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58)
마존현세강림기-1159화(1157/2125)
마존현세강림기 47권 (15화)
3장 고조되다 (5)
분위기가 일변했다.
분명 어제와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공기가 무겁게 몸을 짓 누르는 느낌이다.
성주찬은 살짝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수련장의 분위 기가 차마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폭풍전야라는 말은 아마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전쟁이라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 말이다.
한반도에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전 쟁이라는 말이 꽤나 익숙하다. 언제 든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게 이 나라 국민의 처지 아니던가.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전쟁이라 는 말이 너무도 흔하기에 오히려 실 감을 잘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 다.
그런데 전쟁이란다.
당장 내일이라도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슬슬 실감이 났다.
“진짜 전쟁 나는 거냐?”
김원혁이 긴장된 얼굴로 그를 돌 아보았다.
“……이사님이 그렇다잖아.”
“전쟁이라니……
성주찬이 살짝 멍한 얼굴로 뇌까 렸다.
그들은 무인이다. 무인은 기본적 으로 투쟁에 익숙할 수밖에 없는 족 속들이다. 하지만 사실 성주찬에게
있어서 투쟁이나 전쟁이라는 말은 꽤나 낯선 단어였다.
총회가 영남회와 오랜 갈등을 맺 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가 서로 를 죽여 대는 전쟁으로 돌입한 적은 없었다. 있어봐야 신경전, 그것도 아 니면 임무상 부딪칠 경우 작은 국지 전을 벌이는 정도였다.
특히나 성주찬이나 김원혁처럼 딱 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무인들 은 다른 무인들과의 충돌이 있을 만 한 일은 맡지 못한다. 적당히 만만 한 일반인 놈들과 어울리는 임무밖 에는 해본 적이 없었다.
‘실전이라……
심장이 쿵쾅댄다.
물론 무인과 싸워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다.
복싱을 배우며 수없이 스파링을 뛰어본 이들도 시합에 나가면 제 기 량의 반도 발휘하지 못할 만큼 긴장 한다. 서로 목숨을 뺐는 싸움이 아 닌데도 그 정도다.
그런데 성주찬은 이제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터에 투입되어야 한다. 눈앞에 적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심 장이 고속으로 뛰는 느낌이었다.
“씨발, 쪽발이 새끼들.”
그러다 보니 일본으로 그 원망이 간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빡치네. 개 같은 새끼들.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 는 새끼들이면 어디 한국 땅에 다시 대가리를 들이밀어?”
“언제 그 새끼들이 양심 있던 적 이 있냐? 사과도 안 하는 새끼들인 데.”
“다 처 죽여 버려야 돼.”
성주찬이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사실 평소에 성주찬은 일본에 대 해 딱히 악감정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직접 일본과 싸워야 할 상황 이 되자 없던 악감정이 무럭무럭 솟 아나고 있었다.
“지진 않겠지?”
“헛소리할래?”
김원혁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전쟁을 앞두고 가장 해서는 안 될 말이 이런 말이다. 사기를 깎아 먹는 말.
“사실이 그렇잖아. 얼마 전만 해 도 우리가 어디 감히 일본이랑 전쟁 을 해?”
“지금은 얼마 전이 아니잖아, 새 끼야.”
“그건 그렇지만……
성주찬도 알고 있었다.
일 년 전의 총회와 지금의 총회 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총회 는 강해지고 발전했다.
하지만 사람의 인식이라는 건 그 리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그들이 무인으로 살아온 시간 대 부분 동안 감히 일본을 맞상대할 거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되 레 일본과 중국의 무인들이 얼마나 강한지만 듣고 살아왔다.
단 한 번도 일본이나 중국과 전 쟁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상대가 안 되는데 무슨 놈의 전쟁이란 말인가.
“전에 한 번 이겼잖아.”
“그때 우리가 뭐 했냐? 여기서 박수나 쳤지.”
