그러니 회주님도 이제는 자잘한 일에는 손을 떼십시오. 원래 회주라는 자리가 그런 거 일일이 다 챙기는 거 아닙니다. 회주님께서 그 동안 그런 역할을 해주셔서 총회가 발전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회 주님의 시간을 가져도 될 만큼 성장 했습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런 말을 듣게 되는 날이 올 줄
이야.
“딱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위긴스도 거들었다.
“회주님에게도 휴식이 좀 필요하 다는 건 사실 같습니다. 이번 일본 놈들의 처리가 끝나면 적당히 휴가 나 다녀오시지요.”
“올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곧 올 겁니다. 저들도……
그 순간, 위긴스의 휴대폰이 울렸 다.
“잠시.”
위긴스가 휴대폰을 꺼내 잠금 패
턴을 풀었다. 화면을 바라보던 위긴 스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회주님,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말이 씨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음?”
강진호가 살짝 굳은 얼굴로 위긴 스를 바라봤다.
“일본을 감시하고 있는 원탁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움직이기 시 작했다고 합니다.”
일본이 움직였다.
그 말은 이제 전쟁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강진호가 가만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디선가 피 냄새가 나는 것 같 다, 익숙하지만 매번 새로운.
“상황 파악해.”
“예!”
회의실에 순식간에 팽팽한 긴장감 이 흘렀다.
그 긴장감을 느끼며 강진호는 이 제 자신이 전장으로 돌아간다는 사 실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