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86)
마존현세강림기-1187화(1185/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18화)
4장 받아치다 (3)
삐걱, 삐거어억.
의자에서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이 들렸다.
‘교체해야겠군.’
차이커창은 가만히 눈가를 짓눌렀 다.
요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인
지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눈은 항 상 침침하고, 피부는 거칠다. 그의 겉모습만 본다면 누구도 그를 무인 이라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잠깐의 운기행공만으로 육체의 피 로 대부분을 날려 버릴 수 있지만, 지금 차이커창은 그런 정도로는 피 로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 다.
‘정신적인 문제겠지.’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 그의 모든 신경은 사방으로 쏠려 있다. 창왕계 가 끊임없이 시비를 걸고 있는 중이
고, 최근에는 그동안 잠잠하던 흑왕 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정보마저 포착됐다.
‘흑왕이라니……
그 엉덩이 무거운 작자가 하필이 면 이런 시기에 움직이고 있다.
차이커창은 이게 좋은 소식이 아 니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좋게 생각하자면 그동안 그만큼 자중하던 흑왕이니 이제는 슬슬 움 직일 때가 된 것뿐이다. 시기가 교 묘하게 맞물려 들었을 뿐, 딱히 전 격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좋게 생
각했을 때나 나올 수 있는 답일 뿐 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창왕이 그 들을 찔러 대고, 흑왕이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가 빤히 보였다.
‘발이 덫에 물린 게 빤히 보인다, 이 말이겠지.’
홍왕계가 창왕계와 흑왕계를 감시 하는 것처럼, 저들 역시 홍와계를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홍왕계 내부 에는 당연히 저들의 첩자가 들어와 있을 것이고, 그들이 강진호에게 발 목이 잡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저리 날뛰는 거겠지.
차이커창이 미간을 꾹꾹 눌렀다.
강진호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참 을 수 없는 두통이 찾아온다. 무인 이 편두통을 앓는다면 지나가던 개 가 웃을 일이지만, 사실이 그런 걸 뭐 어쩌겠는가.
차이커창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찰칵.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차이커창 이 씁쓸한 얼굴로 담배를 바라보았 다.
‘너무 늘었어.’
일전에는 하루에 세 개비 정도
피우던 담배였건만, 최근에는 하루 에 두 갑이 넘게 피워 댄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언제나 입에 담 배를 물고 있는 것 같다.
이딴 풀 쪼가리가 위안이 될 리 가 없건만, 이상하게도 스트레스가 극심해질수록 담배를 입에서 뗄 수 가 없다.
가만히 담배를 바라보던 차이커창 이 피식 웃었다.
끊으려 노력할 필요도 없는 일이 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되기만 한다면 한동안 담배를 찾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차이커창이 슬쩍 고개를 돌려 모 니터를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의 지 도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여 러 색의 선이 지도 위에 그려져 있 었다.
“병신 같은 놈들.”
일본의 무인계는 그의 생각 이상 으로 무능했다.
가진바 무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홍왕계와 비교한다면 모두가 약자가 아닌가.
중요한 것은 무력이 아니라, 그 무력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이들은 태어나는 그 순간 부터 무력을 키우고 강해지는 데 모 든 것을 걸면서도 자신이 쌓은 무력 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를 고민하 지 않는다.
그저 더 강한 자가 이긴다는 빤 한 사실을 활용할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머리를 빌려준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만…….
‘머리를 굴리느라 소비한 칼로리 만큼이라도 의미가 있어야 할 텐데 말이야.’
가진바 전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차이커창이 직접 저들을 조련하여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강진호를 잡는 것 도 꿈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들에게 그만 한 지휘와 조직력을 바라는 것은 무 리였다.
그러므로 이건 운의 영역에 들어 간다.
강진호는 물러나는 법을 모른다. 심지어 저 홍왕과 싸울 때도 단 한 번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저돌성이 강진호를 강하게 만든다. 분명 강진호의 강점이다. 하지만 반
대로…….
