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92)
마존현세강림기-1193화(1191/2125)
마존현세강림기 48권 (24화)
5장 베어내다 (4)
“다 실었어?”
“예!”
“그럼 이제 물청소해.”
“••••••예?”
“물청소하라고, 이 새끼들아. 여기 바닥 안 보여?”
방진훈이 바닥을 가리키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말라붙은 피와 탄 자국들이 엉망이었다. 이대로 버려 두고 간다면 누군가 이 흔적을 발견 할 게 빤하다.
박용철이 대표로 물었다.
“물은 어디서 끌어옵니까? 근처에 수도도 없는 것 같던데요. 소방차라 도 부릅니까?”
“국가의 소중한 세금을 그딴 데 낭비할 수는 없지. 세금도 제대로 안 내는 너희는 소방차를 부를 자격 이 없다.”
“……이제 세금 내는데요?”
“남들은 평생 내온 거 꼴랑 한 달
냈다고 생색내지 마라. 신병훈련소 수료하는 훈련병이 군 생활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는 걸 보는 기분이니 까.”
뭔가 적절한 비유라서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저기 보이냐?”
“ 예?”
방진훈의 말을 들은 박용철이 고 개를 돌렸다. 전투 중 부서진 창고 의 문 뒤로 커다란 물탱크들이 보인 다.
“양동이 좋은 거 있네. 저걸로 물
퍼 날라.”
“……제 눈에는 양동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내가 양동이로 보이게 해줄 수 있는데, 잠깐 이리 와볼래?”
“양동이로 보입니다. 마법 같네 요.”
“그래, 마법이다. 당장 퍼.”
“……물은 어디서 받습니까?”
“이 새끼, 또라이 아냐? 눈에 뵈 는 게 다 물인데, 뭔 헛소리야?”
둥 뒤로 펼쳐져 있는 드넓은 바 다를 본 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리 부러지겠네.’
아무리 그들이 무인이라지만, 물 탱크로 바닷물을 퍼서 바닥 청소를 해야 한다니, 이건 인권유린이다.
하지만 어설프게 말대꾸를 했다가 는 인권이 아니라 인생이 유린당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방진훈의 부상 정도를 보 고 있으면 불만이 있어도 말이 나오 지 않는다. 이렇게 전방에서 열심히 싸워준 보스에게 무슨 불만을 논할 수 있겠는가.
박용철이 살짝 경의가 담긴 눈으 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야리냐?”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경의는 개 뿔이.
“해 뜨기 전에 빨리빨리 정리해 라.”
“그런데 이사님.”
“왜?”
“저희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합니 까? 남는……
쿵!
방진훈의 주먹이 사정없이 박용철 의 머리를 후려쳤다. 박용철이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머리를 움켜잡았
다.
“아악!”
“이 새끼가 건방지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저희 가 아니어도 할 사람들이 있지 않 냐, 이 말입니다.”
“그게 건방지다고, 이 새끼야. 니 가 뭐라고 공무원을 부려 처먹으려 고 해.”
“……아뇨, 연계를 하니까.”
“연계는 얼어 죽을. 연계는 국가 대표 축구팀한테서 찾고, 우리는 그 런 거 없다. 니가 싼 똥은 니가 치 워, 이 새끼야.”
“……예.”
박용철이 궁시렁거리며 남은 이들 을 이끌고 창고로 갔다. 창고로 우 르르 몰려 들어간 이들이 물탱크를 들고 나와 바다 쪽으로 향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방진훈이 고 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적 당히 눈가림은 되겠지.’
부서진 창고와 박살이 나버린 콘 크리트들이야 그들이 어찌할 수 있 는 게 없지만, 적어도 치울 수 있는 건 치워야 한다.
“끄웅.”
방진훈이 옆구리를 움켜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위긴스가 나름 치료를 해줘서 이 정도지, 치료도 받지 못했으면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응급 실이었을 것이다.
‘그 새끼…… 셌지.’
정상적으로 맞붙었다면 방진훈은 가즈히로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괴감을 느끼냐고?
천만에.
자신보다 강자를 임기웅변으로 이 겨낸 건 대단한 일이다. 뿌듯하면 뿌듯했지, 자괴감을 느낄 일은 없었
다.
