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61)
마존현세강림기-1162화(1160/2125)
마존현세강림기 47권 (18화)
4장 요격하다 (3)
찰칵.
방진훈이 연 세 대째 담배를 입 에 물고 불을 붙였다.
‘기분 뭐 같네.’
하루 종일 잘 참아왔지만, 더는 담배를 참을 수가 없다. 담배를 피 운다고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습관이라는 건 쉽사리 고쳐지지 않 는 모양이다.
방금 나간 성주찬을 비롯해 오늘 다녀간 이들만 백이 넘는다. 아마 제대로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도 있을 테니, 내일쯤 다시 지원을 한 번 받아봐야 할 것 같다.
그럼 오늘보다 더 많은 이들이 총회를 떠날지도 모른다.
방진훈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 어 나왔다.
아쉽지 않느냐고?
당연히 아쉽다.
저들에게 스승은 따로 있겠지만, 방진훈은 진심으로 저들을 제자처럼 여겼다. 하나하나 가르친 이들이 그 의 가르침을 포기하고 바깥세상으로 떠나는 게 안타깝지 않을 수가 없 다.
하지만 이건 해야만 하는 일이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방진훈 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문 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저벅저벅.
살짝 어두컴컴한 복도에 방진훈의 발소리가 크게 울린다. 평소라면 아 무렇지 않게 여길 일이지만, 오늘따
라 이 발소리가 더없이 적막하게 들 리는 방진훈이었다.
계단을 올라 회주실 앞까지 간 방진훈이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 렸다.
똑똑.
“회주님, 방진훈입니다.”
“들어와.”
방진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가만히 문을 닫은 방진훈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퇴회 신청 1차분 끝났습니다.”
“ O w
三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왔 다. 소파에 앉은 강진호가 손을 뻗 어 자리를 가리켰다.
“앉지.”
“예.”
방진훈이 두말없이 소파에 앉았 다.
재떨이의 뚜껑을 연 강진호가 담 배를 입에 물었다.
“한 대?”
“괜찮습니다. 많이 피웠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강진호가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수는?”
“꽤 됩니다.”
“그런가……
강진호의 목소리에 살짝 씁쓸함이 묻어난다. 예상한 일이지만, 기분이 좋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교육은?”
“따로 준비 중입니다. 원래대로라 면 회를 나가는 이들에게는 그 즉시 개인적인 교육을 하는 편이지만, 이 번은 그 수가 많다 보니 개인적으로 교육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전쟁이 끝나는 대로 따로 소환하여 전체적 으로 교육을 따로 한 번 할 셈입니
다.”
“음, 그건 방 이사가 알아서 하 지.”
“예, 회주님.”
방진훈이 살짝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회주님께 하나 허가받아 야 할 일이 있습니다.”
“허가?”
“예, 회주님. 이번에 회를 그만둔 이들에게 지원을 좀 하고 싶습니 다.”
“••••••지원?”
“예.”
강진호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지원이라……
소파의 가죽이 등에 눌려 일그러 진다.
“남은 이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러 간다.”
“그 전장에 나가지 않는 것만 해 도 지원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는 데? 본래대로라면…… 평소에는 그 만둘 수 있어도 이런 상황에서 그만 두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나?”
“회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만두게 해주는 것뿐 아
니라 지원까지 한다고?”
방진훈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강진호는 딱히 노한 얼굴 은 아니었다. 그는 방진훈을 믿고 있다. 방진훈이 이런 말을 한다면 당연히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말해봐.”
“왜 우리가 그들에게 지원을 해줘 야 한다고 생각하지?”
“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은 맥락입 니다, 회주님.”
“ 전?”
“일전에 제가 이제는 총회를 운영
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랬지.”
“지금까지 총회는 기본적으로 치 고 나오는 이들 위주로 운영이 되었 습니다. 테스트에 합격을 해야 회주 님의 무학을 전수받을 수 있었고, 기준에 들어야 바토르 님에 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게 잘못 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초기에는 그 게 맞습니다. 하지만 회가 오래도록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평범 한 이들에게도 눈을 돌려야 합니 다.”
강진호가 말없이 가만히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방진훈이 흔들리지 않 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
“물론, 총회가 그들에게 많은 것 을 해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총회가 많은 것을 받은 것 역시 사실 아닙니까. 지금 총회가 하고 있는 사업들이나, 여러 가지 일들 역시 회원들이 있었기에 시작 해 볼 수 있던 겁니다.”
“그렇긴 하지.”
“그들이 총회에 해준 것이 있다 면, 총회 역시 그들에게 뭔가를 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에서 말이 멈췄다.
강진호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고, 방진훈은 말없이 강진호의 반응을 살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방진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회주님.”
“말해.”
“평생 동안 무학을 익히고 살아온 놈들입니다. 그놈들이 준비도 없이 바깥세상으로 나가면 뭘 할 수 있겠 습니까?”
방진훈은 수많은 케이스를 봐왔 다.
총회를 그만두고 사회로 나간 이 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범죄 에 빠지거나 무학을 사용해서 총회 에 잡혀오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 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그들의 잘못 이라 할 수 없었다.
평생을 무학만 배워온 이들이다. 기초적인 교육조차도 완전히 수료하 지 못한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런 이들을 사회에 내보낸다?
사회라는 정글을 살아가기에 그들 은 너무도 연약했다. 육체가 강하다 고 해서 인간이 강한 것은 아니다.
