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69)
마존현세강림기-1170화(1168/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1화)
1장 격돌하다 (1)
“ 이쪽으로!”
위긴스는 지도를 보며 눈을 가늘 게 떴다.
‘포위망이 너무 넓군.’
군산에서 태안까지.
말이 쉽지 해안선만 100km에 이 른다. 이만한 공간을 만 명도 안 되
는 수로 포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 까뭤다.
‘현실적으로는 말이지.’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 다.
기본적으로 저들은 민가와 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 민가에서는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없고, 도로에서는 CCTV를 피할 수 없다. 결국 저들 이 이동할 수 있는 루트는 사람의 시선과 감시 카메라가 닿지 않는 곳 뿐이다.
100km의 영역을 반구형으로 포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민간의 영역을 제외한 다면 그 범위는 몇 배나 좁아진다.
이게 수비하는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었다.
무인계의 일에 바깥세상이 관여하 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렇 듯 그 원칙이라는 건 잘 지켜지지 않기 마련이다. 정부와 국가는 알음 알음 자국의 무인계를 지원하며 이 득을 챙긴다.
특히나 이번 일은 국가적 위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군이 직접 출동 하는 것은 무리지만, 기본적인 인프
라의 활용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마 지금 교통부 쪽은 비상이 걸려 눈을 시퍼렇게 뜬 채 CCTV를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고, 경찰들 역 시 순찰을 강화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수상한 이들이 포착되 면 즉시 총회 쪽으로 연락이 오게 되어 있었다.
아직 딱히 연락이 없다는 말은, 지금 상륙한 이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산길로 이동하고 있거 나…….
‘그게 아니면 어딘가에 숨어 숨죽
이며 대기하고 있다는 건데……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들의 임무는 단순히 포위망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 그런 지리한 소모전을 할 생각은 없다. 포위망은 한 점을 중심으로 점차 좁혀질 것이 다.
열댓 명이 상륙한 상황이라면 포 위망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 명이 이 감시망을 뚫어내 는 건 불가능하다.
예상외의 방법에 당황하기는 했지 만, 냉정히 돌이켜 보면 상륙만 성 공했을 뿐이지, 오히려 상황은 이쪽
에 유리해졌다. 이대로 저들의 선발 대를 발견해 낼 수 있다면, 큰 피해 없이 저들을 제거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오천 명을 동시에 상 대하는 것보다 천 명의 적을 다섯 번 상대하는 쪽이 훨씬 쉽다. 순간 적으로 숫자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 다면, 다수의 이점을 활용해 협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륙한 천 명이 얼마나 정예인지 는 모르겠지만, 위긴스는 그들을 큰 피해 없이 전멸시킬 자신이 있었다.
발견만 해낸다면.
“ 연락은?”
“아직 딱히 없습니다.”
“흐음.”
위긴스가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으로부터 십 분 뒤, 그들은 미리 지정된 포인트를 향해 포위망 을 좁히기 시작할 것이다. 지점까지 의 거리는 50킬로. 평범한 이들이라 면 열 시간이 걸릴 거리겠지만, 무 인인 그들은 최대 두 시간 안에 주 파가 가능한 거리였다.
주변을 확인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모두 감안해서 두 시간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으로부터 두 시 간 내에 전투가 시작된다는 말과도
같았다.
방진훈이 좌측에서 병력들을 이끌 고, 중앙에서는 바토르가 자신의 제 자들과 방진훈에게서 지원받은 병력 을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우측을 맡은 이가 바로 위긴스다.
위긴스가 살짝 불안한 눈으로 뒤 를 바라보았다.
슈발리에들이 도열한 채 그의 명 령을 기다리고 있다.
‘쉽지 않겠지.’
냉정하게 봤을 때, 지금 위긴스가 맡은 병력들이 가장 뒤떨어진다.
개개인은 방진훈이 이끄는 총회의 일반 무인들에 비해 나을지 모르겠 지만, 그 수가 확연히 부족하다. 게 다가 슈발리에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이들은 아직 전투에 완숙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가 가르친 마법 부대 역시 마 찬가지 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일군을 형성할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서양의 무학을 익힌 이들이 총회의 무학을 익힌 이들보다 방어라는 측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적을 단숨에 쓰러뜨릴 수는 없어
도 큰 피해를 받지 않고 적의 발을 잡아끄는 것은 가능하다. 그 틈을 타 방진훈이나 바토르가 지원을 온 다면 일거에 섬멸도 가능하다.
