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72)
마존현세강림기-1173화(1171/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4화)
1장 격돌하다 (4)
“하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갑판 위를 채우고 있던 이들이 일제 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가즈히로의 시선이 뒤쪽으로 슬쩍 돌아갔다. 경비정들이 일정 거리를 둔 채 그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한국 놈들이 무능하다는 거야 진 작부터 알았지만, 저리 구경만 할 줄은 몰랐습니다.”
“흠.”
“그 중국 놈의 말이 맞군요. 역시 한국은 중국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가즈히로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 다.
‘누워서 침 뱉는 꼴이군.’
한국 놈들을 욕하고 싶은 심정이 야 알겠지만, 저리 말해서야 일본도 같이 얻어맞는 꼴이다. 최근 중국의 발언이나 행위에 제동을 걸지 못하 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치고도 미온적이군.”
“흔한 일 아니겠습니까?”
만약 일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 다면?
분명 지금 한국과 동일한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다. 일본의 관료 체계 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
과거, 냉전시대 구소련의 장교였 던 베렌코 중위가 미그 25기를 타 고 일본으로 망명해 왔을 당시, 교 신이 되지 않는 적기가 영공을 침범 했음에도 자위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건 유명한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관료제는 상부
의 명령을 받는 것을 최우선적 과제 로 여긴다. 다시 말하자면, 돌발 상 황이 벌어져 그 책임의 소재가 일선 지휘관의 권한을 넘겨 버렸을 경우, 일선은 그 즉시 행동을 멈추고 상부 의 지시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누굴 욕할 처지가 아니군.’
냉정하게 보면 저건 꽤나 현명한 대처일지도 모른다. 정체불명의 적 을 상대로 당장 공격을 할 수 없다 면, 움직임을 관찰하며 거리를 유지 하는 게 최선이다.
가즈히로가 고개를 들어 바다를 바라보았다.
예상 지점보다 한참을 더 들어왔 다. 손만 뻗으면 항구가 잡힐 만한 거리에서 그의 수하들이 바다로 뛰 어들고 있었다. 기왕이면 몸이 젖지 않게 완전히 접항하면 좋겠지만, 그 건 꿈같은 이야기. 이 정도만 해도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의 거리 였다.
애초에 그들이 목표로 삼은 지점 보다 1km 이상 더 들어왔다. 계획에 서 조금 어긋났기에 이런저런 트러 블이 생길 수도 있지만, 가즈히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들이 아
니다. 설사 지금 그들이 타고 온 어 선이 한국 해경에 나포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 뒤처리는 중국 이나 신니치카이가 할 일이다. 그러 니 가즈히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권리는 있는데 책임은 없다. 모두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던가.
이곳이 일본이라면 절대 이런 식 으로 행동할 수 없다. 일본은 그들 의 터전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 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인계와 바깥 세상 간의 미묘한 밸런스를 깨뜨려 서는 안 된다.
무인계가 은연중에 정계와 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듯이, 일본의 정재계도 무인계에 확실히 영향을 미친다. 바깥세상의 밸런스를 깨뜨 리면 정재계와 무인계의 관계가 경 색되고, 그건 결국 무인계에 피해로 돌아온다.
하지만…….
‘여긴 아니지.’
가즈히로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이곳은 자유의 땅이다.
무슨 일을 저질러도 그들이 책임 질 필요가 없다. 웬만큼 사고를 쳐
도 한국이 괴로워질 뿐, 야마시로구 미에 올 피해는 없다.
말 그대로 날뛸 수 있다는 뜻이 다.
“어디••••••
가즈히로가 자신의 애도(愛刀)를 움켜잡았다.
“총회, 총회…… 귀가 아프도록 들리던 그 이름이 과연 명성에 걸맞 은지 확인해 볼 시간이군.”
“여기 있습니다, 총장.”
가즈히로가 자신에게 내밀어진 비 닐을 보며 피식 웃었다.
“필요 없다.”
“예?”
