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80)
마존현세강림기-1181화(1179/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12화)
3장 치고받다 (2)
“애들이랑 놀지 말고 나랑 놀자, 이 개새끼야.”
가즈히로의 시선이 앞으로 걸어 나오는 방진훈에게로 고정되었다.
‘ 이놈?’
기세가 심상치 않다.
생긴 건 딱 야쿠자처럼 생겼다.
적당히 문신만 해주고 일본에 데려 다 놓으면 누구도 그를 한국인이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딱 봐도 그 쪽 계열의 인간이다.
하지만 풍겨 나오는 기세는 뭐랄 까…….
의외로 맑다.
범죄에 손을 대고 사는 인간에게 서 느껴지는 탁한 느낌이 없다. 악 당의 외모와 신선의 풍모가 동시에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건방진 놈, 살려줬더니 목숨을 내놓는구나.”
“뭐래, 쪽발이 새끼가?”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방진훈 이 주먹을 털며 앞으로 걸어 나왔 다. 그 꼴이 딱 술 먹고 시비 거는 동네 건달의 폼이다.
가즈히로가 살짝 이를 깨물었다.
‘이놈이?’
앞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오는 자 세가 가즈히로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듯했다.
그가 누구인가.
관동을 지배하는 야마시로구미의 총장이다.
관동을 통틀어봐도 그보다 강하다 고 자부할 수 있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실전에 나서기 어려운 조장을 제외한다면, 관동 최강의 무인을 자부할 수 있는 이가 바로 가즈히로였다.
그런데 그런 가즈히로의 앞에서 감히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뭔 말인지는 몰라도 욕인지는 알 겠다. 하, 새끼.”
방진훈이 양팔의 소매를 걷어 올 렸다.
“남의 나라에 쳐들어온 것도 맞아 죽을 죄인데, 이 새끼가 욕까지 치 네? 넌 이 새끼야, 곱게 죽을 생각
하지 마라.”
방진훈이 얼굴을 굳히며 자세를 잡았다.
그러면서도 슬쩍 주위의 상황을 살폈다.
치열하던 싸움이 살짝 잦아든다. 여기가 무슨 영화 속 세상도 아니 고, 대장끼리 싸움을 벌인다고 전투 를 치르던 이들이 일제히 멈추고 구 경할 리는 없다.
하지만 그 전투의 치열함을 늦추 는 정도는 가능하다.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이쪽의 승리다. 위긴스와 바 토르가 날뛸 시간을 벌 수 있으니
까.
그러니 저놈도 가장 약한 부분을 노리고 전면으로 나선 것이 아닌가. 저놈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 전장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살 떨리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지만, 방진훈의 내심도 그리 편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렇게 남들 앞에서 전투의 명운을 건 생사결을 치러본 적이 단 한 번 도 없으니까.
‘그야 뭐, 다 그렇지.’
영남회와의 전쟁이나, 이중걸과의 전쟁이 본격화되었다면 모를까, 이 런 경험은 대한민국 내 누구도 해보 지 못했을 것이다. 기껏해야 소규모 로 치고받은 게 다다.
“후우우.”
방진훈이 깊게 심호흡을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대단한 양반이 라니까.’
그는 이 많은 이들의 목숨을 책 임지고 전투에 나선다는 사실만으로 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제멋 대로 뛰는데, 강진호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전투를 몇 번이나 치르지 않
았는가.
방진훈이 살짝 목을 좌우로 꺾었 다.
컨디션은 좋다.
최상에 가깝다. 이 정도라면 그의 실력을 백 프로 발휘할 수 있을 것 이다.
‘강하겠지.’
당연히 강할 것이다.
불과 1년 전이었다면 그는 감히 가즈히로의 앞에 설 수 없었을 것이 다. 그가 아무리 한국에서야 열 손 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라고는 하 지만, 그건 한국 안에서의 이야기였
으니까.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극심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가즈히로의 강함도 실감이 별로 나지 않는다.
오만함?
아니다.
가즈히로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 다. 하지만 새삼스레 가즈히로에게 쫄기에는 그가 그동안 보아온 이들 이 너무 강했다.
