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9)
마존현세강림기-119화(119/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19화)
4장 一 정립하다 (7)
“은영이 말입니다.”
“아, 예.은영 씨요?”
“집에 너무 안 들어옵니다.”
조규민은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강진호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 면 한번씩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 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강은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극대화되는 것 같았다.
생긴 건 말끔하게 잘생겨서 이 양 반은 나이에 답지 않게 왜 이렇게 고리타분한가.
“스케줄이……
“고등학생이 집에 안 들어옵니다.”
“아이돌이란게……
“집에!”
조규민은 강진호가 원하는 답이
뭔지 알고 있었다. 오기로 해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렇게까지 강경 하게 나오는데야 방법이 있겠는가.
“……스케줄을 조절하여 앞으로 귀가는 반드시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불만이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끓어오르는 열을 참아낸 조규민이 강진호에게 물었다.
“그런데 강진호씨.”
“예.”
“강은영 씨에게 지금은가장 중요 한 시기일 수 있습니다. 제가은영
씨를 굴려서 돈이나 좀 더 벌어보겠 답시고 스케줄을 관리하는게 아니 라는 건 알고 계시죠?”
“예.”
그야 당연한 일이다. 강은영이 돈을 번다고 해서 조규민에게 떨어지는 것은 없으니까.
“지금 한번의 화보 촬영과 한번의 동영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해하신다면……
“집에 안 들어온다니까요.”
차라리 벽에 대고 말을 하지.
강은영에 대한 연민과 자신에 대
한 연민으로 풀이 죽은 조규민이 고 개를 끄덕였다.
“예. 뭐, 조절합죠.”
까라면 까야지. 뭐, 별수 있겠는가.
하지만 할 말이 있는 것은 조규민도 마찬가지였다.
“회장님이 식사 한번 하자고 하 시는데, 시간을 내주실 수 있습니까?”
“아뇨.”
“……”
형식상 물어본 것이지 그냥 시간을 내라는 말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단칼에 거절을 당할 줄은 몰랐다.
아니, 거절을 당한다는 상황 자체를 생각해 본 적 없는 조규민이 당 황하여 말했다.
“시, 시간이 없으십니까? 내일 저녁은요?”
“가족과 보냅니다.”
“……가족이요?”
물론가족과의 시간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열홀가까이가족과 시 간을 보내지 않았는가.
세상에, 황정후가 식사를 하고 싶 다고 하는데 거절하는 사람이 대한 민국에 있을 줄이야. 대통령도 황정
후가 밥 한 끼 먹자고 하면 버선발 로 달려올텐데.
대체 이 상황을 회장님께 뭐라고 설명을 드려야 하는가 골치가 아파 온 조규민이 떠듬떠듬할 때,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먼저가보겠습니다.”
“제, 제가 모셔다 드리죠.”
“아뇨. 자전거를 타고 와서요. 아 참, 맞다. 제가 복귀하거든 자전거 좀 입고시켜 주세요. 요즘 영 삐걱 거리네요.”
그냥 하나 사지.
돈도 많은 사람이 수리는 뭔 놈의
수린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강진호가 카페에서 나가자 조규민은 얼음이 반쯤 녹아버린 아이스 아 메리카노를 원샷했다.
“크….”
씁쓸하다.
“마법 소녀 컨셉은 포기해야겠 네.”
조규민의 오랜 꿈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조심해서 들어가거라.”
“ 예.”
“아버지가 태워준다니까 그러네.”
“아닙니다. 들러야 할 곳도 있고 해서…… 혼자가보겠습니다.”
“잘 들어갈 수 있지?”
“예. 걱정 마세요.”
강은영이 심통이 잔뜩 난 얼굴로 딜을 넣기 시작했다.
“오빠, 군인 옷 입으니까 빙구 같 아.”
“ 괜찮다.”
“아저씨네! 아저씨!”
“그렇지.”
“으으으으!”
