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83)
마존현세강림기-1184화(1182/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15화)
3장 치고받다 (5)
“허억, 허억…… 허억!”
고쿠보 시게루가 팔이 잘려 나가 피를 뿜어내고 있는 어깨를 움켜잡 은 채 거친 숨을 토해냈다.
없다.
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은 지옥이다.’
천오백이 이곳에 왔다.
관동 최대의 세력을 자랑하는 야 마시로구미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들 이다. 그리고 관동의 다른 구미들에 서도 끌어모은 정예들을 합친 수였 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웬만한 나라 정도는 우습게 정복할 수 있다고 여 겼다. 일본은 워낙 많은 조직들로 나뉘어 서로 반목하기에 그 힘을 발 휘하지 못할 뿐, 그 힘을 하나로 모 을 수 있다면 저 중국과도 충분히 대적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그 믿음은 산산조각
이 났다. 그것도 중국도 아닌, 한국 에게.
그들이 무시하고 언제든 정복할 수 있다고 여긴 한국에게 힘도 써보 지 못한 채 전멸하고 만 것이다.
“허억!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잘려 나간 팔에서 끔찍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 상황에서 느껴지는 정신적 고 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눈을 뽑아버리고 싶다.
‘끝이다.’
야마시로구미는 끝났다.
이 전쟁이 설사 일본의 승리로 끝난다 하더라도 야마시로구미는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구미의 힘이 모두 사라졌는데 무슨 수로 살아남는단 말인가.
남은 이들은 신니치카이의 먹잇감 이 되고 말 것이다. 모두가 그토록 바라던 일본 일통이 이루어지겠지. 야마시로구미에게는 최악의 형태로 말이다.
“크흐흐흐흐.”
울음 같은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가 고개를 들어 그의 앞에 선 이들을 바라보았다.
“아, 좀 살살 하십쇼.”
“좀 참게. 엄살이 뭐 그렇게 심한 가‘?”
“엄살? 엄살? 거, 지금 내 옆구리 를 보고도 엄살이라는 말이 나옵니 까? 애도 하나 들어가겠구만! 아아 아아아악!”
위긴스가 말없이 방진훈의 옆구리 를 꾹 눌렀다. 방진훈이 괴성을 지 르며 몸을 뒤틀었다.
“애들 보기 창피하지도 않나. 좀 조용히 좀 하게.”
“가오가 밥 먹여줍니까? 아파 죽 겠구만.”
방진훈이 오만상을 쓰며 옆구리를 움켜잡았다.
시게루가 이를 악물었다.
저 경박한 놈에게 가즈히로 총장 이 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만 살아남았더라도 상황은 달라졌 을 것이다.
그의 시선이 방진훈과 위긴스에게 서 떠나 장민과 바토르에게로 향했 다.
‘ 괴물들.’
몸서리가 처진다.
앞의 두 사람은 그래도 인간으로 느껴진다만, 이 둘은 도무지 인간
같지가 않았다. 더 이상 혈기와 마 기를 내뿜지 않는 둘이지만, 공포심 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찰칵.
가운데 선 이가 담배를 물고 불 을 붙였다.
그러고는 담배를 입에서 떼고 시 게루를 바라보았다.
“한 대 하겠나?”
유창한 일본어에 시게루가 고개를 들고 말을 한 자를 바라보았다.
“크흐.”
힘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다.
무인의 기색이 미묘하게 드러나기 는 하지만, 강함과는 거리가 먼 자 였다.
‘이게 바로 한국의 힘이겠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야마시로구미가 총회에 일방적으 로 학살당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 학살의 이유가 괴물들이 날뛰고, 서 양인들이 돌격하고, 어디서 튀어 나 온지도 모를 마인들이 몰아친 결과 라는 것도.
하지만 이자를 보고 있으니 모든 것이 납득이 간다.
이들은 다르다.
