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95)
마존현세강림기-1196화(1194/2125)
마존현세강림기 49권 (3화)
1장 응징하다 (3)
“저!”
츠키카게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성 을 질렀다.
암살자에게 있어서 가장 금기시되 는 것은 평정심을 잃는 것이다. 어 떤 상황에 눈앞에서 펼쳐지더라도, 어떤 상황을 맞닥트리더라도 평정을
잃고 홍분하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
지금 츠키카게는 그 금기를 깨고 말았다.
하지만 무작정 츠키카게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경악은 근거가 있었으니까.
터진다.
플라스틱 폭탄을 장착한 그림자들 이 츠키하들 한중간에서 폭발했다.
제대로만 터진다면 건물이라도 일 격에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양의 폭 약이다. 같은 양의 금보다 더 비싼, 특수 제작된 폭약이 터지며 주변의 츠키하들을 곤죽으로 만들어 버렸
다.
눈에 핏발이 선다.
이가 부러질 듯 맞물리고, 주먹이 절로 쥐어진다.
‘대체 뭐냐, 저 놈은?’
무학이란 기본적으로 경향성을 띤 다.
무슨 말이냐고?
츠키카게는 누구보다 은밀하게 사 람을 죽일 수 있다. 어둠이 함께하 는 곳이라면 세상 그 누구에게도 밀 리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환
하게 드러나 있는 밝은 곳에서는 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건 츠키카게가 익힌 무학의 특성이 었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총회에서 강진호를 제외하고 가장 유명한 무인인 바토르를 예로 들자 면, 그는 힘과 강함에서는 타의 추 종을 불허한다. 그 힘을 인정하지 않는 이가 있겠는가. 힘과 단단함에 있어서는 바토르를 능가할 이가 없 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바토르가 타고 난 신체적 능력과 익힌 무학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바토르는 힘 을 얻는 대가로 유연함과 부드러움 을 버렸다.
힘이 강해지는 만큼 유연성이 떨 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모 든 것을 갖출 수는 없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어떤 것 을 중점으로 삼을지가 무학을 익히 는 이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선택이 된다.
그래.
그건 이치였다.
절대적인 이치.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그의 눈앞
에서 그가 알고 있던 무학의 이치를 뭉개 버리고 있었다.
강진호는 강하다.
하지만 그 강함이란 종류가 있는 법.
강진호가 강한 이유는 그가 비견 될 수 없는 파괴력과 공격성을 갖췄 기 때문이다. 일검, 일검마다 태산을 무너뜨릴 것 같은 거대한 힘이 쏟아 진다.
그 힘 앞에서 인간의 육체 따위 는 너무나 무력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츠키카게는 강진호의 무 거움을 노렸다. 강한 힘을 쏟아내는
이는 반드시 그 유연함이 부족할 수 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츠키카게의 노림 수를 알아차린 순간, 전투의 방식을 바꿔 버렸다.
휘몰아치는 마기로 휩쓸어가는 형 태에서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돌진 해 공격하고 다시 이탈하는 형태로 말이다.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전투의 방식이라는 건 그리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무학이란 형태를 갖추지 않은 병기와도 같다.
활을 든 이는 활의 방식으로 싸워야 하고, 단검을 든 이는 단검의 방식 으로 싸워야 한다.
활을 든 이가 화살을 든 채 돌진 하고, 단검을 든 이가 거리를 벌리 는 것이 말이나 되겠는가.
바토르는 그 힘을 바탕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츠키카게는 그 은밀성 과 신속함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강진호는 단순히 마음먹은 것만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바꿔 버 렸다.
‘괴물 같은……
이게 가능할 리가 없다.
활을 든 이가 거대한 대검을 든 이와 같은 타입으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하지만 강진호는 손 에 든 대검을 순식간에 세도(細刀) 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츠키하들이 몸 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악!”
희끗한 무언가가 지나간다 싶더 니, 팔이 떨어지고 다리가 잘려 나 간다.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이들 의 눈에는 그들을 스쳐 지나간 강진 호의 뒷모습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전까지의 강진호가 괴물과도 같
은 강력함으로 그들을 떨게 했다면, 지금의 강진호는 마치 유령이나 다 름없었다.