“야, 씨발. 그때 총회에서 나간 사람들은 무슨 용병이냐? 다 총회 사람들 아냐. 그 사람들은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해?”
“말이 쉽지.”
성주찬이 자신도 모르게 궁시렁거 렸다.
총회는 이미 한 번 중국과 전쟁 을 치렀고, 일본과도 전쟁을 치렀다.
심지어 유럽에는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 짧은 시간 만에 세 번의 충돌 이 있었다. 물론 이건 한국 내부에 서 벌어진 전쟁은 뺀 숫자였다.
‘생각해 보면 무지하게 사고 치고 다녔구나.’
문제는 그 전쟁에서 언제나 승전 보를 울렸다 한들 성주찬 같은 일반 적인 무인이 그 승패에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프로팀 1군이 연숭을 하고 다닌 다고 해서 2군도 잘나가는 건 아니 다. 1군 리그의 강팀이 2군 리그의
최약체인 경우는 의외로 흔한 일이 아닌가.
나도 언젠가는 저 1군 리그 강팀 의 일원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는 거야 자유지만, 스스 로 일구지 못한 일을 자신의 업적처 럼 생각하며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건 병신이나 하는 짓이었다.
게다가 성주찬은 객관적으로 볼 때, 총회의 2군은커녕 3군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굳이 위치를 정하 자면 되레 수업료를 내고 훈련을 받 는 연습생의 처지다.
그런데 이건 당장 내일 경기를
뛰라는 판 아닌가.
성주찬이 슬쩍 고개를 돌려보았 다.
수련장에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 지만, 그중 수련에 집중하는 이들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삼삼오오 모여 뭔가 심각하게 이 야기를 나누는 이들.
아무 말 없이 몸을 점검하는 이 들.
그리고 구석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이들.
다들 나름의 고민을 껴안고 있었 다.
“하, 인생 우울한 새끼.”
김원혁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얼굴로 성주찬을 바라보았다.
“새끼야, 총회 잘나간다고 좋아 죽을 때는 언제고!”
“……이리될 줄 알았나.”
“그럼 의무 없이 누리는 권리가 있을 줄 알았냐?”
“안다고, 인마!”
성주찬이 신경질을 냈다.
김원혁이 하는 말이 다 맞다는 것은 알고 있다. 머리가 있다면 알 겠지. 하지만 사람이 어디 머리만으 로 움직이는 동물이던가.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이 따라가 주지 않는 일 따위는 얼마든지 있다.
“윗분들은……
그때 였다.
“야, 휴대폰 확인해! 중앙 광장으 로 모이란다!”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성주찬 과 김원혁도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총회에서 만든 메신저 앱 으로 공지가 날아와 있었다.
“누구지?”
“방 이사님 같은데?”
U O
99
M…•
방진훈 이사.
성주찬에게나 김원혁에게는 나름 의미가 깊은 인물이다.
총회 출신인 그들이 기억하는 방 진훈은 이중걸과 맞서 싸우던 반골 같은 인물이었다. 물론 방진훈에게 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총회 의 체제를 뒤흔들려는 그를 그리 좋 게 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마 성주찬과 김원혁의 문파가 친이중걸파였던 이유도 있을 것이 다. 결국 이야기라는 것은 같은 성 향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돌고 도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 방진훈은 마지막까지
총회에 남아 이제는 총회를 대표하 는 사람이 되었다.
강진호를 비롯한 다른 이사들이 엘리트 주의를 채택하여 될성부른 떡잎들을 꽃으로 피워내는 작업에 집중할 때, 방진훈은 총회의 일반 회원들을 가르치고 이끄는 데 전념 했다.
어쩌면 총회의 대부분의 회원들에 게 있어 방진훈은 강진호 이상의 영 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까 마득한 곳에서 내려다보는 강진호보 다 매번 화면을 통해 얼굴을 보고 무학을 전수해 주는 사람이 더 친근
하고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진호의 권 위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 가자.”
