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76)
마존현세강림기-1177화(1175/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8화)
2장 격멸하다 (3)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가즈히로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켰 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도무지 믿 을 수 없었다.
앞에는 혈기를 내뿜는 붉은 거인 이 미쳐 날뛰고 있고, 옆으로는 갑
주를 차려입은 서양인들이 기계처럼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진영의 한중간에서 거대한 불이 피어올랐다.
사람의 판단이라는 건 인식에서부 터 시작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가즈히로는 도 대체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 지고 있는 건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모든 것이 그의 상식을 벗어났다.
‘대체 총회는 어떻게 생겨 먹은
곳이란 말인가.’
그는 어리석지 않다.
상대를 경시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관서와 손을 잡고 한국 으로 온 것이 아닌가. 총회의 힘과 잠재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저 개 같은 관서 놈들과 손을 잡을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문제가 다르다.
상대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의 문 제가 아니다. 그 힘의 방향이 문제 였다.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무인계와 전쟁을 벌이는
데, 혈기를 뿜어내는 인간 같지도 않은 거인이 튀어나오고, 영화에서 나 볼 것 같은 기사들이 돌진을 해 대지를 않나…….
그리고 이제는 원거리에서 화염을 뿜어내는 놈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 무엇도 그가 알고 있는 무학 이 아니었다.
아는 것이라면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모르는 것에 어떻게 대처하 란 말인가.
“총장!”
귀를 찢는 듯 날카로운 고함 소 리에 가즈히로가 퍼뜩 정신을 차렸
다.
“지시를! 이대로는 전멸입니다!”
빠드득.
가즈히로가 이를 갈았다.
전멸?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은 이제 겨우 반도의 육지를 밟았을 뿐이다. 아직 해안에서 벗어 나지도 못했다. 이곳에서 전멸한다 는 건 역사에 다시없을 최악의 치욕 이다.
가즈히로는 그 오명을 뒤집어쓰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가즈히로가 눈을 빛냈다.
아무리 상대가 기괴한 방식으로 나온다고 해도 그는 백전의 노장. 방법은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가즈히로가 모두에게 들리도록 커 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돌진하라!”
주변의 시선이 가즈히로에게로 향 했다.
하지만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은 충의가 아니라 황당함이었다.
돌진?
이 상황에?
하지만 가즈히로는 명령을 바꾸지 않았다.
“현혹되지 마라! 적은 소수다! 저 들이 모든 방향을 막아낼 수는 없 다!”
가즈히로의 손이 바토르를 넘어 뒤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방진훈 이 이끄는 일반 무인들이 전체를 둘 러싸고 있었다.
“뚫어내라! 역으로 포위한다! 생 로는 저곳에 있다!”
무인들의 눈에 생기가 돌아온다.
사지밖에 보이지 않던 곳에서 생 로가 생겨났다. 확실히 뒤쪽을 포위 하고 있는 이들은 밀고 들어오는 바 토르계보다 강해 보이지 않는다.
일단 덩치부터 차이가 나고, 다른 무엇보다 저곳에는 바토르가 없다.
“길을 연다! 따라붙어라!”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부장들이 도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강점이라면 강점.
명령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을 때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에는 취약하 지만, 일단 명령이 내려지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맹신한다. 전체적으 로 좋은 특성이라고 볼 수는 없지 만, 이럴 때는 확실하게 힘을 발휘 했다.
“간다아아아!”
일본의 군세가 바토르를 무시하며 뒤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 씨발 놈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방진훈이 피 식 옷었다.
“엄청 만만해 보이는 모양이네?”
“그런가 봅니다.”
천태훈도 쓴웃음을 머금었다.
일본 놈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 선에 희망이 가득하다. 얼마나 호구 로 보이면 저런 눈을 할까.
“열 받은 얼굴 하지 마라. 우리가 만만한 건 사실이지.”
“화도 안 나십니까?”
“왜 화를 내? 그게 사실이라니 까.”