위긴스의 머리가 팽팽하게 회전했 다.
지금 그가 생각하는 건 단 하나 였다.
얼마나 피해를 줄일 것인가.
적의 본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 다. 적의 수를 사천에서 육천 사이 로 가정했을 때, 이제 겨우 오분지 일 정도가 상륙했을 뿐이다.
이놈들을 잡는 데 큰 피해를 입
는다면, 추가로 상륙한 이들을 막아 내기가 힘들어진다. 최대한 완벽하 게 적을 잡아내는 게 이 작전의 목 적이다.
‘시간은?’
남은 시간은 5분.
5분 뒤에 출발한다.
“다들 임무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라. 완벽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예!”
뱅상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행이군.’
슈발리에들이 총회로 투신해 준 덕분에 위긴스가 쓸 만한 칼이 생겼
다. 아무리 총회에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그는 평생을 원탁에서 살아오 지 않았는가.
기사단이라는 익숙한 칼을 휘두를 수 있을 때, 그는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위긴스가 살짝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그때였다.
우우우웅.
그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음?’
위긴스가 눈을 찌푸렸다. 지금 그 가 들고 있는 전화는 임무용으로 따 로 지급받은 전화다. 무전기를 사용
할 수도 있겠지만, 전 국토에서 전 화가 터지는 한국에서 굳이 그런 불 편한 것을 사용할 필요는 없으니까.
문제는 이 전화는 작전을 상의해 야 할 이들만 서로 번호를 알고 있 다는 점이었다.
위긴스가 서둘러 전화를 뽑아 들 었다.
‘이 현수?’
왜 이때? 작전에 변화라도 생겼 나?
전화를 받은 위긴스가 나직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지? 작전 변경이라도
있나?”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문제?”
[다시 걸겠습니다. 통화받으셔야 합니다.]“음‘?”
전화가 끊겼다.
위긴스가 의혹 어린 눈으로 전화 를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뭐 하는…….
그때, 다시 전화가 울렸다.
‘영상 통화?’
위긴스의 눈이 일그러졌다. 장난 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
영상 통화라니. 그것도 한 사람만 들어온 게 아니라 다자간 영상 통화 였다. 화면에 여러 얼굴이 떠 있었 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스마 트폰으로 여럿이 대화하는 방법을 마련해 두기는 했다만, 지금 상황에 서 굳이?
위긴스가 두말없이 통화 연결 버 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야?”
[일단 화면을 다 꺼주십시오. 현 재 위치를 노출하게 되니까요.]위긴스가 살짝 신경질적인 손으로
화면을 껐다. 이제 통화에 참여한 이들에게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설명해라, 당장.”
[중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뭐?”
[연결을 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 도 말을 들어보는 게…….]위긴스가 살짝 눈을 감고 심호흡 을 했다. 그 연결을 원하는 놈이 누 구인지는 너무도 빤했다.
‘참 지독한 놈이군.’
이런 상황에서마저 사람을 뒤흔들 려고 한다. 문제는 이 전화를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차이커 창은 언제나 그들을 괴롭혔지만, 그 만큼이나 확실한 정보를 물어다 주 는 놈이니까.
“ 연결해.”
[예.]분할된 화면에 한 사람의 모습이 추가되었다. 차이커창의 상반신이 위긴스의 눈에 들어왔다.
화면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차이커 창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다들 죄지은 거라도 있는 모양이 군. 화면을 꺼놓고 말이야.]“될 수 있으면 영어로 말해줬으면
좋겠군요.”
[음, 중국어에 약한가?]
“아뇨. 그 발음이 조금 거슬려서 말이죠.”
[하하! 좋아, 그렇게 해주지. 이제 됐나, 위긴스 선생?]
위긴스가 눈을 찌푸렸다.
저 여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 지 않는다.
[용건만 간단히 합시다.]
이현수의 말에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우리가 서로 안부를 물 을 사이도 아니니까. 이번에 일본
놈들이 중국 어선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갔다고 하던데?]
“잘 아시면서 묻는 이유가?”
