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70)
마존현세강림기-1171화(1169/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2화)
1장 격돌하다 (2)
또각.
가위가 튀어나온 분재의 가지를 조심스레 잘라낸다. 삐죽이 튀어나 온 가지가 잘려 나가자, 분재는 조 금 더 활력 넘치는 모습으로 변해 나갔다.
주름 가득한 손이 이곳저곳을 천
천히 누빌 때마다 분재가 살아나는 것 같다.
“ 흐음••••••
수령은 완성된 분재를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수령!”
조금 빠른 걸음으로 정원으로 들 어온 이가 수령의 앞에서 부복했다.
“보고드립니다. 1진은 상륙에 성 공했습니다. 그리고 2진과 3진이 지 금 추가적인 상륙을 위해 반도로 진 입하는 중입니다.”
수령은 대답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분재에서 떨
어지지 않았다.
전쟁 같은 것보다 이 분재를 완 벽하게 정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듯이 말이다.
“••••••수령?”
“보이느냐?”
“예‘?”
수령의 말에 보고를 한 스기야마 신야의 고개가 분재쪽으로 향했다.
정성을 들여 오랫동안 가꿔온 분 재는 문외한이 보더라도 감탄을 불 러일으킬 만큼 홀륭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가?”
“훌륭합니다.”
전시에 오고 갈 대화로는 적절치 않지만, 신야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 다.
수령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 다.
다소 의미 없어 보이는 일마저도 훗날 돌아보면 확고한 이유가 있던 적이 여러 번이다. 수령은 평범한 이들의 사고방식으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중국의 삼왕이 대단하고, 한국의 강진호가 그 기세를 올리고 있다지만, 신야는 그 누구도 감히
수령과 비견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 다.
무력?
그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자에게 강 함은 필수적인 요소지만, 일정이상 의 강함을 갖추기만 한다면 크게 문 제가 되지 않는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력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혜안과 강력한 리더십이다.
그런 면에서 수령은 완벽한 지도 자였다.
그는 미래를 대비할 줄 알고, 사
람을 지배할 줄 안다. 수령의 자리 에 다른 사람이 앉는다는 것은 상상 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일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 습니다, 수령.”
“어째서 훌륭한가?”
수령의 시선이 분재에게로 향했 다.
“수령께서 돌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건 답이 아니다.”
수령이 천천히 가위를 내려놓았 다. 그러고는 선을 뻗어 분재의 잎 사귀들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세력을 키워 나가는 것과 분재를 키우는 것은 그리 다르지 않다.”
“세력이든 식물이든 애초에 통제 가 먹히지 않는 것들이지. 아무리 관심을 가지고 가지가 뻗어 나갈 곳 을 정해 관리한다고 해도, 잠시만 눈을 떼면 제멋대로 자라나 조화를 망치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씨앗 을 심는다고 해도 결코 사람이 원하 는 대로는 자라주지 않는 법이지.”
“그러합니다.”
“세력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평생을 바쳐 정비하고, 길을 닦고,
키워낸다고 해도 내 마음 같을 수는 없지. 규칙을 만들어도 어기는 이들 이 나타나고, 방향을 만들어도 반대 로 움직이는 이들이 생겨난다.” 신야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분재를 키워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수령.”
“가지를 잘라내는 것이다.” 수령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보통 나무를 키워낼 때는 썩은 가지를 자르는 게 중요하다고 하 지.”
신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듣던 말이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사람들이 하 는 말이다.”
수령이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 다.
“썩은 가지를 잘라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썩지 않은 가지를 잘라내는 것이지. 분재 를 아름답게 키워내기 위해서는 과 감할 줄 알아야 한다. 새순이 돋는 가지가 채 크기도 전에 잘라내고, 화려하게 잎을 피워내는 잘 큰 가지 마저도 조화를 해친다면 미련 없이 가위를 대야 한다. 그렇게 과감하게
자르고 세심하게 돌보아야만 그럴싸 한 분재가 만들어지는 법이지.”
신야의 눈이 분재로 향했다.
수령이 만든 분재는 확실히 남다 르다.
완벽한 조화와 풍미가 그곳에 있 었다.
“ 신야.”
“예, 수령.”
“세력을 키워내는 것도 이와 같 다. 다른 이들이 세력의 크기를 늘 리는 데 주력할 때, 나는 세력의 조 화를 먼저 생각했다.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라도 신니치카이의 미래에 해
가 된다면 과감하게 잘라냈고, 아직 채 뜻을 피워보지 못한 어린아이조 차도 미련 없이 숙청했다. 너는 내 가 과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서?”
신야가 더욱 고개를 숙이며 대답 했다.
“수령에게 사심이 없기 때문입니 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사람을 죽인 다면 살인이 되지만, 대의를 위해서 사람을 죽인다면 그건 살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대의와 사심을 구분하 지 않는다면, 역사를 아우르는 영웅
들 모두가 살인자의 허울을 벗지 못 할 것입니다.”
“달콤한 말은 해가 되는 법이지.”
“하지만 사실을 사실이라 말하는 데 주저함이 있을 리 있겠습니까?”
“그조차 과하겠지.”
수령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향했 다.
먼 서쪽의 하늘을 바라보며 수령 이 입을 열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처 음 신니치카이의 행동조장이 되었을 때, 나는 내 조원의 조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신니치카이의 수령이 되
었을 때는 신니치카이의 조화가 나 의 목표가 되었지. 지금은 어떨 것 같으냐?”
“수령께서는 일본을 이끄는 이십 니다.”
“그래, 그렇구나. 내가 원한 바였 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새 그 자리에 올라 있더구나. 하지만 자리 가 바뀌고 위상이 바뀌어도 내가 하 는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자 리에 오른 이상, 나는 일본 전체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화를 위해서는 잘라내야 하겠 지요.”
