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75)
마존현세강림기-1176화(1174/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7화)
2장 격멸하다 (2)
“오오오오오오오!”
포효하는 바토르를 보며 위긴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거, 좀 조용히 하시라고 말해뒀 건만.”
하기야.
지금 바토르의 눈에 뭐가 보이겠
는가.
기본적으로 바토르는 전투를 시작 하면 광전사처럼 날뛰는 타입이다. 그런 이가 마공까지 끌어 올렸으니,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할 리 만무했 다.
‘사일런스를 안 쳐뒀으면 난리가 났겠군.’
이 넓은 범위의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는 건 위긴스로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소리를 약화시키는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마법의 개념이든 현실의 개념이든, 완전과 완전하지 않음은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거대한 차이 가 있기 마련이니까.
빠져나가는 소리를 반쯤 줄이는 것을 크게 어렵지 않다. 남은 것은 다른 이들이 해줄 것이다.
“대피 완료했답니다.”
위긴스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어 느새 창고 위로 올라온 이현수가 그 의 등 뒤로 다가와 있었다.
“왜 올라왔냐?”
“약해 빠진 놈이 저기에 있다가 눈먼 칼에라도 맞으면 바로 죽는 거 죠. 최대한 안전해 보이는 곳에 있 기로 했습니다.”
“쯧쯧.”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돌아봤지만, 이현수는 한 치의 부끄럼도 없다는 듯 당당한 표정이었다. 무인에게 있 어서 나약하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지만, 이현수에게만은 그런 개념이 통하지 않았다.
“당황하는 게 눈에 보이네요.”
“……내가 다 당황스러울 정도 다.”
위긴스가 전장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바토르는 강하다.
그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전장에서의 바토르는 그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소수 대 소수의 격전이라면 바토 르는 방진훈보다 세네 배의 인원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장에서의 바토르는 방진훈과는 비교 할 수 없는 위력을 낸다.
애초에 바토르의 육체에 상처를 남길 실력이 되지 않는 이들은 죽었 다 깨어나도 바토르를 상대할 수 없 다.
맨손으로 돌진하는 전차를 막으란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나마 전차는 지형에 영향을 받
고, 어설프게 사람을 깔아뭉갰다가 는 궤도에 시체가 말려 들어가는 사 태가 천분의 일의 확률쯤으로 벌어 질 수도 있겠지만, 바토르는 그런 일조차 겪지 않는다.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그런 바토르가 외공과 마공을 동 시에 익힌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밀 고 들어간다.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기병전과 전열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기사단들도 저런 짓거리는 꿈 도 꾸지 못한다. 전신을 풀 플레이 트 메일로 감싸고, 갑옷에 마나를
밀어 넣어 강화하는 기사들도 저만 한 수에 둘러싸이면 순식간에 꼬치 구이가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바토르는 맨몸임에도 기사 들의 방어력을 간단하게 뛰어넘는 다.
‘보면 볼수록 괴물이란 말이지.’
적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 만, 지휘관을 탓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거꾸로 위긴스가 저들 을 지휘한다고 해도 바토르를 처음 상대한다면 대처법을 찾지 못할 것 이다.
“지휘관이 너무 깊게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
“흐음.”
위긴스가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조금 옛날 방식이기는 하지만, 저것도 홀륭한 지휘지. 지휘관이라 는 건 군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 다. 승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지. 지 금 여기서 저 이상의 전술이 있겠느 냐?”
“……없겠죠.”
“그렇지.”
바토르가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던 위긴스가 앞으로 한 발 더 나섰다.
“더 구경만 하다가는 불호령이 떨
어지겠군. 밥값은 해야지. 뱅상!”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이트!”
“……이사라고 부르게.”
“아, 죄송합니다. 옛 생각이 나서 말입니다.”
“옛 생각이 나는 건 나도 마찬가 지지만, 지금의 신분을 기억해야지. 자네도 마찬가지고.”
“물론입니다.”
뱅상이 검을 든 손을 가슴에 댔 다.
절도 있는 동작에 갑옷이 경쾌한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바토르 님이 보여주고 있는 건 사실 우리의 특기가 아닌가.”