‘강진호의 약점이기도 하지.’
이건 아이러니였다.
평범한 자는 상대의 세가 강하다 면 달아난다.
현명한 자라면 뒤로 물러나 다음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강자는?
강자는 물러서지 않는다.
차이커창은 강자라는 말은 ‘살아 남은 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강진호나 홍왕 같은 재능을 타고 난 자?
아마 전 세계를 뒤져 보면 이 시
대에도 백은 넘을 것이다.
백이 과하다고?
천만에.
이것도 최소치로 잡은 것이다. 홍 왕이 태어난 시점부터 지금까지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분명 그만한 수 준에 오를 가능성이 있던 자는 백 명도 넘는다.
하지만 홍왕이나 강진호의 수준에 오른 자는 세상을 다 뒤져 봐도 열 손가락에 꼽힌다.
그 이유가 뭘까?
“다 죽었으니까.”
차이커창이 피식 웃었다.
이건 홍왕이나 강진호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되레 그들을 칭송하고 극찬하는 것에 가깝다.
재능은 그저 재능이고, 가능성은 그저 가능성일 뿐이다.
강진호와 홍왕의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만한 재능을 가지고도 평생을 싸우고 또 싸워, 이기고 또 이겨야 한다. 단 한 번의 패배만으 로도 목숨이 달아나는 치열한 전투 를 수백 번 반복하고도 살아남아야 마침내 그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아이러니다.
현명한 이는 싸움을 피한다. 하지 만 싸움을 피하는 이는 결코 강해질 수 없다. 무인은 목숨을 건 전투에 서 성장한다. 하지만 전투를 겪으면 겪을수록 죽을 확률은 늘어난다.
극한의 강함을 손에 넣기 위해서 는 빤히 죽음이 보이는 전투마저 피 하지 않는 성향과, 그 지옥에서도 살아 돌아올 수 있는 악운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 악운이 그를 향해 웃어주지 않는다면?
“그때야말로 마지막이지.”
이건 전략도 뭣도 아니다. 그저
강진호를 상대할 수 있을 만한 병력 을 무지막지한 희생을 감수하고 강 진호에게 밀어 넣었을 뿐이다.
전략적으로 생각했을 때, 강진호 는 그저 피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 리고 다른 총회의 무인들과 합류해 서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온 이방인 들을 늑대가 사슴을 사냥하듯 느긋 하게 물어뜯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강자고, 그렇지 않기에 강진호지.”
홍왕이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 역시 달아나지 않고, 그 두 주
먹으로 하늘을 부수려 들었겠지.
홍왕을 오랫동안 모셔온 차이커창 이기에 짤 수 있던 전략이다. 저 일 본 놈들이야 이해하지 못했지만.
‘할수있는건다 했다.’
진인사대천명.
할 수 있는 걸 다 했으면, 이제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 저들의 칼날이 강진호에게 닿을 수 있다면, 홍왕계 는 진창에 빠진 발을 빼고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강진호 와 총회의 존재가 홍왕계와 홍왕을 성장시킨 것 역시 사실이니까.
그때, 차이커창의 전화가 울렸다. 슬쩍 시선을 돌려 바라보던 차이 커창이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신가?”
[연락이 왔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 하는군.]“이런, 이런. 친절도 하시지. 굳이 이렇게 연락해 주실 필요까지는 없 었는데 말이야.”
차이커창이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건방진 놈’.]“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군. 하지 만 이해 바라지. 모시고 있는 분이
모시고 있는 분인지라 웬만한 자에 게는 존경심이나 공경심이 들지 않 는단 말이지. 특히나 그쪽처럼 적당 적당한 이에게는 말이야.”
[…….]낮은 침음이 들려온다.
차이커창이 나직하게 웃었다. 도 발하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건 꽤나 저쪽을 배려한 말이었다. 그의 본심대로 홍왕뿐 아니라 강진 호까지 예로 들었다면 대화는 더 이 어지지 못했을 테니까.
