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8)
마존현세강림기-118화(118/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18화)
4장 — 정립하다 (6)
“예, 원장님.”
박유민과 조규민이 자리를 비켜주 자 원장 수녀님이 강진호에게 자리를가리켰다.
“앉으렴.”
“예.”
강진호가 자리에 앉아가만히 그
를 바라보던 원장 수녀님이 입을 열 었다.
“고생했구나.”
강진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 기서 그렇다고 하면 무언가를 더 말 해야 할 것이고, 아니라고 하면 거 짓을 말하게 되어버리게 될 테니까.
이럴 때는 입을 꾹 닫는 것이 최 선이었다.
“네가 뭔가를 하려 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이런 일일 줄은 몰 랐구나.”
“원장님꼐서 노력하신 겁니다.” 강진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무리 반동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고 하지만 멀쩡한 생살을 태워내는 과정이었다. 그 와증에 육체에가해 질 부담을 생각한다면, 원장 수녀님 이 잘 버텨주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네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진호야, 이것만은 기억해 두렴.”
“ 예.”
“너는 할 만큼 했단다.”
그 말은 참 이상하게 들렸다.
전혀 생뚱맞은 것 같으면서도 강진호를 위로해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예전에도 강진호는 원장 수녀님을 존경하는 마음을가지고 있었다.
그냐가 비록 강진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약자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위치에서든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모 든 것을 희생하는 사람은 존경 받을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강진호다.
그런데 지금의 원장 수녀님은 단 순히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 정도가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났다. 평생을 자신을 내려놓고 산
분이 생명의 끝자락까지 지켜보더니, 속된 말로 무언가를 넘어선 것 같았다.
‘탈각인가?’
수녀라는 신분을가진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수녀님에게는 예전 보았던 고승들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무공으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면서 입으로는 자비를 외치는 땡중이 아니라, 진정으로 불법에 귀의한 사람 들에게서는 무공의 고하를 넘어 상 대방을 절로 위축되게 만드는 느낌
을 받곤 했다.
“너는 할 만큼 했단다.”
같은 말이었다.
두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한 수녀 님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사람의 일이라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가치가 있단다. 그 결과가 나의 뜻과는 어긋날지라도 열심 히 했다면 그것으로 좋을 때도 있 어.”
“ 예.”
“그러니까 진호야.”
“예.”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편해지
렴.”
“내가 너를 보고 있으면 쫓기는 느낌을 받는단다. 조금 더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너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지 않니?”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들어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 지만, 그동안 그런 생각을 하고 살 아왔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원장님이 손을 뻗어왔다.
강진호는 원장님이 내민 손에 자
신의 손을 덮었다. 강진호의 손을 꼭 잡은 원장 수녀님이 웃으며 말을 했다.
“ 진호야.”
“예.”
“누군가는 목적을가지고 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 고 살기도 하지. 그렇지?”
“예.”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사는 거야.”
강진호의 눈이 흔들렸다.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돼. 꼭 목적을 이루지 않아도 된단다. 그냥,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단다.”
“아……”
강진호가 입을 뻐끔거렸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 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를 괴 롭히던 무언가가 속에서 치밀어 오 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진호는 잘하고 있단다. 잘해내고 있어. 그러니까 이제는 조금은 내려 놓고 살아도 될 거야.”
“원장님은……
“ 응?”
“원장님은 그리 살지 않으셨잖습
니까.”
“나처럼 살고 싶니?”
강진호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원장 수녀님의 삶을 존중하 고 존경한다. 하지만 그녀처럼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강진호는 그녀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살 자신이 없었다. 그건 강진호와는 어울리지 않는 삶 이었다. 이제 와서 그렇게 살 자신도, 자격도 강진호에게는 없었다.
“진호는 진호의 삶을 찾으면 된단다. 삶이란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지 만, 홀러 들어오기도 하지.”
“홀러 들어온다……
“그래, 홀러 들어온단다. 나를 찾 아온 아이들처럼, 나를 만나러 온 아이들처럼. 내가 손을 내민게 아니라 그 아이들이 나에게 손을 내민 거란다. 나는 그저 거부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러니 진호도 너무 서둘러 서 손을 뻗으려 하지 않아도 돼. 그 저 살아가다 보면 다들 손을 뻗어올 거야.”
‘이거구나.’
강진호는 왜 그녀에게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말했다.
움직이라고.
움직여서 인생을, 삶을, 세상을 바꾸라 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 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기다라라 하고 있었다. 너무 성 급하게 굴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고, 다 옳은 이야기겠지만, 쉬지 않고 달려온 강진호에게는 원장 수녀님의 말이 위 안을 주고 있었다.
“그러니 진호야, 너는 잘해왔고, 잘해 나갈 거란다.”
“ 예.”
“혹시라도 조금의 여유가 생기거든……”
원장님은가만히 강진호와 눈을 맞추고는 말했다.
“먼저 손을 뻗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네가 먼저 손을 뻗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겠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원장님은 굳이 설명을 해주려 하지 않았다.가만히 손을 뻗어 강진호의 볼을 몇 번 쓰다듬은 원장님이 침대에 누웠다.
“말이 길어지면 주책없는 늙은이가 되는 법이지. 유민이를 불러주겠니?”
강진호가 문을 열고 나오자 박유 민이 쏜살같이 안으로 뛰쳐 들어와 원장님의 옆에 붙었다.
