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85)
마존현세강림기-1186화(1184/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17화)
4장 받아치다 ⑵
타탓!
바닥을 박차는 소리가 경쾌하다. 요시노부가 언덕을 올라 마침내 총 회의 땅을 밟았다.
그를 따라 신니치카이의 정예들도 남김없이 언덕을 마저 올랐다. 도열 한 이들이 순간적으로 주변을 살폈
다.
‘왜 이리 조용하지?’
요시노부가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경계가 허술하다고 할지라 도 그들이 오는 걸 모를 수가 없다. 국도부터 여기까지 최소한 1km는 될 것이다. 그 와중에 수십 대의 CCTV가 있었는데, 그걸 감시하는 이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게 말 이나 되는가.
“달아난 거 아냐?”
“……아닙니다.”
“정보가 새어 나갔을 수도 있잖 아!”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새어서 우리가 이곳 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걸 설사 강진 호가 알았다고 해도 그는 달아나지 않을 겁니다.”
요시노부가 눈을 찌푸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상부에서는 강진호의 성격상 도 주는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 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오는 걸 알고 있어도 달 아나지 않는다고?”
“예!”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텐가?”
“그건 저도……
요시노부가 이를 악물었다.
‘무슨 병신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절대로 달아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개소린가.
역사 속에서 명장이라 회자되는 일본의 장수들도 전세가 불리하다 싶으면 달아나기를 주저하지 않았 다. 임전무퇴라는 건 그런 마음가짐 으로 싸우라는 거지, 실제로 전투에 서 후퇴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 총회의 수장이라는 놈이
이만한 병력이 몰려오는데 달아나지 않고 맞서 싸우기만 한다고?
“개소리하지 말고, 지금 당장 찾 아! 그놈이 달아나 버리면 모든 계 획이 무너진다! 지금 당장!”
안일한 대처에 화가 난 요시노부 가 직접 지시를 내리려는 찰나였다.
그의 손이 멈췄다.
동시에 그의 몸도 멈췄다.
요시노부는 모든 동작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스스로도 지금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 다. 하지만 그의 고개는 의지를 무
시하고 한 곳으로 향했다.
시선이 멈춘 곳.
불이 꺼진 총회의 중앙 건물, 그 1층의 유리문에 요시노부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요시노부의 행동이 워낙 인상적이 다 보니 다른 이들도 요시노부의 시 선을 따라 총회의 문을 바라보았다.
‘뭐지?’
모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붉은것이 반짝인다.
산속은 어둡기 짝이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빛이 없는 곳은 한 치 앞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어
둡기 마련이다. 그런 어둠 속인 탓 에 불빛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붉은 점 같은 불빛이 잠시 명멸 했다가 사라진다.
요시노부가 눈을 더 가늘게 떴다.
저건…….
그때, 다시 불빛이 반짝였다.
요시노부는 자신이 보고 있는 불 빛이 뭔지 알아챘다.
‘담배?’
어둠 속에서 붉은 점이 피어났다 꺼진다. 그 형태와 속도가 담뱃불을 연상시켰다.
요시노부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
지, 발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익.
본래는 그리 크지 않은 소음이었 을 텐데,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 막한 산속이라 그런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마치 귀곡성처럼 울려 퍼졌 다.
저벅저벅.
낮은 발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건물에서 걸어 나왔다. 입에 문 담배가 붉은빛과 함께 새하 얀 연기를 뿜어냈다.
“요시노부 님!”
“••••••안다.”
들을 필요도 없다.
이미 알고 있다.
요시노부의 몸이 미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저자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던가.’
운 좋게 한국에 태어난 덕분에 순식간에 한국이라는 빈 땅을 먹어 치운 행운아.
하지만 그 능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 이제는 한국을 규합하고 일 본을 위협하는 능력자.
그리고…….
‘제거만 할 수 있다면 한국의 무
인계를 순식간에 와해시켜 버릴 수 있는 한국의 약점.’
이게 강진호에 대한 신니치카이의 평가였다.
어쩌면 그 평가는 정확할지도 모 른다. 딱히 틀린 점을 찾아낼 수 없 으니까.
하지만 요시노부는 이 평가가 완 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 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진다면 아 무리 디테일한 평가가 완벽하게 들 어간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강진호를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가진 세력도, 그 의 능력도 아니다.
강진호를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요시노부는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 었다.
저벅저벅.
가만히 연무장으로 걸어온 강진호 가 손을 들어 담배를 잡았다.
“후우우우우.”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은 강진 호가 고개를 들어 요시노부를 바라 보았다.
움찔.
그 눈을 마주한 순간, 요시노부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날 뻔했다. 절로 움직이는 다리를 필사 적으로 잡아낼 수 있던 건, 그가 용 감해서가 아니라 등 뒤에 그를 지켜 보는 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꽤나……
사내.
강진호가 연무장을 채운 이들을 가만히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먼 길을 왔군.”
요시노부가 마른침을 삼켰다.
입술과 목이 순식간에 말라 버려 침을 삼키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목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통증에
요시노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이렇게나 긴장하고 있다는 건가?’
긴장할 수는 있다.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등 뒤에 천 명의 정예를 두고 단 한 사람과 마주하면서 긴장 한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천 명이다.
웬만한 구미는 흔적도 남지 않고 쓸어버릴 수 있는 세력이었다. 이 힘이라면 저 관동의 야마시로구미조 차 주춧돌조차 남기지 않고 박살을 낼 수 있다.
그들이 야마시로구미를 내버려 둔 건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지, 결코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그들을 무 너뜨리면서 얻는 이득보다 그 과정 에서 감수해야 할 피해와 뒷감당이 쉽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만한 힘이다.
