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62)
마존현세강림기-1163화(1161/2125)
마존현세강림기 47권 (19화)
4장 요격하다 (4)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김명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보세요, 장관.”
적나라하게 찔러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대화를 듣고 있는 건 그만이 아
니었다.
국가와 국가의 대화에 비밀 따위 는 없다. 다른 이들이, 특히나 통역 이 중간에서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 니 절로 수위가 조절된다.
“눈가리고 아웅할 생각이십니까?”
[그게 아니라… 저는 정말 총리님 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이……
김명찬이 이를 악물었다.
‘이 능글맞은 놈이.’
정황은 명확하다.
총회의 연락에 따르면, 일본의 구
미들이 한국을 노리고 있다. 그것도 단체로 협력하여 한국으로 쳐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무인계와 바깥세상이 서로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하나, 그건 자국 내에서의 일이다. 타국의 무인들이 한국을 노리는데, 국가에 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외교적인 채널로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 한다.
하지만 총리와의 연결은 차단되어 버렸고, 대타로 튀어나온 관방장관 놈이 지금 주둥아리를 털고 있다.
“부정하겠다는 거요?”
[부정이 아니라…….]수화기 너머로 살짝 침묵이 흐른 다. 그러고는 이내 심드렁한 목소리 가 들려왔다.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선에서 그들을 통제하라는 요 구는 과하다는 걸 잘 알고 계시겠지 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의 무 인계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지는 못 합니다. 그건 설령 중국이나 미국이 라 해도 마찬가지지요. 아, 물론 미 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만.]“……그래서요?”
[관여할 수 없다는 이야깁니다.]타카히로 관방장관이 여전히 심드 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한국의 무인계가 일본의 무인 계와 싸우러 쳐들어오는 상황이라 면, 한국의 정부는 그들을 통제할 수 있으십니까?]“그건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인정 한다는 말입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순간, 김명찬의 눈가가 파르르 떨 렸다.
일본 놈들은 원래 이런 식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본 놈이 아니라 일본 정치인들은 언제나 이 런 식이다. 하나에 안건에 대해 이 야기를 하면서도 절대 확답을 내놓 지 않는다.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을 몇 개쯤은 마련해 둔다.
정치인이 능글맞은 거야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의 정치인들은 한국의 정치인들과는 그 궤를 달리 했다.
[여하튼 저희는 딱히 그런 움직임 이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조사를 해보고 그런 움직임이 있다면 양국의 관계를 감 안하여 최대한 조치를 취해보겠지 만, 확실하게 막아낼 수 있다고 답 변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보시오, 장관님. 그런 빤한
[총리님, 잘 생각하시기 바랍니 다.]관방장관의 능글능글한 말투가 김 명찬의 속에 불을 질렀다.
[애초에 이건 이 채널로 연결될사안도 아닙니다. 공식적으로 이건 없는 일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일로 상의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 까? 저희가 나름 손을 써보겠다는 것도 일한 관계를 감안하여 최대한 의 성의를 보여 드리는 겁니다.]
“최대한의 성의라고 하셨습니까?” 김명찬이 이를 갈며 쏘아붙였다.
“일전에 한 번 재미있는 일이 있 었지요. 그때도 아무것도 모르고 계 셨던 모양이네요. 분명 존재하던 배 가 영해에 들어오고, 심지어 사라지 기까지 했는데 말이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구요? 기 록이 있습니까?]
“기록 따위!”
있을 리가 없지.
서로 삭제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 기록을 삭제해 준 것은 한국이 일본의 사정을 봐준 것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제 와 그 기록의 삭제를 무기로 사용하겠다니.
치가 떨리는 짓이었다.
[진정하십시오, 총리님.]김명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 다.
‘대웅 매뉴얼이 이미 끝났군.’
아마 일본 쪽은 한국에서 항의가 들어올 것이라는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항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이미 결정 이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말인즉슨, 지금 김명찬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제안을 한다고 해 도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미 저 쪽은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 말인즉슨……
그렇다면 김명찬도 칼을 들어야 한다.
“혹여 저들이 한국에 들어오더라 도 일본 정부에서는 책임질 일이 없
다는 뜻입니까?”
[총리님, 잘 모르시는 모양인 데…… 이쪽 일은 원래 이렇게 처리 하는 것이 국제관례입니다.] [한국은 잘 모르겠지만,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그쪽의 일은 그쪽에 맡기고 있습니다.]잘도 지껄이는군.
일전에 일본의 구미들이 유람선에 무인들을 태우고 한국을 도모했을 때, 그 유람선의 항적을 지워주고 항로를 확보해 준 게 일본 정보국이 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저놈들은 항상 저런 식이다.
씨알도 먹히지 않을 빤한 거짓말 을 태연하게 해 댄다. 그러고는 증 거를 내놓으라고 한다. 제대로 된 증거를 내밀어도 이걸로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우겨 댄다.
그런 행태가 어떻게 먹힐 수 있 냐고?
간단하다.
힘이 있으니까.
국제사회라는 건 적당히 격식을 갖춘 약육강식의 장일 뿐이다. 힘이 있는 쪽은 무슨 억지를 부려도 이해 가 되고, 힘이 없는 이들은 아무리
정당한 이유를 가져다 대도 무시받 는다.