[아니, 아니. 그런 식으로 나오지 말라고. 나는 정말 몰랐으니까. 우리 가 동맹을 맺었는데 그런 짓거리를 할 이유가 없잖아. 이래 봬도 나는 신사라고.]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웃는 얼굴 에 침을 뱉어주고 싶은 놈은 처음이 었다. 아니, 생각 같아서는 침을 뱉 는 게 아니라 주먹을 틀어박아 버리 고 싶다.
[안 믿는군. 이렇게 신뢰가 없어 서야. 하기야 내가 그 입장이어도 믿지 않았겠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나 이야기했 으면 좋겠군요. 우린 그리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라……
[좋아. 사과의 의미, 그리고 내 결 백을 증명하는 의미로 그쪽에 정보 를 하나 주지.]
“음‘?”
화면 안의 차이커창이 씨익 웃었 다.
[중국에서 어선들이 두 번 나갔더 군, 먼저 나간 놈들이야 이미 알 테
고, 두 번째로 더 많은 놈들을 실은 어선들이 지금 해안으로 접근 중이 야. 한 이천 정도 된다던데.]
위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 벌써?’
이래서야 선발대를 보낸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텐데?
[그리고 그 배는 지금 군산으로 향하고 있지.]“ 군산?”
[자유 무역 지구 쪽이라든가, 새 만금쪽이라든가. 한국 말은 어려워 서 잘 모르겠군. 여하튼 그쪽이야.]“우리가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이봐, 우리 쪽을 너무 얕보지 말 라고. 어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 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 야. 그 쪽발이들이 배를 사서 나간 것도 아니잖아. 거기에 배를 모는 이들은 다 중국인이라고. 중국인이 얻은 정보는 우리의 정보지. 그 정 도도 모를까 봐?]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지금 우리가 당신이 주는 정보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묻는 거요.”
화면 안에 차이커창이 크게 웃어 제꼈다.
[하하하하! 아니, 아니지. 위긴스
선생, 잘 아시면서 왜 그러나. 내 말을 믿을지 아닐지는 그쪽에서 선 택하는 거지. 내가 굳이 믿어달라고 사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여하튼 나는 정보를 줬어. 그리고 이 정도 정보면 중국을 통해 저놈들이 들어 간 일에 대한 사과는 충분히 됐겠 지.]
차이커창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럼 무운을 빌지. 좀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쪽도 워낙 여력이 없어서 말이야. 다음에 통화 할 때도 죽은 이가 없기를 빌지. 강 진호에게 안부 전해줘.]화면이 꺼졌다.
위긴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를 갈아붙이거나 소리를 지르는 건 아니지만, 지금 위긴스는 더할 수 없이 분노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합니까?]이현수의 목소리에 위긴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분노와 흥분은 아 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강 진호에게 한 번 지적받지 않았던가.
[정보는 아마…….]“사실이겠지.”
다른 놈■이면 몰라도 저 차이커창
이 금세 확인 가능한 정보를 가지고 약을 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 다른 큰 것 을 노리겠지.
문제는 지금 저놈들이 노리는 큰 게 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대응은?]“네 생각은?”
[군산으로 가야 합니다.]“그렇겠지.”
이대로 포위망을 좁혀 나가다 보 면 결국 상륙하는 놈들을 내버려 둘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포위망을 군산 쪽으로 재조정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
상륙하는 이천을 격멸하느냐, 아 니면 이미 들어와 있는 천 명을 쫓 느냐였다.
“바토르 님.”
[음.]
침묵을 지키던 바토르가 입을 열 었다.
[해경 쪽에 연락해서 군산으로 접 근하는 배가 있는지 확인해라. 그리 고 확인이 끝나기 전까지 최대한 빠 른 속도로 포위망을 좁힌다. 확인이 끝났을 때, 군산으로 접근하는 배가
있다면 포위망을 풀고 군산으로 집 결한다.]
“괜찮겠습니까?”
[쥐새끼 천 마리쯤 풀린다고 어떻 게 될 한국이 아니다. 흩어진 쥐는 마지막 한 마리까지 찾아 죽일 거 다. 지금은 더 큰 쥐 떼를 쫓을 수 밖에.]“알겠습니다. 이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위긴스가 가만히 전 화를 내려다보았다.
‘차이 커창.’
그 빌어먹을 놈이 무슨 수작을 벌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그
놈의 속셈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위긴스가 거칠게 휴대폰을 주머니 안으로 쑤셔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