일국을 충분히 상대하고 남을 만 한 힘이 그를 받쳐 주고 있다. 그런 데도 지금 요시노부는 입을 여는 것 조차 힘겨웠다.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 니다.
그의 머리가 해석을 내놓기도 전
에 그의 몸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요시노부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 다.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상황을 해석하 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건 원인을 찾는 게 아니라 대처다.
지금 그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 인다면, 사기는 순식간에 깎여 나갈 것이다.
“네가……
열리지 않는 입에 억지로 힘을 주어 말을 이어냈다. 다행히 평소
그의 목소리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강진호인가?”
요시노부의 질문을 들은 강진호가 가만히 담배를 물고 깊게 연기를 빨 아들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담배 연 기를 뿜어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들은 질문 중 에 제일 멍청한 질문이군.”
“••••••뭐?”
“너희는 나를 죽이러 온 게 아닌 가?”
“그런데 내가 스스로 내가 누군지 를 확인해 줘야 한다는 거군. 재미
있어.”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자신의 실책을 알아챈 요시노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달아올랐다.
“이•…”
“내가 강진호다.”
요시노부가 입을 다물었다.
미묘하게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 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강진 호가 그들을 잡아 휘두르고 있었다.
“ 인정하지.”
요시노부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으니 덜컥거 리는 것이다. 상대가 대단하다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 비교가 되지 않는 다는 걸 인정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그는 무인으로 강진호와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 그는 철저한 수 령의 수족이자 일군을 이끄는 장수 가 되어야 한다.
천 명이나 몰려온 주제에 자존심 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도 웃기지 않 는가.
요시노부는 멍청이가 아니다. 능 력이 없었다면 신니치카이의 총장이 라는 드높은 지위까지 오를 수 있을 리가 없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압도
하고 물리친 끝에 얻은 영광이 아니 던가.
“너는 대단하다.”
강진호가 말없이 요시노부를 바라 보았다.
“나라면 천 명 앞에서 그리 태연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정한다. 너 는 내가 처음 보는 무인이다.”
매복은 없다.
지원도 없다.
요시노부의 감각이 확실하게 말하 고 있었다. 건물이 완전히 빈 건 아 니지만, 건물 안에 있는 이들 중 위 협이 될 만한 이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강진호는 정말 단신으로 그 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를 떠나서 이 자리에 당당히 서 있다는 것만으로 도 강진호는 인정을 받을 만한 사람 이었다.
“너는 강하다. 확실히 한국의 무 인계를 지배할 만하다.”
요시노부가 깊게 심호홉을 하고 배에 힘을 주었다.
“그렇기에 더 가치가 있는 법이 지. 오늘 우리는 너를 죽이고 신니 치카이의 기를 이곳에 세울 것이다. 강진호를 죽였다는 사실은 우리 신
니치카이의 영원불멸한 업적으로 남 겠지. 기뻐해도 좋다. 우리는 너를 인정한다. 그러니 더욱 최선을 다해 너를 죽일 것이다. 무인으로서.”
요시노부가 검을 뽑아 강진호를 겨누었다.
그의 얼굴에, 그리고 그의 자세에 경건함과 각오가 새겨졌다. 그와 동 시에 도열하고 있던 이들도 각오를 담아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어쩌면 이건 최상의 경의일지도 모른다.
천 명이나 되는 정예들이 단 한 사람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 그 한 사람의 가치가 정예 천 명에 못지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닌가.
무인에게 있어서 이 이상의 경의 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의를 받는 강진호의 반응은 냉정했다.
“잘도 지껄이는군.”
강진호가 깊게 한 모금을 빨아들 이고는 바닥으로 담배를 던졌다. 그 러고는 담배를 짓밟아 비볐다.
“무인으로서?”
강진호의 입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간다.
“너희가?”
강진호의 비웃음에 요시노부가 눈 을 찌푸렸다.
“침략을 한 주제에 무인을 칭하지 말라고 할 셈인가? 무르군.”
“거기에 멍청하기까지 하군.”
“……놈!”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요시노부를 바라보았다.
요시노부가 자신도 모르게 애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분위기가 일변했다.
조금 전까지 강진호에게서 느껴지
던 깊고 넓은 느낌은 사라졌다. 그 대신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심장 이 폭발할 것 같은 거친 느낌이 요 시노부를 짓눌렀다.
“잘도 내가 있는 곳을 알아냈군.”
“잘도 말이야.”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다고 생각하 지?”
요시노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우리의 정보력은……
“그 정보가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
하느냔 말이다. 이상하지 않나? 너 희는 내가 여기에 있다는 정보를 얻 어냈지. 그리고 너희가 여기에 도착 하기까지 나는 잘도 이곳에서 기다 렸군.”
요시노부가 슬쩍 시선을 돌려 그 의 옆에 있는 참모를 바라보았다. 참모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 다.
“그 정보는 누가 줬다고 생각하 지?”
“우습지.”
강진호가 한 손을 옆으로 뻗었다.
공간이 일렁이더니, 그 안에서 긴 장검 두 자루가 뽑혀 나왔다.
처음 보는 괴사에 요시노부가 눈 을 크게 떴다.
강진호가 검집에서 검을 뽑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불속에 뛰어드는 부나방들은 자 기가 불속으로 뛰어든다는 걸 모르 지. 그래……. 바로 너희처럼 말이 야.”
세상이 좀 더 짙은 어둠에 잠기 기 시작했다.
빠져나갈 수 없는 어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