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73)
마존현세강림기-1174화(1172/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5화)
1장 격돌하다 (5)
기괴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사람의 몸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감탄일 수도 있고, 비웃음이 들 수도 있다. 때로는 동정심을 불 러일으키는 몸도 있을 것이고, 부러 움을 불러일으키는 몸도 있을 것이
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저 육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그동안 다른 육체 들에게서 느낀 감정과는 그 격을 달 리했다.
‘마치 언제 터질 줄 모르는 폭탄 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군.’
가즈히로가 침음을 흘렸다.
그는 무학을 익히는 자다.
무학과 격투기의 차이는 아주 간 단한다. 격투기는 인간의 육체를 단 련하여 힘을 만들어내지만, 무학은 인간의 육체를 초월하여 육체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곳을 누빈다.
아무리 단련된 육체라 해도 무학 을 익힌 이들을 위협할 수는 없다.
가즈히로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적어도 방금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바토르는 달랐다.
그의 육체는 스스로의 무학에 더 없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가즈히 로마저 말을 잃게 만들었다. 신이 깃든 육체라는 말이 더없이 잘 어울 린다. 그것 이상으로 바토르를 표현 할 수 있는 말은 찾아낼 수가 없었 다.
옆에서 들려온 신음 소리에 가즈
히로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런 실수를.’
상대의 육체를 감상하고 있을 때 가 아니다.
바토르는 총회의 간부. 그런 이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계획이 뭔 가 틀어졌다는 뜻이다.
“고쿠보.”
“예? 아, 예! 총장님!”
“전열을 갖춰라.”
시게루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다. 고쿠보 시게루가 슬쩍 뒤로 빼}지자,
가즈히로가 주먹을 쥐었다 피며 앞 으로 한 발 나섰다.
“이거, 귀하신 분이 오신 것 같 군.”
“아아, 잠깐만.”
“한국어 할 줄 아나?”
“중국어? 영어?”
가즈히로가 대답하지 않자 바토르 가 얼굴을 확 일그러뜨렸다.
“한국으로 쳐들어온 새끼가 한국 어도 안 익히고 오네? 일본 놈들이 예의 바르다는 건 다 개소리인 모양
이네.”
바토르의 거대한 몸 뒤에서 한 사람이 슬그머니 걸어 나오며 딴죽 을 걸었다.
“바토르 님도 처음 한국에 쳐들어 왔을 때, 한국어 몰랐잖습니까?”
“나는 대신에 통역 데리고 다녔잖 아.”
“……묘하게 납득되는 대답이네 요.”
가즈히로가 새로이 나타난 이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약한 무인의 기는 느껴지지만,
바토르■처럼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지 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이 가즈히로를 짓 눌렀다.
혹여라도 바토르 홀로 이곳에 나 타났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편히 말씀하시죠. 제가 통역하겠 습니다.”
나타난 사내가 빙그레 웃으며 유 창한 일본어로 말했다. 가즈히로가 가만히 사내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 었다.
“그쪽의 이름은?”
“이거, 하찮은 통역까지 신경을 써주시다니…… 자애로운 분이시군 요. 저는 이현수라고 합니다. 총회의 실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죠.”
“이현수.”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물론 일본에 이현수에 대한 정보 가 돌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차이커 창은 이미 신니치카이 쪽에 이현수 를 경계하라는 정보를 넘겨주었다.
하지만 신니치카이가 그 정보를 곱게 야마시로구미에게 넘길 리가 없었다.
덕분에 이현수는 본의 아니게 듣
보잡 통역 취급을 받게 됐다.
“우리가 대화가 필요한 사이던 가?”
“아아, 그렇게 딱딱하게 나오실 것 있겠습니까? 먼 곳에서 온 손님 들이신데, 마중은 해드려야죠. 한국 은 동방예의지국이라 손님에게 박한 법이 없거든요.”
가즈히로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 다.
“우리가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있었나?”
“그쪽에서 친절히 알려주더군요. 설마 진짜일 줄은 몰랐지만, 해경
쪽에서 수상한 선단이 또 접근 중이 라는데 뭘 어쩌겠습니까?”
가즈히로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잡았다.
알려줬다고?
누가?