갑자기 확 줄어든 스케줄에 짜증 이 폭발한 강은영이지만, 그녀의 반 항에도 소속사는 방법이 없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고,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강진호는 철벽, 그 자체였다.
“오빠!”
강진호가 눈을 살짝 부릅떴다.
“그만하라고 했을텐데?”
“넵!”
바로 꼬리를 말아버린 강은영이 바닥을 툭툭, 차며 불만을 몸으로 표했지만, 백현정과 강지환은 흐뭇
해하고 있었다.
“이렇게 쉬운걸.”
진즉에 아들내미에게 이야기를 했 으면 금방 해결됐을 문제를 그동안 너무 끌었다는 생각이 드는 둘이었다.
“그럼.”
“조심해서가거라!”
“오빠, 잘 들어가.”
강진호는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 랐다. 조규민이 몰아온 차의 뒤에는 이미 박유민이 타고 있었다.
“뭐하러 나왔어?”
“그래도 복귀한다는데 나와봐야
지. 나올 때도 마중 못 갔는데.”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그래도.”
군대에 간 친구에게 면회 한번 제대로 못 갔다는 죄책감이가득했 던 박유민은 어찌어찌 시간을 빼서 강진호를 만나러 온 길이었다.
“원장님 수술 날짜는 정해졌어?”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이야기 듣고 왔어. 삼 일 뒤에 수술하신대.”
“그렇구나. 잘 있어드려.”
“응. 오늘부터 보육 교사들하고 출근했어.”
“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이사장
대리님이 상담해 주실 거야.”
“전(前) 이사장 대리입니다. 그만 둔 지가 언젠데, 아직 이사장 대리 입니까.”
조규민이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나한테 말하면 된다, 유민아.”
“ 예.”
“말만 그러지 말고, 내가 강진호씨 카드가지고 있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내 거도 아니니까 팍팍 긁어줄게.”
박유민은 영 불편한 표정이었다.
이번에 새로 오는 보육 교사와 주
방 아주머니의 봉급을 강진호가 지 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박유민의 표정을 읽은 강진호가 담담히 말했다.
“너 때문 아냐.”
“그래도.”
“내가니 인생만 생각했다면 다른 방법도 많다. 너한테 해주는게 아 냐. 보육원의 애들한테 해주는 거 지.”
“그래.”
강진호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만약 박유민이 걱정되어서
그런 일을 해준 거라면 지금은 돈을 내줄 테니 얼른 성공해서 갚으라고 할 사람이 강진호였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박유 민이 아니라 보육원의 아이들을 생각해서 내주는 돈이라는 뜻이었다.
“적은 돈이 아닌데……
“많은 돈도 아냐.”
“여하튼 고맙다.”
“네가 왜?”
강진호는 영 마뜩찮다는 듯이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너 때문에 해주는 거 아니니까니가 고마워할 이유
없어. 네가 보육원과 연이 끊어진다 고 해도 나는 지원을 할 거다.”
“응. 그러니까 고맙다.”
말이 안 통한다.
강진호는 더 이상 박유민을 설득 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수술 끝나면 연락해.”
“알았어. 전화할게.”
“그래.”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는 사이에 보육원에도착했다. 박유민이 차에 서 내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들어간다. 나 내일부터는 훈련
다시 나갈 거야.”
“그래. 내가 해보니까 감 한번 잃으니 되찾기 어렵더라. 얼른 다시 시작해라.”
“소문 들었다. 너 처발렸다며?”
“……”
“아, 쪽팔려.”
“출발하죠.”
박유민과 시선을 맞추지 않은 강진호가 재촉을 했고, 조규민은 쓴웃 음을 머금으며 엑셀을 밟았다.
부우우웅.
차가 저 멀리 사라지자 박유민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독한 놈.”
첫날 프로들에게 몇 판이고 패배를 당한 강진호는 단 삼 일 만에 과거의 실력을 되찾고 온갖 프로게 이머를 상대로 무자비한 학살을 자 행했다.