“ 아는구나.”
수령이 미미한 미소를 입에 담았 다.
“멍청한 이는 하나의 일을 진행하 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평범한 이는 하나의 일을 진행하며 한 가지 이득을 얻는 법이지. 그리고 현명한 이는 한 가지 일에서 여러 가지 이 득을 동시에 생각하는 법이다.”
“수령의 현명함은 그 누구도 의심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신하지 말거라.”
수령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내 머리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상대해야 하는 이들 역시 현명하기 짝이 없는 이들 이다. 내가 여러 가지를 노리듯 그 들도 여러 가지를 노린다. 그 승부 에서 이겼을 때, 나는 비로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수령께서 원하는 대로 될 것입니 다.”
수령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2진이 진입하고 있다 했더냐?”
“예, 수령. 그렇습니다.”
“본대는?”
“본대 역시 진입을 시도 중입니 다.”
“그렇군.”
수령의 눈이 조금 더 가라앉았다.
“생생한 가지를 잘라낼 때는 언제 나 머뭇거리게 되는 법이지.”
“떨리는 손끝에 힘을 줄 수 있는 가, 아니면 머뭇거리다 물러나느냐 가 분재의 생명을 좌우하는 법이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망설이게 되는구나. 너무 큰 가지를 잘라내면 분재가 말라 버리기도 하는 법이니 까.”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수령의 시선이 신야에게로 향했
다.
“우리에게는 굳건한 줄기와 반도 라는 거름이 있습니다. 반도를 얻어 낼 수 있다면, 큰 가지가 잘려 나간 정도의 상처는 언제든 회복할 수 있 을 것입니다.”
“그래야겠지.”
수령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1 진은?”
“무사히 상륙에 성공했습니다. 요 시노부 부장이 총장에게 강진호의 목을 베지 않고서는 일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전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젊은 패기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법이지. 하지만 패기를 가지는 것과 상대를 경시하는 것은 다른 법. 요 시노부가 이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 르겠구나.”
“요시노부라면 충분히 알고 있을 겁니다.”
수령은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 었다.
안다라…….
그렇겠지.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답은 아니었다.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식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자신이 그 지식을 이해했다고 생각해 버린 다.
살인이 나쁘다는 걸 모르는 사람 이 있는가.
도둑질이 왜 나쁜 일인지를 모르 는 사람이 있는가.
하지만 세상에는 살인과 강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안다고 해서 모 두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모 두가 이치와 상식에 맞게 움직일 수 있다면, 세상은 이리 혼란스럽지 않 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당연하게 지켜야
할 것도 지키지 못하는 존재다. 그 렇기에 전쟁에는 언제나 변수가 존 재한다. 전략을 짜는 이도 인간, 그 것을 실행하는 이도 인간이니까.
그 순간, 또 한 명의 사람이 정원 안으로 들어왔다. 즉시 부복한 그가 고개를 숙였다.
“차이커창에게서 전언이 왔습니 다. 총회 측에 전달을 마쳤다고 합 니다.”
“알겠다.”
“예!”
보고자가 다시 정원을 빠져나가 자, 신야가 살짝 의문 어린 눈으로
수령을 바라보았다.
“전언이라 하시면?”
“말 그대로다. 총회 측에 정보를 주었지.”
“……총회에 말입니까?”
“왜? 이상하더냐?”
수령이 빙그레 웃었다.
“전국시대에도 수장들끼리 서로 서신을 교환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 지. 그들이 멍청해서 그런 짓을 했 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전장은 이유와 이유가 맞부딪 치는 곳이다. 그들이 내 의도를 안 이상,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째서인지 여쭈어도 되겠습 니까?”
“그게 그들에게도 이득이기 때문 이지.”
신야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 어 수령을 바라보았다.
수령이 빙그레 웃으며 그를 보았 다.
“ 이상하더냐?”
“저 같은 범인은 이해하기 힘듭니
다.”
“어려울 것 없다. 사람들은 전쟁 을 상대에게 손해를 안기고 내게는 이득을 가져오는 것이라 생각하지. 하지만 그게 쉬울 리가 있겠느냐?”
쉬울 리가 없다.
상대 역시 같은 것을 노릴 테니 까.
“진정한 계책이란 상대에게 손해 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지. 그러면서 나는 더 큰 이득을 가져오면 된다.”
“어렵습니다.”
“어렵지 않다. 상대에게 작은 성
을 내주는 대가로 더 큰 성을 차지 하는 것 정도는 누구나 사용하는 전 략이 아니더냐. 거기서 조금 더 나 아간 것뿐이다.”
수령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전쟁이란 결국 대지라는 거대한 판 위에서 벌어지는 장기일 뿐이다. 하수는 내 말은 하나도 내주지 않 고, 상대의 말만을 노리는 법이지. 하지만 고수는 내 말을 어떻게 희생 시켜 상대의 말을 잡을까를 고민하 는 법이다.”
신야가 침음했다.
그는 수령의 생각을 따라갈 수가
없다. 수령이 아무리 풀어서 설명해 준다고 해도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는 없었다.
그저 믿고 따를 뿐이다.
“요시노부에게 전해라.”
“예!”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말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신야가 종종걸음으로 물러나자, 수령이 손을 뻗어 분재의 가지를 어 루만졌다.
우둑.
커다란 가지 하나가 그대로 부러 져 나간다.
바닥에 떨어진 가지를 바라보는 수령의 표정에는 어떠한 감정도 떠 올라 있지 않았다.
수령이 몸을 돌려 사라진 자리에 는 한쪽 가지가 부러져 나간 분재만 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