사회의 눈으로 보기에 그들은 힘만 센 멍청이에 지나지 않는다.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자?”
“예.”
“이해가 잘 안 가는데.”
강진호가 가만히 방진훈을 바라본 다. 무심한 그 눈을 보고 있자니 절 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총회를 그만두고 나간 이들을 지 원하는 게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 다는 거지?”
“……회주님.”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아냐. 하지 만 우리는 회를 운영하는 입장이지. 개인의 호오를 때로는 접어둬야 할 때도 있는 법이잖아.”
강진호 역시 사람을 지원하는 데 인색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강진호 개인의 일이 다.
총회의 돈으로 지원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총회의 돈은 강진 호의 돈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땀 흘려 모은 돈이었다. 비록 그 과 정이 적법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함부로 쓸 수 있는 돈은 아니었다.
“이득이 있습니다, 회주님.”
방진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도 단순히 나가는 애들이 걱정 돼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그 녀석 들을 지원하는 건 남아 있는 놈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왜‘?”
“요즘 바깥세상의 젊은이들이 다 들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십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있고 귀가 있으면 모를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취업이 어려워서.”
“예,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 가 아닙니다. 사회에 나오는 애들이 공무원에 집착하는 이유는 뒤가 없 기 때문입니다.”
“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안 간다.
“대기업에 취직한다고 해도 끝나 는 게 아닙니다. 다시 끝없는 경쟁 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탈락하게 되면요?”
방진훈이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다가 막혔을 때, 뒤가 없는 게 문 제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레일에서 떨어져 나간 이를 돌아봐 주지 않습니다. 그때부터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재취업 도 쉽지 않구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한 번 성공한다고 해서 끝이 아 니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타인을 압 도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탈락한다는 점이다.
탈락한 이들은 그때부터 다시 사
회에 내동댕이쳐진다. 그 공포는 경 험해 보지 않은 이들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애들이 총회를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평생을 주먹질만 하고 살아온 놈들입니다. 총회를 그만두면 뭘 하겠습니까? 머 리가 좀 있는 놈들이야 사무직으로 라도 일할 수 있겠지만, 이놈들은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면 일을 저지르는 법이고, 그럼 문제가 생기죠.”
방진훈이 갈증이 난다는 듯 목을 주무르며 말을 이었다.
“총회를 그만둔 놈들이 범죄를 저 지르거나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면 다들 죽어라 총회에 붙어 있으려고 악을 쓰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재능이 없다면 일찌감치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죠. 총회는 그게 안 돼서 의 욕 없는 놈들이 남아 있게 되고, 다 른 녀석들의 의욕마저 깎아 먹습니 다.”
“선순환을 시키자는 거로군.”
“예.”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진훈이 생각하지 못한 건지, 그
게 아니면 말을 하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장점이 있다.
지금 총회에서 가장 많이 소모되 는 비용은 인건비다. 총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받아가는 월급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문제는 딱히 강해질 생각도 없는 잉여 전력조차 동일한 월급을 받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들을 모조리 쳐내지 못한 다면, 스스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낭비 되는 돈을 줄일 수 있다.
“하나 묻고 싶은데.”
“예, 회주님.”
“그래서 괜찮나?”
강진호가 무얼 묻는지 이해한 방 진훈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 자식 같은 놈들입니다. 마음 이 좋을 수는 없지요.”
“그렇겠지.”
“그래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 합니다. 저는 저놈들의 사부이기도 하지만, 총회의 이사니까요. 고인 물 은 썩기 마련입니다. 총회가 더 발 전하려면 좀 더 의욕 있는 녀석들만 남겨야겠죠.”
살짝 침묵이 감돌았다.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방진훈이 눈을 감고 강진호의 대답을 기다렸 다.
그리고 강진호가 해줄 말은 하나 뿐이었다.
“알았다. 지원에 대한 건 결과가 확연해지면 다시 이야기하지.”
“예, 회주님. 그럼.”
방진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푹 숙였다. 강진호가 손짓하자 방진 훈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담배를 비벼 끈 강진호가 새 담 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씁쓸하다.
강진호는 총회에 최선을 다해왔 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결국 탈락자는 나오기 마련이 다. 탈락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최선은 최선일 뿐, 세 상은 결코 최선으로만 걸어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 다.
탈락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라면, 탈락자를 통해 총회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차선이다.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 말이다.
강진호가 천천히 일어나 창으로
향했다.
어둠이 내린 총회가 그의 눈에 보인다.
‘탈락한 이들이라……
과거의 강진호였다면 그들에게 손 을 내미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강 진호는 철저하게 그를 따르는 이들 에게만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으니 까.
그럼 지금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무리 달라진다고 해도 강진호는 강진호다. 동료들이 전장으로 나가 는데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을 지원
한다는 건 강진호의 상식으로는 이 해가 가지 않는다.
약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이와 약 하기에 포기하는 이를 동일 선상에 두고 싶지 않은 게 강진호의 본심이 었다.
‘결정이 빠를 필요는 없겠지.’
여하튼 준비는 끝났다. 혹시나 전 장에 투입되었을 때, 패닉을 일으키 거나 사기를 깎아 먹을 수 있는 이 들을 모두 걸러냈다.
그러니 이제는 준비된 이들과 함 께 싸우는 일만 남아 있다.
상념을 지워 버린 강진호의 시선
이 먼 곳을 응시했다.
이제는 전쟁이 시작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