“전원 앞쪽에서 결집한다.”
그 순간, 가즈히로가 몸을 날려 바다 위로 뛰어들었다.
촤아아앗!
그리고 그 발이 수면에 닿는 순 간, 거대한 물보라가 일더니 가즈히 로의 몸이 포탄처럼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오!”
지켜보는 이들이 다들 눈을 부릅 떴다.
달린다?
아니, 달린다는 표현은 애매하다.
그렇게 여유로운 광경이 아니다. 가 즈히로는 마치 물 위로 쏘아낸 물수 제비처럼 수면을 박차며 앞으로 나 아가고 있었다.
한 발, 한 발을 박찰 때마다 조금 씩 깊게 물속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 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이윽고 그 의 다리가 멈췄을 때, 그의 몸은 불 과 허리까지 잠겨 있을 뿐이었다.
단숨에 해안까지 도달한 것이다.
찰박, 찰박.
가즈히로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 육지로 향했다. 그의 신위를 본 이들이 다들 사기가 충천해 가즈
히로의 뒤를 따랐다.
저벅.
마침내 육지에 올라선 가즈히로가 천천히 좌우를 훑어보았다.
고요하다.
아무리 새벽이라지만 부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어슴 푸레한 불빛으로 밝혀진 야적장과 커다란 창고들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가즈히로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의 뒤로 일천오백에 달하는 관 동의 무사들이 빠른 걸음으로 집결 하고 있었다.
‘장관이로군.’
관동을 통일하기 위해 수없이 전 쟁을 치러온 가즈히로지만, 이만한 전력을 이끌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 이곳에서 야마시로구미뿐 아니 라 관동 유력 구미들의 정예들이 모 조리 모여 있다.
어중이떠중이로 모은 일천오백이 아니다. 말 그대로 정예 병력. 관동 의 모든 힘이 바로 이곳에 집결해 있었다.
밤바다를 통해 육지로 달려 들어 오는 무사들을 보며 가즈히로가 홉 족한 미소를 지었다.
“훌륭하군.”
“모두가 총장님의 명령을 기다리 고 있습니다.”
참모 고쿠보 시게루가 더없이 절 도 있는 동작으로 고개를 숙였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반도를 손에 넣겠습니다.”
“흐음.”
가즈히로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연약한 한반 도 정도는 언제든 휩쓸어 버릴 수 있다. 아무리 한국 놈들이 발전했다 고 한들, 감히 이 대군을 상대할 수
는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의 적은 한국이 아니 다.’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궁극적 인 적은 신니치카이다. 이번 전쟁을 통해 이득을 얻어내고, 그 이득을 바탕으로 마침내는 신니치카이를 쓰 러뜨려 일본을 일통해야 한다.
“정렬하라.”
마지막 한 사람까지 해안으로 뛰 쳐나와 정렬을 마쳤다. 가즈히로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은 이 땅을
지배했다. 하지만 그 힘이 부족하여 결국은 이 땅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 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는 다시 힘을 모았고, 이 땅을 지배할 힘을 손에 넣었다. 오늘 우리는 그 사실을 이 땅에 있는 자들에게 알려 줄 것이다.”
나직하지만 힘이 들어가 있는 목 소리.
듣는 이들도 대답 없이 눈을 빛 냈다.
“요점은 쾌속무비! 바람과 같이 달려 적의 거점을 점거하고 상대를 주살한다!”
“예!”
“잠시 그대로 대기하도록.”
가즈히로가 몸을 돌려 앞쪽으로 바라보았다. 참모와 부장들이 그에 게 뛰어왔다.
“상황은?”
“어선은 아마 나포될 것 같습니 다. 하지만 어선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1차 목적지는?”
“인천입니다.”
“흐 ”
지도를 펼친 가즈히로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3진은 어떻게 되었나?”
“지금 진입을 준비 중일 겁니다. 3진과는 연계를 할 일이 없으니, 신 경 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고쿠보.”