지금 이놈들이 이렇게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무슨 강짜를 부린다고 해도 한국이 일본에 끼칠 수 있는 외교적 조치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김명찬이 가라앉은 눈으로 말을 이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일본 측에서는 지금 일본의 무인계가 한국에 벌이 고 있는 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 로 파악했으며, 또한 설사 그런 일
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나설 수 없다, 이 말씀이시지요?”
[꼭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겠지 만…….]개 같은 놈.
말하는 걸 그대로 정리해 줘도 확답을 주지 않는다. 매번 겪는 스 타일이지만, 회의를 하다 보면 속이 터지는 걸 어쩔 수 없다.
“여하튼 그렇다면 한국으로 들어 오는 무인은 존재하지 않는 게 되는 거로군요.”
[……예?]“그들이 일거에 사라진다고 해도
일본은 외교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 겠다, 이 말씀이시지요?”
건너편에서 살짝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답답한 탄식을 들으니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었다.
[총리님, 자국민에 대한 보호는 국가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정식 비 자로 입국한 이들에게 문제가 생긴 다면, 저희 정부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그래요?”
그러니까…….
너희 무인들이 이 나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그
놈들이 여기서 사고를 당하기라도 한다면 정식 외교 채널로 항의하겠 다?
“아주 좋을 대로 말씀하시는군 요.”
[예의를 갖춰주시기 바랍니다, 총 리님. 저는 일본의 관방장관입니다. 아무리 총리님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시는 게 외교 아니겠 습니까?]“네. 좋습니다, 관방장관님. 정식 으로 입국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확 실히 보호를 해드려야죠. 하지만 정 식으로 입국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서는 그럴 필요가 없겠죠. 이게 그 쪽이 말하는 국제사회의 관례니까 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알겠습니다. 이번 일로 양국의 우호가 상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 군요. 말씀하신 대로 그쪽은 그쪽, 이쪽은 이쪽이니까요.”
[물론입니다. 저희의 입장을 고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일로 양 국의 우호는 더욱 증진될 것입니 다.]“이 말을 외무성이 아니라 그쪽에 서 들어야 한다는 게 재미있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김명찬이 거칠게 전화를 끊어버리 고는 테이블을 걷어찼다.
“쪽발이 새끼들.”
웬만해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김명찬이지만, 이번만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찰칵.
담배를 문 김명찬이 신경질적으로 라이터를 켰다. 오늘따라 불도 잘 붙지 않는 느낌이었다. 급하게 담배 를 두어 모금 빨아들인 김명찬이 손 을 들어 눈가를 주물렀다.
한국의 총리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저 나라의 장관 하나도 압 박하지 못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가 진 위상을 고려해 볼 때, 과거 일본 과 외교를 한 선임들이 얼마나 무시 받았을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잘도 참으셨군.’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야 넘쳐 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저놈들의 비위를 맞춰주며 나라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지 않 을 도리가 없다.
“후우.”
김명찬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직 속이 진정되지 않지만, 일은 해야 하니까.
몇 번 신호가 간다 싶더니, 쾌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본 측과 연락을 해보았습니 다.”
인사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본론 으로 들어가는 김명찬이었다. 상황 이 상황이기도 하고, 이쪽 사람들과 딱히 친교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없 다.
타국과 연락을 하고, 무인계라는
곳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무인계와 거리를 두게 되는 김명찬이었다.
[결론은요?]“한국으로 들어오는 이들 중, 정 식으로 수속을 하지 않은 이들에 대 해서는 묵인하겠다고 하는군요.”
[정식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보호 를 하겠다는 말입니까?]“그런 것 같습니다.”
[제멋대로군요.괜찮으시겠습니
까?]
김명찬이 이를 악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한마디로, 정식으로 들어오는 이
들에 대한 책임을 모조리 이쪽으로 떠밀고 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단체로 들어오는 이들은 어떻게 든 막아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적으 로 수속을 밟고 들어오는 이들을 막 아서다가는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그건 이쪽에서 처리하겠습니다.]
“어떻게요?”
[무력시위는 저쪽만 가능한 게 아 닙니다. 이쪽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죠. 공항 쪽에 인원을 대놓고 배
치해 놓으면, 저들도 함부로 들어올 생각은 하지 못할 겁니다.]
요 o 으.”
—M
•
[정부 쪽에서 단체 인원만 막아주 신다면, 되레 각개격파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금만 도와주십시오.]“ 하아••••••
김명찬이 다시 눈가를 주물렀다. 돕는다라…….
이게 아주 엿 같은 일이다.
공식적으로 정부는 무인계와 협력 하지 않는다. 그들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하지만 은연중에 각국은 자국
의 무인계를 지원해 유무형의 이득 을 얻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 시스템이 완전히 잡힌 다른 나라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제야 무인계와의 협조를 시작하는 단계인 대한민국은 고려해야 할 상황이 너 무도 많았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총리님, 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그 과실을 먹는 건 저희만이 아닐 겁니다. 반드시 나라에 이익이 된다 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압니다.”
[예. 그럼 특이 사항 있으면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거, 제가 산삼 이라도 좀 챙겨 드려야 하는 거 아 닌지 모르겠습니다.]
“끔찍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제 목이 날아갑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 인데.”
너스레를 떤 김명찬이 전화를 끊 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전쟁이라……
뒷목이 뻣뻣해지는 느낌이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김명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