방진훈이 피식 웃었다.
“회주님이 들어오고부터 총회가 좀 이상해진 건 사실이지. 무학을 익힌다는 놈들이 이런 걸로 화를 내 고 말이야.”
“예?”
방진훈이 앞으로 한 발 나섰다.
“무학이란 뭔가!”
그의 목소리가 우렁우렁 퍼졌다.
시작은 천태훈이 했지만, 지금 방 진훈가 말하는 대상은 천태훈이 아
니었다. 그의 뒤에서 진열을 갖추고 있는 이들이었다.
모두가 방진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학이란 약자의 것이다. 강자는 무학을 익힐 필요가 없다. 힘이 없 는 약자가 선천적으로 강한 강자의 압제와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 어낸 것이 무학이다. 약하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약하기에 무학을 익혀 강해지는 것이다.”
방진훈의 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 어 졌다.
대열에서 떨어져 나간 방진훈이
달려드는 일본의 군세를 맞아들였 다.
그의 손이 아주 부드럽게 움직였 다.
총회의 다른 이사들이 보여주는 파괴적인 움직임과는 그 궤를 달리 한다. 방진훈의 폭력적인 인상과 어 울리지 않는, 부드럽고 또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쇄애애액!
방진훈의 손이 날아든 칼날을 살 짝 비껴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격을 밀어낸 방진훈의 어깨가 선 두에 선 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퉁!
고무 통을 후려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달려들던 이가 더 한 속도로 뒤로 튕겨 나간다. 선두가 튕겨 나 오자 뒤따르던 이들이 당황하며 날 아오는 이를 받아 들었다.
“읏차!”
방진훈이 슬쩍 앞으로 뛰어들며 뒷사람에게 안겨 있는 이를 그대로 밀어 찼다.
쿵!
진형이 무너지며 폭발적인 기세가 주춤 꺾인다.
“이노오오오옴!”
일본도를 든 부장 중 하나가 선 두의 머리를 뛰어넘으며 방진훈에게 로 쇄도했다.
“아니지.”
방진훈이 혀를 차며 손을 뻗어 올렸다.
검이 채 닿기도 전에 방진훈이 뿜어낸 경기에 날아들던 이가 튕겨 나간다.
“허공을 걷지도 못하는 놈이 무슨 배짱으로 뛰는지 모르겠군.”
방진훈이 양손을 늘어뜨렸다.
뒤쪽에서는 여전히 무사들이 쇄도 하고 있지만, 선두의 기세는 확연히
꺾였다. 훌쩍 뒤로 물러난 방진훈이 소리쳤다.
“무학이란 결국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너희가 배우고 익 힌 것은 너희 안에 분명히 살아 있 다. 상대를 경시하지도 말고, 과대평 가하지도 마라! 어깨를 맞대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그럼 쓰러지는 것은 저들이 될 것이다!”
강진호나 바토르와는 다른 무학관 이다.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 는 없다.
천 명의 사람이 있다면, 천 명의 무학관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무학관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무학관을 얼마나 관철할 수 있느냐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은 방진훈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전열을 갖춘 이들의 눈에 단호한 각오가 들어섰다.
방진훈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희생은 피할 수 없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완 벽한 압숭이라 해도 희생자를 내지
않을 도리는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희생을 두려워해 서는 안 된다.
이 전쟁은 총회를 바꿀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총회를 지탱하는 것은 강진호나 방진훈이 아닌,자신 들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가 됐다.
무인이란 결국 싸우는 자.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 스로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이 들만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와라!”
방진훈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저놈이!”
가즈히로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기세가 달라졌다.
웬 야쿠자 같은 놈이 나와서 신 위를 보여주자마자, 흔들리던 진형 이 침착함을 되찾았다.
‘빌어먹을!’
저기를 뚫어야 한다.
저기를 뚫지 못하면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처럼 아사할 수밖에 없 다.
“어딜 가느냐, 이 쓰레기 같은 놈 들이!”