가즈히로의 굳어버린 얼굴을 본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우 리라고 뭘 어쩌겠습니까. 이게 이용 당하는 거란 건 알지만, 사람이 살 다 보면 알면서도 가야 할 때가 있 잖습니까. 그러게 미리미리 우호도 다지고, 친분도 다지고 하셨어야죠.”
이현수가 비릿하게 웃었다.
전쟁에서 가장 먼저 죽어나는 이 가 누굴까.
선봉?
보급?
천만에!
‘지도부와 척을 진 놈들이 제일 먼저 죽는 법이지.’
일본의 관동과 관서는 오랫동안 대립해 왔다. 어쩌면 관서의 입장에 서는 관동의 무인계가 한국보다 더 증오스러운 적일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내민 손을 덜컥 잡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는다는 건 순진하다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실책이다.
그리고 전쟁에서 순진한 자는 이 용당하다 죽기 마련이다.
“관서 놈들이 비열한 건 진작부터 알았지만, 설마 타국을 상대로 동맹 을 맺고도 이런 수작을 부릴 줄이 야.”
“흔한 일이죠. 더구나 그 나라에 서는 더욱 흔한 일일 텐데요?”
미국과 싸우면서도 해군과 육군이 반목하여 서로 싸우던 일본이다. 과 거에 벌어진 일이 또 한 번 벌어진 다 해서 이상할 게 있겠는가.
가즈히로가 손을 뻗어 도의 손잡 이를 움켜잡았다.
‘신니치카이 놈들……
수작을 부릴 거라 생각은 했다. 그도 그리 멍청하지는 않으니까. 하 지만 설마 그 수작이라는 게 상륙과 동시에 이뤄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 지 못했다.
이건 신니치카이의 방식이 아니었 다.
“네게 연락한 이가 누구지?”
“아실지 모르겠군요. 차이커창이 라고.”
“……중국 놈이군.”
“기억해 두십시오, 그 이름. 머지 않아 같은 곳으로 보내 드릴 테니 잘 기억해 뒀다가 복수하는 게 좋을 겁니다.”
가즈히로가 이를 드러냈다.
“복수는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쪽에서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말이야. 보아하니 그쪽도 그 차이커창인가 하는 놈에게 원한이 있는 것 같은데, 기다리는 건 그쪽 에 양보하지.”
“에이, 저는 직접 복수할 입장이 못 돼서 괜찮습니다.”
이현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명백한 비웃음을 보며 가즈히 로가 이를 갈았다.
“너무 기분 내는 것 같은데, 우리 는 지금까지 너희가 상대해 온 이들 과 다르다. 개가 범을 둘러쌌다고 함정이 되는 건 아니지. 내 입장에 서는 오히려 귀찮게 찾아다닐 필요 가 없어진 것 같은데?”
“아, 저는 동의합니다.”
이현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 다.
“하지만 이분이 동의하실지는 의 문이네요.”
이현수가 통역한 내용을 전달하자
바토르가 코웃음을 쳤다.
“섬나라 새끼들이라 그런가 현실 파악이 늦군.”
바토르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 다.
‘뭐지?’
가즈히로가 긴장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 변화도 일어나 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전합니까?”
이현수가 뚱한 눈으로 바토르를 바라봤다. 바토르가 살짝 붉어진 얼
굴로 속삭였다.
“알아서 해야지! 그걸 내가 꼭 입 으로 말해줘야 하나!”
“미리 말도 안 하고 갑자기 그러 시면 제가 어떻게 반응합니까? 그리 고 그거, 다른 쪽에서 보라고 하신 거 아니에요? 여기서는 안 보입니 다.”
“……그냥 불러.”
“예.”
이현수가 무전기를 들고 버튼을 눌렀다.
“포위. 현 시각부로 포위하라.”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괴한 상황에 가즈히로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저 장난 어린 모습을 탓 할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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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I~I―I~T.
지축이 흔들린다. 어둡고 고요한 밤이라 더욱 확연하게 느껴진다. 다 수가 지금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었 다.
순식간에 골목과 창고 지붕들 위 로 저릿저릿한 기세를 뿜어내는 무 인들이 들어찼다.
