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94)
마존현세강림기-1195화(1193/2125)
마존현세강림기 49권 (2화)
1장 응징하다 (2)
요시노부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눈을 의심한다.
그리고 자신이 밟고 있는 땅을 의심한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자부심이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그가 몸담고 있는 무인계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신니치카이에 대한 자부심 까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가지 고 있던 자부심들은 모조리 부서지 고 무너지는 중이었다.
강진호와 저들의 전투는 그가 알 고 있는 무학에 대한 상식을 완전히 벗어났다.
요시노부를 더욱 당황시키는 것 은, 저들의 전투 방식이 요시노부가 취한 강진호의 사냥법과 그리 다르 지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격이 다르다.
비교될 수 없는 힘.
그리고 비교될 수 없는 악의가 가득하다.
저 그림자 하나면 이곳에 있는 이들 백 단위쯤은 쉽게 죽일 수 있 을 것이다. 기척조차 찾을 수 없는 이가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나 칼을 쑤셔 박고 사라진다.
그걸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저만한 인자(忍者) 하나를 길러내 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갔을지를 생각하면 아찔하기 짝 이 없다.
하지만…….
그 어마무시한 전력은 강진호에게 폭탄을 배달하는 상자 취급을 당하 고 있다. 한 번의 공격으로 한 명의 목숨이 사라진다. 웬만한 구미 하나 의 전력을 소모품으로 사용하고 있 는 것이다.
‘……미쳤어.’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이해 할 수가 없다. 목숨을 버려서 강진 호의 목을 딸 수 있다면 시도해 볼 만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겨우 상처를 입히는 데 목숨을 버리고 있 다.
‘목숨을 건다’와 ‘목숨을 버린다’ 는 다른 말이다. ‘목숨을 건다’는 상 대를 쓰러뜨리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경우지만, 이건 아니다.
상대가 쓰러지든 쓰러지지 않든 자신은 확실하게 죽는다. 심지어 생 채기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을 가능 성도 명백하게 존재한다.
그런데도 목숨을 버리며 달려든 다?
소름이 돋는다.
과거, 대일본제국이 강조하던 정 신력이 저런 것이다. 야마토 정신이
라 칭하며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 던 그 정신력.
그 실체를 눈앞에서 본 소감은 생각처럼 감격스럽지 않았다.
그 야만성과 과격성 앞에 할 말 을 잃게 만들 뿐이었다.
“총장.”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뭘 7”
“강진호는 확실하게 대미지를 입 고 있습니다.”
참모의 말에 요시노부가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찢겨 나간 옷.
떨어져 나간 살점.
폭발에 휩쓸려 타버린 앞머리와 검게 물들어 버린 육체.
요시노부가 이를 꽉 깨물었다.
강진호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은 명백하다. 신니치카이의 일천 정 예가 달려들었음에도 상처 하나 내 지 못한 괴물이 지금 상처에 허덕이 고 있다.
그렇다면?
‘저 방법을 긍정해야 하는가?’
효율은 입증됐다.
하지만 그 효율이라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희생시켜도 괜찮은가.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도구로 사 용한다는 게 과연 옳은 말이냐는 소 리다.
이 전장에 서기 전의 요시노부였 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했을 것이다.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희생을 치 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눈으로 그 ‘대의를 위한 희생’을 직접 목도하고 나니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저건 대의를 위한 희생조 차 아니다.’
희생을 위한 희생.
그저 그것뿐이었다.
“강진호는 그럼에도 강합니다.”
“상황은 백중세입니다. 끝이 어찌 날지 모릅니다. 그러니……
“주둥아리 처닫아.”
요시노부는 자신도 모르게 거친 말을 토해내고 말았다. 조언을 하는 참모에게 죄가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속이 뒤집어 지는 것 같은 감각을 어찌할 수가 없다.
두어 번 한숨을 쉬어 속을 진정 시킨 요시노부가 입을 열었다.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움직여 서 주변을 포위해라. 상처 입은 호 랑이는 세상 무엇보다 두려운 재앙 이 되는 법이지. 절대 이곳에서 빠 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예!”
