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88)
마존현세강림기-1189화(1187/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20화)
4장 받아치다 (5)
강진호의 말이 맞다.
‘뭘 겁내고 있는 거냐.’
그들은 어차피 죽는다.
저 괴물을 죽이지 못하면 단 한 사람도 살아 돌아갈 수 없다. 이곳 은 일본이 아니다. 달아난다고 해서 살아남을 도리가 없다. 달아난 곳조
차 적지니까.
‘생로는 하나뿐이다.’
강진호의 목을 베는 것.
저 악마의 목을 베는 것.
그런데 뭘 두려워한단 말인가.
어차피 죽음이라는 동일한 결과를 앞에 두고 있지 않은가.
강진호에게서 달아나 다른 이의 손에 죽으면 뭐가 달라지는가.
으드드드!
요시노부가 이를 갈아붙였다.
아직 다리에서 느껴지는 떨림은 여전하다. 하지만 사라진 자존심은 다시 그의 가슴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이 얼마나 한심한 모습인가.’
적을 보며 공포에 젖다니!
그의 윗대들은 전투기를 타고 항 공모함에 돌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 다. 그 압도적인 전력 차를 정신력 과 충성심으로 극복해 내지 않았던 가.
그런데 고작 한 사람을 상대하는 주제에 공포라고?
요시노부가 이를 갈며 애도를 움 켜잡았다.
“총장!”
다급한 목소리에 요시노부가 움찔
했다.
이성을 되찾은 그가 도를 들어 강진호를 가리켰다.
“적은 하나다!”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밤하늘 에 울려 퍼졌다.
“저자는 괴물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다! 인간이다! 사람인 이상 체 력에 한계가 있다! 몰아붙여라! 오 늘 우리는 반드시 저자의 목을 가지 고 돌아간다!”
알고 있다.
요시노부도 자신의 말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스스로도 저
자가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데, 그 의 수하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럼에도 이런 의미 없는 말을 외쳐야 하는 이유는,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 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
“죽여라아아아!”
의미 없는 외침에 들끓는 외침이 호응했다.
물에 빠진 이에게는 지푸라기라도 필요한 법.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 이 없다면, 인간은 더 이상 저항하 지 못한다. 비록 그것이 부스러진
지푸라기라고 할지라도 눈에 보인다 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하나 더.
“부장들은 선봉에 서서 저 악마를 처단하라! 전투가 끝났을 때, 멀쩡 하게 살아남은 부장들은 내 손으로 직접 목을 치겠다! 참장들 역시 마 찬가지다!”
몇몇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 똑 똑히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마음을 다잡 고 이를 악물었다.
“하!”
“명을 받듭니다!”
싸늘하게 식어가던 열기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강진호는 비릿하게 웃었다.
심장이 빨리 뛴다.
몸에는 열기가 들어찬다.
육체를 타고 도는 마기의 느낌이 더없이 즐겁다.
하지만 그의 머리를 차갑게 식어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이 정도로 힘을 끌 어내면 반쯤은 의식이 날아갔다. 마 기에 지배된 채 적과 아군을 겨우 구분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울컥울컥 치솟는 살의와 증 오가 그를 충동질할 뿐, 명료한 감 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강진호의 손속 이 부드러워질 리는 없었다.
전장에 선다는 것은 목숨을 건다 는 뜻이다. 마기에 휘둘려 잔인한 게 아니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고 살아남는다는 건 그 자체로 잔인한 일이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앗!”
“아아아아아아악!”
달려드는 이들이 목이 터져라 괴 성을 질러 댔다.
흔한 일이다.
그에게 달려드는 이들은 대부분 저런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왜일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유는 알고 있다. 치밀어 오르는 공포심과 떨림을 어떻게든 떨쳐 버 리겠다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강진 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이전 의 문제였다.
왜 두려운가.
죽음을 향해 달려드는 것은 그들 이 아닌가.
그리 두렵다면 달아나면 될 일이
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면 된다. 강진호에게 달아나는 이를 쫓 아가 등을 베는 취미 같은 건 없으 니까.
하지만 달아나지 않는다.
