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55)
마존현세강림기-1156화(1154/2125)
마존현세강림기 47권 (12화)
3장 고조되다 (2)
“어서 오시게.”
포탈에서 나오는 위긴스를 보며 마스터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살 짝 턱을 주무른 마스터가 다시 한 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미소가 잘 나오지 않는군.’
이상한 일이다.
위긴스와 그는 막역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친근하다 정도로는 표현 할 수 있는 사이였다.
그런데 그런 위긴스에게 자연스러 운 미소가 나오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지금 위 긴스와 마스터가 가지는 권력의 차 이가 그만큼 난다는 뜻이리라. 마스 터가 위긴스를 부담스러워할 만큼.
마스터가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얼굴 보기가 힘들구만.”
“죄송합니다. 자주 얼굴을 비췄어 야 하는 건데, 워낙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농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말게. 이 만한 거리에서 포탈을 여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자네도 알지 않는가.”
“그 정도는 충분히 하실 수 있잖 습니까?”
“예전 같지가 않아.”
마스터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가세나.”
“예.”
위긴스가 마스터를 따라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무인이라고 한들, 나이를 먹고 있지 않은가.”
“아직은 그런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십 년은 뒤 에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모르는 소리. 나는 이미 예전에 정체되었네. 그리고 이제는 내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느끼고 있지. 고점은 이미 찍었어. 넘은 건 내리 막길뿐이지.”
“……엄살이 심하십니다.”
“엄살이 아닐세.”
마스터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오래 살았네. 좀 더 노련해 지고, 조금 더 부드러워졌을지는 모 르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내 젊던
시절의 패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네. 십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붙는다면, 십 년 전의 내가 승리할 걸세.”
요 Q.하
M..•
“그런 얼굴 하지 말게. 나이를 먹 는다는 건 그런 일이지. 누구도 피 해갈 수 없는 일이야. 한 사람을 뺀 다면 말이지.”
“그건 동감합니다.”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때로는 그도 강진호가 부러울 때 가 있다. 그는 세월이 주는 힘을 간 직한 채로 젊은 육체마저 손에 넣었
다. 부러워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물론 같은 일을 겪으라면 사양하 겠지만.’
그럼에도 강진호가 운이 좋다고 할 수 없는 건…… 그가 지금의 상 황을 손에 넣기 위해 얼마나 끔찍한 지옥도를 걸어왔는지 알기 때문이었 다.
젊음을 다시 얻는 대가로 걷기에 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길이다.
엄밀히 따지면, 젊음을 다시 얻은 것도 아니다. 강진호는 그저 이곳의 시간을 멈추고 지옥을 다녀온 것뿐 이니까. 그 대가를 부러워하는 것은
직접 지옥을 겪지 않은 이의 사치스 러운 감상에 불과했다.
‘확실히……
위긴스가 슬쩍 마스터를 바라보았 다.
입매가 고집스럽게 닫혀 있다. 과 거의 마스터에게서는 볼 수 없던 표 정이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게 아니면 그동안 겪은 일이 영 순탄치 않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스터는 분명 과거와는 달라졌다.
‘누구도 변하지 않을 수는 없지.’ 위긴스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변했는가’가 아니라, ‘제대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가’다. 그런 점에서는 위긴스도, 마 스터도 아직은 길에서 벗어나지 않 았다.
“그보다 정보는?”
“이제부터 보고를 들으러 가네. 동석하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마스터의 손으로 정리된 정보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될 수 있 다면 정보원이 가져온 정보들을 직 접 듣고 싶다. 그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회의실로 이동한 마스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안에서 이미 대기 중이었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원탁을 위하여.”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석 에 앉았다. 위긴스가 가만히 그의 옆에 섰다.
“서두르지. 그래, 일본의 상황은?”
“대규모의 이동이 포착되었습니 다.”
위긴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 다.
총회 역시 일본의 정보를 파악하
고 있다. 하지만 지난 일본과의 전 투 이후로 한국인이 일본에서 활동 하는 게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 다.
대외적으로야 관광객들이 드나들 고 있지만, 애초에 무인계라는 곳은 일반인들이 머리를 들이밀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관광객으로 위장하고 정보를 얻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 다.
그렇기에 원탁의 손을 빌릴 수밖 에 없었다.
“수는 파악됐나?”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았
습니다. 일본 전체의 움직임을 감시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도쿄 쪽에서만 천에 가까운 인원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전체 추 정으로는 오천쯤……
“오천이라……
마스터가 자신도 모르게 턱을 쓸 어내 렸다.
오천이라니, 어마어마한 수다.
한 국가에서 몇 십만이 넘는 병 력을 동원할 수 있는 현대전의 개념 이라면 오천이라는 수는 딱히 전세 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소수에 불과 하겠지만, 무인계에서 오천이라면
한 나라를 뒤집어놓고도 남을 숫자 였다.
일단 무엇보다 기동력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현대전에서 보병은 이미 화력의 가치를 상실했다. 보병이 아무리 모 여 있어봐야 폭격을 막을 수 없고, 전차를 막아낼 수 없다.
그럼에도 보병이 아직까지도 군의 중심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유 일하게 점령이 가능한 군종이 보병 이기 때문이다. 전차에 탄 채 점령 지를 통솔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무인이란 존재해서
는 안 되는 군종이다.
전차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면서, 능력에 따라서는 전차 이상으로 강 하다. 그리고 자신이 이동한 지역을 확실하게 점령할 수 있다.
연료와 탄약의 보급이 끊어지면 전투력을 상실해 버리는 전차와는 다르게, 대충 무기 한 자루 쥐여 주 면 알아서 보급을 해가며 끝도 없이 날뛴다.
다시 말하자면 일인군단, 그것도 보급이 필요하지 않은 일인군단이 다.