이곳이 일본이었다면 저자는 감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저 리 나약한 자가 발언하는 걸 허락할 만큼 일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아무리 대단한 재능을 가진 이 들이라도 이만한 강자들과 함께라면 그저 구석에서 상황을 살피는 역할 이상은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뒤쪽에 있는 강자 들보다 앞서 나와 그에게 말을 걸고 있다. 태연하게 담배를 피워 물며 말이다.
이런 유연성이 일본에는 없다.
“죽여라.”
비장한 시게루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굳이 내가 죽이지 않아도 죽을 것 같은데?”
“이••••••
이현수가 피식 웃으며 다가가 시 게루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었다.
“안 피우면 뱉고.”
시게루가 말없이 담배를 빨았다. 그의 입과 코에서 새하얀 연기가 천 천히 뿜어져 나왔다.
담배를 문 채 눈을 감고 있던 시
게루가 입을 열었다.
“개 같은 놈들.”
“쳐들어온 놈들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진 않은데.”
“이 많은 이들을 죽여놓고 너희가 곱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건 네가 걱정할 게 아니지.” 시게루가 피에 젖은 이를 드러냈 다.
증오스럽다.
그의 동료를 참살한 이들이다. 증 오스럽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인 법.
아무리 중오스러운 자가 있더라도
더 증오스러운 존재가 있다면 우선 순위는 밀리기 마련이다. 코쿠보 시 게루를 정말 증오로 몸서리치게 하 는 존재는 이들이 아니라 바로 신니 치 카이 였다.
조선 정벌을 함께하자고 손을 내 밀어놓고는 그들의 정보를 이쪽에 흘려 함정에 빠지게 만들었다.
적보다 더 증오스러운 존재가 배 신자다.
이들은 그저 쳐들어오는 야마시로 구미를 막아섰을 뿐이다. 시게루가 같은 상황이라도 당연히 저항하고 싸우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신니치카이는 아니다.
아무리 그들이 서로 반목했다고 한들,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아 군을 적의 함정에 밀어 넣는 행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인두겁을 뒤집어쓴 이들이라면 절 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절대!
그렇다면 그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멀어지는 의식과 점점 차가워지는 육체가 고쿠보 시게루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그렇지. 내가 걱정할 게 아니겠
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입에 문 담배를 쥔 시게루가 깊게 담배를 빨 았다. 폐 안으로 담배 연기가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다.
그는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 후우••••••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며 시게루가 쓰게 웃었다.
“좋다. 너희가 원하는 걸 말해주 지. 저승 가는 길이지만, 담뱃값은 해야겠지.”
이현수가 눈을 빛냈다.
“그, 먼저 들어온 새끼들 말인
데…… 쿨럭!”
시게루가 피를 뱉어냈다. 진득한 피가 홀러내리는 것을 보아 얼마 남 지 않은 것 같다.
“……아마 그 새끼들 지금쯤 너희 회주 목 따러 가는 중일 거다.”
이현수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 다.
‘뭐?’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 다.
시게루에게서 정보를 얻으려 한 건 사실이지만, 이현수가 원하던 정 보는 추가 상륙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튀 어나온 것이다.
“무슨 소리야? 자세하게 말해봐!”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도 이현수의 반응에 얼굴을 굳혔다.
“후우우우……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주워 깊이 빨아들인 시게루가 피에 젖은 얼굴 로 비릿하게 웃었다.
“계획 중……에 있었지. 선발대가 적군과 조우하지 않을 경우에는 총 회……로 밀고 들어가는 것. 그냥 계획 중 하나라고…… 쿨럭, 생각했 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이 새끼들
이 미리 계획한 것 같군. 크흐, 우 릴 제물로 삼아 시선을 끌고 총회로 갈 생각이겠지.”
이현수의 눈이 떨렸다.
‘아니, 불가능해.’
여기서부터 총회까지의 거리를 생 각한다면 단시간 내에 총회에 접근 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곳의 전투가 길어졌다면 또 모를까.
‘ 연락은?’
없다.