뿐만 아니라…….
쾅!
어둠 속에서 뛰쳐나오던 그림자가 강진호의 발에 걷어차인다.
밖으로 뛰쳐나와 강진호를 확인하 고 나서 스위치를 누르는 건 불가능 하다. 그 순간, 손목이 잘려 나가기 때문이다.
강진호에게 타격을 입히고 싶다 면, 나가는 순간 뒤를 생각하지 않 고 뇌관을 격발시키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강진호가 아닌 다른 이들이 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거대한 폭발에 휩쓸린 이들은 육 편이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강진 호는 튀어나온 그림자를 정확하게 츠키하들에게로 차 날렸다.
이제는 경험이 쌓여 몸을 날려 피하는 이들이 생겨났지만, 팔다리 가 잘려 패닉에 빠져 있는 이들은 날아오는 그림자를 보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간단하다.
몸을 날린 이들은 이국에서나마 땅에 묻힐 기회를 가질 가능성을 이 어갔지만, 피하지 못한 이들은 묘를 가질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몸이 사라져 버린 이들이 묻힐 수는 없는 법이니까.
“으아아아아아!”
연이어 튀어나온 그림자들이 강진 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바닥에서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그들은 마치 유령과도 같았다. 하지 만 강진호는 그들보다 빨랐다.
쾅! 콰아아아앙! 콰아앙!
허공이 연이어 폭발한다. 정확한
타격이 힘들다는 것을 확인한 그림 자들이 채 가까이 접근하기도 전에 뇌관을 격발시키며 폭탄을 터뜨려 댔다.
확실한 타격이 불가능하다 해도 어떻게든 공격을 조금이라도 가하겠 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런 그림자들의 공격을 유유히 피해냈다.
콰아아아아앙!
마지막 폭탄이 터지고 나자 주위 가 일순 정적으로 물들었다.
“후욱! 후욱! 후욱!”
거칠게 내뿜는 가쁜 숨이 정적에
물든 공간에 마치 노랫소리처럼 울 려 퍼졌다.
경악과 공포.
그리고 흥분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모두가 강진호를 바라보았 다.
반면, 강진호에게서는 그런 흥분 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양손 에 쥔 검을 자연스레 늘어뜨린 강진 호는 방금 전까지 전투를 치르던 사 람 같지가 않다.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때 자연히 발생해야 할 흥분도, 고양감 도, 죄책감마저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고요함이 영혼을 짓눌렀다.
저벅.
그런 그들을 사로잡은 것은 커다 란 발소리였다.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발소리.
마음이 무너지기 진전까지 몰린 이들이 일단 들려오는 소리에 반응 했다. 그들의 시선이 츠키카게에게 모였다.
츠키카게가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 들을 느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 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딱 히 할 말도 없다. 그럼에도 츠키카
게가 일단 소리를 내고 본 것은 이 대치가 5초만 더 이어져도 대부분이 겁이 질려 버리고 말 것이라는 위기 감 때문이었다.
그러한 츠키카게의 대처는 적절했 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는 지푸라기가 필요한 법이다. 츠키카게는 이들의 지푸라기가 되어주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츠키카게가 합류한 다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 근거 없는 희망에라도 의존 해야 할 만큼 다급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임을 알고 있기에 츠키 카게는 가만히 소도를 들어 강진호 에게 겨누었다.
“목숨이 아까운가?”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
이건 강진호에게 하는 말이 아니 다. 겁에 질린 모두에게 하는 말이 다.
“나 역시 두렵다.”
츠키카게가 손을 들어 복면을 찢 어 냈다.
흉터가 가득한 장년인의 얼굴이 복면 뒤에서 나타났다. 한쪽 눈은 실명했는지 동공이 보이지 않고, 다
른 눈도 긴 흉터가 가로질러 나 있 었다.
그 흉터 가득한 얼굴을 본 이들 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얼굴이 끔찍해서?
아니다.