“그래야지.”
성주찬이 자리에서 일어나 터덜터 덜 중앙 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변에 다른 이들도 다들 지체 없이 중앙 광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거, 앱 하나는 참 잘 만들었단 말이야.’
이 앱이 생기고부터 이리저리 사 람을 모아대고 전파하는 일이 사라
졌다. 속도도 훨씬 올라갔고.
하지만 어쩌면 이제 곧 이 앱을 사용할 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성주찬이 낮은 한숨을 내쉬 었다.
“다 모인 것 같은데?”
성주찬이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 다.
광장에 사람이 빼곡하게 차 있다. 이 많은 이들의 수를 일일이 셀 수 는 없지만, 조금 전부터 합류하는 이가 없어진 걸로 봐서는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다.
어차피 이런 공지 하나 띄운다고 전 인원이 빠짐없이 모이는 것은 불 가능하다.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대 충 전해 들을 수밖에 없다.
‘이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도 시끄 럽지가 않네.’
성주찬이 자신도 모르게 심호흡을 했다.
사람이 이만큼 모이면 작은 소리 하나씩만 모여도 커다란 소음이 되 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몇 천이나 되는 인원이 모였음에도 광 장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 다들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다.
“저기 나오신다.”
“아!”
성주찬이 고개를 획 돌렸다.
중앙 건물의 문이 열리며 방진훈 이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모인 이들을 한 번 쭉 훑어본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다 모인 것 같군.”
내공이 실린 그의 목소리는 마이 크가 없음에도 광장 모두에게 똑똑 히 들렸다.
“이야기를 다들 들었지?”
“예!”
“일본 놈들이 아무래도 전쟁을 일 으킬 모양이다.”
대답이 없다.
방진훈은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의 전쟁과는 다르다. 지금까 지 총회가 겪은 전쟁은 국지전에 불 과했지. 하지만 이번에는 전면전이 다. 저 새끼들이 지금 우리 땅을 뺏 으러 쳐들어오고 있다. 못 막으면 총회는 무너지고, 한국의 무인계가 일본의 것이 된다.”
“이건 원정과는 다르다. 우리는 놈들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 이다. 그러니 전처럼 사람을 몇몇 뽑아가는 짓은 하지 않는다. 너희 모두가 전장에 투입될 거다. 이제부 터 너희가 직접 그놈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손끝이 떨렸다.
상황이야 이미 들어서 알고 있지 만, 그 말을 방진훈의 입에서 직접 듣는 것과는 달랐다. 공인이 된다는 뜻이니까.
정말 전쟁이 일어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진정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대가 약하다고 생각 해 본 적은 없건만, 전쟁이 벌어진 다는 사실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렸 다.
“ 아마••••••
방진훈이 미묘한 어투로 입을 열 었다.
“꽤나 많이 죽어 나갈 거다.”
저런 말을 해도 되나?
의문이 채 풀리기도 전에 방진훈 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열심히 수련한 것도 사실
이고, 많이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놈들이 예전부터 우리 보다 강하던 것도 사실이지. 그리고 지금…… 음, 지금도 솔직히 말하자 면 저 새끼들이 너희보다는 셀 거 다. 어중이떠중이들이 넘어오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여기저기에서 마른침 넘어가는 소 리가 들린다.
하지만 성주찬은 방진훈의 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방진훈이 저런 말을 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미리 말한다.”
방진훈이 말을 끊고 가만히 모두 를 둘러보았다. 수천 개의 눈이 일 제히 그에게 쏠려 있다. 그 눈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방진훈이 입을 열 었다.
“너희들 중에……
살짝 무거운 듯한 목소리로.
“총회를 그만두고 나가고 싶다는 놈들은 지금 이야기해라. 아무 불이 익 없이 지금 당장 그만둘 수 있게 해주겠다.”
“••••••어?”
성주찬이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