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199)
마존현세강림기-1200화(1198/2125)
마존현세강림기 49권 (7화)
2장 정리하다 (2)
죽을힘을 다해 총회로 올라온 이 현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시체.
보이는 건 시체뿐이다.
총회의 반수 이상이 정렬하고도 자리가 남을 거대한 대연무장이 시 체로 가득 차 있었다.
“어……
이 바닥을 굴러먹으며 끔찍한 광 경을 꽤나 봐왔다고 자부하는 이현 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조차도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회주님은?’
그 시체로 가득 찬 땅을 인식하 자마자 그의 머리에 떠오른 이는 강 진호였다.
이 참상을 만들어낸 사람은 당연 히 강진호일 것이다. 그럼 그 강진 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제야 한쪽에 모여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순간, 적인 줄 알고 움찔한 이현 수가 그들의 얼굴을 보고는 움켜잡 은 주먹을 풀었다.
“마염?”
동해를 지키고 있어야 할 저들이 왜 이곳에 와 있단 말인가.
그때, 누군가가 고개를 돌려 그쪽 을 바라보았다.
‘이 명환?’
“실장님, 위긴스 이사님은요!”
“지, 지금……
“당장 데리고 와요! 당장! 지금 당장!”
순간,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이해한 이현수가 격하게 고개를 돌 렸다. 그러자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 던 위긴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바토르를 움켜잡았다.
“어서.”
“큭 ”
바토르가 위긴스를 들쳐 업고 달 린다. 쿵쿵거리는 걸음이 뻗을 때마 다 믿을 수 없는 거리를 휙휙 나아 간다. 순식간에 이명환이 있는 곳까 지 도착한 바토르가 위긴스를 내려 놓았다.
“주인!”
“로드!”
강진호의 처참한 몰골을 본 둘이 기겁하여 달려들었다.
“미친!”
“아니, 어쩌다……
이명환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위긴스를 다그쳤다.
“뭐 하십니까! 빨리!”
“아!”
위긴스가 강징호의 양 가슴에 손 을 대고는 힐을 시전했다.
강진호의 가슴이 살짝 오르내리는 것을 본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한 숨을 내쉬었다. 순간적으로 죽음이
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큼 강진호의 상세는 심각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강진호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 은 했다.
신니치카이는 절대 만만한 이들이 아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강진호가 마염이나 총회의 정예를 대동했다면, 별다른 피해 없이 이들 을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 만 혼자서 이 많은 이들과 싸우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천 명 속의 한 명이 되어 천 명
과 싸우는 것과, 천 대 일로 싸우는 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강진호가 이만한 피해를 입는다는 건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엘더 나이트를 홀로 상대할 때조차도 이만한 부상을 입지는 않 았다.
“폭탄인가?”
바토르의 나직한 목소리에 위긴스 가 얼굴을 굳혔다.
그제야 그의 코로 매캐한 화약 냄새가 파고든다.
“도를 넘었군. 무인의 싸움에 폭 약이라니.”
“말랑한 소리를 하는군. 적을 쓰 러뜨릴 수만 있다면, 무슨 수라도 쓴다. 그게 오히려 무인다운 자세가 아닌가.”
위긴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바 토르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바토르의 얼굴을 본 순간, 위긴스는 눈에 들어간 힘을 풀 수밖 에 없었다.
악귀처럼 일그러져 혈관이 돋아나 있는 바토르의 얼굴을 보고 무슨 비 난을 할 수 있겠는가. 아마 지금 바
토르는 반쯤은 제정신이 아닐 것이 다.
“괜찮습니까?”
그리고 이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눈물범벅이 되어 있는 이명환의 얼굴이 살기로 번들거린다. 우려와 걱정, 그리고 분노가 뒤섞여 있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미묘한 섬뜩함이 몰려온다.
강진호가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이명환은 어떻게 될까?
‘아무도 통제 못하겠지.’
때려죽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 다. 이제 이명환은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바토르나 방 진훈급이 아니라면 총회에서 이명환 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 다.
하지만 그것도 이명환이 혼자일 때의 이야기다.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강진호를 바라보고 있는 마염 들이 모두 미쳐 날뛰게 된다면, 이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아직은…… 아직은 잘 모르겠 다.”
으득.
이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위긴스의 등으로 식은땀이 흐른
다. 이명환이 뿜어내는 살기가 위긴 스마저 긴장시키고 있었다.
“조용히 하고 진정해라.”
그때, 바토르가 가만히 입을 열었 다.
도발적인 눈으로 이명환이 바토르 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바토르는 담 담하게 말할 뿐이었다.
“당장에라도 일본으로 쳐들어가서 다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은 모두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딴 것보다는 주인의 안위가 백배는 더 중요하다. 치료받고 있는 환자 옆에서 살기 뿜 지 마라.”
“아••••••
이명환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는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강진호의 안위라는 한마디에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변하는 이명 환의 모습이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 는 위긴스였다.
‘무섭기까지 한 복종심이군.’
조직에 소속되어 하는 활동을 일 종의 계약관계로 이해하는 위긴스로 서는 이명환의 이런 반응이 이해 가 지 않았다. 물론 위긴스도 원탁에 있을 때보다는 총회에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편이지만, 이명환은 그런
수준을 까마득하게 넘어섰다.
거꾸로 말하면, 강진호의 총회에 대한 장악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이다.
“으..”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치유 마법에는 막대한 마나가 소 모된다. 애초에 만능도 아니다. 냉정 하게 말해서 치유 마법을 통해 사람 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병원을 가는 쪽이 백배는 낫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강진호를 병 원에 옮기기 전에 조금이라도 상태
를 회복시키는 정도지, 강진호를 치 료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버거웠 다.