이미 둥 뒤에는 아비규환이 벌어
졌다.
정면으로도 상대할 수 없던 바토 르에게 등을 내준 상황이다. 조금만 더 상황이 지체되면 피해는 기하급 수적으로 늘어난다. 한 점을 뚫어내 진형을 되찾아야 대항할 수 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상황이 와버 렸단 말인가.’
가즈히로의 눈이 떨렸다.
그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패배.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그 끔찍 한 단어가 질척거리며 가즈히로에게
엉겨붙는다. 아무리 정색해 떼어내 려고 해도 도무지 머릿속에서 그 단 어가 사라지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앙!
바토르가 내지른 주먹이 폭음을 일으킨다. 타오르는 불꽃의 열기가 등을 화끈하게 데우고 있었다.
“이!”
가즈히로가 앞으로 치고 나가려는 순간, 발밑에서 나무뿌리가 돋아나 그의 다리를 친친 감는다.
“이 빌어먹을!”
다리를 걷어차 나무뿌리를 끊어낸 다. 평범한 나무뿌리가 아닌지, 저항
이 거세다. 그나마 그는 큰 어려움 없이 나무뿌리를 뜯어낼 수 있었지 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게 뭐냐고, 빌어먹을!”
“어어엇! 미끄러진다!”
한쪽에서는 다리가 엉켜 쓰러지 고, 다른 쪽에서는 빙판이라도 밟은 듯 휙휙 넘어간다.
차라리 적이 강대하다면 의지라도 다져 보겠다만, 발밑에서 벌어지는 조화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왜 저런 놈들이 총회에 있는 거 냐!’
서양인들이 마법을 쓴다는 사실이
야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가 수도 없는 전쟁을 겪으면서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법사가 왜 총 회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마법도 아니고, 심대한 타격을 주는 마법도 아니다. 그저 다리나 좀 묶고, 발밑을 미끄 럽게 만드는 정도다. 누군가가 이게 마법이라고 그의 앞에서 시연했다 면, 가즈히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 이 비웃음을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법이 이 대규모의 전장에서 벌어지자 상황이 전혀 달 라졌다.
결국 대군과 대군이 맞붙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형과 움직임이 다. 그 진형이 무너진다는 측면에서 저 마법은 절대고수 이상으로 그들 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타올라라!”
다시 한 번 거대한 불꽃이 일었 다.
다른 마법들이 그들의 발을 묶는 다면, 저 불꽃은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었다. 실제로 불을 지른 것 과는 분명 뭔가 다르다. 하지만 저 마법의 불꽃은 진짜 불보다 오히려
더 위협적이었다.
이대로는…….
‘전멸한다!’
가즈히로가 도를 움켜잡았다.
이럴 때 나서야 하는 이가 바로 그다.
평범하게 길을 뚫을 수 없다면 누군가가 나서서 길을 뚫어야 한다.
애도를 움켜잡은 가즈히로의 눈이 스산하게 빛났다.
그가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미묘 한 시선이 그를 잡아끌었다.
가즈히로가 고개를 돌렸다.
거리를 격하고 방진훈의 눈이 그
를 움켜잡고 있었다. 마치 자신 있 으면 와보라는 듯 도발적이기 짝이 없는 눈이다.
“이……
가즈히로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평소였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저 건방진 눈을 뭉갰겠지만, 지금 그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길을 뚫어야 한다면 약한 곳을 노려야 한다. 적 의 수장이 있는 곳으로 갈 수는 없 다.
“빌어먹을 놈! 반드시 사지를 잘 라 개 먹이로 주겠다!”
가즈히로가 거칠게 소리치며 앞으 로 달려들어다.
“이곳에서 죽지 않는다! 흐아아아 아앗!”
가즈히로의 처절한 외침이 밤하늘 에 울려 퍼졌다.
그가 길을 뚫지 못한다면 모두 죽는다. 각오를 다진 그의 도가 달 빛을 받아 새파랗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