“예, 총장님!”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작전 과 상황을 결정하는 것은 네가 아니 라 바로 나다.”
고쿠보가 부동자세로 허리를 뒤로 꺾듯 바짝 서며 대답했다.
“시정하겠습니다.”
“ 건방진.”
가즈히로의 눈이 차갑게 번뜩였 다.
“구미죠(조장-組長)께서는 완벽 한 승리를 바라신다. 아군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상황은 급변하는 법. 연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움 직임을 놓쳐도 된다는 뜻이 아니 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용서를.”
가만히 시게루를 노려보던 가즈히 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하의 잘못을 지적해 전체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도 좋지만, 너 무 과해서는 안 된다.
“긴장을 풀지 마라. 여기는 적국 이다.”
“예, 총장!”
“흐음.”
가즈히로가 지도를 보며 턱을 긁 었다.
‘인천이라……
한국을 상대하는 건 생각처럼 쉬 운 일이 아니다. 일본보다 그 세력 이 약한 한국이 난적이 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한국은 무인계에 있 어 유례없는 일통 국가이기 때문이 다.
일본은 수백 개의 구미가 난립하
고 있다.
결국 관동은 야마시로구미, 관서 는 신니치카이라는 절대적인 세력이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그 렇다 해서 그들이 모든 땅을 지배하 고 있는 건 아니다.
각 구미들은 각자의 영역을 지키 고 있고, 필요할 때마다 대장조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체계다. 다시 말하자면, 일본 땅 전체에 무인들이 퍼져 있다는 뜻이다.
이건 타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역시 삼왕이 각자의 거점으 로 사방으로 영향력을 뿌리는 형태
고, 원탁 역시 각국의 무인계가 각 자의 세력을 가지고 중앙에 협력하 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총회라는 단일 세력이 모든 문파 를 집어삼킨 체제다. 다시 말하자면, 총회를 중심으로 한국 내의 모든 무 인들이 한 곳에 뭉쳐 있다는 뜻이 다.
총회를 점령하지 못한다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총회에는 한 국의 모든 전력이 모여 있다. 적당 히 주변을 점령하는 점령전으로는 숭부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그들과 선두로 들어간 1진, 그리고 후에 도달할 3진이 총 회를 세 방향으로 둘러싸고 공격해 들어갈 것이다. 얼마나 적절하게 방 향을 잡느냐가 관건이었다.
어설프게 움직였다가는 총회의 압 도적인 병력에 포위당하고 전멸할 수도 있다.
“1진에서의 연락은?”
“아직 없습니다.”
“한심한 것들.”
가즈히로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이곳에 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선발대로 들어간 1진이 시선을
잘 끌어주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 다. 하지만 가즈히로는 신니치카이 를 중심으로 뭉친 1진에 후한 평가 를 내려주고 싶지 않았다.
“1진은 무시하고, 계획대로 인천 으로 향한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 게 이동해야 하니 은밀을 기하도 록!”
“예, 총장님!”
그때 였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묵직한 음성이 가즈히로의 귀를 파고들었다. 가즈히로가 고개를 번 쩍 들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
를 돌렸다.
“벌써 눈에 띈 것 같은데, 이거 어쩌지?”
어두운 골목.
거대한 자재 창고 사이로 나 있 는 작은 골목 위로 한 사람의 그림 자가 천천히 드리워진다.
‘착시?’
아니, 아니다.
아무리 좁은 골목이라고 한들 장 정 셋은 충분히 나란히 설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꽉 채운 그 림자를 본다면 누구라도 착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착각이 아니다.
골목으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벗어 나 불빛 아래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순간, 현실감이 사라졌다.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한 거대한 육체가 골목과 그의 시 선을 가득 메웠다. 그 말도 안 되는 크기의 육체를 보는 순간, 천하의 가즈히로조차도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들어보았다.
저런 육체를 가졌다는 총회의 간 부를.
신이 깃든 육체의 소유자.
“……바토르.”
가즈히로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홀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