자신의 명령을 전달하러 움직이는 참모에게서 시선을 뗀 요시노부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츠키하들이 포위하고 있는 강진호 의 모습은 수십 명의 포수에게 둘러 싸인 호랑이 같았다.
호랑이는 인간보다 강하다.
인간이 맨손이라면 백 명이 아니 라 천 명이 모인다고 해도 호랑이 한 마리를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총 을 든 인간은 그렇지 않다.
과학이 야성을 무너뜨리는 광경을 목도하는 것 같아 뭔가 찝찝하기 짝 이 없다.
‘정신 차려라.’
괜히 적에게 감정이입할 필요는 없다. 연민 따위는 적을 죽이고 나 서도 늦지 않다.
요시노부가 이를 악물었다.
강진호가 적루와 청루를 늘어뜨렸 다.
‘쌀쌀하군.’
새삼 그런 생각이 든다.
몸을 스쳐 지나가는 공기가 차갑 다.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시 간이란 강진호조차 피할 수 없는 것 이니까.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어놓는다.
시간과 세월은 인간을 발전시킨 다. 과거, 그가 겪은 중원과 현대의 삶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어쩌면 현대의 평범한 이가 과거 황제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극복하고 발전시킨다.
한때는 절대적인 강함의 가치였던 무학(武學)조차도 언젠가는 과학의 이름 앞에서 무의미해지고 말 것이 다.
아니.
이미 반쯤은 그리되었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확신했다. 언제가 무학은 사라진다. 세상을 뒤 흔들던 무인은 언젠가는 가치 없는 존재가 되어 자연스레 도태되고 사 라지 겠지.
아니면 그저 건강법으로 남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강진호의 눈이 붉게 빛났다.
이건 자존심이나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강진호였다면 저들의 방식 을 보고도 아무런 감홍이 없었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저들의 방식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 를 느끼고 있었다.
없기 때문이다.
저들의 방식이 가지는 목적이 결 국 사람을 향한 것이라면 어떻게든 긍정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저들의 방식에 사람은 없다.
남는 것은 누구에게 바쳐질지도 모르는 빛바랜 영광뿐이다.
‘그 손은 누구를 향해 내밀어졌 지?’
처음이다.
방식이라는 것에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제 스스로도 완전히 정리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이 끓어오르는 분노 를 풀어낼 필요가 있었다.
“퉤!”
아무래도 내장이 뒤흔들린 모양이 다.
자꾸만 목구멍으로 피가 밀려 올 라온다. 겉으로 입은 상처는 대수롭 지 않다. 중요한 건 속이 상했다는 것이다.
전신을 휘감는 격통을 느낄 때마 다 강진호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 식으로 체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무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수밖 에 없다.
현대의 병기와 숙련된 무인이 맞 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이걸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현대의 무기가 무인의 몸에 닿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닿기 만 한다면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도 피해가 없을 수는 없다. 이만한 충 격을 몸으로 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당장 생각나는 건 홍왕과 바토르 밖에는 없다.
이젠 죽어 없지만, 엘더 나이트들 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말하면, 그들 을 제외한 그 누구도 지근거리에서 터지는 폭탄의 충격을 몸으로 감당 할 수는 없다는 뜻이 된다.
저들도 그걸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니 저런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여유가 돌아왔군.’
강진호는 웃어버렸다.
상대에게 여유가 돌아왔다는 건 강진호를 우습게 본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물론 강진호는 그런 상황을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이곳은 전장이다.
전장에서는 누구도 감히 강진호를 저런 눈으로 볼 수 없다.
이제 강진호가 그걸 가르쳐 줄 것이다.
스멀스멀 홀러나오던 마기가 강진
호의 안으로 파고든다. 완전히 마기 를 안으로 억누른 강진호가 적루와 청루를 교차해 들었다.
츠키카게가 그런 강진호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이지? 위력은 이미 경 험했을 텐데?”
강진호가 대답 없이 비릿하게 웃 었다.