강진호와 바토르를 보고 지낸 그
가 가즈히로에게 겁을 먹을 수는 없 지 않은가.
우드드득.
방진훈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제는 그가 지난 시간 동안 얼 마나 충실했는지를 증명할 시간이 다.
스슷.
가즈히로가 상단세를 취하며 방진 훈을 노려보았다.
“건방진 조선 놈, 네 한계를 절절 히 실감하며 죽어라.”
“하, 쪽발이 새끼 참 말 많네.”
방진훈이 자세를 잡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놈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니다. 도를 들어 올 린 것만으로도 살이 베이는 듯한 예 기가 그를 찔러 대고 있다.
가즈히로가 기세를 끌어 올렸다.
서로를 탐색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전장의 상황은 지금도 격하게 치닫고 있는 중이니까. 한시라도 빨 리 방진훈을 쓰러뜨리고 길을 열어 야 한다.
방진훈도 가즈히로의 의도를 알았 는지,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이동했 다.
‘격할 필요 없다.’
그가 말하지 않았는가.
무학은 약자의 것. 강자의 폭압과 압제에 대항하기 위해서 생겨난 것 이 무학이다. 무학의 길이란 것은 버티고, 참아내고, 이겨내는 것이다.
뚫리지만 않으면 그가 이긴다.
파아아아앙!
가즈히로의 발이 바닥을 박찼다.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벼락같은 속도로 달려든 가즈히로가 도를 휘둘렀다. 새파란 기운을 담은 가즈히로의 일본도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방진훈 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는 일도.
그 일도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도를 휘둘러 왔는지 느낄 수 있다. 혼을 갈아 넣었다는 말이 어울리는, 조각 같은 일도였다.
하지만…….
우우우우웅.
새하얀 경기(勸氣)를 머금은 방진 훈의 손이 날아드는 도를 부드럽게 옆으로 밀어냈다.
힘 대 힘.
속도 대 속도.
방진훈도 알고 있다. 어쩌면 그게 숨길 수 없는 무학의 본질일지도 모
른다. 하지만 그 힘과 속도의 싸움 에서 이길 수 없는 이들에게도 무학 으로 살아갈 길은 있어야 한다.
바토르와 힘 싸움을 할 수 있는 가.
강진호와 속도로 대결할 수 있는 가.
어림도 없다.
하지만 방진훈은 그들을 따라잡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한계 를 정하는 순간, 무인은 끝이다. 현 실성이 없더라도 끝없이 정진하는 이들만이 결국에는 그곳에 오르는 법이다.
드높은 산이 있을 때, 깎아지른 절벽이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르기를 포기한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절벽을 타고 산을 오르는 멍청 이만이 산 정상을 정복할 수 있다.
그리고 방진훈이 찾은 길은 본질 (本質)이었다.
파아아아앗!
도가 방진훈의 어깨를 아슬아슬하 게 스쳐 지나갔다. 도에 실린 예기 만으로 살이 갈라지며 피가 뿜어졌 지만, 방진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도를 비껴내 열어낸 틈으로 남은
한 손을 뻗는다.
도를 잡은 팔꿈치에 방진훈의 장 타(掌打)가 날아든다. 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았다.
퉁!
손바닥으로 가볍게 가즈히로의 팔 꿈치를 후려쳐 도를 멀찍이 밀어낸 방진훈이, 어깨로 가즈히로의 옆구 리를 들이받았다.
쿵!
가즈히로의 몸이 튕겨 나간다.
“이!”
몸이 허공으로 튕겨나는 와중에도 가즈히로는 도를 휘둘러 방진훈의
얼굴을 베어왔다. 슬쩍 허리를 뒤로 꺾어 도를 피했지만, 완전히 피해내 지는 못했다.
광대뼈 부분의 살이 갈라지며 피 가 흘러나온다.
터덕!
3미터 정도를 날아가 바닥에 착 지한 가즈히로가 노한 기색을 숨기 지 못하고 방진훈을 노려봤다. 방진 훈은 손을 들어 얼굴에 홀러내리는 피를 쓱 문질렀다.
lcm만 더 들어갔어도 뼈가 갈라 졌을 것이다.
‘만만치 않네.’