시간이 모자랐기에 랭킹에 들지는 못했지만, 일류 프로게이머들을 상 대로 22연승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킬제강점기를 다시 선언했다.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항상 고맙고 닮고 싶은 친구다. 그런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자신도 한 분야에서만큼은 그를 이 기고 싶었다.
“흠…..”
박유민이 멀어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쉽지는 않으십니까?”
“뭐가요?”
“복귀하시는데 담담해 보이셔서 말입니다.”
“담담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과연.”
강진호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차는 조금 전 민통선을 지나 북으로, 북으로 달리고 있었다. 아직 해
도 지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복귀를 하고 있지만, 딱히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아쉽지는 않지만,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장님의 경우와 한세연의 경우가 그랬다.
원장님의 경우야 인력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군인의 신분으로 마지 막까지 지켜보고 온다는 것은 불가 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기에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믿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세연의 경우는 달랐다.
‘어렸기 때문이라……
한세연은 그에게 그나 자신이나 모두 어렸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한세연은 그럴지 몰라도 강진호에게는 맞지 않는 말이다. 그의 나이는 실제로 그의 아버지보다도 많으니까.
어쩌면 아직은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세연에게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 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모자라.’
부족하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세상에 대한 이해가.
하지만 조급하지는 않다.
원장 수녀님이 하신 말씀처럼 조 급하게 뭔가를 이루려 하는 것 보 다, 그저 기다리고 감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 문이다.
그 말을 맹신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선택지가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강진호는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아니야.’
설사 다른 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지나 버린 일이다. 지난 일에 미련을 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 이다. 강진호는 눈을 감았다.
이제는 다시 군생활에 전념해야 할 때였다.
“진호, 잘 다녀왔냐?”
“예, 그렇습니다.”
“맛있는 것 많이 먹었어?”
“ 예.”
“이 새끼, 휴가 열홀 동안 살 붙
어서 온 것 보십시오.”
“미친놈아, 살 빠졌구만.”
“어? 그러고 보니……. 너 밖에서 뭐했냐? 여자 친구라도 생겼냐?”
“진호, 여자 친구 있어.”
“아, 그렇습니까? 말을 안 해서 몰랐네. 오? 그럼 혹시 살이 빠진 이유가?”
“이 새끼야, 애한테!”
“에이, 애는 무슨 앱니까. 진호도 스무 살이 넘었는데. 막내라고 하더 라도 사생활은 있는 것 아닙니까.”
조원구가 전혁수의 등을 걷어찼다.
“여하튼 이 촉새 새끼.”
전혁수가 걷어차이고도 낄낄대며 강진호에게 말했다.
“그래서 여자 친구랑 많이 놀고 왔냐?”
“헤어졌습니다.”
“응, 그래. 재미…… 응?”
“헤어졌습니다.”
순간, 주변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 어갔다.
“아, 그래?”
다들 안쓰러운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영문을 몰라 주위를 둘 러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뭐……
“크흐흠.”
조원구가 헛기침을 하며 강진호에게 다가왔다.
“막내야, 형이랑 면담 좀 하자.”
“잘 못 들었습니다?”
“면담, 면담. 형이랑 면담 좀 하 자고.”
“아, 예.”
강진호는 바로 분대장에게 끌려가 헤어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그로 인한 멘탈적인 측면의 이상이 없음을 증명해야 했다.
“니가 탈영할까 봐 이러는 건 절 대 아니야.”
“……예.”
“원래 여자 친구랑 헤어지면 다 해야 하는 거야. 미친놈들이 워낙 많으니까. 무슨 소린지 알지?”
“예.”
“어쨌든 힘내라.”
“예.”
그날 저녁, 뜬금없이 선임들이 사 주는 냉동식품과 라면을 받아 든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지 말걸.’
이 세계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다른 이들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받은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