이곳까지 달려오면서 워낙 많은 마나를 소모한데다 강진호의 상태가 너무 위중하…….
그 순간, 위긴스가 기겁하며 고개 를 돌렸다.
순간적으로 얼굴에 식은땀이 비처 럼 쏟아진다. 눈을 파고드는 땀으로 흐릿해진 시야에 한 사람의 모습이 잡힌다.
그 순간, 그의 온몸을 으깨 버릴
듯하던 무시무시한 살기가 순간적으 로 사라졌다.
“후욱!”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숨 을 토해냈다. 그의 눈에 딱딱한 얼 굴로 서 있는 장민이 들어왔다.
“……마존이시여.”
장민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마도 살기를 진정시키고 있는 중일 것이다.
낮게 탄식을 토한 장민이 천천히 강진호에게로 다가왔다.
“마존이시여, 속하가 미욱하여 마 존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장민이 위긴스를 옆으로 밀어낸 다.
장민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위긴스지만, 감히 반 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상처 입은 맹수는 건드리는 게 아니다.
그리고 지금 장민은 상처 입은 맹수 따위보다 백배는 더 위험한 존 재였다. 그 바토르조차 장민을 저지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말없이 강진호의 바로 앞까지 걸 어간 장민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잠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전신이 상처투성이인 강진호.
장민의 주먹이 부서질 듯 쥐어지 며 새빨간 선혈이 주먹을 타고 흐른 다.
“ 후우••••••
길게 심호흡을 한 장민이 손을 뻗어 강진호의 단전에 양손을 포개 올렸다.
우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장민의 몸에서 시커 먼 마기가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우우우우우우웅.
마치 불이라도 난 듯이 시커멓게 피어오르던 마기가 기이한 음향과
함께 강진호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 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이 다들 입을 쩍 벌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 르겠지만,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지 고 있다는 것은 확연히 알 수 있었 다.
마기를 흡수하는 강진호의 몸이 바닥에서 살짝 떠오른다. 장민은 더 없이 경건한 얼굴로 강진호의 몸에 마기를 불어넣었다. 마치 그것이 일 생의 숙원인 것처럼.
그 순간이었다.
덥썩.
시체처럼 잠들어 있던 강진호의 손이 움직여 장민의 손목을 움켜잡 았다.
“마, 마존이시여……
강진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이 차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눈빛의 의미를 이해한 장민이 천천히 마기를 회수했다. 떠오르던 강진호의 몸이 느릿하게 가라앉으며 바닥에 안착한다.
“회주님!”
“로드!”
“주인!”
이명환은 그 순간 어떻게든 이 명칭을 통일시켜야겠다는 엉뚱한 생 각을 했다.
“쿨럭!”
크게 기침을 한 강진호가 얼굴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 동작 이 꽤나 힘겨워 보였는지, 위긴스가 강진호의 등을 잡고 그를 부축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장 민.”
“마존이시여!”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쉬지도 못하겠군.’
물론 부상이 심한 건 사실이지만, 이리 호들갑을 떨 만한 일은 아니었 다.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닌데, 어떻 게 자기 내력을 다 불어넣을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하기야 그러니 장민이겠지만.
“ 상황은?”
“예? 아…… 아! 예!”
위긴스가 고개를 획 꺾었다. 하지 만 정리가 되지 않는다. 뭐라고 보 고를 해야 한단 말인가.
그때, 이명환이 입을 열었다.
“총회로 침투한 신니치카이의 정 예 전원을 사살했습니다. 빠져나간
이는 없습니다.”
장민도 말을 이었다.
“혹여 매복한 이나, 추가적으로 지원된 이들이 있는가를 장로들이 확인 중입니다. 추가적인 상황이 발 생할 시 바로 연락이 올 것입니다. 안심하십시오, 마존이시여.”
위긴스가 할 말을 잃었다.
한 번씩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 다 그의 가치가 뭉텅뭉텅 깎여 나가 는 느낌이다.
그는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계 략을 짜고 병력을 운용하는 데는 강
점을 가지고 있지만, 순간적으로 벌 어지는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은 떨 어진다. 최근에야 그 사실을 자각했 다.
장민이 왜 늦나 했더니, 혹시 모 를 추가적인 위협을 방비한답시고 장로들을 배치한 모양이다. 위긴스 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새삼 장민이 더욱 대단하게 보였 다.
“마존이시여, 병원에 가셔야 합니 다! 상태가 워낙 위중하십니다!”
“ 괜찮다.”
“하나 마존이시여.”
“장민.”
강진호가 나직하게 부르자, 장민 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강진호가 낮게 한 숨을 내쉬었다.
“걱정해 준 것은 고맙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야.”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 은 무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 제 중 하나다. 하지만 그것도 때가 있는 법. 지금은 치료를 할 때가 아 니었다.
“그리고…
강진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피딱지가 말라붙고, 화상을 입어 일그러진 피부가 조각조각 갈라져 떨어진다. 그리고 그 안에 새로운 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마치 허물을 벗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보다는 상태가……
강진호가 슬쩍 아래를 보고 얼굴 을 찌푸렸다.
굳어버린 피부가 떨어져 나가는 건 좋지만, 그와 함께 옷도 가루가 되어 휘날린다. 이래서야…….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강진호의 시선이 이명환에게로 꽂혔다.
“이명환.”
눈물로 범벅된 이명환이 그 자리 에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예, 회주님! 하명하십시오! 제가 혼신의 힘을 다해……
“벗어.”
“ 예?”
이명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지.”
“ 당장.”
“……네.”
이명환이 눈물을 닦으며 주섬주섬 바지를 벗었다.