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89)
마존현세강림기-1190화(1188/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21화)
5장 베어내다 (1)
푸욱!
어둠 속.
아직 여명이 밝지 않아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 그 안에서도 더욱 어 두운 강진호의 그림자에서 어울리지 않는 새파란 칼날이 솟아 나와 강진 호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까가가가각!
시퍼런 검기를 머금은 칼날이 강 진호의 마기와 충돌하며 날카로운 금속음을 만들어냈다.
전진하던 도가 그 힘을 잃자, 찔 러 들어온 속도보다 더 빠르게 회수 된다.
쿠우우웅!
마기를 머금은 강진호의 주먹이 자신의 그림자가 있던 곳을 후려쳤 다.
바닥이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파 편이 비산했지만, 그 안에 사람의 육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한곳을 바 라보았다.
없던 이가 나타났다.
전신을 딱 붇는 흑의로 두르고 복면을 쓴 이가 팔짱을 낀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느끼지 못했다?’
그림자라는 건 언제나 인간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그런 그림자에 사람이 숨어들었는데 그 기척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원리를 모르겠군.’
마교의 수많은 사술을 알고 있는
강진호이지만, 저들이 무슨 수로 자 신의 기척을 완전히 죽였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바닥에 숨어든 것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배교에 벽으로 스며드는 사 술이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눈으로 목격하는 건 처음이다.
“츠, 츠키카게[月影]?”
당황한 요시노부의 목소리가 강진 호의 귀를 파고들었다.
‘츠키카게라……
일전에 한 번 들은 적 있는 이름 이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이들을
본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일 전에 만난 이들과는 그 수준이 확연 히 달랐다.
설사 홍왕이라 할지라도 강진호의 이목을 완전히 속이고 그의 그림자 로 숨어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홍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이가 그걸 해낸 것이다.
강진호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암살 자를 바라보았다.
‘독특하군.’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실력 보다는 되레 특성의 문제였다.
강진호가 아무리 무학에 정통하다
고 한들, 그의 무학은 한국과 중국 에 편중되어 있다. 하지만 강진호도 현대에 와서 알았듯이, 무인들은 세 계 각지에서 자신들만의 무학을 발 전시키고 있다.
원탁의 마법과 검술은 강진호가 전혀 알지 못하던 것들이다. 공간을 다루고 마나를 운용해 물리법칙을 뒤흔든다는 건 중원의 무학에서는 상상도 못한 개념이 아니던가.
그러니 일본에서도 그들만의 독특 한 무학이 발달했다 해도 이상한 게 아니다.
“기이한 놈이군.”
아마 저쪽에서도 강진호와 같은 심정인 모양이었다.
“칼이 안 들어가는 놈은 처음 봤 군.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과 연 허명은 아니었군.”
강진호가 천천히 마기를 흡수했 다.
타오르던 검은 마기가 강진호의 몸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츠키카 게가 가라앉은 눈으로 강진호를 노 려보았다.
강진호가 츠키카게에게 시선을 고 정한 채 입을 열려드는 순간, 요시 노부가 소리쳤다.
“여, 여긴 어떻게 온 겁니까!”
츠키카게의 시선이 요시노부에게 로 살짝 돌아갔다.
“멍청한 소리를 해 대는군. 당연 히 수령의 명을 받고 왔지.”
“저,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
“수령께서 너 따위에게 모든 계획 을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는 말인 가?”
“……그건 아닙니다.”
츠키카게가 복면 속에서 입술을 핥았다.
‘ 과연.’
츠키카게 역시 과하다고 생각했
다.
그 건방진 중국 놈의 계획은 이 치에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천오백을 희생 양으로 밀어 넣고, 천 명의 정예를 적진 깊숙이 밀어 넣는 특공.
상식이 있고 머리가 있는 자라면,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을 만큼 멍청 하기 짝이 없는 작전이다.
하지만 수령은 그 작전을 거부하 지 않고, 막대한 전과를 올렸을 츠 키카게를 이곳에 추가로 보냈다.
평범한 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 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츠키카게는 수령이 얼마나 완벽한 선택을 했는 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놈의 말대로라면 강진호는 괄 목상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 같더군. 그런데 지금 이 작전은 과거의 강진호를 기준으로 만들어졌 단 말이야. 자가당착이지. 나는 완전 한 승리를 원한다. 모든 것을 버리 더라도 강진호의 목 하나만큼은 완 벽하게 따낸다. 알겠는가?”
‘물론입니다, 수령.’
츠키카게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들은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 하고 전멸했을 것이다.
츠키카게가 가라앉은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단 한 번도 마주해 본 적 없는 강자다.’
그보다 강한 이?
꽤나 봤다.
이제는 그리 남지 않았지만, 그 역시 어린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상대의 강함에 절망을 느낀 경험이 야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군.’
도달할 수 있는 곳과 도달할 수 없는 곳의 차이였다.
드높은 산은 노력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오를 수 있지만, 날개 없 이 하늘을 날 수는 없다. 츠키카제 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수십 년 동안 무학에 전념한다고 해도 강진 호가 오른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만큼 엄두가 나지 않는 강함이 었다.
“대단하군. 말이 나오지 않을 정 도야.”
그 순간,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 쉬었다. 그러고는 검을 바닥에 꽂고 주머니를 뒤졌다. 담배를 꺼내 문 강진호가 불을 붙이며 고개를 돌렸 다.
언제 또 한 번 이런 상황이 있던 것 같은데…….
“한국말 할수있는 사람.”
태연하게 물어오는 강진호를 보며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통역.”