“저걸 보고 있으니 그런 말을 하 기가 민망합니다만…… 돌파력에 있 어서는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 지는 않습니다.”
“보여주겠나?”
“……저렇게 말입니까?”
뱅상이 바토르를 슬쩍 바라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현실주의자라 말입니다.”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자네라면 어디를 뚫겠나?”
“한쪽이 밀려 들어가면 반대쪽이
부풀기 마련입니다만, 지금 같은 상 황이라면 좌우로 밀려나는 법이죠. 저라면 측면을 뚫겠습니다.”
“슈발리에들을 이끌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지만 희생은 없어야 하 네.”
“이 검에 맹세코!”
“가게!”
뱅상이 두말없이 아래로 뛰어내렸 다. 그와 동시에 대기하고 있던 마 티외와 슈발리에들이 뱅상을 따라 아래로 줄줄이 뛰어내렸다.
바닥에 착지한 뱅상이 우회하여 적의 옆구리를 향해 달려간다. 당연
히 슈발리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딱히 명령이 내려진 것도 아닌 듯한데, 이동하며 전열이 갖춰진다.
“ 휘유.”
그 광경을 보며 이현수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흔히들 서양인들은 자유분방하고 동양인들은 절도에 얽매인다고 하지 만, 저 광경을 보고 나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딱히 지시가 없음에도 고속으로 이동하며 완벽하게 전열을 갖춘다. 슈발리에들이 그동안 얼마나 지독한 훈련을 해왔는지 절로 알 수 있었
다.
“단독 돌진이요?”
“조금 위험하려나?”
“그••••••
평시라면 모른다.
하지만 바토르에게 질려 물러나는 이들이 등 뒤를 찔러오는 이들을 조 우한다면 아마 철천지원수를 만난 기세로 싸우려 들 것이다.
합공당하면 죽는다는 건 본능적으 로 이해할 테니까.
“그럼 조금 도와주면 되겠지. 캐 스팅 준비!”
“예!”
대기하고 있던 마법 부대가 앞으 로 달려와 건물 끝에 섰다.
“바인딩! 목표는 오른쪽 끝! 타이 밍을 맞춘다!”
마법사들이 대답도 없이 일제히 캐스팅에 들어갔다. 위긴스처럼 순 식간에 캐스팅을 끝내 버리고 실전 에 섞어 쓸 실력은 되지 않지만, 기 초적인 마법을 완성할 만한 실력은 갖췄다.
그리고 그 기초적인 마법조차 적 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활용된다면, 고위 마법에 못지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준비!”
위긴스의 양손이 빛났다.
“묶어라!”
“바인딩!”
마법사들이 손을 뻗어 마력을 뿜 어냈다. 그와 동시에 슈발리에들을 발견하고 저항하려던 이들의 발밑에 서 나무뿌리가 솟아오르며 그들의 발을 친친 휘감았다.
“돌진하라!”
뱅상이 호기를 놓치지 않고 달려 들었다. 다리가 묶인 이들은 제대로 저항을 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동
양의 무학은 보법이 갖춰지지 않으 면 제 위력의 반도 내지 못한다.
서로 근접한 채 다리를 바닥에 붙이고 난타전을 벌이면 동 실력의 서양 무인을 이길 수 없다. 아웃복 서가 코너에 몰린 채 인파이터와 난 타전을 벌이는 격이다.
그리고 심지어 슈발리에들은 프랑 스에서도 고르고 고른 최정예들이 다. 체급이 두 체급은 높은 인파이 터와 정면으로 맞상대를 하게 된 이 들의 운명은 너무도 빤했다.
파아아앗!
뱅상의 검이 눈앞의 무인을 두
동강 냈다. 반으로 갈려진 상체가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피 분수가 사방으로 뿜어졌지만, 뱅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앞으 로 돌진했다.
‘그러고 보면 질긴 인연이군.’
처음 그가 강진호를 노리고 한국 으로 잠입했을 때도 일본 놈들과 조 우했다. 어쩌면 뱅상은 일본인들에 게 은혜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일본의 무인들이 강진호를 노리지 않았다면, 강진호에게 살해 당하는 건 일본인들이 아니라 슈발
리에들 이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적으로 만난 이상, 이들에 게 베풀 자비는 없다. 전장이란 그 런 것이니까.