그런 이들이 천 단위로 상륙한
다?
‘지옥이지.’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후방으로 강습 부대가 천 단위로만 들어와도 전쟁의 향방이 달라진다. 그런데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오천이 아무 저항 없이 상륙한다면?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걷잡을 수 없다.
“하지만 오천이라니.”
“그리고 이 오천은 관서 지방의 참가는 상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보게.”
“기본적으로 일본의 관동과 관서
는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번 침공 때도 관동의 무인계가 자 체적으로 움직이고, 관서는 참여하 지 않았습니다.”
“그랬지.”
“하지만 이번에는 관서까지 참여 할 확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는 더 올라갑니다.”
“……오천에서 수가 더 늘어날 수 도 있다는 건가?”
“관동이 참여한다면 단순히 수가 늘어나는 선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질적으로도 최소 반배는 더 강해진 다고 봐야 합니다.”
마스터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 다.
“일만까지 가능하다는 말인가?”
“저희의 추론으로는……
마스터의 얼굴에 질린 기색이 완 연했다.
‘일본의 힘이 이 정도였단 말인 가.’
영국이 자체로 동원할 수 있는 무인의 수는 얼마나 될까?
최대한 기준을 낮춰 긁어모은다고 해도 천이 넘지 않을 것이다. 무리 를 한다면 천을 조금 넘길 수는 있 겠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그만
한 인원을 원정 보내는 건 말 그대 로 국운을 건 도박에 가깝다.
그런데 단일국이 일만에 가까운 대군을 꾸릴 수 있단 말인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우선 도쿄에서 움직인 인원이 도 쿄 내부의 무인들이라고 가정한 것 부터가 잘못되었습니다. 제가 신니 치카이의 입장이었다면, 신속을 기 하기 위해 이전부터 도쿄로 다수를 집결시켰을 겁니다.”
“나도 그쪽이 맞다고 보네.”
마스터와 위긴스의 의견이 일치했
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이지 않 은 수였다.
“관동과 관서의 무인을 최대로 긁 어모은다고 해도 오천 이상은 되지 않을 겁니다. 일단 그쪽의 수장이 멍청이가 아니라면, 지난 전투에서 교훈을 얻었겠죠. 어중이떠중이를 끌어모은다고 해도 딱히 전력이 되 지 않는다는 걸.”
“동의하네.”
“추정치는 이천 정도로 봅니다.”
정보원이 살짝 놀란 눈으로 위긴 스와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직접 정보를 긁어모아 온 이들이다.
하지만 그 정보를 바탕으로 마스터 와 위긴스는 그들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문제는…… 인원보다는 방향이겠 죠.”
위긴스가 직접 물어온다.
“그 천명은 어느 쪽으로 이동하고 있지?”
“워낙 중구난방이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서쪽 으로 이동하는 중 같습니다.”
“서쪽이라……
한국 쪽이다. 계속 서쪽으로 향한 다면 해안에 닿을 수밖에 없다.
“한 번의 피해로 얻은 교훈이 없 는 건가?”
이미 한차례 배로 이동하다가 피 를 본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도 해 로를 이용하겠다고?
‘그럴 리가 없지.’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병법을 논하기 이전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적을 무시하는 것이 다. 상대를 얕잡아본다면 상대의 의 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저들이 아무리 멍청하다고 해도 그만큼이나 참담한 대패를 했는데, 또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
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아니라면?
이천에 달하는 무인을 한국으로 상륙시킬 방법이 있는가.
공항?
어림도 없는 소리다. 공항은 애초 에 이쪽에서 탑승객을 통제할 수 있 다.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비행기를 탈 방법이 없다.
“아무래도 꿍꿍이가 있는 것 같군 요.”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자네들 도 저들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했다 고 생각하겠지만, 저들 역시 그 시
간 동안 오로지 자네들의 목을 칠 생각만 하고 있었을 테니까.”
“알고 있습니다.”
위긴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일본의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 다. 한 번의 전투를 대승으로 이끌 고 총회가 큰 자신감을 얻은 건 사 실이지만, 애초에 그 전투는 달아날 수 없는 한정된 공간 안으로 강진호 가 난입한 덕에 가능한 전투였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 외에는?”
대략적인 정보를 다 보고받은 위 긴스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에 빠졌 다.
그런 위긴스를 바라보던 마스터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준비는 충분히 해뒀나?”
“빤히 보이던 일입니다. 결코 소 홀할 수 없죠. 다만…… 눈에 보이 는 게 전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희도 이제 준비를 마쳐야겠죠. 그러니 마스터 께서는……
“알고 있네.”
마스터가 위긴스의 말을 끊었다. 위긴스 역시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 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 다.”
“아직 게이트는 열려 있겠지. 배 웅하지 않겠네.”
“물론입니다, 마스터.”
위긴스가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마 스터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과 한국이라……
앙숙에 가까운 두 나라의 무인계 가 드디어 전면전에 돌입한다. 이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동아시아의 판세가 요동칠 것 이다.
그리고 원탁의 판세 역시.
지금 이 타이밍에 강진호가 죽고 총회가 무너진다면, 원탁에 대한 마 스터의 지배력 역시 사라진다. 그 순간, 원탁은 분열하고 내전으로 돌 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원 탁은 한국을 도와야 한다. 한국의 숭리, 그것도 최대한 전력을 보존한 승리만이 원탁의 개혁을 이어 나가 게 할 수 있다.
‘알고는 있지만, 속이 쓰리군.’
타국의 이득을 위해 피를 흘려야 한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에 있을 까.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독 초라도 맛있게 씹어 먹으며 인내해 야 할 시기였다.
“나이트 베슬리를 불러와라.” 마스터가 무거운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