게다가 임기응변이 통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방진훈의 실력이 지금 처럼 올라오지 못했다면, 무슨 수를 동원해도 가즈히로를 상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딱 삼 개월 전이었으면 손도 발 도 못 써보고 처 맞다 죽었겠지.’
자신이 강해졌다는 건 알고 있다. 무학이 상승했고, 내력이 늘었다. 당 연히 강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렴풋한 느낌일 뿐, 스스로가 정확 하게 어디쯤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 는 잣대가 필요하다.
가즈히로는 훌륭한 잣대가 되어주 었다.
그럼에도 방진훈이 승리를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이유는, 지금 그가 처 한 상황 때문이었다. 당장 강진호가 위험한 상황인데, 그 작은 승리를 기뻐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정리하고 강진호를 도우러 가야 한다. 설사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 다.
“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방 진훈이 고개를 돌렸다.
“웅?”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 어색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뭐야?”
“이사님, 김원혁입니다. 아까는 감 사했습니다.”
“ 아까?”
방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너……
가즈히로와 처음 맞붙을 때, 가즈 히로에게 죽을 뻔한 녀석이다.
“너 괜찮냐?”
“예. 내장은 안 베여서……
붕대를 두른 김원혁의 배를 본
방진훈이 눈을 찌푸렸다.
“야, 부상 입은 새끼들은 다 병원 가라는 말 못 들었어?”
“부상이라고 할 만한 건 아닙니 다.”
“이거, 골 때리는 새끼네?”
방진훈이 콧김을 뿜었다.
“야, 이 새끼야. 칼에 찔린 상처 가 그리 만만해 보이냐? 너, 뭐 영 화 찍어? 총 맞고 칼 맞아도 대충 묶어놓으면 알아서 나을 것 같아? 인마, 세상에는 감염이라는 게 있어 요. 별것 아닌 상처가 덧나서 골로 가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
여하튼 이래서 요즘 어린것들은
“정리가 끝나는 대로 바로 병원에 가보겠습니다. 그런데…… 그럼 이 사님께서도 병원에 가보셔야……
“나는 괜찮아.”
“예?”
“나는 세균보다 강하거든.”
김원혁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그런데 왜?”
“예‘?”
“뭐 할 말 있어서 머리 들이밀고 있냐고?”
“아……
김원혁이 뒷머리를 긁었다.
“감사드리려고.”
“헛소리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빨리해, 인마. 우리 애들 싸가지 없 는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내가 오 늘 구해준 놈들이 트럭으로 세 트럭 은 될 텐데, 그중에 일부러 찾아와 서 인사하고 가는 놈은 하나도 없었 다.”
총회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걸 실감하는 김원혁이었다.
그 역시 단순히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 방진훈을 찾아온 건 아니니
까.
“ 사실••••••
김원혁이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씀을 드려 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양심이 있으면 좀 그렇지. 다른 애들은 뺑이 치는데 너는 편하게 앉 아서 말이나 하겠다는 거 아냐?”
“저 부상자입니다.”
“아까는 괜찮다며, 이 새끼야?”
“좀 쑤시네요.”
“말을 말자.”
방진훈이 피식 웃었다.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봐.”
김원혁이 살짝 머뭇대다가 입을 열었다.
“겁 안 나셨습니까?”
“••••••옹?”
김원혁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 다.
“저는 솔직히 이번 전투에서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차라리 제가 약해 서 그랬으면 강해지면 그만인데, 제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김원혁의 얼굴을 본 방진훈이 입 을 살짝 열려다가 다시 닫았다. 드 립을 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저는 겁
쟁인 것 같습니다. 다른 놈들은 다 제 실력 이상으로 싸우는데, 저는 방해만 됐습니다. 이사님이 도와주 시지 않으셨다면 저는 아마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제 주변 놈들도 다 죽었겠죠. 저 때문에.”
“허?”
방진훈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김원 혁을 바라보았다.
“이 새끼, 이거 웃긴 새끼네.”
“ 예?”