평범한 이라면 날아가는 순간, 이 리 반격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 다. 확실히 야마시로구미의 총장이 라는 자리를 딱지 쳐서 딴 건 아닌 듯했다.
예전의 방진훈이라면 두 번째 공 격을 맞이할 틈도 없이 일격으로 죽 거나 부상을 입었겠지.
하지만 방금 교환으로 확신했다.
‘나는 강하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무공을 창안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되레 아이들보다 방진훈에게 도움이 되었 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알아야 할 것, 또한 나아가야 할 방 향을 모두 재정립하는 과정이 방진 훈의 무위를 비약적으로 높여주었 다.
게다가…….
‘확실히 회주님은 다르군.’
무학을 창안하는 와중에 강진호가 해 댄 잔소리가 그의 맥을 짚고 있 다.
그때는 어울리지 않는 딴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가 방 진훈에게 깊이 남아 지금의 방진훈 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놈!”
가즈히로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 로 방진훈을 노려보았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저들의 무학은 일격의 무학.
단 한 번에 적의 목을 베지 못하 면 자신이 당하는 검술이다.
방진훈에게 팔꿈치와 옆구리를 허 용했다는 사실은 가즈히로에게는 씻 을 수 없는 치욕일 것이다. 방진훈 의 손에 검이 들려 있었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지.’
방진훈의 손에 검이 들려 있었다
면 결과는 또 달랐을 것이다. 사람 은 결국 잘하는 게 따로 있는 법. 방진훈은 권사(奉士). 맨손일 때 최 선의 능력을 보여주는 자니까.
“감히! 감히! 이 개 같은 놈이!” 방진훈의 눈이 무겁게 내려앉았 다.
흥분하는 상대를 보고 있으려니, 강진호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전장에 선 이가 화를 내고, 증오 심을 품고, 분노를 토해내는 건 당 연한 거다. 감정을 죽이는 건 불가 능하다. 사람이니까. 하지만 감정에
휘둘리는 건 다르지. 상대를 죽이고 싶다면 냉정해야 한다. 그게 진짜 분노인 법이지.”
‘맞는 말씀.’
“상대가 분노했다면 기다려라. 분 노한 이는 반드시 직선적이 된다. 상대가 어떻게 공격할지를 알고 기 다릴 수 있다면, 숭부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건 지금부터 확인해 보죠.’
방진훈이 양손을 살짝 좌우로 벌
렸다.
상대는 지금 그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단번에 그를 죽여 실추된 명예를 되돌리고 싶을 것이 다.
그렇다면 노릴 것은?
중심선 (中心線).
머리로부터 사타구니까지 이어지 는 선.
일격으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급소.
노릴 곳이 본명해지자 방진훈은 되레 팔을 벌려 중심을 열었다.
평소라면 먹히지 않을 만큼 빤한
유혹.
하지만 이 급박한 전장의 상황과 분노에 이성을 살짝 놓아버린 가즈 히로라면?
“죽인다아아아아!”
가즈히로가 도를 전방으로 겨누고 광속으로 방진훈에게 달려들었다.
‘그렇지!’
방진훈이 쾌재를 부르며 가즈히로 를 맞아들였다.
중앙을 찔러오는 저 도는 확실히 날카롭다. 하지만 알고 있다면 대처 할 수 있다. 몸을 옆으로 비껴…….
그 순간이었다.
날아들던 도가 빙글 회전하더니,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꿔 방진훈의 허리를 갈라왔다.
방진훈의 눈이 커졌다.
‘어?’
허리를 일도양단해 오는 도에 보 기만 해도 섬뜩한 도기가 맺힌다. 새파랗게 정련〈精鍊)된 도기가 저 일도에 얼마나 거대한 힘이 실렸는 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순간, 방진훈와 가즈히로의 시선 이 마주쳤다.
흥분이라고는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싸늘한 눈을 마주하는 순간,
방진훈은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 는 걸 느꼈다.
‘이 새끼, 속였……1’
그 순간, 가즈히로의 도가 방진훈 의 옆구리를 섬뜩하게 파고들었다.
촤아아아아아악!
방진훈의 피가 분수처럼 하늘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