마티외가 그의 옆으로 따라붙으며 우측을 지킨다. 그리고 슈발리에들 이 쐐기 대형으로 따라붙었다.
하나하나의 강함으로 중구난방 날 뛰는 바토르계와는 다르다. 그저 돌 진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슈발리에 들은 철저하게 훈련된 진열을 갖추 고 냉정하게 밀고 들어갔다.
들끓는 불꽃과 차가운 얼음이 동 시에 적진을 유린했다.
이현수가 그 모습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멍하게 있지 마라! 이차 캐스팅 을 준비해!”
“예!”
“이현수!”
“예, 사부님.”
“지휘해.”
“사부님께서는?”
“나는 조금 더 재미있는 걸 준비 해야 한다.”
“예!”
위긴스는 더 이상의 지시를 내리 지 않았다. 이현수에게 세세한 지시
는 무의미하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 는 위긴스마저 깔끔하게 능가하는 이현수였다. 전장의 경험이야 부족 하겠지만, 이 정도 지휘는 위긴스에 뒤지지 않게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위긴스는?
위긴스의 얼굴이 살짝 비틀렸다.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충동을 억 제할 수 없단 말이야.’
이천에 가까운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원래라면 퍼져 나갔어야 할 이들이 바토르와 슈발리에의 기 세에 밀려 조금씩 안으로 뭉쳐 들고 있었다.
저리 적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 면, 위긴스는 근질거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인간은 아니군.’
주변의 평가와는 다르게 스스로의 어두운 면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위 긴스였다. 바토르가 초반에 그를 가 장 경계하던 이유도 이 것 때문이 아니던가.
위긴스의 음침한 부분이 강진호를 상대로는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한 이후로는 바토르도 그를 경 계하지 않게 됐지만 말이다.
위긴스가 신중하게 캐스팅을 했
다.
과거라면 캐스팅을 하는 도중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최근 어 느 정도 숙달된 양의심공 덕분에 캐 스팅을 하면서도 냉정하게 전장을 주시할 수 있었다.
“바인딩!”
마법사들이 빛과 함께 마력을 뿜 어낸다.
“이런 빌어먹을!”
“이게 대체 뭐야!”
“아아아악!”
생소한 마법에 대처법을 찾지 못 한 이들이 슈발리에들에게 말 그대
로 갈려 나갔다.
이현수가 재차 캐스팅을 준비하려 는 순간, 위긴스가 양손을 들어 올 렸다.
“대기!”
이현수가 다급하게 마법사들을 물 렸다.
위긴스가 가라앉은 눈으로 전장을 응시하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나를 원망하지 마라. 너희가 자 초한 일이다!”
위긴스의 손이 바닥을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위긴스의 몸에서 가공 할 마나가 휘몰아쳤다.
“타올라라!”
손끝에서 뿜어져 나간 마나가 일 본 진영의 한중간에 떨어졌다.
그러더니…….
화르르르르륵!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이 일며 주 위를 집어삼켰다.
어둡기 짝이 없던 항구가 대낮처 럼 밝아졌다. 집채만 한 화염이 솟 구치더니, 느릿하게 좌우로 퍼져 나 간다.
“아아아아악!”
“살려줘!”
“바다! 바다로 뛰어들어! 바다!”
화염에 삼켜진 이들이 전신에 화 염을 두른 채 비명을 지르며 바다로 뛰어든다. 하지만 바다로 뛰어들지 못한 이들은 바닥을 구르며 절규하 다가 서서히 숨이 끊겨갔다.
지옥도.
살이 베이고, 뼈가 잘리고, 불타 오른다.
세상에 온건한 전쟁 따위는 존재 하지 않는다는 듯, 총회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를 향해 그들의 땅 을 침범한 이들에게 웅징을 가하고 있었다.
“단 한 놈도!”
바토르가 다시 포효했다.
“살려 보내지 않는다!”
“오오오오오!”
눈에 광기를 담고 몰려드는 총회 의 무인들을 보며, 일본의 무사들이 서서히 공포에 질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