“덜 얻어맞은……
“넌.”
강진호가 짧은 말로 츠키카게의 말을 끊었다.
“듣던 이미지와 다르게 말이 많 군.”
“……이!”
아니, 말이 많은 건 나쁘지 않다.
이제 곧 그 주둥아리를 놀릴 일 이 사라질 테니까.
강진호가 빛살이 되어 앞으로 돌 진했다.
츠키하들이 눈을 부릅떴다. 지금 까지 강진호의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였다.
지금까지 강진호의 방식은 힘으로 짓누르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강 진호의 전투 방식이 일변한 것이다.
가공할 속도로 달려든 강진호를 향해 반사적으로 일본도가 치켜세워 졌다.
스슷.
강진호가 깔끔하게 찔러 들어오는 칼을 피해낸다. 몸을 비틀어 날아드 는 칼을 스쳐 지나간 강진호의 쌍검 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휘둘 러졌다.
파아아아아앙!
검이 수십 번 대기를 가르고 나 서야 귀를 찢는 굉음이 터져 나온 다. 검에 찢겨진 대기가 비명을 지 르고 요동쳤다.
하지만 굉음이 뿜어져 나올 무렵, 강진호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순간 적으로 텨져 나온 충격파가 멈춰 버 린 공간을 타격했다.
“끄아아악!”
“아아악!”
잘려져 나간 팔다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르다.
지금까지 강진호는 목표로 한 이 들은 확실하게 죽였다. 휘말린 이들 이 살아남는 일은 있을지언정 목표 로 한 이가 살아남은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다르다.
굳이 노력을 들여 상대의 목숨을 끊으려 들지 않는다. 보이는 틈이 있다면 그곳이 목이 되었든 손목이 되었든 신경 쓰지 않는다.
최속으로 다가가, 최속으로 검을 휘두르고, 최속으로 이탈한다.
그러자 붕괴가 일어났다.
강진호를 쫓아 어둠 속에서 튀어 나온 그림자가 미처 뒤쫓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강진호는 튀어나온 그림자를 무시 하고 앞으로 돌진했다.
연계라는 건 서로 합이 맞을 때 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
은신한 이들이 강진호를 쫓는 것은 불가능했다.
츠키하들이 목숨을 버려가며 강진 호의 동작을 일순간이라도 멈춰주었 기에 그림자들이 강진호를 움켜잡을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연계가 깨지면 그림자들의 속도로 강진호를 잡는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정밀하게 돌아가던 연계에 이물질 이 끼어든다.
파아아아아앙!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아니다.
마치 제트엔진이 내뿜는, 굉음과
도 같은 소리가 검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를 휩쓴다.
“막아! 딱 한 번이면 된다! 한 번 만 멈춰 세우면 된다!”
알고 있다.
그딴 건 츠키하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무슨 수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이동 해서 악귀처럼 검을 휘두르고 유령 처럼 멀어져 버리는 이를 무슨 수로 상대하란 말인가.
사람도 검도 보이지가 않는데! 무 슨 수로!
“으아아악!”
추가로 패용하고 있던 일본도들이 뽑혀져 나온다.
머리가 있는 이들은 검을 여러 개 들어서 몸 주변을 방어했다. 몸 으로는 멈춰 세울 수 없겠지만, 칼 에 걸린다면 저 말도 안 되는 움직 임을 어떻게든 멈춰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카가가가강!
휘둘러진 적루가 도에 맞부딪치며 금속음을 튕겨낸다. 그 검이 일순 멈췄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의 눈에 환희가 머금어졌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는 듯 바닥에서 두어 명의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츠키하들은 보았다.
그 순간, 강진호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무표정한 그 얼굴이 변해간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섬뜩해지는 미소로 말이다.
적루와 청루를 놓아버린 강진호가 손을 뻗어 솟아오르는 이들의 멱살 을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지체 없이 전방으로 던지며 허공에 머물러 있 는 검을 움켜잡고 뒤로 몸을 날린
다.
“아••••••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그림자들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이들 이 절망 어린 신음을 흘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육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