사방을 포위한 이들을 보며 가즈 히로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주 날을 잡으셨군.’
이 정도의 대군이 몰려올 정도라 면 정보는 이미 한참 전에 넘어갔다 고 봐야 한다. 신니치카이와 차이커 창이 그들을 제대로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하, 하하……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정예를 이끌고 주변을 포위한 방 진훈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 했다.
“저 새끼, 쪼개는데?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일세.”
“곧 파악하게 되겠지.”
“위긴스 이사님, 거, 창고 지붕에 그리 서 있으면 안 민망하십니까?”
“……냅 두게.”
스르르릉.
그 순간, 가즈히로가 천천히 도를 뽑아냈다. 그러고는 도집을 바닥에 던졌다.
가즈히로가 도를 뽑자, 도열하고 있던 이들도 일제히 도를 뽑는다. 그러고는 가즈히로를 따라 도집을 바닥에 던졌다.
“이 새끼들, 남에 나라에 쓰레기 르..”
이현수가 한숨을 쉬며 방진훈의
말을 막았다.
“저건 저 나라 특유의 각오입니 다. 도를 다시 집어넣지 않겠다. 그 러니까 여기서 죽겠다는 뜻이죠.”
“누가 살려는 준대?”
방진훈의 눈이 불을 뿜었다.
안 그래도 열이 머리끝까지 차 있는데, 눈앞에서 일본 놈들을 보니 열이 두 배는 더 오르는 느낌이었 다.
“개새끼들이 어딜 영화 주인공인 척하고 있어. 씨발 놈들이.”
“……진정하시죠.”
“진정하게 생겼어? 저 새끼들은
지들이 쳐들어와 놓고 뭘 씨발, 결 사적인 척하냐고. 피해자 코스프레 가 종특인 새끼들. 진짜.”
방진훈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콧김을 뿜었다.
말이야 방진훈처럼 하지 못하지 만, 이현수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이 득을 좇아 남의 나라에 쳐들어온 주 제에 비장한 척하는 꼴을 보니 비웃 음이 절로 나왔다.
“항복할 생각은 없으시겠죠?”
가즈히로가 피식 웃었다.
“일본의 무사는 항복하지 않는 다.”
“그쪽 천황이 항복문서에 사인하 는 걸 내가 두 눈으로 봤는데 뭔 소립니까?”
“이익!”
대충 한 번 도발을 걸어준 이현 수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 여기서부 터는 바토르의 영역이다.
바토르가 앞으로 한 발 나섰다.
그저 한 발 내디뎠을 뿐인데 중 압감이 두 배는 상숭한 느낌이다.
“이 새끼들.”
바토르의 눈이 천천히 붉게 물들 어갔다.
“니들은 여기서 죽는 게 다행인
줄 알아라. 주인에게 걸렸으면 시체 도 온전히 못 남겼을 테니까.” 바토르가 양주먹을 움켜잡았다. 그의 상반신이 부풀어 오르며 옷 이 찢겨 나갔다. 그의 상체가 드러 나며 터질 듯한 근육이 살아 있는 듯 꿈틀거렸다.
“그러니까……
우드드드득.
뼛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흐른다. 명령은 필요 없다.
어차피 진형을 갖춘 이상,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돌격하여 상대를 죽이는 것.
삼방이 포위되었고, 등 뒤는 달아 날 곳 없는 바다다. 서로 죽고 죽이 는 일만이 남아 있다.
“한 놈도 남김없이 쳐 죽여주마!”
바토르가 포효를 지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와 동시에 공영길을 비롯한 바토르계가 바토르의 등 뒤 를 채우며 돌진했다.
“온다!”
가즈히로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달아날 생각을 버려라! 살아날 길은 오직 하나! 저들을 모두 죽이 는 것이다! 두려울 것 없다! 고작 조선 놈들에게 당할 만큼 우리는 약
하지 않다! 놈들의 피로 바다를 물 들여라! 천황 폐하 만세!”
“천황 폐하 만세!”
거대한 복창이 터지며 도를 뽑아 든 일본의 무인들이 가즈히로와 함 께 앞으로 달려들었다.
깊고 깊은 새벽.
가장 짙은 어둠 속에서 첫 전쟁 의 포화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