츠키카게가 어이가 없다는 듯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아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 태연하게 통 역을 찾는 이가 있나? 그것도 적에 게서?
상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느낌 이다. 하기야 강자치고 제정신인 놈 을 찾는 게 더 힘든 법이지.
“통역할 수 있는 이가 있으면 나 와라.”
명이 떨어지자 두셋 정도가 쭈뼛 거리며 앞으로 나온다. 츠키카제가 손짓을 해 그들을 불렀다.
“ 전달하도록.”
“예!”
말을 하려던 츠키카게가 입을 다
물며 피식 웃었다. 상황이 꽤나 우 습지 않은가.
“수령께서는 너를 높이 평가하셨 다. 그래서 나를 보내 네 목을 가져 오라 하셨지.”
통역을 들은 강진호가 가만히 담 배를 빨았다.
두 사람이 서로 대화하는 것만으 로 전쟁이 멈춘다. 그리고 남은 이 들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 음에도 감히 입을 열 생각을 하지 못했다.
“후우.”
짧고 강하게 연기를 뱉어낸 강진
호가 츠키카게를 노려보았다.
“너를?”
“그렇다.”
“결과는 너도 알 텐데?”
“물론.”
츠키카게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절대 너를 이길 수 없다.”
순순히 인정하는 츠키카게였다. 딱히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하늘 아래 최강자가 아니라면, 이길 수 없는 이는 반드시 있다. 모자람을 인정하는 것은 모자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보다 배는 나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너를 이길 수 없다
는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너를 이길 수 없지만, 죽일 수는 있 으니까.”
“흠?”
강진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뭔가 등이 간질거리는 느낌이다.
‘모자랐지.’
요시노부를 위시한 신니치카이의 정예들은 강진호의 상대가 되기에는 한없이 부족했다.
이들이 약한 건지, 강진호가 전보 다 더 강해졌기 때문인지는 모르겠 지만 말이다.
하지만 저 츠키카게라는 놈에게서
는 요시노부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지고 있다.
“그리고……
츠키카게가 손가락을 튕겼다.
“꼭 내가 죽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결과만 같으면 말이야.”
스르르륵.
그 순간, 츠키카게의 등 뒤로 십 여 명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강진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츠키카게와 같은 냄새를 풍기는 이들이 열이나 더 있다. 문제는 이 번에도 강진호는 그들이 모습을 드 러내기 전까지 이곳에 은신해 있다
는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 다.
이번에는 거리가 좀 있었다고는 하나, 은신과 기척을 숨기는 능력은 중원을 발밑에 둘 만큼 대단했다.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총회로 올라오는 언덕 쪽에서 다 수의 발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강진호는 언덕길을 올라오는 이들 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검은 제복에 긴 장도를 여러 개 씩 패용한 이들이 줄을 지어 올라온
다. 대연무장을 메우고 있는 이들에 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직 강 진호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왔다.
그 기세에 무사들이 우르르 갈라 지며 그들에게 길을 터주었다. 길을 트는 이들 중에는 요시노부도 있었 다. 그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지나치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질끈 깨문 입술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나를 신뢰하지 못하셨다는 겁니 까, 수령!’
결과적으로는 옳은 선택일지 모른 다. 하지만 무너진 요시노부의 자존
심은 되찾을 방법이 없었다.
강진호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가 츠키카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무라이인가 하는 그건가?”
“그리 시대착오적이진 않다.”
“그런 복장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군. 여하튼 영화에 나오는, 칼 휘두르는 놈들과 는 별 관련이 없다. 어차피 강한가, 약한가가 중요하지, 뭐라고 불리는 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
“그렇지.”
마음에 든다.
약자는 자신이 어떻게 불리는가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강자는 그런 데는 관심이 없다.
스스로의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데, 굳이 호칭에 연연할 필 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너 하나를 상대하기에는 과한 전 력이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웃음과는 달랐다. 비웃음이 아니다. 정말 즐겁 기에 나오는 웃음이었다.
“미리 말해두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한 이들이
꽤나 많았지. 그런데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을 것 같은가?”
강진호가 바닥에 꽂아 넣은 적루 와 청루를 뽑아 들었다.
“만나게 해주지.”
츠키카게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가 눈짓하자 강진호를 노려보던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 그를 둥글게 포위한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를 지키던 그림자들이 어둠속으로 스며 들었다.
“너는 네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 게 죽을 것이다.”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죽여라.”
팽팽한 살기가 강진호를 향해 쏟 아졌다.
근육이 조여지고, 턱이 당겨진다. 살기에 더없이 익숙한 강진호조차 긴장하게 만들 만큼 강렬한 살기다. 강진호가 살을 찔러오는 칼날 같은 살기를 느끼며 이를 드러냈다.
전신의 털이 곤두서고, 등골에 소 름이 돋는 느낌.
‘이거지.’
이게 싸움이다.
이게 전투다.
심장이 약동하고, 전신의 세포가
하나하나 깨어나는 느낌. 그 익숙하 고도 낯선 감각에 강진호가 저도 모 르게 웃고 말았다.
“이번에는 부디……
적루와 청루가 앞으로 겨눠졌다.
그와 동시에 강진호의 몸에서 그 에게 쏟아지는 것 이상의 살기가 맹 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무력이 약한 이라면 살기를 받는 것만으로도 쇼 크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가 공할 살기였다.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앞으로 돌진했다.
마귀의 눈이 핏빛으로 물든다. 피 와 살이 튀는 지옥이 펼쳐진다는 신 호였다.
달이 구름 속으로 숨어들며 세상 이 더 짙은 어둠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