“수술 날짜는 내일쯤 알려주신대요.”
“그래.”
“원장님, 정말 너무! 너무……
울음기 섞인 박유민이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호는 밖으로 나갔다. 지 금은 박유민과 원장님, 두 사람만이 시간을 보내는게 죻을 것 같았다.
옥상으로 올라간 강진호는 담배를 빼 물었다.
“옥상은 금연입니다.”
어느새 그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 온 조규민이 그리 말을 하면서 강진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금연이라면서요?”
“벌금 내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한 대 피워야겠군요. 그렇지만 누가 올라오면 바로 끄셔야 합니다.”
“예.”
강진호는가만히 담배를 빨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상한 기분 이 든다.
하나를 해결한 것 같기도 하고,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것도 같은 느낌.
뭔가 안심이 되면서도…….
“불안하십니까?”
“조금 그런 것도 같네요.”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지가 너무 오래돼서 정확하게 설명을 못 하고 있었는데, 조규민의 말이 그에게 확신을 주었다.
이건 불안함이다.
왜 불안함을 느끼는 걸까?
“남은 일은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수술하고 완전히 일이 끝나는 걸 보고 들어가고 싶으신 마음은 이해 합니다. 강진호씨는 끝이 어중간한 것을 싫어하시니까요. 하지만 이제 강진호씨가 하실 일은 더 없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셔도 됩니다.”
‘그런 건가.’
강진호는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모든 치료가 끝나는 것을 그의 눈으로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무리 이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한번 손을 댄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휴가에는 한계가 있고, 복 귀는 머지않았다.
“그러네요.”
강진호는 조금은가벼운 마음이 되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랗게 물 들어 있는 하늘이 오늘따라 참 높아 보였다.
카페에 앉은 강진호와 조규민이 대화를 시작했다.
“우선 보육 교사들은 모두 구했습
니다. 일단 보통 아이들이 아닌 만 큼 경력이 있고 이력이 양호한 사람 들 위주로 선발을 했습니다.”
“경력이요?”
강진호의 되물음에 조규민이 쓴웃 음을 지었다.
“성심 보육원의 아이들은 장애가 있으니까요. 일반적인 보육 교사들은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급여 부분 에 대한 협의를 했지만, 근무시간을 조금 줄이고 1.5배의 봉급을 약 속했습니다. 조금 더 타협을 본다면 더 깎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니요. 그대로 해주세요.”
정당한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
그런 기본적인 원칙도 지키지 못 하고 아이들을 봐달라고 할 수는 없 었다. 보육원이라는 곳이 보통은 자 금 사정이 열악하기에 알음알음 넘 어가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강진호가 직접 관여하기로 마음먹은 이상은 그럴 수 없었다.
“예. 그리고 주방 아주머니는 솜 씨 좋은 사람으로 추천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재벌가 쪽의 음식을 하 시던 분인데……
“회장님 집이요?”
“예. 예전에 회장님 집에서 음식을 하시던 분이라고 하더군요. 자제 분들이 다들 쫓겨난 관계로 사람이 많이 필요 없어져 나가신 분인데, 연락을 해보니 흔쾌히 맡아주기로 하셨습니다.”
묘한 기분이었다.
황정후의 밥을 하던 사람이 보육 원 아이들의 밥을 해주게 되다니.
“양이 만만치 않을텐데요?”
“재벌가에서 한 끼에 먹는 음식가짓수를 생각한다면, 일은 더 쉬워 지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음…..”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재벌가에서 음식 먹는 장면을 보면 무슨 한정식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까.
실제로도 그런지야 알 수 없지만.
“급여는요?”
“일반적인 아주머니들보다야 조금 높기는 하지만, 워낙 솜씨가 좋으셔 서.”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조규민이 추천을 한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 이것.”
강진호는 자신의 카드를 조규민에게 내밀었다.
“월급과 운영비는 여기서 써주세 요. 죄송합니다.”
“천만에요. 제가 할게 뭐가 있나요.”
원장 수녀님이 돌아오시면 운영에 대한 것은 다시 맡을 사람이 생기겠 지만, 그사이에 일을 처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강진호가 믿고 맡길 사람이라고는가족과 조규민밖에 없 고, 그중에서라면 조규민이 적임자 였다.
“혹여 나중에 원장님이 돌아오시 더라도 봉급에 대한 부분은 이쪽에 서 처리가능하도록 부탁드릴게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직업이 따로 있는 사람에게 돈도 안 되는 일을 맡기는 것 같아 못내 찝찝하기는 하지만, 조규민은 재경 에서 강진호에 대한 일을 전담으로 맡는 사람이나 다름없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대가랄까.
“그럼 이제 복귀하시는 거군요.”
“그래야죠.”
“뭔가 참 긴 휴가라는 느낌이 드
네요. 본인은 굉장히 짧게 느껴진다 던데, 그런가요?”
“휴가 안 나와보신 것처럼 말씀하 시네요.”
“어이쿠, 이거 걸렸네요.”
조규민과 강진호가 마주 웃었다.
조규민은 조금은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꽤나 정이 많이 들 었는데 강진호가 다시 군대로 들어 간다고 하자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가끔 전화나 한번씩 주십시오. 저도 뭔가 보고할게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노력할게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연락이 오지 않을 것도 알고 있었다.
“아, 그리고……
강진호가 조금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가지 더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조규민의 얼굴이 살짝 긴장으로 물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