오히려 달려든다.
그만한 각오를 갖추었으면서도 죽 음을 두려워해 괴성을 질러 댄다는 게 아이러니였다.
그리고…….
파아아아아앙!
검이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공 간을 베어낸다.
육체를 베는 것과는 다르다.
검이 닿는 곳은 모조리 갈라진다. 설사 그게 허공이라고 해도 말이다. 육체는 그저 그 모든 것이 갈라지는 공간 안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허리가 반으로 갈린 이들이 뛰어 오른 힘 그대로 강진호의 머리를 타 고 넘어 떨어지며 피와 내장을 뿌려 댄다.
강진호는 피를 피하지 않았다. 피와 죽음을 즐기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무인의 죽음은 피를 동반한다. 상 대의 몸에서 피를 뿌리게 하는 게
전장에 선 무인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피를 피하는 자라면 감히 전장 에 설 자격도 없다.
“후우우……
낮은 숨이 새어나온다.
증오와 냉정이 공존하는, 이 기묘 한 감각 속에서 강진호는 눈앞의 이 들을 바라보았다.
상반신은 금방이라도 앞으로 달려 들 듯 쏠려 있지만, 다리는 뒤쪽으 로 빠져 있다.
‘두려운가?’
이상하지.
저들은 자신의 발로 이 땅을 밟
았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올 때, 저들은 한국의 무인들을 모조리 잡 아 죽이고 한국의 무인계를 자신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각오했을 것이 다.
그런데 왜 두려워하는가.
“세상에는……
타다다닥.
바닥에 닿은 마기가 주변을 불태 운다.
한 발, 한 발 불꽃의 족적을 남기 며 강진호가 태연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입에서 쇠 긁는 소리 가 새어 나왔다.
“한 가지 법칙이 있지.”
작은 목소리다.
아주 작은 목소리이지만, 이 고요 한 공간에 울려 퍼지기에는 충분했 다. 모두가 똑똑히 강진호의 목소리 를 인식할 수 있었다.
알아듣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지 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는 중요 하지 않다. 그저 그 분위기와 기세 만으로도 모두를 압도하기에는 충분 했으니까.
“대가 없이 얻는 건 없어.”
마기로 둘러싸인 강진호의 얼굴 부분이 일그러졌다. 마치 악마가 미
소 짓는 것 같았다. 저 괴이한 뒤틀 림을 미소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 다.
“목숨을 가져가고 싶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법이지.”
그런 각오도 없이 이 땅을 밟는 다?
그렇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겠 지.
강진호의 눈이 더욱 붉게 물들었 다. 흉성을 자제하지 않고 풀어버린 강진호가 마기를 더욱 강렬하게 불 태우며 앞으로 돌진했다.
이곳은 총회.
한국 무인계의 심장이다.
이곳까지 흙발로 밀고 들어온 이 들은 단 한 명도 살려 보낼 생각이 없다.
파아아아아앙!
벽처럼 서 있던 이들의 반으로 잘려 나간다.
“다, 달려들어라!”
“죽일 수 있다! 몸에 칼이 박히지 않는 인간은 없다!”
“으아아아아아아!”
발악.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
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그들을 이곳으로 보낸 이들에 대 한 믿음.
그 모든 것이 무너진 이들에게 남는 것은 악밖에 없었다.
달려들면 조각난 육편으로 화한다 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달려들 수 밖에 없다.
물러나다 죽으나, 달려들다 죽으 나 결과는 같지 않은가.
선두에 선 이가 피눈물을 홀리며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적루를 움켜잡은 강진호의 오른 주먹이 마기를 뒤덮은 채 달려드는 이에게 정권을 먹였다.
퍼어어어어엉!
가죽 북이 터져 나가는 듯 세찬 소리와 함께 달려들던 이가 핏물로 화하여 세상으로 뿌려졌다.
꿰뚫린 것도, 부서진 것도 아니 다.
말 그대로 터져 버렸다.
지켜보던 이들은 인간의 육체가 70% 정도는 수분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람의 육체가 순간적으로 핏물로 화해 버렸다. 폭탄이 바로 앞에서 터졌을 때, 사람의 시체를 찾을 수 없다는 게 괜한 빈말이 아니었던 것
이다.