“야, 인마. 니가 상대한 새끼는 쪽발이 대장이야. 아무리 저 새끼들 이 쪽발이라고는 해도 대장급이면
한평생 무학만 익힌 사람이다. 나보 다 세다고. 그런 인간을 니가 어떻 게 상대해?”
“아, 아뇨. 그놈 때문만은 아닙니 다. 그전에도……
김원혁이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는 아무래도 이 바닥이 어울리 지 않는 놈 같습니다.”
방진훈이 고개 숙인 김원혁을 가 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 야.”
“예, 이사님.”
“ 봐라.”
방진훈이 피에 젖은 셔츠를 잡아 올렸다.
“보이냐?”
“……붕대는 잘 보입니다만?”
“그 위에, 새끼야. 그 위에.”
“예?”
김원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방진 훈의 옆구리를 바라보았다. 붕대로 친친 감은 상처 위에 작은 흉터가 하나 있다.
“칼에 찔린 겁니까?”
“그래. 예전에.”
방진훈이 피식 웃고는 셔츠를 내 렸다.
“이 상처가 언제 생긴 건지 아 냐?”
“저야 잘……
“내가 첫 전투를 나갔을 때 생긴 거다. 그때, 나는 눈에 뵈는 게 없 는 놈이었지. 니가 알다시피 내가 선천적으로 재능이 좀 있는 놈이잖 아.”
재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이 다.
최근에야 강진호나 위긴스, 바토 르 등이 휩쓸고 있는 상황이라 그리 눈에 띄지는 않지만, 본래 총회에서
도 방진훈은 천재로 유명했다.
젊은 나이에 이사직을 꿰차고 그 이중걸과 대립했으니, 오죽하겠는가. 아무리 방진훈이 인망이 있는 타입 이라고는 하나 본신의 실력이 받쳐 주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었을 것이다.
“첫 전투를 나갔을 때, 나는 머리 에 혈기만 가득 차서 달려들 줄만 아는 멍청이였다. 스스로에 대한 자 신감이 과했지. 덕분에 바로 칼 맞 고 쓰러졌다.”
“의식이라도 잃었으면 다행이지.
옆구리에 칼 맞은 정도로는 사람이 기절을 안 하더라. 칼에 맞고 쓰러 졌는데, 주변에는 아직 적들이 있었 지.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아 냐?”
“……그 상황에서도 싸워서 이기 신 겁니까?”
“아니. 살려 달라고 빌었다. 눈물 콧물 다 짜면서 말이야. 그거 누가 찍어놨으면 끝내줬을 거다.”
방진훈이 씨익 웃었다.
그와 동시에 김원혁은 눈만 껌뻑 댔다.
농담은 아닌 것 같은데…….
방진훈이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가 아는 방진훈은 어떤 상황에 서도 의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었으 니까.
“그때, 사형들이 구하러 오지 않 았으면 나는 아마 죽었을 거다. 겁 쟁이? 그게 뭐 어때서, 인마. 겁도 없이 나대다가 일찍 뒈지는 것보다 는 백배 낫다. 아까 그때, 니가 겁 없이 덤벼들었으면 지금 니가 여기 에 있을 것 같냐? 벌써 뒈졌지.”
“쫄지 마, 새끼야. 사람은 누구나
겁을 먹어. 겁을 안 먹는 사람이 이 상한 거야. 머리에 이상이 있는 거 라고. 요즘 애새끼들은 영화나 만화 를 너무 봐. 겁이 없는 게 용감한 건줄 안단 말이야.”
방진훈이 김원혁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나도 겁을 먹는데, 니가 뭐라고 겁을 안 먹어? 당연히 겁먹어야지. 착각하지 마, 새끼야. 용기는 겁이 없는 게 아냐. 겁이 나도 들이대는 게 용기야. 겁이 없는 건 용기가 아 니라 정신이상이고.”
김원혁이 멍한 눈으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그럼 아까……
“웅?”
“그 일본 놈이랑 싸우실 때 말입 니다. 방 이사님도 겁이 나셨습니 까?”
“ 나?”
“예.”
이 대답은 꼭 듣고 싶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가즈히로는 방진 훈보다 강했다. 자신보다 강한 이와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 방진훈은 어 떤 기분이었을까?
방진훈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