군산을 중심으로 지금 경찰 병력 들이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은밀하 게 군도 동원되어 사람이 다니지 않
는 길도 감시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가 중국이라면 모를까, 대한 민국 지천에 깔려 있는 CCTV들을 모두 피하며 총회까지 들키지 않고 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못 믿겠다는 표정이군.”
“이래서…… 헛 똑똑이 놈들
시게루가 비릿하게 웃었다.
전투에서는 패했지만, 마지막이나 마 이현수를 비웃어줄 수 있다는 게 즐거운 모양이었다.
“우리 쪽에서 배신자가 나……오
는데, 너희라고 배신자가 없……을 리 없지.”
“총회에는 배신자가 없다.”
“한국에는 있겠지.”
“그……
이현수가 입을 닫았다.
한국?
총회가 아니라 한국?
‘있겠지.’
이현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이 전쟁은 총회와 일본의 구미들의 전쟁이 아니다. 암묵적으 로 일본의 정부와 한국의 정부도 각
각의 무인계를 지원하고 있는 중이 다.
그렇다면 나라와 나라의 전쟁이라 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부나 다른 곳에서 일본에 협력 하는 이들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
아니. 오히려 반드시 나온다는 게 상식적이다.
나라가 곧 인간의 생존을 보장해 주던 과거에도 배신자와 매국노는 존재했다. 더욱이 국가의 경계가 허 물어지고 애국심이 무뢰한의 도피처
로 여겨지는 현대라면, 자신의 이득 을 좇아 나라를 팔아먹는 이들이 나 오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국내에 들어온 이들을 지원하려 해도 무인이 아닌 이상 그들을 지원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돈도 필요 없고, 식량도 필요 없 다. 평범한 군대라면 두 가지가 도 움이 되겠지만, 무인들에게는 큰 의 미가 없는 지원이다.
그렇다면 은신처?
아니, 아니다.
은신처는 조우하는 시간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총회로 밀고 들어 가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이현수가 고함을 쳤다.
“당장 경찰 쪽에 연락해서 대규모 차량이 검문 통과한 것 있는지 확인 해 봐! 지금 당장! 버스나 트럭! 수 십 대 이상이 같이 움직였을 거다!”
“이 실장?”
위긴스가 놀라 되묻자, 이현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발대가 총회, 총회로 간 것 같 답니다.”
“총회? 총회는 지금 아무도……
위긴스가 입을 다물었다.
총회에는 아무도 없다.
단 한 명이 있을 뿐이다.
“주인••••••
바토르의 입에서 신음이 홀러나왔 다.
총회를 지키고 있는 이는 단 한 명뿐이다.
강진호. 그가 홀로 총회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를 일천의 신니치카이의 정예들이 노린다면?
“안 돼!”
바토르가 고함을 질렀다.
강진호는 신이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일인군단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총회가 그 뒤를 지원하고 특정한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생짜로 천 명을 상대한다?
그것도 일본 최강의 구미인 신니 치카이의 정예를?
‘죽는다.’
그건 누구도 할 수 없다.
설사 홍왕이라고 할지라도 살아남 을 수 없을 것이다.
승리에 도취되어 있던 무인들의 얼굴에 다급함이 떠올랐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는 것을 이해 한 것이다.
그 광경을 보며 시게루가 피식 웃었다.
‘나쁘지는 않군.’
마지막으로 한 방 먹인 느낌이었 다.
“어이, 너.”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는 이 현수를 보며 시게루가 생의 마지막 기력을 짜냈다.
“내가…… 야마시로구미가 너희를 한 번 도왔다는 걸 잊지 말라고 ……. 은혜는 갚아야 하는 법이지.”
스르륵.
고쿠보 시게루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숨이 끊긴 그를 보며 이 현수가 얼굴을 굳혔다.
“당장 총회로 이동한다! 당장! 움 직여! 이 새끼들아!”
이현수가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 며 발악했다.
그리고 그를 말려야 할 이사들도 덩달아 고함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 했다.
‘회주님, 제발!’
다시 전열을 갖추는 이들을 보며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가슴 앞에
손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