선두를 한 줌의 핏물로 만들어 버린 강진호가 검게 타오르는 적루 와 청루를 내리그었다.
촤아아아악!
검으로 물을 베는 듯한 소리와 함께, 머리끝부터 사타구니까지가 반으로 갈린 이의 몸이 좌우로 천천 히 쓰러진다.
철벅.
강진호의 발이 핏물로 가득 찬 바닥을 밟으며 듣기만 해도 섬뜩한 소리를 흘려냈다.
검은 불꽃에 휩싸여 타오르는 형
상.
좌우로 길게 뻗어 불타는 두 자 루의 검과 인간의 심혼을 얼려 버리 는 핏빛 안광.
그리고…….
새삼스레 깨닫는 게 있다.
검은 마기의 불꽃으로 뒤덮인 강 진호의 얼굴에서는 표정을 느낄 수 없다.
검을 휘둘러 사람을 갈대처럼 베 어내는 이의 표정조차 보이지 않는 다는 건, 상대하는 이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없던 공포를 느끼게 만들 었다.
인간?
이자가 인간이라고?
인간이니 몸에 칼이 박힌다고?
개소리.
저건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면 저럴 수가 없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상 대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무학적 상식은 이곳에서 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개미가 아무리 많아도 개미는 개 미일 뿐이다. 개미 천 마리가 모였 다고 호랑이를 잡을 수는 없다.
그만큼이나 절망적인 격차였다.
촤아아아아아악!
강진호의 일검이 다시 휘둘러졌 다. 준비 동작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검이 좌에서 우로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듯한 가공할 속 도.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어……
자신의 허리가 잘려 나갔다는 것 도 모르던 이들이 멍하게 고개를 숙 인다. 갈라진 옷 사이로 육체에 붉 은 선이 생겨나는 모습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긁힌 듯 가느다란 붉은 선
이 생겨나더니, 점점 선명해진다. 그 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 이 들은 절망 속에서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기다렸다.
털썩, 털썩!
상반신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다. 빽빽하게 들어찬 무인들의 숲에 서 한 부분만이 벌목되어 버린 것 같다.
허리가 잘려 나간 이들의 뒤.
자신의 바로 앞으로 검은 마기가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본 이가 다리 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 다. 그의 사타구니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검에서 튕겨져 나온 마기의 파편 이 주저앉은 이에게로 내려앉았다.
“끄윽?”
마기가 닿은 배에서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낀 이가 격하게 고개를 아 래로 내렸다. 칠흑 같은 검은 마기 가 그의 배를 뚫고 들어가는 광경이 두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아•…” 아아•…”
불타지는 않았다.
불꽃처럼 보이지만, 저건 불꽃이 아니니까.
하지만 차라리 불타는 게 낫다.
마치 육체에 중수와 염산을 섞어 부은 것처럼 마기에 닿은 몸이 녹아 내린다. 배가 녹아내려 척추가 드러 나는 모습을 본 이가 경련을 일으키 다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히익!”
그 광경을 보고 기겁하여 물려나 려던 이의 얼굴을 강진호가 움켜잡 았다.
“아아아아아아악 j”
얼굴에서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불타는 듯, 녹아내리는 둣…… 정체를 알 수 없는 고통에
발악하듯 팔을 휘둘러 보지만, 강진 호의 손은 거대한 크레인처럼 나약 한 인간의 육체를 가볍게 들어 올렸 다.
“끄륵! 끄르르륵!”
피거품과 침이 뒤섞여 얼굴을 타 고 흘러내린다.
하지만 강진호는 자비로웠다.
우드드드득!
고통이 길지 않게 머리를 부숴주 었으니까.
죽은 이가 감사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툭.
바닥에 떨어진 이를 바라보던 강 진호가 바닥에 박아놓은 적루를 움 켜잡고 뽑아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한 사람에 게 시선을 고정했다.
움찔.
강진호와 시선이 마주친 요시노부 의 몸이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이게 전부인가?”
강진호가 천천히 요시노부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