[잘난 척은 일이 확정되고 나서 해주면 좋겠군. 도착했다고 해서 강진호가 거기에 있는 건 아니니까. 난 아직도 네놈의 계획을 신뢰할 수 없어.]
“그게 그쪽의 한계지.”
차이커창이 새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딱히 설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수령이라는 작자는 삼 일 밤낮 동안 설명한다고 해도 그의 말이 무 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 이다.
‘하지만 딱히 이자가 잘못된 것도 아니지.’
저리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고 정
상적이다. 저들의 입장에서 보면, 차 이커창이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그래도 나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일단 차이커창의 전략을 밀어붙여 본다는 점이다. 저런 용인술이 있기에 저 자리까지 올라간 것이겠지.
그릇이 작다.
하지만 그릇이 작은 이들에게는 그런 이들만의 싸움법이 있는 법이 다.
“신뢰할 필요는 없어. 이해할 수 도 없는 걸 신뢰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저 결과나 지켜보면 돼.
일이 잘 풀린다면 내게 고마워하게 될 거야. 아, 선물은 사양하지. 이쪽 도 보는 눈이 많아서 말이야.”
[예의는 충분히 차렸다. 다시 볼 때는 그 목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 야.]“너 정도로는 무리……
전화가 끊기는 소리에 차이커창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이런. 성격도 급하시지.” 차이커창이 피식 웃으면서 전화기 를 내려놨다.
“목을 조심하라니……
그렇게나 이야기했는데도 아직 모
르고 있다.
저들이 차이커창을 위협할 날은 오지 않는다.
설사 저들이 강진호를 죽인다 해 도 그 피해는 막심할 것이다. 그리 고 강진호를 잃은 총회의 분노가 쏟 아진다면, 한국을 먹는다고 해도 쌍 방이 서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뒤일 것이다.
그럼 차이커창은 무주공산이 되어 버린 일본과 한국을 느긋하게 삼켜 버리면 된다.
이런 간단한 이치조차 깨닫지 못 하는 게 인간이다.
‘하기야 나도 마찬가지지.’
차이커창이 그리 잘났다면, 강진 호가 중국에 들어왔을 때 놓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가장 완벽한 기회에 홍왕이라는 절대자를 대동하고도 강 진호를 놓친 그가 무슨 자격으로 수 령을 비난하겠는가.
그가 수령보다 나은 것은 강진호 에게 몇 번이고 얻어맞아서 나름 내 성이 생겼다는 점뿐이다. 입장이 바 뀌었다면 지금 비웃음당하는 건 차 이커창일지도 모른다.
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
다.
“들어와.”
문이 살짝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이가 부복했다.
“홍왕께서 찾으십니다.”
“홍왕께서?”
“예.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으..»
M..•
차이커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과 정도는 듣고 나서 보고드리 고 싶었는데……
아마도 차이커창이 벌인 일이 훙 왕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지금 가겠다.”
“ 예.”
간단히 책상 위를 정리한 차이커 창이 심호홉을 하며 방을 나섰다.
‘궁금하군.’
그의 전략으로 강진호를 잡아낸다 면, 홍왕께서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훌륭하게 적을 처단했다고 그를 칭찬하실까?
아니면 그분의 적수를 감히 비겁 한 방법으로 쓰러뜨렸다고 화를 내 실까?
과거의 홍왕이었다면 전자였을 것 이다. 대의를 걷되, 명분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게 홍왕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홍왕은?
‘어쩌면……
홍왕은 차이커창 이상으로 강진호 에게 집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홍 왕이 차이커창을 내버려 두는 것은 그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강진호에 게 해를 끼칠 수는 없다는 확신 때 문일 것이다.
절대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오만 함.
‘마음에 안 들어.’
홍왕이 강진호를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한다는 사실이 차이커창
을 불편하게 했다.
살짝 변해 버린 표정을 풀며 차 이커창이 빠른 걸음으로 홍왕의 대 전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