인자가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은 죽을 각오를 한다는 뜻이다. 검수가 검집을 버리는 것처럼, 지금 츠키카 게는 자신의 목숨을 이곳에서 버리 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었다.
“구차하게 살아 돌아갈까 봐, 이 곳에서 죽은 이들보다 내 용기가, 내 충성심이 모자라다는 소리를 들
을까 봐. 무사에게 그보다 치욕스러 운 것은 없다. 그렇지 않은가?”
흔들리던 눈이 벼락에라도 맞은 듯이 요동친다. 그리고 그 뒤에 피 어난 것은 수치심과 결의였다. 자신 도 모르게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던 이들이 마음을 다잡은 듯 무게중심 을 앞으로 끌어당긴다.
“살아남는 치욕을 겪지 마라. 위 대한 죽음이야말로 무사가 가장 바 라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 여기서 죽음으로써 구미에 대한 내 충성심 과, 대일본제국에 대한 내 충성심을
증명할 것이다.”
강진호가 가만히 츠키카게를 바라 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더 이상 통역의 말이 들려오지 않으 니까. 하지만 알아듣지 못해도 알 것 같았다.
빤한 소리겠지.
흉심이 끓어오른다.
우스운 일이지.
저들은 침략자다.
강진호는 저들에게 먼저 싸움을 건 적이 없었다. 저들이 먼저 싸움 을 걸었다. 총회와 강진호는 대웅한
것뿐이다. 그런데 저들은 마치 굉장 히 신성한 전쟁이라도 치르는 듯 주 둥아리를 놀리고 있다.
우습지 않은가.
아무래도 상관없다.
‘먼저 건드린 건 너희였지.’
그렇다면 대응할 뿐이다.
자신을 노려온 적에게 대웅하는 방법이야 하나뿐이지 않은가. 여태 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저벅.
강진호가 말없이 한 걸음을 앞으 로 걸었다.
그 작은 움직임이 이 연무장을 채운 모든 이들을 자극했다.
“죽여라! 저자를 죽이지 않고서 우리의 영광은 오지 않는다. 너희의 죽임이 광대한 제국의 초석이 될 것 이다. 죽어서 전설이 되어라!”
“으아아아아아아아!”
“오오오오오옹!”
눈을 까뒤집은 이들이 앞뒤를 돌 보지 않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제 까지와는 다르다. 츠키하들은 물론, 어느새 강진호를 넓게 포위하고 있 던 무사들마저 전심전력으로 강진호 의 목숨을 노리며 달려들기 시작했
다.
돌진.
지켜보는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저 돌진은 멈추지 않는다. 강진호를 죽이거나, 그들 모두가 전멸할 때까 지 저 공격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 이다.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무사들을 보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 다.
어쩐지…….
살아 있는 걸 실감하는 기분이다.
‘화를 내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방식을 논하고, 방법을 논하는 것
도 우습다. 언제부터 강진호가 그런 것을 신경 썼는가. 사실 그대로 말 하자면, 저 츠키카제가 강진호보다 는 훨씬 사람이다.
이곳에 있는 누구라 해도 강진호 만큼 사람을 죽여 대지는 않았을 테 니까.
강진호의 손에 죽어간 이들이 지 금 광경을 본다면 누구를 응원하겠 는가.
강진호를?
그럴 리가 없지.
그러니 어설픈 마음 같은 건 집 어 치우고…….
“죽고 죽이는 거지.”
누구 하나가 끝장 날 때까지.
그게 가장 근원적인 전투의 모습 이다.
강진호가 자신을 벗어던지고 살기 에 몸을 내맡겼다. 그의 눈이 순식 간에 붉게 물들며 마기를 뿜어낸다.
이 많은 이들을 상대한다면 마기 는 필수적이다. 결국 방어는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강진호의 전신이 마기로 뒤덮였 다. 붉게 물들 눈이 혈광을 뿜어내 고, 승천하는 마기가 불타는 날개처 럼 그의 어깨를 타고 휘날렸다.
상처 입은 호랑이와 굶주린 승냥 이들이 서로의 목을 노리고 마지막 전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